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고2 겨울 쯤에 있었던 일인데... 경아 기억나? ㅋㅋㅋㅋㅋㅋ 내가 백현이랑 사귀게 되면서 경아랑 연락을 한번도 안했었거든.
나는 뭐 백현이랑 싸우고 풀고 싸우고 풀고를ㅋㅋㅋㅋ 반복하면서 잘 사귀는 중이었는데, 어느날은 야자 마치고 바로 집에 온 날이 있었어.
피곤해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진동이 짧게 울리는거야. 당연히 백현이겠구나 싶어서 폰 들었는데 예상하지도 못한 이름이 뜨더라고.
[잘 지내?]
경아였어.
뜬금없이 온 문자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는데, 경아가 주말에 잠깐 시간 있냐고 하는 거야.
어차피 따로 약속도 없었고... 나도 할 얘기 있었고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가까운 카페에서 보기로 약속했어.
약속한 날이 됐는데 아 이상하게 막ㅋㅋㅋㅋㅋ 심장이 계속 쿵쿵 뛰는거야. 그때 그 기분 진짜 설명 못해.. 설렐 때 그 쿵쿵거림과는 엄청 다른?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런 상태로 경아랑 보기로 한 카페로 가는데, 경아한테 전화가 오는 거야.
"여보세요"
-응, 어디쯤이야?
"나 거의 도착했어"
-아 그럼 내가 먼저 자리 잡고 있을게. 2층으로 와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는데도 뭐가 불안한지 심장은 계속 쿵쿵거리더라...ㅋㅋㅋㅋㅋㅋ
"아..."
"…"
"…오랜만이네"
2층으로 가자마자 경아가 폰만지면서 기다리는 걸 봤는데 정말 그대로 예쁘더랔ㅋㅋㅋㅋㅋㅋㅋ 하...^^
일단 경아 앞에 앉았는데 서로 아무말도 안하고 계속 앉아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일단 뭐라고 시키고 얘기하자 싶어서 말 걸려고 하는데 경아가 대뜸 그러는거야.
"오늘"
"…?"
"찬열이 일로 할말 있어서 불렀어"
아... 올게 왔구나 싶더라.
전에 내가 잠깐 찬열이 만났을 때, 찬열이가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알았던 게 경아 때문이었잖아. 사실 내가 그렇게 확신하고 믿고있는 거지만...ㅋㅋㅋㅋㅋ
아무튼, 경아 얘기 들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 같기도 하곸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도경아, 천천히 좀 가"
"…"
"…야 ㄴ,"
"좀, 그만 좀 따라오라고"
경아랑 찬열이랑 같은 학교거든. 경아는 야자 마치고 항상 걸어서 집에 가는데, 밤 늦게 혼자 다니면 위험하잖아. 그래서 찬열이가 맨날 데려다준다고 했대.
근데 그때는 경아가 백현이한테 관심있을 때였으니까 찬열이가 귀찮았나봐. 찬열이가 데려준다고 끝까지 따라가는데도 그만 좀 따라오라고 그랬다니까... ㅎㅎ
한 날은 찬열이가 그거 듣고 화가 났나봐.
"야, 도경아. 같이 좀 가자고"
"넌 집에 안 가냐?"
"내가 왜 집에도 안 가고 이러고 있겠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아, 너 존나 귀찮으니까 집에 좀 가라고"
"…야"
찬열이가 표정 싹 굳히고 진짜 낮은 목소리로 자기를 불렀는데 뭔가 그때부터 분위기가 좀 그랬다는 거야.
찬열이가 진짜 화났는지 땅 보면서 심호흡 몇 번 하더니 경아 똑바로 쳐다봤다더라.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데"
"…"
"너 진짜 눈치가 그렇게 없냐?"
"…"
"혼자 가면 위험하니까 너 데려다주는 거 아니야"
"…아니, 나 말고 다른 애들도 다 혼자 가는데 왜 너 혼자만 그러냐고"
"..너 몰라서 묻는 거야, 나 엿먹이고 싶어서 묻는 거야?"
"…"
"…아, 씨발"
"…"
"내가 너 좋아하니까 이러잖아"
그 후로 찬열이한테 연락이 없었대. 뭐라고 문자를 보내도 다 씹고, 카톡은 아예 읽지도 않았고. 처음엔 그게 편했다는 거야.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찬열이 빈자리가 좀 느껴지기 시작했대. 항상 야자 마치고 찬열이가 따라오던 길이 혼자 가니까 더 무섭게 느껴지고 그런 사소한 변화?
항상 찬열이 덕분에(?) 백현이도 만나고 그랬었는데 이젠 그럴수도 없고. 백현이가 경아한테 따로 연락을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관심도 없어졌나봐.
그렇게 서로 연락 안 하고 지내다가, 하루는 경아가 카톡 대화 같은 거 정리하다가 나랑 예전에 했던 톡이 있었나봐. 그걸 보는데 나한테 되게 미안하게 느껴졌대.
그때는 내가 아직 찬열이 좋아한다고 알고있었으니까 아무래도... ㅎㅎ 자기 말고 나랑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봐. 그래서 찬열이한테 일단 만나자고 연락을 했대.
찬열이한테 답장은 없었는데, 장소랑 시간 보내면서 너 안 나와도 끝까지 기다린다는 식으로 보내니까 찬열이가 할 수 없이 나왔나봐.
근데 나오면서도 경아랑 끝까지 눈을 안 마주쳤다는거야. 그래도 경아는 끝까지 할말을 했대.
할말은 그냥... 내가 찬열이 좋아하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지 않았을까 싶어. 아무튼 경아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제야 찬열이가 경아랑 눈을 마주쳤다는거야.
"…넌, 할말이 그게 다야?"
"…"
"그래서 나보고 뭐 어떡하라고. 잘 해보라고?"
"…"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야"
찬열이가 그렇게 말하고 한숨 쉬더니 먼저 일어나겠다고 하고 그대로 나갔다는 거야.
아마 내 예상엔 경아한테 그렇게 듣고 며칠 고민하다가 나 불러내서 고마웠다고, 잘 되길 빌어달라고 그렇게 말한 것 같아.
경아 얘기 다 듣고나니까 어느정도 이해도 되고 그냥... 뭐 그렇더라고. 경아가 이 일을 이제 말해서 미안하다고 그러는데 뭔가 막 울컥하는 감정잌ㅋㅋㅋㅋㅋ 올라오는거야.
왜 이러는지는 나도 몰라...^^ 그래서 울컥하는 감정 참는다고 천장 좀 보다가ㅋㅋㅋㅋㅋㅋㅋ 괜찮다고 그랬거든.
나 이제 찬열이 안 좋아한다고도 하고... ㅎㅎ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백현이랑 사귀고 있다는 말도 했어.
근데 경아가 진짜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거 보니까 아 뭔가 사르르 풀리는 느낌 있짘ㅋㅋㅋㅋㅋㅋ 뭐 그러면서 분위기 풀리니까 말도 잘 나오더라고.
그렇게 정신없이 수다떠는 와중에 폰에서 진동이 울리는거야. 보니까 백현이한테 문자가 왔더라고.
[뭘 한다고 이렇게 연락을 안 받으실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변백현 문자 받자마자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거야. 너무 귀여워섴ㅋㅋㅋㅋ큐ㅠㅠㅠ
그러면서 답장 보내려는데 경아가 웃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내가 경아 쳐다보면서 왜? 이랬거든.
"너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아서"
"…아"
"행복한 거 같아서 다행이다"
경아가 저러면서 웃는데 걸크 제대로 당했다...ㅎㅎ 여자한테 설레도 될 일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경아랑 나랑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던 것 같아.
아, 또 내가 그래서 요즘 찬열이랑 여전히 연락 안 하는 중이냐고 물어봤거든. 그러니까 경아가 좀 망설이더니 대답하는거야.
"…연락 다시 시작한지는 좀 됐는데"
"응"
"몰라, 좀 모르겠어"
"뭐가?"
얘기 들어보니까 전에는 자기가 연락하면 찬열이가 확인도 금방금방하고, 전화도 5초도 안돼서 받고 그랬는데 최근엔 안 그런다는 거야.
ㅎㅎ... 느낌이 오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만간 둘 소식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아... ^^!
늦어서 죄송합니다 ^-T...
다음 편에서도 이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당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