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정략결혼했는데 철벽치는 남편X들이대는 너탄2.04
w.혼인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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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현관문 문고리를 잡고 잠시 망설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분명 여주가 자신을 서방님하면서 반기겠지. 정국은 문을 열고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결혼 후 이시간에 집에 들어와 처음 보는 어둠이었다. 조용한 집안에 정국은 낯설기까지했다. 서방님 하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온기로 자신을 안아주던 여주는 집안에 없었다. 맛있는 저녁냄새도 나지않았다. 정국이 어리둥절하게 현관에 서있는데, 뒤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여##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주는 어두컴컴한 현관에 홀로 서있던 정국이 센서등에 의해 주황빛으로 비춰지자 약간 놀란 눈을 해보이며 정국을 바라봤다. 정국은 여주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태형의 얼굴에 인상을 구겼다.
"어머, 서방님. 일찍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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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요즘 나긋해진 정국의 눈치를 살피곤 점심에 태형을 집으로 불렀다. 태형은 현관에서부터 어색하게 여주와 마주했다. 여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태형을 맞이했다. 태형은 혹시라도 방문을 열고 불쑥 정국이 나와 소리를 지르기라도 할까 연신 여주의 등뒤를 두리번 거렸다. 여주는 그런 태형의 어깨를 툭치며 웃으면서 말했다.
"없어, 우리 서방님 회사갔다."
아, 그래도.. 결국 여주가 태형을 억지로 끌어당겼다. 태형은 집안으로 들어와서도 두리번 거리며 불안해했다. 그 모습에 여주가 킥킥대며 웃었다. 태형과 함께 부엌으로 들어와 여주가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욱."
냉장고 냄새가 역하다고 느껴지며 토할 기미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여주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틀어막고 욕실로 뛰어갔다. 우욱, 욱. 여주가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태형은 걱정되는지 어느새 옆에 같이 앉아 등을 두들겨주었다. 여주는 입가를 대충 닦곤 손을 씻고 나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러지.."
태형은 여주의 머리를 넘겨주며 물었다. 아파?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태형이 침을 꼴깍 삼켰다. 혹시, 설마.
"임신이야?"
여주의 표정이 환해졌다. 임신? 내가? 태형은 여주의 밝은 얼굴을 보며 입술을 씹었다. 아니면 좋을텐데. 하지만 차마 입밖으론 내진 못 했다. 여주가 너무 좋아해서. 여주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태형의 팔을 꽉 잡았다. 나 진짜 임신일까? 병원가자. 응? 태형은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감추며 여주를 타일렀다. 밥은 먹고 가야지. 여주를 식탁에 먼저 앉혀두고 태형은 점심을 준비했다. 여주는 식탁에 앉아 싱글벙글 웃으며 태형을 바라봤다. 태형은 억지로 웃어보이며 여주를 바라봤다. 여주가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을 배를 살살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 서방님한테는 언제 말하지?"
"이따 병원 다녀와서 말해."
"아니야. 퇴근하고 오면 말해줘야겠다!"
여주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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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임을 확인하고 여주는 들뜬 마음을 자제하지 못 했다. 아직 뱃속의 아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아기용품점에 들어와 애기 신발과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태형이 그런 여주를 옆에서 바라보며 말했다.
"야, 여자앤지 남자앤지도 모르면서 뭘 막 사려고 해. 일단 좀 자제해."
"둘 다 사면 돼. 아, 애기 신발 너무 귀여워!"
여주는 태형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듣는지 쳐다보지도 않은채 애기 신발을 만지작거렸다. 마구잡이로 사려는 여주의 손목을 태형이 겨우 잡아 말렸다. 야, 야 쫌. 결국 여주는 시무룩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며 신발만 두 켤레를 샀다. 분홍색, 파란색으로. 여주는 앙증맞은 애기 신발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우리 애기는 아빠를 닮든 엄마를 닮든 얼굴 하나는 끝장날거야. 그치? 우리 애기랑 빨리 걷고 싶다! 여주의 말에 태형이 웃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아직 손가락 발가락도 안만들어졌겠다."
"치, 애기야.. 삼촌이 엄마 구박하네."
여주가 아직 부르지도 않은 배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볼멘소리를 장난스럽게 속삭이자 태형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서, 저녁은 뭐 먹을래. 여주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음.. 우리 애기가 파스타 먹고 싶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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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여주는 태형과 함께 집까지 왔다. 태형이 점심에 두고 간 물건이 있었기 때문에. 현관문을 열자 센서등이 켜지고 어두컴컴했던 현관이 환해지면서 정국의 모습이 보였다. 정국과 눈이 마주치자 여주는 놀란 눈을 해보였다. 아니 집에 왔으면 들어가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담. 여주는 눈을 깜박이며 정국에게 말했다.
"어머, 서방님. 일찍 오셨네요?"
정국의 시선은 어느새 여주의 뒤에 서있던 태형에게 머물렀다. 태형은 애써 손에 맺힌 땀을 바지에 쓱쓱 문지르며 정국과 눈을 마주했다.
"둘이, 왜 같이 오죠?"
"아, 오늘 점심에 태형이랑 같이 집에서,"
"나 없는 집에 김태형 들였어요?"
"음, 어.. 그냥 점심만 먹고 바로 나갔,"
"근데 왜 또 데려와. 잠이라도 같이 자게?"
"아니.. 그게 아니라."
정국은 여주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구겼다. 결국 눈치를 보던 여주가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먼저들어갔다. 태형이 두고 간 휴대폰을 식탁에서 집어 다시 현관으로 나와 태형의 손에 쥐어주곤 빠르게 내보냈다. 현관문이 완전히 닫히자 정국이 여주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여주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정국은 눈을 꼭 감은 채 여주의 입술을 부드럽게 오물거렸다. 혀를 꺼내 핥기도 하고 입안으로 집어넣어 여주의 혀를 감싸고 빨아들기도 했다. 여주의 눈이 사르륵 감겼다. 정국이 입술을 떼고 여주의 어깨를 꾹 잡았다. 정국의 머리 위로 센서등의 주황빛이 부셔지듯이 내려앉아 정국의 검은 머리칼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정국의 얼굴이 그늘졌다. 정국은 여주와 얼굴을 가까이 하곤 여주와 눈을 마주했다.
"내가 김태형 만나지 말라니까, 이제 집안으로 들여요? 내가 없는데?"
"정국씨.."
"김태형이랑 뭐했어. 나 없는 집에서 둘이 뭐했어요."
"그냥, 밥, 밥만."
정국이 여주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흔들었다. 여주의 몸이 갸냘프게 흔들렸다. 여주는 자신을 단단하게 붙잡은 정국의 팔을 살포시 쥐었다. 정국씨, 서방님.. 정국이 미간을 확 좁히며 여주를 바라봤다. 뭐요.
"나, 나.. 임신했어요."
"뭐라구요?"
"우리 애기 생겼어요."
여주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정국에게 안겼다. 정국은 멍한 얼굴로 여주를 얼떨결에 안았다. 여주는 아직도 웃으며 정국의 볼에 제 볼을 부볐다. 그리곤 살짝 입맞췄다. 여주가 정국을 올려다보며 정국의 손목을 쥐고 제 배에 올렸다. 아직 홀쭉하지만 마치 아기의 심장소리가 들리듯 정국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여기에, 우리 아기가 있어요. 정국씨. 여주가 다시 환하게 웃었다. 정국은 아직도 여전히 멍한 얼굴이었다. 정국이 여주의 배에 올라온 손을 확 빼내며 여주를 날카롭게 째려봤다.
"내 새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네?"
"김태형 애 배고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냐고."
"전정국씨."
여주의 눈에 눈물이 올망졸망하게 차올랐다. 여주는 애써 울음을 참아내며 정국의 이름을 불렀다. 정국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여주의 어깨를 치곤 현관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여주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여주의 옆엔 아무도 없었다. 여주는 금세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가디건 소매로 슥슥 닦고 자신의 배를 살살 문질렀다.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엄마가 우리 아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우리 아가도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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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결국 외박을 했다. 여주는 아침에 일어나 비어있는 제 왼쪽 자리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도리질을 쳤다. 이런거 애기한테 안좋을거야. 좋은생각, 긍정적으로. 여주는 배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다. 여주는 가벼운 기지개와 함께 창가로 가 커텐을 걷고 아침햇살을 오롯이 받았다. 여주의 뽀얀 얼굴이 햇빛을 받아 반짝 거렸다. 여주는 기쁜 얼굴로 방을 나와 아침을 챙겼다. 숨을 참고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 시리얼을 말았다. 도저히 밥을 해먹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여주는 시리얼을 오독오독 씹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애기 얼마나 이쁜 사람이 나오려고 엄마 밥도 못 먹게 해? 여주는 제 배를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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