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금 꼭 듣고 감상해주세요! 꼭! 꼭! * 모바일로 보시는걸 권장합니다. 흔히 말하는 햇빛 짱짱하고 구름 두둥실한 날에 내리는 비를 여우비라 한다. 구미호가 슬피 울면 내리는 비. 여우비. 넌 여우비를 참 싫어했다. 분명히 비를 좋아하던 너인데 유독 햇빛 드는 날에만 비가 오는걸 질색하고 슬퍼하던 너였다. 왜일까. 너는 왜 그토록 싫어하고 질색했을까. 아마 구미호가 너무 슬피 울어서 그런가보다. * (태형 시점) "우리 작년 여름에 만났었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작년 여름 방학 때 할 일 없어서 시골 할머니 댁 놀러 내려간 그 날 밤에 만난거지만. 그 날밤, 뭐에 홀린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숲이 날 따라오라는듯 나무에 부딫히는 바람소리에 그대로 숲 안으로 들어갔었어. 그 때 까지만해도 그냥 공기 좋고 풍경 좋은 숲인줄만 알고 마냥 걸었지. 마냥 걷다보니까 부스럭 소리가 났어.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에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더라.나무의 올라타 소복을 입고 소매와 저고리 주변에 피를 뭍힌 네가 있었어. 사실 밤이라서 너의 얼굴이 잘 보였진 않았지만 달빛이 우리의 만남을 축하라도 하듯이 밝게 빛난 덕에 간신히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 네 입 안에 있는 수정 구슬도 많은 도움을 줬고. 꽤나 무서운 차림을 하고 있는 너였지만 난 하나도 놀라지 않았어. 그냥 너의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지. "위험하게 왜 나무 위에 올라가 있어." 그리고 너가 대답했어. 움직이는 네 입술은 흔히 말하는 '피빨강'이었던가. 꽤 이쁜거 같기도 했고, 지금 생각하니까 좀 무서운 생김새인거 같기도 하고 "너 나 알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몇년 된 친구라도 된듯이 행동한 나의 말에 넌 눈썹을 움직이며 말했어. 의심하는 듯한 너의 행동의 속으로 작게 웃으며 대답했지. "너 구미호지?" "내가 먼저 질문 한거 같은데. 너 나 아냐고." "나 너 알거같애. 너 구미호 맞잖아" "알면서 물어?" "그냥 신기해서. 전설 속에 있는 사람을 만난거잖아. TV나 영화속에서만 보던거.." "...뻔하지. 만난 사람마다 다 그랬어. 신기하다고 만져봐도 되냐고. 꼬리 보여달라고들 많이 하니까." "구미호가 사람을 만나? 원래 구미호는 사람 눈 피해서 숨어사는거 아니였어?" "아니. 사람 눈 피해서 숨어 살긴 해. 하지만 너 같은 애들이 함부로 이 숲에 들어와서.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되는게 운명 아니겠어."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지. 너같은 애들이라고 말을 할때 반짝이는 은색빛 눈동자에 넋을 잃고 말았어. 그리고 뒤늦게 떠올렸지. 쟤는 구미호고, 구미호는 사람들의 간을 먹는다고 들었어. 그것도 남자 사람의 간. 간도 튼튼한 남자 사람이 구미호 앞에 있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됐어. 나 이제 죽는건가. 아직 취업도 못했는데. 할머니한테 용돈도 못드렸는데.. 하지만 그냥 될대로 되라 식으로 그냥 물어봤어. 이미 죽을거 궁금한거 다 풀고 죽게. "구미호는 사람 간 빼먹는다며. 눈 앞에 사람이 있는데 왜 안빼먹어?" "내가 네 간 빼먹길 바라냐?" "미쳤냐. 누가 죽는걸 바래" "...구미호도 가리는 음식이 있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있어. 난 너 같이 사람 냄새만 폴폴 나는 사람 간은 안먹어. 달콤한 향기가 나는 사람 간만 먹지." "... 난 또 네가 내가 방심하는 틈 타서 훅 달려와가지고 내 가슴 후빌까봐. 구미호 주제에 가리는것도 많네 참." ".. 생각하는거 하고는. 이제 나 한테 더 볼 일 없는거지? 나 가봐야 돼." "... 가게?" ".. 아 참. 여기서 있던 일 말하지마. 너네들이 더 손해니까." "왜 손해인데?" "궁금한것도 많네. 네가 말하면 어떻게 되겠어. 사람들이 온통 다 구미호 볼려고 이 숲으로 모여들겠지. 세상에 구미호는 꽤 많아. 너네들이 이 숲으로 오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우리에겐 먹잇감이 제 스스로 오는거나 다름 없으니까." "... 나 네 말이 이해가 안가." "... 후.. 그래. 사람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저 멀리서 스테이크들이 너네가 궁금하다고 막 달려오고 있어. 넌 먹을거야 안먹을거야?" "...아.." "난 이 숲을 피바다로 만들고 싶지않아. 말이 너무 많았네. 그러니까 여기서 나랑 얘기한 모든 것, 되도록이면 말하지 말라고." ".. 알겠어. 근데 나한테 이렇게 얘기해주는 이유가 뭐야?" "... 호기심 가득 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을리가. 이제 볼 일 끝났지? 나 간다." "어어.. 야!" "... 왜." ".. 나 내일도 여기 올게. 지금 이 시간에." "... 도데체 왜?" "나 아직 너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거든." "... 호기심도 정도껏이야. 난 많이 말해준거 같은데." "난 너에 대해서 알고 싶다니까?" "..." "구미호든 뭐든 난 네가 누군지 알고 싶어. 사람 대 사람으로." "..." "가봐야 된다며. 얼른 가. 그 대신 내일 꼭 와야돼. 알겠지?" "..." "응?" "... 몰라. 간다." "꼭 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잠시 눈을 깜빡 거린 사이 나무 위엔 아무것도 없었어. 이번 여름방학, 참 알차게 보낼 수 있겠다 하고선 바로 할머니 집으로 갔지. 분명히 들어올 때는 멀게만 느껴진 숲이 갈 때는 몇 발자국 많이 떼지도 않았는데 바로 마을 중앙 500년 된 느티나무 였지 뭐야. 참 궁금한게 많아지는 숲이였던거 같았어. * 그 날 이후로 내 하루 하루는 확 바뀌었어. 매일 아침 할머니 농사를 도와드릴 때도 네 생각이 났고, 점심 저녁 가릴 것 없이 너에 대해서 너무 궁금했었지. 그리고 그 날 밤, 다시 난 숲으로 들어갔어. ".. 어디있지. 분명히 온다 했었는데.." 숲으로 들어간 나는, 만나기로 한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오지 않는 널 기다리고 있었어. 분명 어제는 달빛 때문인가 나무들이 다 이뻤는데 오늘은 왜이렇게 으슬하고 무서운지. 으으. "워!" "아악!! 야!!" "...풉." "아.. 아씨... 개놀랬잖아... 난 또 간 빼가는줄 알고.." "..... 어?" "아... 아니! 간이 아니라 심장.. 아까 순대랑 간을 먹었더니 헛말이 나왔네... 하하." "..." ".... 어? 뒤에.." "..." "....꼬리.. 하나 둘 셋 넷 다ㅅ.." "..." "... 아홉개네. 꼬리." "..." "..." "..." "... 미안해. 진정해.. 아니.. 내가 그럴려고 한 말은 아니였는데." "야. 내 뒤로 숨어. 빨리." "..응?" "... 아 씨." 그 순간, 내 뒤로 누군가가 쑥 지나가더니 넌 표정을 구기고는 내 손목을 잡고 확 뒤로 끌어당겼어. 여자인데도 강한 힘이 날 확 끌어당기니까 정신이 아찔했지. 갑작스러운 네 행동에 놀라서 네 어깨를 잡고 앞을 봤더니 손이 피로 붉게 물들고 머리는 산발인데다가 입에 이상한 벌건 물체를 물고 있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파란 불빛을 내뿜고 있는 '구미호'였어. 진짜 만화책에서만 보던 구미호가 딱 내 눈앞에 있으니 미칠지경였지. 하지만 넌 그냥 그 구미호를 귀찮다듯이 쳐다봤어. 똑같은 구미호였는데, 전혀 달라보였달까. "... 가라. " "오 연미호. 하나 사냥 했냐? 그렇게 나오지말고 좀 나눠 먹지?" "사냥 한거 아니니까 빨리 가라고." "사냥한게 아니면 뭔데? 저거 먹을거 맞잖아. 혹시 여자야? 너 그런 취향이었냐." "지랄하네." "아 누군데 같이 좀 나눠 먹자 야.." "아 가라고! 먹어도 나 혼자 먹을꺼야. 안가냐? 가라고!!" "이 년이 발정기인가 왜이래.. 예 예 갑니다~" "니 이따 두고봐!! 아오 진짜!!" 서로 서로 경계하면서 적대 적으로 싸울 줄 알았던 내 생각과 달리 사람하고 다를게 전혀 없는 구미호들의 대화를 듣고 극히 충격을 먹었어. 하지만 그 후 너의 말을 듣고선 더욱 더 충격을 먹고 5초동안 머릿속이 캄캄했지. ... 먹어도 나 혼자 먹는다고? 그렇게 뒷걸음질 치면서 도망갈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어. 어제 나같이 사람냄새만 나는 간은 안먹는다 한걸 너무 믿어버렸어... 했는데 안심한 표정으로 날 돌아보는 네가 내 표정을 보고선 아차 했다는 듯이 얼버무렸지. 하지만 난 그 이후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어. "아.. 어어.. 그게 아니 네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라.." "..." "아니... 쟤.. 쟤가 워낙 눈치가 빨라서! 그렇게 말 안하면 너 확 잡아먹었을지도 몰랐다고.. 그래서 그렇게 말한거야.. " "..." "... 너 안먹어 걱정마.." "..." "...아 진짜야..." ".. 진짜지?" "내가 널 왜 잡아먹어.. " "..." "아 안잡아 먹으니까 그 눈빛부터 좀.. " "... 난 또... 눈빛 확 변하고 네가 나한테 달려드는거 까지 상상했다고.." "참... 생긴게 맛도 없어 보이는데 먹긴 뭘 먹는다고.." "뭐? 야 나 그래도 좀 생겼다고 많이 들어 봤거든? 콧대 봐라 콧대." "예.. 예예.. 잘생기셨어요 예.." 그렇게 넌 나에게 절대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에 도장까지 찍은 다음에서야 같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었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니까 얘가 나랑 좀 많이 잘 맞더라고. 개그 코드도 잘맞고, 서로 좋아하는 음식도 똑같고. 아 맞다 구미호들은 인간들이 먹는 음식들도 먹을 줄 안다고 하더라. 난 간만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그 때 너가 질색하더라고. 어떻게 생물이 한 음식만 먹고 살 수가 있냐고. 그러면서 그렇게 구미호와 인간 사이의 벽이 점점 허물어져 갔어. 아예 자리를 피고 앉아서 얘기했다니까. "너 이름 연미호라고 했지?" "어 어떻게 알았어?" "아까 네 친구랑 하는 얘기 들었어. 네 친구가 너 한테 연미호라고 했잖아." "그랬었나.... 그러면 네 이름은 뭔데?" "내 이름?" "응. 네 이름" "김태형이야. 할아버지가 지어주셨어. 우리 할아버지 작명센스 죽여주시지?" "태형? 이름 이쁘네. 태형..." "근데 몇살이야 넌?" "나? 알면 좀 놀랄텐데." "이미 수차례 놀라봐서 이젠 놀랄 것도 없어.. 몇살인데?" "... 673살." "..." "... 많지? " "..... 아 아니 조상님..?" "조상님일거 까지야.. " "... 나랑 651살차이 나는데 조상님만 하지... 미쳤어... 나이가 그렇게 많은데 얼굴은 하나도 안늙었네.." "구미호가 늙긴 뭐가 늙어 남자 홀리라고 만든게 구미호인데. 나이 차가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나이 많아도 안늙어 보이면 다 젊은 여자인데 뭐." "...그런건가..? 뭐 그래 나이가 무슨 소용이야.. 근데 나 이제 너한테 존댓말 써야되는거냐 요..?" "뭔 존댓말이래 내일이면 또 금세 까먹고 반말 할거면서." "... 헤"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어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을까. 갑자기 구름에 가려졌던 초승달이 고개를 빼꼼 들고 우리를 쳐다보는듯 밝게 빛나고 있었어. 멍하니 초승달을 보고 있었을까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눈치 챈 너가 날 따라 내 시선이 머무른 곳을 쳐다봤어. 너도 밝게 빛나는 초승달을 보고나서 환하게 웃었지. 분명 난 초승달을 보고있었는데 왜 네가 보이는지. "예쁘다..." "..." "되게 이쁘지 않아? 그치? 매일 보는 달인데 오늘 유독 이쁘네." "... 미호야." "응? 왜?" "..." "불렀으면 대답을 해. 왜?" "우리 친구하자." "... 응?" "우리 친구하자고. 이제부터" "... 친구?" "응. 친구" "..." "... 안돼?" "... 아직은 아ㄴ.." "안되면 30일이라도. 딱 30일." "..." "... 어차피 나 30일 후에는 여기 떠나야될지도 몰라. 아니 떠나야돼. 그러니까 딱 30일만 우리 친구하면 안돼?" "... 구미호랑 인간 사이에서 친구란게 가능할까" "..." "그것도 남자랑. 친구가 되는게 가능할까?" "친구 하지말란 법은 없잖아." "..." "친구 하나 된다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치솟는다는 법은 없잖아." "..." "친구하자. 연미호." "..." ".. 응?" "... 친구?" "..." "그래 하자 친구. 너랑 나랑 친구. 내 친구" 네 말을 들은 순간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초승달인지 구미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 질러버렸읍니다... 네... ㅎㅎ.. 이번 작품은 브금이 정말 중요해요! 혹시 브금 안틀고 지나치셨다면 꼭 듣고 다시 봐주시는걸 추천 합니다...ㅎ... 아 그리고 철벽남 그거 공지를 많이 안보신 독자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꼭 읽어주세요! 정말정말 중요한 이야기 입니다! 공지 꼭 읽으셔야 해요! 원래 구미호와 인간 사이를 철벽남과 비슷한 시기에 써놓고 주인공을 석진이나 남준이로 딱 정해놨었는데 적다보니 태형이 성격이랑 되게 잘 맞아서...ㅎ... 이번 작품도 독자님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ㅠㅠ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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