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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적국의 황태자 전정국, 그리고 남장여자중인 나 03 | 인스티즈

 

 

옷매무새를 몇 번 다듬은 전정국은 연신 딴청피우는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더 할 거 없으니 이제 가지?"

"응?"

"언제까지 여기에만 있을 건데. 가야지."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 옆에 세워두었던 검을 챙겨들어 허리에 매었다. 내가 원래 쓰던 검은 잃어버려서 주변에 덩그러니 놓여져있던 몇몇 주인없는 검들 사이에서 하나를 임시로 써야 했다. 원래 쓰던 것보다는 약간 무거운 감이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고서는 괜찮은 편이었다. 반동강이 나거나 너무 길거나 그런 것들보다는 나으니까. 허리에 한 번 더 단단하게 묶은 내가 당당하게 숲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전정국의 목소리가 나를 가로막았다.

 

"그쪽 아닌데. 이쪽이야."

 

손끝으로 내가 가려던 길의 반대를 가리킨 그가 보였다. 뭐야, 들어가는 길은 똑같은 거 아냐?

 

"그쪽이든 이쪽이든 똑같은 거 아냐?"

"그 길로 가면 평생 못 도착할걸. 이쪽으로 가야지 서문이 나올 테니까."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뭘 알고 말하는 건가....? 확고한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어느정도 확신이 있는 것 같다만. 서문? 저쪽이 서쪽인건 어떻게 안담. 그런 내 눈빛을 읽은 건지 전정국이 말했다.

 

 

"어제 자기 전에 별 위치 보면서 대충 파악 좀 했지. 저 산도 넘어가야 할 테니 빨라봤자 이틀은 걸릴 것 같고."

 

저 뒤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을 보고 나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길 어느새에 다 올라간담. 내가 한숨을 짓고있는 사이 전정국은 옆에서 계속 나불대고 있었다. 은인은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잔거 같은데. 조금 놀라웠어. 닥친 일마저 신경쓰지 않는 대범함이란! 역시 남자는 약간 생각이 없는 편도 좋은 것 같군.

 

"저걸 확 그냥..."

"난 먼저 간다."

"어? 어어어-!"

 

기다려주는 것도 질렸는지 성큼성큼 앞서나가는 전정국 때문에 구시렁대던것을 멈춘 나도 그를 따라잡기 위해 발을 부지런히 놀렸다. 솔직히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전정국이 별자리를 보고 도대체 어떻게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래도 황태자다 보니 배운 게 많은 것 같아서 나는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절대로 내가 바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절대로.

* *

 

전정국은 걸음이 빨랐다. 내가 느린 것은 아니지만 전정국에 비하면 거의 두 배 속도로 걸어야 되는 정도라 처음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걸을 만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빨리 걷고 있으면서도 또 내가 잘 오고 있는지 가끔씩 뒤돌아서 확인하는 모습은 배려가 없는 듯 있는 듯 해서 약간 헷갈렸지만, 어떻게 되었든 간에 나는 지금 힘들어서 짜증이 잔뜩 난 상태였다. 

타이밍 좋게 앞서가던 전정국이 뒤를 돌아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느린 내 속도에 성이 차지 않았나 보군. 허허허.

 

"거북이야? 뭐 이렇게 느려?"

"죄송합니다만 네가 빠르시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잠시 서서 내가 따라올 수 있도록 멈춘 전정국에게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나는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점차 가까워지는 얼굴을 보니 없던 살심도 생겨나고 있는데, 참아야겠지? 

 

"내가 뭐가 빨라."

"충분히 빠르다고 보는데요."

"은인이 느려터진거야."

"...그러면 그렇다고 칠 테니, 조금만 천천히 가줘."  

 

내 얼굴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번갈아 바라보던 전정국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겨운 배려심 덕분에 고마워서 눈물이 나올 뻔한 것을 꾹 참은 나는 도로 걸음을 옮기는 전정국을 노려보다가 다시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내 다리 후들거리는 거 보고서도 쉬자는 말 한 마디 없네. 그래도 전보다는 확실하게 느려진 속도에 숨을 돌린 나는 그만 투덜거리기로 했다.

 

한동안 묵묵히 걷고 있던 도중 전정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길목에 쓰러져 앞을 막고 있던 큰 통나무를 밟고 올라가 가볍게 뛰어내리고선 날 보는 그의 얼굴은 힘든 기색 하나 없었다.

 

 

"그런데 약속했던 사람이 누군데? 연인?"

"무슨 소리야?"

"어제. 살아돌아가기로 약속했던 사람이 있다며." ​


' 약속했거든, 살아돌아가기로.'


 

"아."

 

​그의 뒤를 따라 똑같이 통나무에서 뛰어내린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어제 자기 전에 나누었던 몇 마디 이야기구나. 어떻게 이야기할까. 그냥 말을 흐릴까, 아니면 사실대로 말할까. 나와 오라버니의 상황만 바꾸면 되는 일이잖아. 나는 전정국의 눈동자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둘이서 나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틀정도는 걸어야 한다고 했었나? 그러면 남은 시간도 그정도뿐일 것이다. 적(赤)국으로 같이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중간에 그의 시야를 피해 조용히 다른 길로 빠질 예정이었다. 나는 전정국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의 앞을 지나치며 대답했다.

 

"아니."

"그럼?"

"내 여동생."

"여동생을 엄청 아끼나보군."

"글쎄..."

 

 

바스락, 나뭇잎이 발에 밟혀 곱게 바스라졌다. 전정국은 여동생과의 약속이라는 말에 흥미가 없어진 눈치였다.

 

"쌍생아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아?"

"불운한 징조지."

"그게 바로 나와 내 여동생이야."

 

 

덤덤하게 말하는 내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리는 그의 행동이 느껴졌다. 전부터 쌍생아의 존재는 불운의 존재로 여겨져왔다. 일반 백성, 왕가 할 것 없이 동등하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취급되었다. 왕가에서 쌍생아가 태어나면 즉시 동생쪽을 죽여 차후에 있을 불운에 대비하는 쪽이었고, 일반 백성들은 제 손으로는 죽이지 않지만 숲 속에 버려두었다. 어차피 갓난아기가 버려지면 살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 전정국은 묻고 싶은게 많은 눈치였으나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한 채, 말을 이었다.

 

"나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앨 볼때마다 미안해져. 그래서 항상 잘해주려 노력했어. 내 동생이 아니었다면, 아니, 내가 먼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외면받고 살지는 않았을 텐데."

"..........."

"반대로 내가 늦게 태어났더라면, 외면받고 있는 건 내 쪽이었겠지."

".........."

"부모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외면받으면서만 살아온 애야. 그 애한테는 내가 전부겠지." 

 

그래, 나한테 오라버니는 내 목숨까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고마운 사람이니까.

나는 전정국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었다. 

 

"그래서, 꼭 돌아가야 해. 그래야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일 테니까."

​"....그래."

 

 

전정국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나무들과 덩굴로 가득했던 숲을 지나, 얕은 강을 건너 산을 오르면서 우리는 빠르게 친해지고 있었다. 안 힘들어? 이거가지고 대체 뭐가 힘들다는 거야. 마치 몇 년동안 알고지내온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받으면서 말이다.

지금 이렇게 있는 시간은 마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내가 언제 여자인지, 게다가 적군인지를 들킬 줄 모르는 사이에서 이런 가벼운 마음이라니.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전정국도 그저 지금 이 순간을 한 순간의 유희로 받아들이는 걸까. 그래서 저렇게 웃어가며 이야기를 하는 걸까. 내가 알고 있던, 전쟁터에서 피바람을 몰고 다니던 황태자의 이미지가 과연 맞았던 걸까. 사실 그런 모습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본래는 지금 이 순간처럼 밝은 사람인걸까. 은인, 하고 부르며 웃는 얼굴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 떨어질 정도로 부드러워서 계속 현실을 잊어버리곤 했다.

중간에 휴식을 취할 겸, 배를 채울 겸 조금 쉰 것을 제외하고서는 부지런히 발을 놀리던 우리들은 해가 저물어갈 때쯤에야 멈추고서 자리를 잡았다. 어제 불을 피웠다고 그사이 요령이 생긴 나는 쉽게 불씨를 일으키고서는 자리에 누웠다. 산 위라 어제처럼 물고리를 잡을 수 없었기에 저녁으로는 과일과 열매를 먹은 참이었다.

불길에 타들어가는 날벌레들을 눈으로 쫓고 있던 나는 왼쪽 어깨의 상처를 확인하는 전정국을 보고 물었다.

 

"어때?"

"괜찮은 것 같은데."

"갈아줄까?"

"천 있어?"

"혹시 몰라서 가져왔었지."

 

여분으로 잘라온 천을 흔들어보이는 내게 웃어보인 전정국은 곧 내 쪽으로 몸을 틀었다. 천을 입에 문 채, 상처를 동여매고 있던 붕대를 옆으로 치워둔 나는 상처에 달라붙어 있는 약초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거 떼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이제 계속 붙이고 있어도 효과는 미비해서."

"그럼 떼."

"조금 아플지도 몰라."

"괜찮아."

 

괜찮지 않을텐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주저하지 않고 확 떼어냈다. 원래 천천히 뜯는 게 더 아프니까, 그나마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 번에 떼어내는 게 나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쓰라렸던 건지 전정국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플거라고 했잖아, 멍청이. 입술을 비죽인 나는 새 천을 조심스럽게 상처에 감았다. 다 했다. 끝을 동여맨 나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전정국을 보고 눈썹을 들어올렸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빤히 봐?"

"그냥, 네가 여동생이었어도 믿어질 거 같은 얼굴이라서."

​"시덥잖은 소리."

 

 

대수롭지 않은 척 넘긴 나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기분 상했어? 별 뜻 있어서 한 건 아니야. 전정국이 뒤로 누우며 말했다. 그러시다면 참 감사하겠네요. 그런 별 뜻 없는 말 때문에 나는 심장이 벌렁거려 죽겠다니깐. 누워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를 향해 혀를 내밀어보인 후, 나도 천천히 누웠다.

강에서 눈을 뜬 후, 두 번째로 보는 밤하늘에는 별들이 무수히 떠 있었다. 저 별들을 보고 방향을 알아내던 전정국이 신기해서 나도 한번 찾으려 저 쪽을 보고 또 저 쪽을 봐도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나는 결국 포기한 채 잠들었다.

 

* *

산을 넘어 걸어가는 것의 좋은 점은 조금은 험하지만 걸어갈 길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힘들고 물을 잘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하느라 땀이 나 옷은 축축히 젖어들어갔고 목은 갈증이 났다. 물론, 중간에 열매를 먹어서 완전히 타는 듯한 목마름까지는 아니었지만, 하여튼 그랬다. 그래서 사흘째 저녁, 산을 내려온 후 우리들이 밤을 지새기 위해 찾아낸 장소 옆에 강물이 흐르는 것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마치 첫째날처럼 불을 앞에 두고 작게 하품을 한 나는 어둠속에서도 벽처럼 솟아있는 검은 산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오늘도 산 하나를 넘느라 고생했는데 내일도 넘어야 한다니. 그래도 높이는 조금 낮은 것 같다만, 아무튼 올라가는 게 싫어. 저 산을 안 넘고 다른 길로 갈 순 없을까 하고 잔뜩 심술만 부리고 있던 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툭툭 벗는 전정국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왜 갑자기 옷을!!"

"뭐긴 뭐야. 씻을려고 벗는 거지. 안 씻어?"

 

상의를 완전히 벗어 나뭇가지 위에 옷을 걸어놓으며 전정국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하의에 손을 가져가는 전정국 때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을 했으나, 다행히 여기서 벗을 심산은 아닌 것 같았다. 휴, 한시름 놓은 내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당황스러운 말이 들려왔다.

 

"같이 씻지?"

"어?"

"찝찝하지 않아? 씻고 오자고."

"아, 아니 나는..."


바지는 안 벗을 수 있기도 하겠으나, 씻는다고 하면 상의는 꼭 벗어야 할 것 아닌가? 만일 상의를 입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물에 젖으면 가슴이 있다는 것을 들킬 수 있었다. 내가 미치지 않은 이상 같이 씻고 싶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어떻게 하면....!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나는 이따가 씻을게."

"왜? 어두워지면 불편한데 그냥 지금 하지."

"사실, 몸에 흉한 화상 자국이 크게 남아 있어서 별로 같이 씻고 싶지 않아."

"화상 자국? 얼마나 크길래?"

"상반신 전체를 다 덮고 있어. 옷에 가려서 안보이겠지만."

"나는 괜찮은데. 안 피할 자신 있어."

"그렇게 말한 사람들 몇몇 있었지만, 다들 똑같은 반응이었어. 너라고 뭐 다를까."

 

전정국을 깎아내리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그는 약간 화난 표정이었으나 곧이어 내가 덧붙인 말에 화난 기색을 누그러뜨렸다.

 

"만일 정말 괜찮다고 해도, 남의 시선이 불편해. 미안하다, 나는 혼자 씻을게."

"그럼 어쩔 수 없지."


수긍한 그는 곧 홀로 씻으러 사라졌다. 다행히 내 말을 그대로 믿은 모양이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네. 나는 사라져가는 전정국의 등을 바라보다가, 나무에 걸려 있는 옷가지로 시선을 옮겼다. 하긴, 땀을 많이 흘렸더니 몸이 조금 찝찝하긴 했다. 이따가 전정국이 잠들면 몰래 나와서 씻어야겠다.

 

* *

 

얼굴 바로 위에 손을 두어번 흔들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전정국을 한참이나 보고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난 후에도 혹시 깨어났을까 하는 마음에 뒤돌아서 쳐다보았으나 정말 깊게 잠든 듯했다. 미동도 없이 잠든 그의 모습을 몇 번이고 확인한 후에서야 나는 씻기 위해 강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가 잠든 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걸어온 나는 휴, 하고 숨을 쉬었다. 고른 강에는 마침 평평한 바위도 있어서, 그 쪽에 옷을 올려둘 수도 있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가슴을 압박하고 있던 붕대를 푼 나는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몸 안쪽까지 깊숙히 들어오는 공기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맨발로 물기있는 흙바닥을 걸어간 나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먼저, 한 발을 담갔다.


"앗, 차가워."


찰방, 하고 금세 발목을 감싸오는 물이 차가웠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한 발씩 한발씩 천천히 내딛어 허리 조금 위까지 잠긴 곳까지 들어온 나는 천천히 다리를 굽혔다. 허리, 가슴, 목까지 담근 후 나는 파아- 하고 숨을 내뱉었다.


"정말 좋다..."


깨끗한 물에 몸을 씻으니 기분이 좋았다. 두 손을 모아 강물을 퍼담은 손 사이에는 구름 사이에 반쯤 가린 달이 비춰져 더욱 몽환적이었다. 달빛과 별빛을 받아 잔잔하게 빛나는 수면까지도, 모든 게 완벽했다.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얼굴을 강물속에 담그기도 하고, 아예 물 속으로 잠시 사라졌다 나오기도 하고, 땀에 찌들어 있던 머리칼도 풀어내려 감으며 나는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평화로운 시간을 깬 것은 갑자기 난 부스럭 소리였다. 일어서서 두 손으로 강물을 참방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던 나는 놀라 눈을 제외하고서는 물 속으로 재빠르게 몸을 감췄다.


'뭐야, 어디에서 난 소리지. 혹시 전정국이 본 건 아니겠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콩닥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나는 검은 숲 안을 주시했다. 그 때, 한번 더 수풀이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번 더.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풀 속에서 검은색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제발......!


"....다람쥐잖아."


수풀 속에서 튀어나온 작은 다람쥐 한 마리를 보자마자 긴장이 턱 풀린 나는 허탈한 목소리를 냈다. 괜히 긴장했네.

작은 다람쥐는 뭘 찾고 있는 건지 밤중에도 열심히 움직이며 이동하고 있었다. 날 긴장하게 만들었던 다람쥐가 다른 나무를 골라잡아 타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물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분위기를 조금 깬 것은 괘씸하긴 했지만, 어차피 이만치 했으면 돌아가야 했을 시간이었다. 좋게좋게 생각하지 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는 강물 밖으로 이동했다.


* *


옷을 다시 갖춰입은 후 전정국이 자고 있는 곳으로 돌아온 나는 그가 자고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역시, 아까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다람쥐가 맞는 것 같았다. 아까 나올 때 확인했던 그 위치, 똑같은 자세로 깊게 잠들어있는 전정국을 보고 나는 한시름 놓았다. 돌아오면서도 혹시 그게 다람쥐가 아니라 다른 사람, 특히 전정국이면 어떡하나 계속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잘 됐네, 이제 걱정할 것은 내일 제 시간에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 뿐이겠다. 생각했던것보다 씻는 시간이 길어져 우리가 정했던 시간에 잘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은 덜었으니 어떻게 되었든 좋았다.

 

그리고, 아마 같이 보내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나는 전정국이 잠든 쪽을 잠시 바라보고서는 생각에 잠겼다. 내일 즈음 기회를 잡아 몰래 사라질 계획이었다.

​* *

 

깊게 잠들어있던 것으로만 보이던 정국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잠이 든 소년, 을 바라보았다. 정국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색색거리며 곤히 잠들어있는 사람을 가만히 응시하며 조금 전 보았던 장면을 떠올렸다.

어둡긴 했으나 달빛으로 분간할 수 있었던 그것은, 분명히 여자의 몸이었다.

 

 

​ - -

제가 너무 늦게왔죠ㅠㅠㅠㅠ사실 요새 넘 바쁜것도 있었구....티저도 파바박 떠서 열심히 달리느라 미처 못 썼네요ㅜㅜ

엉엉 죄송합니다 학기중에는 자주와봤자 1주일에 2번정도 올 것 같아요....!ㅠㅠ기다려주시는분들 사사사...사탕합니다

 

암호닉

♡ 01, 태형오빠, 아침2, 쿡쿡, 음오아예, 현지짱짱, cu호빵, 나연희, 로렌, 야호야호 ♡ 님들께는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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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18
아 너무 재밌어요 작가님ㅠㅠ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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