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남, 그 이름하여 박지민이라.
"싫어하는 여자요? 음, 담배피는 여자?"
...염병.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청순한 여자 좋아한대? 아아, 너는 입만 안 열면 청순하니까 괜찮아. 말을 하지 마, 긴 머리 좋아한대? 괜찮아 붙이면 돼! 어른 공경하는 여자? ...괜찮아. 지금부터라도, 등 그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나를 격려하는 친구의 말로 얼마 못 갈 것 같았던 짝사랑을 꽤 오래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자가 되기 위해. 욕도 안 하고 머리도 붙이고, 시험기간. 학교 도서관에서 꼬박 밤을 새웠을 때에도 노인공경을 되새기며 지하철에 자리가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언제 나타나실까 마음 졸이며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 했다.
당연히 그 아이는 이런 나를 모를 테고, 또 몰라주겠지만 왜인지 점점 그가 말하는 이상형에 들어맞는 여자가 되어갈수록 괜한 기대감에 주체할 수 없는 도파민은 내게 성격 개조,라는 것을 해주었다. 그런데 담배라니. 우리 과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알 거다. 내가 얼마나 꼴초인지. 여자한테 꼴초가 뭐야. 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외의 다른 단어로는 설명이 안되는 담배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개꼴초다. 진짜로,
그러니까 분명 저 아이도 이런 날 모를 수 없는데, 며칠 저 아이의 이상형에 맞춰 놀아나줬더니. 눈치챈건가. 내가 지를 좋아하는 걸. 아. 내가 부담스럽고 싫었나? 그래서 너는 아니다. 하고 제외를 시키는건가. 그것도 과 회식자리에서? 아니, 여자사람도 몇 없는 우리 과에 담배피는 여자애가 나 하나밖에 더있냐고, 아 저격당했더니 마음이 쓰라리네,
"야 어디가"
"화장실-"
일어나는 나에게 내 옆에 앉아있는 친구만 어디가냐고 물을 뿐이었다. 화장실, 이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알거다. 내가 지금 뭐 하러 나가는 지를, 술집에서 나와 골목길을 찾으려 조금 걸으니 그새 몽롱했던 정신이 조금은 말짱해졌다. 아, 담배말려. 담배 생각이 간절해 짐과 동시에 적절한 골목길을 찾았다. 지체할 필요없이 바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칙,칙- '나는 담배피는 여자 싫어해' '싫어해' ' 담배피는 여자 싫어-' 자꾸 머릿속에서 아까 들었던 남자의 말이 뱅뱅 맴돌았다. 누가 녹음기라도 틀어놓은 냥 말이다. 자꾸 신경쓰여 하루에도 몇 십번이고 하는 것 하나 제대로 못했다. 딸깍, 드디어 됐다. 불이 켜짐과 동시에 코트 안쪽에서 담배곽을 꺼냈다. 돛대였다. 가는 길에 하나 사야겠네. 생각하고 담배를 잇새에 물곤 불을 붙였다.
"...너,"
뒷편에서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내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의 의해 덮혀져 알 수 있었다. 곧 그 생명체는 내가 잇새에 물고있는 담배를 빼앗아 제 손으로 불씨를 짓이겼다.
"너, 손!"
"..."
손으로, 정확히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담배불씨를 지지고 있는 아이는, 정확히는 내가 요 몇일 눈에들려고 별 꼴을 다 보였던 이유의 주인공이었다. 그런 남자아이는 뜨겁지도, 아프지도 않은건지 무감각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어, 왜인지 화난 눈이었다. 내가 그런 남자의 모습에 당황해하며 답지않게 남자의 손을 걱정하고 있자니,
"담배피는 여자 싫어한다니까,"
"뭐?"
"못들었어? 싫어한다고, 내가. 담배피는 여자를"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말을 하려고 했었다. 분명히. 아니 조금 더듬기는 했겠지만 할려 그랬다니까? 근데 갔다. 가버렸어, 저 말을 끝으로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다. 휑, 남자가 지나간 자리에 꺼진 불씨로 먼지마냥 바스라져있는, 담배꽁초와 마주했다. 이해가 가지않았다. 남자의 행동이, 그리고 남자의 행동에 담배생각이 싹 가셔버린 나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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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생!존!신!고! 합니다! 폭군 민윤기 아니라 실망했오...? 힝 조금만 기다려요... 이번주 주말에 올게여!
아 그리구 이글은 실화나 다름없는 글이라 십분만에 뚝딱 쪘어요!
근데 독방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길래 울 독자들도 좋아해줄까 해소... 가져와쏘 하트... 나 잊지마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