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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슙뷔] 오 마이 보디가드! 01 | 인스티즈





[슙뷔] 오 마이 보디가드! 01





W. 베이직 (Basic)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윤기가 태형의 경호를 맡게 된 이유도 꽤나 간단했다. 태형의 아버지는 한 기업의 회장치고는 엄청난 아들 바보 기질을 보였는데 그것은 태형의 형 태준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태준이 결혼을 하고도 본가를 떠날 생각을 안 하는 이유가 바로 태형 때문일 것이었으니. 태형은 9살이나 차이가 나는 태준에게도 스스럼없이 애교를 부리는 엄청난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이었다. 태형의 아버지는 일을 하다가도 태형의 전화만 오면 회의실을 박차고 나간다거나 태형이 해달라는 일은 모조리 들어주기도 했다. 태준도 그런 아버지에게 질세라 태형이 부르면 바로 집으로 들어오고, 태형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낼 사람이었다. 이러한 일화들이 재벌가에 퍼지자 태형이 파티장에 나타났다 하면 모든 사람의 이목이 태형에게 집중되는 일도 예삿일은 아니었다. 태형은 그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친구 지민 - 지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였는데 이 친구의 성격도 만만치 않았다. - 그리고 석진 - 태형의 가장 친한 형 - 두 사람과 몰려다니며 이것저것 먹고 떠들기 바빴다. 다른 사람들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달까. 물론 태형의 신분 탓에 태형의 주변에 배치되는 보디가드들은 당연한 사항이었다. 심지어 아들 바보인 회장님이 태형의 보안에 관해 굉장히 민감하셨으니 말 다 한 것 아니겠는가.



사건은 이렇게 벌어졌다. 태형이 20살이 되던 날, 우연히 태준을 보기 위해 회사에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태형이 칠칠맞게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길을 건넌 잘못도 있었으나 회장은 그날로 노발대발하며 모든 경호원들을 해고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윤기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자네가 우리 아들 경호를 좀 해 줘야겠네. 윤기는 갑작스럽게 떨어진 지시에 놀라 회장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회장은 자신의 지시를 반복하지 않았다. 회장은 금세 자신의 경호를 구해 다음 날 당연하다는 듯이 출발하는 윤기를 향해 말했다. 자네가 우리 집 경호 팀장을 맡고 있는 건 잘 알고 있는데 지금 여기로 출근했다는 뜻은 짤리고 싶다는 뜻인가. 윤기는 그에 아연실색하며 자신의 짐을 싸 본가로 출근했다. 그리고 부스스한 차림으로 문을 열어 자신을 반기는 태형과 마주하게 되었다. 윤기는 자신의 앞에서 깁스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태형을 보고 속으로 큰 한숨을 쉬었다.





1. 질투





태형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위에서 말했다시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사람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곱게 자라 눈치도 곱게 먹어버린 것 같았다. 그만큼 약간 멍청한 구석이 있어 재벌가 사람 같지 않다는 소리를 종종 들어야 했다. 그렇다고 정말 멍청하다는 소리는 아니라 기싸움 정도는 제법 잘한다는 것이 태형과 한 판 붙은 사람의 증언이었다. 또, 누구에게든 친절하게 대하는 성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아, 재벌가에 도는 소문이 하나 있기는 했다. 태형의 형수, 태준의 아내 되는 사람이 자신의 동생을 너무 아끼는 남편에 화가 나 태형을 시기 질투한다는 소문. 실제로 태형의 형수는 태형과 태준이 퇴근 후 나누는 애정표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부엌으로 사라지고는 했다. 그렇다고 태형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만약 태형에게 해를 가하는 순간 태형의 형수는 집에서 쫓겨나고 말 것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안 되는 태형의 형수는 참다가 자신의 집안에 볼멘소리를 했다. 재벌가인 태형의 집안에 맞게 태형의 형수도 꽤나 이름 날리는 집안의 여자였고, 귀한 딸내미였던 터라 형수의 집안에서도 무슨 수를 쓰기 위해 노력해다. 정략결혼도 아닌 연애결혼을 한 특이한 케이스였던 터라 자신의 딸이 찬밥 신세는 안 당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럽게 동생이라는 변수가 나타났던 것이었다. 형수는 자신이 도련님을, 태형을 질투하게 된 것은 꽤 흐른 이야기였다. 태준은 데이트를 잘 하고 있다가도, 다정하게 웃어주다가도 태형의 전화만 오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아, 물론 태형이 일부러 두 사람의 사이를 방해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러 그런 거라면 태형의 형수도 이만큼 속이 타지는 않았으리라. 태형에게 대놓고 뭐라도 한 소리 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태형의 형수는 식탁에 앉아 곱지 않은 시선으로 태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은 분명 자신의 옆에서 밥을 먹고 있었지만 태형에게로 가 있는 시선을 주체할 수가 없는 듯 보였고, 대놓고 쳐다보자니 시아버지의 서슬 퍼런 눈빛이 자신에게 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 배치된 태형의 옆에 앉아 있는 보디가드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기에 더욱더 속을 태울 수밖에 없었다. 태형이 해사하게 웃으면서 밥을 먹다가 음식을 흘리자 태준이 웃으며 태형이 흘린 것을 치우고 태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태형의 형수는 자신의 남편 옆에서 더 차게 식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말한 오늘 반드시 결판을 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어렵게 자신의 입을 열어 시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 아버님, 오늘 저 친가에 좀 다녀올까 해서요. "
" 친가는 왜? "
" 친가 집 음식 맛있는 건 아버님도 잘 아시잖아요. 음식 좀 얻어오려고요. 오랜만에 가족들도 좀 만나고요. "
" 그렇게 하렴. 사돈 댁에 인사 잘 전해 주고. 통 바빠서 요새 자주 볼 시간도 없구나. "
" 네, 걱정 마세요. "
" 여보 친가 가면 태형이 오늘 혼자 집에 있는 거네? "
" 아, 그러게요 도련님. 그래서 저랑 같이 친가에 가는 건 어떨까 제안하려고 했는데요... "
" 나도 사돈어른 댁에 인사드리고 오면 안 될까 아빠? 응? "
" 안 돼, 너 지금 다리 그 모양으로 하고서 밖에 나가겠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 "
" 아아, 아빠. 응? "
" 아빠 말 들어 김태형. 집에서 다리 나으라고 고사는 못 지낼망정. 우리 부자가 널 밖으로 내보낼 거 같아? "
" 너무하다 너무해! 나가게 해 줘라 줘! "
" 윤기야, 태형이 못 나가게 감시해라. "
" 네, 회장님. "
" 아빠 자꾸 그러면 나 또 몰래 나갈 거야!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나갈 거라고! "



태형의 억지 아닌 억지에 태형의 형수가 오히려 더 땀을 흘리는 것 같았다. 자신이 제안하긴 했어도 이렇게 완강하게 나오는 두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태형이 떼를 쓰자, 태형의 아빠와 태준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말의 여파가 꽤 강했으리라. 태형의 아빠와 태준이 그렇게 하라고 결국 결정을 내리자 윤기가 안 다치게 조심히 모시고 다녀오겠다고 듬직한 말을 했다.



태형의 아빠와 태준이 출근을 하자 태형의 형수는 서둘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준비를 마치고 윤기에게 놀아달라고 징징거리는 태형을 힐끗 보고는 자신의 엄마에게 전화하는 태형의 형수였다. 엄마, 오늘 가요. 계획대로 움직여 주세요. 엄마 딸 여기서 완전 찬밥 신세라고요! 형수는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이내 안 가느냐며 밝은 목소리로 묻는 태형 때문에 서둘러 전화를 끊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기사가 끄는 차에 탔다. 태형은 윤기의 부축을 받으며 형수의 옆에 앉았고, 조수석에는 태형의 보디가드 윤기가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태형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형수의 집에 도착하자 태형은 상견례 때 이후로 처음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형수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윤기는 고의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 태형의 형수 집안사람들의 만행에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형수의 어머니와 형수의 언니와 여동생이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심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가 봐도 고의적인 게 분명한 모습들을 자꾸 자아내고 있었다. 태형에게 일부러 차를 쏟는다거나 - 태형은 멍청해서 그게 고의라는 것도 모르고 괜찮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분명 식긴 했어도 뜨거운 물이었는데 말이다. - 태형을 빼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바쁘다거나. 윤기는 형수 가족들 몰래 태형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태형은 그런 윤기를 올려다봤다가 자신이 딴짓하는 것을 알아챈 사돈 댁 식구들 때문에 억지로 대화를 이어야 했다. 태형이 모르는 이야기들 천국이었다. 화장품, 주식, 옷, 사교 파티. 사람 좋게 웃고 있던 태형이라도 싫증을 내며 표정을 찡그렸다가 이내 다시 억지로 웃어 보였다. 태형의 아빠가 시킨 사교 교육이 여기서 통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태형은 뒤에 이어지는 말에 다시는 사돈 댁에 오지 않겠다고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 그나저나 사돈총각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우리 사위가? "
" 아니에요, 사돈어른. 형제끼리 사이가 좋은 건 당연한 일이죠. "
" 글쎄, 마치 형제끼리 사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사이가 좋다던데. 우리 애는 쏙 빼놓고 말이야.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소문이 돌더라고. "
" ... "
" 엄마 말이 맞아, 사돈. 아니, 글쎄 내가 파티 갔다가 어떤 망측한 소리를 들었는 줄 알아? "
" ... "
" 입에 담기도 망측하네. 그렇지만 알잖아, 왜 비밀스러운 사랑이라든가.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사랑이라든가. "
" ... "
" 다들 왜 그래. 내가 찬밥 신세인 건 맞지만 도련님한테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도련님 아직 애라고. 스무 살. "
" 그게 뭐. 성인인데 이런 이야기도 알고 조심도 해야지. 형수한테서 형 빼앗아간 요부라는 소문 안 들리려면 "



태형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자 윤기가 듣다 못 해 도가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태형을 일으켜 세웠다. 태형은 윤기의 손에 이끌려 사돈 댁을 나서게 되었고, 그 와중에도 사돈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윤기는 태형의 눈가가 살짝 젖은 것을 보고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뒷좌석에 태형을 부드러운 손길로 앉히고는 기사를 향해 말했다. 제가 나올 때까지 잠시만 대기해 주세요. 그리고 본가로 전화해서 다른 기사분 사돈 댁에 배치시켜 주시고요. 네, 보안 팀장님. 윤기는 대답을 하는 기사를 확인하고 태형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가만히 계세요. 저 금방 오겠습니다. 윤기, 안 가면 안 돼? 그냥 집 가자. 응? 금방 오겠습니다. 윤기는 몸을 틀어 다시 태형의 형수와 그 가족들이 있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형수의 앞에 서서 말하기 시작했다.



" 사모님, 방금 발언은 재벌가 입에서 나오기에는 굉장히 망측한 말이라고 생각 안 하시는지요. 저는 지금 여기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회장님과 사장님에게 얘기하겠습니다. "
" 이봐요, 민 팀장. 지금 누구 앞에서 큰 소리야? "
" 어머니, 잠시만요... "
" 사모님 지금 하신 행동 분명히 후회하실 겁니다. 도련님에게 해 끼치는 사람들 가만히 두지 말라는 회장님과 사장님의 명령을 듣는 제 앞에서 이런 경박한 행동을 하시다니요. "
" 민 팀장, 그게 아니라... "
" 아무리 회장님이 아들 바보에, 사장님이 동생 바보라고 해도 도련님한테 질투를 하는 형수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무엇보다 사장님께서도 물심양면으로 사모님께 잘해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장님이 언제 사모님이 일찍 오라고 해도 일찍 안 온 적이 있으십니까? 회장님께서도 며느리라고 이것저것 좋은 물건 있으면 보내 주시는 걸로 아는데 욕심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재벌가에도 도련님을 질투한 형수님이라는 소문이 돌면 저희가 영 곤란한 게 아니니 앞으로 이런 짓 하지 마세요. "
" ... "
" 그럼 알아 들으신 걸로 알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따로 차를 불러 사모님을 모시도록 했으니 볼 일이 다 끝나시면 그 차 타시고 오십시오. "
" 민 팀장!! 잠시만! 그게 아니라!! "



윤기가 매몰찬 발걸음으로 집을 나와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태형의 옆에 탄 뒤 기사를 향해 말했다. 본가로 가시죠, 기사님. 윤기가 말을 끝내고 기사와 백미러로 눈을 마주친 뒤 자신의 옆에서 울고 있는 태형을 봤다. 결국 형수라는 작자가 한 짓이 태형을 울린 것이었다. 태형은 속이 상한 듯 펑펑 울어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 왜 미련하게 울고 계십니까. "
" 윤기... 윤기도 그렇게 보여? 형이랑 나랑 그렇게 보여? "
"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이상한 겁니다. 저는 형제끼리 사이좋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
" ...그래도 형수님이 저러는 걸 보면 내가 정말 잘못하고 있는 걸까... 형수님 결혼 생활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걸까? "
"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사모님이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이런 짓을 저지르신 겁니다. "
" 흑, 그래도 너무 억울하잖아! 나 형이랑 그런 사이 아닌데... 내가 형한테 그렇게 대우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엉엉, 윤기 나 너무 억울해... "



윤기는 한숨을 내쉬고는 태형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태형이 우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실례인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형을 품에 안은 것이었다. 아니, 윤기 마음속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 이끌림에 이끌려 행동부터 하고 본 것이었다. 태형은 조용히 윤기의 품에 안기며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자신이 태형의 경호를 서기 전에는 어린애 같은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했다. 물론, 20살이 되자 어른이라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가정부의 말이 있었으나 도대체 어디가 어른스러운 건지 윤기는 잘 모르겠다며 가정부의 앞에서 고개를 저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태형이 아직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려는데 자신의 품에서 웅얼거리는 태형의 말을 듣고 그래도 막무가내 도련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랑 형한테는 얘기하지 마. 형수님이 내가 미워서 그런 거 아니니까, 일부러 그런 거 아닐 거야. 그러니까 이번만 모르는 척해 줘 윤기. 윤기는 말없이 태형의 등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태형의 부탁은 애석하게도 못 들어줄 것 같다고.



차가 본가에 도착하고 윤기는 어느새 자신의 품에서 잠든 태형을 보고 공주님 안기식으로 끌어안아 차 문을 열어주는 기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본가 초인종을 눌러달라고 기사에게 부탁했다. 기사가 초인종을 누르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아주머니, 저 윤기입니다. 아, 민 팀장! 문 열었으니까 얼른 들어와. 윤기가 집안으로 들어와 가정부에게 간단히 인사하고는 태형의 방으로 올라갔다. 본가는 총 3층으로 되어 있었다. 태형의 아빠가 사용하는 1층, 태준 부부가 사용하는 2층, 그리고 오로지 태형의 몫인 3층, 얼마 전 태형의 전담 경호를 맡게 된 윤기도 태형과 함께 3층을 사용하기는 했다. - 처음 윤기를 만난 태형이 징징거려 이뤄낸 성과 중 하나였다. 윤기가 싫다고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형의 부탁에 회장이 강압적으로 윤기의 짐을 3층에 옮겨낸 이유도 컸다. - 윤기가 따라올라 온 가정부가 열어준 문 덕분에 수월하게 태형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정부가 태형의 이불까지도 걷어주자 윤기가 태형을 침대에 눕혔다. 가정부가 익숙하다는 듯 태형에게 이불을 덮고는 태형의 방을 나서는 윤기를 쫓아오며 물었다.



" 작은 도련님 울었어? "
" 그럴 일이 있었어요. "
" 사돈 댁 가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보지? "
" 네. "
" 사모님이 작은 도련님 보는 눈이 심상치 않더니... "
" 저는 회장님께 보고하러 가야 하니 도련님 옷 좀 갈아입혀 주세요. "
" 하도 자주 해서 이제는 익숙해. 걱정 마시고 편하게 다녀와 민 팀장. "



윤기가 가정부의 배웅을 받으며 본가 차고에 주차된 자신의 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윤기가 태형의 옆에 배치되면서 명심해야 할 게 있다며 전해 준 종이가 윤기의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첫째, 김태형(갑)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갑에게 암살 위험은 없지만 사소한 일상의 위험에서 지켜낼 것. 표면적으로는 민윤기(을) 혼자 태형을 지키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갑 주변에 머무는 경호원들의 관리를 을에게 맡긴다.
둘째, 을은 경호 팀장의 지위를 유지한다. 회사에 속하며 회사 팀장에 속하는 대우를 해준다. (보험과 휴가 포함) 이후 승진은 연차가 차거나 실적이 있을 때 시키는 것으로 한다.
셋째, 갑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고한다. 갑의 하루 일과를 보고하는 것이 갑을 보호하는 것 이외의 일이다.
넷째, 갑을 경호하는 동안 을은 갑과 같은 층을 사용한다.
다섯째, 을의 사적인 일은 갑의 보호자 (갑의 아빠와 형) 혹은 갑과 상의 후 행하도록 한다.



윤기는 지금 자신이 행하려는 셋째 항목을 머릿속에 새기며 차를 빠른 속도로 몰았다. 서둘러 보고하고 다시 태형을 지키러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윤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어련히 그림자 같은 경호원들이 태형을 잘 지킬 터였지만 자신이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다니는 태형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태형은 자신과 7살이나 차이 나는 윤기를 향해 윤기라고 부르며 해맑게 웃었다. 윤기는 갑으로 태형의 행동이 당연하다고 느꼈으나 처음 태형이 자신을 향해 윤기님이라고 부르던 그 모습이 갑자기 생각나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어야 했다.



윤기는 보고를 위해 회장실로 들어서려다가 회장 비서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장 비서의 모습에 두 분이 함께 있느냐고 두 비서를 향해 물었다. 회장 비서가 그렇다며 얘기를 했고, 이내 말을 덧붙였다. 회장님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아, 네. 도련님 얘기입니다. 도련님요? 그럼 들어가세요. 아마 두 분이서 오늘 회의 정리하면서 말씀 중이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윤기가 목례를 하고는 회장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구냐고 묻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민 팀장입니다. 아, 민 팀장 어서 들어오지. 윤기가 회장의 말에 문을 열고는 인사를 한 뒤 회장이 안내하는 사장 앞자리에 가서 앉았다. 회장이 눈을 빛내며 오늘 태형에게 있었던 일을 말해보라고 윤기를 재촉했다.



" 오늘 사돈 댁에 다녀오셨다가 지금은 집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
" 많이 고단했나. 그러길래 그런 다리로 나가지 말라니까 말도 안 듣고... "
" 태형이 그런 성격도 귀엽잖아요, 아버지. "
"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사돈 댁 가서 다른 일은 없었나? "
" 그게... "
" 숨김 없이 말하게. "
" 사돈 댁에서... "



윤기가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기 시작하자 점점 태형의 아빠와 형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 같았다. 윤기가 사돈 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를 끝내자 회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태형이가 울었나. 네, 울다가 지쳐서 차 안에서 잠드신 걸 제가 방으로 옮겨 드렸습니다. 자네가 고생을 많이 한 것 같군. 제 일인 걸요, 도련님께서 이 일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도 하셨으나 계약 조항에 적혀 있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 태형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나. "
" 네. "
" 녀석, 어른이라고 이제 우리한테 일러바치지 말라 이거지. "
" 물론, 민 팀장이 잘못했다는 건 아닐세. 태형이 일은 무슨 일이든 우리가 알아야지. 그래, 아무튼 다시 한 번 수고했네. 집에 가서 보지. "
" 네. 그럼 저는 이만. "



윤기가 회장실을 나서자 태준이 회장을 향해 말했다. 이번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그러마, 다만 사돈 쪽에는 내가 한 소리하고 넘어가야겠구나. 아버지. 말릴 생각은 마라. 며늘 아가한테는 뭐라 안 할 테니. 오늘 태형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사가야겠네. 태형이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중에 뭐를 제일 좋아하더라? 슈팅스타요, 아버지. 아, 그래. 비서한테 미리 지시해둬야겠어.





태형의 아빠와 태준이 퇴근을 하며 신발을 벗고 있는데 3층에서 잠이 깨 윤기의 품에 안겨서 내려오는 태형을 보고는 태형의 아빠가 서둘러 아이스크림을 태준에게서 뺏어 서둘러 윤기의 품에 안겨 있는 태형의 앞에 흔들어 보였다. 태형이 서둘러 윤기의 품에서 내려와 아빠 품에 안기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던 태준도 자신이 산 것인데 자신은 안 반겨주냐며 입술을 내밀자 태형이 태준에게로 다가가다가 부엌에서 나오는 형수를 보고는 흠칫하며 고개를 젓고는 아이스크림을 쥐고 거실 테이블로 향했다. 태준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아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잠시만 나 좀 보지, 여보. 아버지 먼저 식사하세요. 김태형 군것질 먼저 먹지 말고 밥 먼저 먹어. 윤기야, 제 좀 말려라. 네, 사장님.



태준은 자신의 아내를 불러 태형은 자신의 동생인데 질투를 해서 되겠냐며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태준의 아내는 태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신이 생각해도 질투에 눈이 멀어 한 부끄러운 짓이었다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태준은 그런 아내를 안아 주면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다. 태형이는 내 동생이잖아 여보. 나이 차이도 꽤 많이 나서 내가 꼭 돌봐야 할 아이야. 내가 여보한테 소홀했다면 미안해. 아니에요, 여보. 도련님 질투한 제가 부족하긴 한가 봐요. 시집올 때 도련님 보고 티 없이 맑은 분이라 잘할 거라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누구의 탓도 아니지. 다만, 서로 조심하자고. 장모님이나 당신 자매들이 한 그런 이야기는 하면 안 되는 소리잖아.



저녁을 다 먹고 서둘러 태형은 냉동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려고 키도 안 닿는 곳에 손을 뻗고 있었다. 윤기가 그 모습을 보다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태형 대신 아이스크림을 꺼내 손에 든 뒤 먼저 거실로 가 있으라고 제안했다. 태형은 금방 와야 한다며 해맑게 웃고는 서둘러 거실로 향했다. 윤기는 작은 숟가락을 가지고 태형에게로 가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태형은 신난다며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멀뚱멀뚱 서 있는 윤기의 팔을 잡아채 자신의 옆에 앉힌 뒤 자신의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떠 윤기의 앞에 내밀었다. 하지만 윤기는 자신이 먹겠다며 태형의 손길을 거절했다.



" 아아, 윤기! 내가 먹여 준다니까? 얼른 아 해 아! "
" 도련님, 제가 먹겠습니다. 그만하시죠. "
" 민윤기 진짜 칼 같다! "
" 윤기한테 형이라는 호칭은 붙이지 태형아. 너보다 7살이 많은데. "
" 아... 형이랑 형수님도 드실래요. 제가 너무 독점하고 있었네요... "
" 아니야, 두 통 사서 하나 더 냉동고에 있어. "
" 저기 도련님... "
" 아, 네. 형수님... 저 할 말이 있는데요. 잠깐 정원으로 가실래요? "
" 그래, 둘이 다녀와. 그 사이에 나랑 윤기가 아이스크림 다 먹어야겠다. "
" 나도 좀 끼어 주지. "
" 아빠! 태준이 형! "
" 농담이다 이 녀석아. 얼른 다녀와. "



태형이 윤기의 부축을 받아 형수와 함께 정원에 있는 의자에 서먹하게 앉았다. 윤기는 두 사람에게 얘기하라며 말하고는 멀찍이 떨어져 섰다. 태형이 망설이는 사이 형수가 먼저 태형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 제가 질투에 눈이 멀었나 봐요, 도련님. "
" ... 아니에요 형수님. 저도 그렇게 오해 살 일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
" 저희 자매들은 사이가 좋지 못 하다 보니 그런 행동을 이해 못 하는 거였을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제가 다른 자매들에 비해 많이 사랑을 받고 자라서 더 관심받기를 바란 거죠. 저도 참 욕심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도련님. "
" 아니에요, 형수님... 그런 말씀 마세요. "
" 도련님 앞으로 더 잘 챙겨 드릴게요. 이런 일 앞으로는 없을 거예요. "
" 저도 조심할게요 형이랑... "
" 아니에요, 평상시처럼 지내세요. 재벌가에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형제, 자매들 없으니까. 보기 좋아요. "



형수가 태형을 향해 웃어 보였고, 태형도 그런 형수를 향해 웃었다. 형수가 이만 들어가자며 일어섰고, 그 모습을 본 윤기가 태형의 근처로 다가와 태형을 부축했다. 태형이 집안으로 들어오자 조금은 녹은 아이스크림이 태형을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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슙뷔 흥해라. 뷔총 흥해라.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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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대박이에요..... 필력도 장난 없으시고.... 최고셔요ㅠㅠㅠㅠ 신알신 울려서 왔는데ㅠㅠㅠㅠㅠㅠ
8년 전
Basic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ㅠㅠ 제가 너무 늦었죠 ㅠㅠ
8년 전
독자2
헐 잘 읽고 가요ㅠㅠ전에 있던것도 정주행 읕냇는데ㅠㅠㅠㅠ
8년 전
Basic
헉 감사해요 ♡
8년 전
독자3
헐헐 역시ㅠㅠㅠㅠㅠㅠ 오랜만이예요ㅠㅠ 신알신 와서 와봤더니...! 너무좋아여ㅠㅠㅠㅠㅠ 어휴 태형이 아주 애교쟁이네요 귀여워여ㅠㅠㅠ
8년 전
Basic
그러게요 오랜만이에요 완전! 사랑둥이 태형이를 보실 수 있습니다
8년 전
독자4
태형이 너무 귀여워요...!!!!! 작가님 글 넘나 좋은 것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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