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수능준비로 쉬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적이 흐르는 3학년 교실에 노란색 명찰을 달은 남학생이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교실안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향하는걸 느끼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자신의 긴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과 그의 발걸음 끝엔 책상위에 엎어져있는 금발의 남학생이 있었다.
"일훈이형, 일어나봐요"
교실의 정적을 깬 목소리의 주인공은 허리를 숙이고 자신이 일훈이라 부르던 사람의 볼에 손에 들고 있던 딸기우유를 살며시댄다.
"으음.."
금발머리의 학생은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린채 다시 잠에 빠지고 딸기우유를 들고있던 학생은 그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쳐다보다가 아예 다리를 굽히고 앉아 금발머리 학생과 높이를 맞춘다.
"다른 사람들은 다 공부하고 있잖아.. 안 일어날꺼에요?"
다리를 굽힌 학생은 자신 앞에 엎어져있는 얼굴의 볼을 손가락으로 꾹꾹누르며 말한다.
"10초 내로 안일어나면 여기다 지금 확 뽀뽀해버린다?"
"..."
"1, 2, 3, 9, 10"
"하지마"
금발머리의 학생이 눈을 뜨며 단호하게 말하며 엎어졌던 고개를 들고 의자에 기대앉자 금발머리를 바라보던 학생은 웃음을 머금은 채로 아깝다는 탄식을 내뱉으며 굽혔던 다리를 피고 다시 허리를 숙인다.
"넌 어떻게 3다음이 9가 되냐? 그리고 2학년이 이렇게 함부로 3학년 교실에 들어와도 되는거야?"
금발머리의 학생이 흐트러졌던 머리를 정리하며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학생에게 말한다.
"육성재인데 이정도 패기는 있어야죠."
교실에 있던 여학생들은 일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학생이 자신을 육성재라 말하자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자, 딸기우유."
성재는 아까 책상에 올려두었던 우유를 집어들고 일훈의 앞에 내밀자 일훈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 딸기우유 별로 안좋아하는데.."
성재가 그럼 내가 먹을게라며 우유팩 입구를 열으려고 하자 일훈은 성재가 들고있던 우유를 재빨리 뺏어든다.
"야, 안먹는다고는 안했잖아."
일훈이 다급한 말투로 말하자 성재는 입꼬리를 더 높이 올리며 숙였던 허리를 핀다.
"우리형 우유 많이 먹구 키커야지- 언제 나만큼 클래?"
일훈이 얄밉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성재를 바라보자 성재는 그런 일훈이 또 귀여웠는지 자신의 손으로 일훈의 머리카락을 흐트러 놓는다.
"아무리 형이랑 내가 연습생이어도 아직은 학생이야. 학생머리가 이게 뭐야?"
일훈이 내머리가 뭐 어때서 라며 투덜거리자 성재는 일훈의 어깨에 손을 짚고 다시 허리를 숙여 일훈의 귓가에 말을 속삭인다.
"형이 그렇게 이쁜머리하고 자고있으니까 다른 형들이 형을 자꾸 이쁘게 쳐다보잖아."
"뭐?"
"형이 자꾸 이쁘게 하고 다니면 나 불안해서 여깄는 사람들이 정일훈이 내꺼인거 알게 내가 형한테 뭔짓을 해버릴지 모른다구."
웃음기없는 성재의 속삭임에 일훈이 부끄럽다는 듯한 얼굴로 성재에게서 떨어지자 성재가 다시 일훈과 눈을 맞춘다.
"그러니까 학생답게좀 하고 다니라구요."
성재가 다시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일훈의 어깨를 두번 두드리고는 교실을 빠져나가자 반에 있던 여학생들은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웅성거린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일훈은 성재가 준 우유팩 입구를 열며 중얼거린다.
"나도 니가 그 잘생긴얼굴로 우리반에 오면 불안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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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 글잡에는 처음써보는 쿠르 입니다^^
달달한 조각글하나 쓰려다가 더 달달한 단편 글을 끄적이게 됬네요..ㅋㅋㅋㅋ
학원물은 처음 써보는거라 뭔가 어색하지만 그래도 이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