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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Heaven 02

 

 

 

 

 

찢어진 입술에 피가 흐르는 게 보였다. 몇 걸음 다가갔다.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여린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 눈이지만 말을 하는 것이 제가 찾던 건가 싶어 총을 내렸다.

 


"면역첸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곤 했어요."

 


닫힌 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맨발이 보였고 곧 소년의 형체가 뚜렷해졌다. 소년은 작았다. 어림잡아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 오랜 시간 혼자 있었던 것치곤 피부도 좋았고 살집도 있었다. 녹색의 얇은 원피스와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곱진 않지만 소녀 같은 얼굴이었다. 한동안 살피다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손을 잡아끌었다.

 


"구해주시는 거에요?"

"새로운 집으로 갈 거야, 더 넓고 밝은 곳으로."

"…또 가두는 거에요? 매일 주사 맞고 혼자 자고 그래야 해요?"

 


두려움이 가득했다. 발걸음을 이끌자 머뭇거리는 것이 보였다. 의아함을 보이자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집에 가는 거야, 네가 걱정하는 그런 일 없으니깐 어서 가자."

 


손을 뻗었다. 억지스러운 웃음을 짓자 소년도 따라 웃었다. 좋아요. 손을 올려두곤 깍지를 껴왔다. 안겨오는 행동에 당황해선 몸을 떨어트렸다. 소년이 실망한 듯 눈을 내렸다.

 


"사람들을 항상 날 피해, 아저씨도 마찬가지야. 날 어디로 데려갈 거에요? 아니. 날 죽일 거죠!"

 


욕설이 나왔다. 차마 입으론 뱉지 못하고 속으로 삭였다. 소년의 머리통을 잡아 품에 넣었다. 비린 향에 구역질이 나왔다. 말없이 머리를 쓸었다. 이따금 묻어오는 핏덩어리에 인상을 썼다. 갑자기 안겨서 놀래서 그래.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했다. 종일 같이 있고 매일 둘이 잘 거야. 소년은 금세 페이스를 되찾았다. 높아진 목소리로 빨리 가자며 재촉했다.

 


"쉿, 조용히. 밖엔 위험하니깐 아저씨한테 잘 붙어 있어 알았지?"

 


소년의 고개가 기울었다. 밖에 아무도 없는데.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작게 열린 틈으로 밖을 살폈다. 아까와 같이 조용했다. 가자. 왼쪽 벽을 따라 이동했다. 소년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연신 웃는 표정으로 내 몸을 붙잡았다. 지나온 계단을 올랐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숨을 멈췄다. 아.

 


"깜박하고 놓고 온 게 있어요."

"지금 말고 나중에 다시 와서 찾자. 아저씨가 꼭 찾아다 줄 테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없어도 상관은 없어요. 금방 구할 수 있는 거니깐.

 

 

 


문이 열렸다. 안과 별 다르지 않은 탁한 공기였다. 소년은 빛에 눈을 감았다. 적응되지 않았다. 형식의 뒤에 찰싹 붙었다. 현식의 앞에 차량이 멈춰 섰다. 소년과 뒷좌석에 엉덩이를 붙였다. 소년을 살피던 성재가 수갑을 던졌다. 발밑에 떨어진 은팔찌를 보고 멍해졌다. 현식이 그것을 들어 올려 무엇이냐 물었다.

 


"언제 날뛸지 몰라 묶어 놔."

"아저씨…."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뒤로 몸을 빼자 현식이 어깨를 잡아끌었다. 성재의 눈빛도 변했다.

 


"아직 어린앱니다."

"그 전에 좀비야."

 


품에 파고든 소년을 안았다. 기가 막힌 성재가 헛웃음을 지었다. 쿵 하고 무언가 부딪쳤다. 멀리서 좀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얼굴이 깊게 팬 좀비가 창문을 긁어 댔다. 급하게 차를 출발시켰다. 끝까지 놓지 않던 좀비는 얼마 못 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고갤 든 소년의 눈앞에 현식의 얼굴이 있었다. 생긋 웃자 따라 웃던 소년의 표정이 굳었다. 뒤, 뒤에. 고갤 돌렸다. 썩어가는 좀비와 눈을 마주했다. 지붕에 매달려 창문에 얼굴을 박기 시작했다. 얼굴이 뭉개질 때마다 소년의 비명이 더 커졌다. 당황한 현식이 창문을 내렸다. 병신아! 떨어진 살점이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틈에 낀 턱뼈가 으스러졌다. 총을 쓰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뒤편엔 한 무리의 좀비들이 이들을 쫓고 있었다.

 


"뭐해 얼른 죽이지 않고!"

 


성재의 목소리가 커졌다.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제야 품에 가지고 있던 칼이 생각났다. 재빨리 좀비의 입속으로 꽂았다. 피가 안으로 튀었다. 눈에 묻은 피를 닦아내곤 칼을 쥔 손에 힘을 넣었다. 밀려난 좀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죽고 싶어? 이건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정신 차리고 있어!"

"…죄송해요."

 


도시를 벗어났다. 휑한 들판이 나타났고 다들 긴장이 풀렸는지 몸에 힘을 풀었다. 성재가 차를 세워 내렸다. 현식이 탄 문을 열고 팔을 끌어내리게 했다.

 


"이제 네가 운전해."

 


방금 일 때문인지 현식이 대꾸 없이 운전석으로 향했다. 뒷자리에 올라탄 성재가 떨고 있는 소년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좀비, 너 이름 뭐야."

"…이창섭이요. 근데 이거 빼주시면 안 돼요? 아픈데."

 


대답 없는 성재에 포기를 하고 고갤 숙였다. 눈을 감았다. 금방 잠에 빠진 창섭을 신기하게 봤다. 얼굴을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상처 입은 곳은 없었다. 꺾인 고개를 잡아 자신 쪽으로 옮겼다.

 


"좀비라고 경계하시던 분이 언제 사랑에 빠졌답니까."

 


정적이 흘렀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목적지까지는 며칠을 더 가야 했다. 달리던 차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가득한 기름의 양을 알리던 화살표가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현식이 지도를 펼쳤다.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현식이 지도를 접어 조수석에 던졌다. 백미러로 보이는 성재와 창섭은 연인 마냥 얼굴을 맞대고 잠들어 있었다. 현식이 헛웃음을 지었다.

 

 

 

 

 


마을에 도착하자 새벽이 되어 있었다. 밝지만 안전하지 않았다. 낀 안개에 눈에 힘을 주어 길을 살폈다. 마을에 큰 건물은 없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버려진 주택 앞에 차를 세웠다. 홀로 떨어진 집이라 다른 곳에 비해 괜찮은 듯싶었다. 2층의 작은 집은 외관도 멀쩡해 부족한 잠을 자고 가기에 충분했다. 집 안에 있을 좀비를 살피러 현식이 문 앞에 섰다.

 


"그래, 항상 이런 건 내 몫이지."

 


차 안에서 즐거워 보이는 성재와 창섭을 보고 허탈한 숨을 뱉었다. 오늘 길에 대화를 나누더니 친해진 모양이었다. 창섭이 자고 성재가 깼을 때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일이 있기 전 자신의 애인과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 물론 이름은 다르고. 문을 열었다. 난장판이 된 집안이 눈에 들어왔다. 걸을 때마다 먼지가 날렸다. 목이 간지러워 왔다. 단순한 구조에 수색이 금방 끝나겠다 싶어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화장실 문을 열자 악취를 내뿜는 시체가 하나 누워 있었다. 윽. 헛구역질한 현식이 쥔 막대기를 시체의 머리에 꽂았다. 화장실을 나와 2층으로 향했다. 2층엔 방 하나 뿐이 없었다. 문 앞부터 예쁘게 꾸며져 있는 걸로 보아 여자아이의 방이었음을 짐작했다. 예상과 다르게 텅 비어 있는 방은 아무런 친입의 흔적이 없었다. 창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주친 성재에게 올라오라 얘기를 했다.

 


"우와! 완전 넓어요!"

 


창섭의 들뜬 목소리가 울렸다. 큰소리를 제지 시킨 성재가 소파에 몸을 앉혔다.

 


"일단 1층 문이란 문은 다 막아 놔."

"안 그래도 하려고 했어요."

"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선뜻 건넨 호의에 현식이 당황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에 놀랐다. 그래. 집 안을 뒤져 단단한 판자를 찾아냈다. 개수가 부족하면 서랍의 문을 뜯어 창문에 붙였다. 두껍고 긴 천으로 그 위를 가렸다. 멀리 같은 작업을 하는 창섭이 힘겨워 보였다. 키도 닿지 않아 끙끙거리는 걸 가서 도와줬다.

 


"키도 작은 꼬맹이가 뭘 하겠다고 나서."

"아저씨들 힘든데 제가 도와야죠."

"창섭아."

 


대답을 하고 달려간 창섭이 성재에게 안겼다. 원래 습관이 남한테 잘 안기는 건가. 현식이 마무리 작업을 했다.

 


"뭐 맛있는 거 먹으면 저도 좀 나눠 주시죠. 몇 년간 같이 일한 정이 있는데."

 


남은 판자와 천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창섭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춘 성재가 낯설었다. 원래 저렇게 다정한 사람은 아닐뿐더러 좀비한테 뽀뽀라니. 기가 찬 현식이 말을 비꼬았다.

 


"하사님은 일하시는 건지 연애를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자라고 생각해."

 


현식은 자신을 쳐다보는 희어진 창섭의 눈꼬리가 거슬렸다. 창섭은 그저 순진한 아이가 아닌 것을 느꼈다.

 


"일 열심히 하고 계세요. 눈 좀 붙이고 오겠습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고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창섭의 목소리에 끓고 있던 무언가가 올라왔다.

 


"현식 아저씨 갔어요. 아저씨 얼른 나랑 둘이서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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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ㄹ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인헤븐 얼마나 기다렸는데ㅠㅠㅠ항상 빵빵한 내용 감사합니다..완결날때까지 꼭 다읽을거에요ㅋㅋㅋㅋㅋ신알신하고가염!!
10년 전
퍼브
신알신 감사드려요! 원래는 상,하 단편으로 끝내려고 했으나...조금 길게 끌겠네요ㅠㅎㅎ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고요 더 좋은 글 써오겟습니다!
10년 전
독자2
흐어러럴ㅠㅠㅠㅠㅠ 인헤븐이올라왔군뇨!!! 퍼브님 정말 글을 왜 이렇게 잘 쓰시는지ㅜㅜ 인헤븐도 로얄블라썸도 잘보고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글 써주세뇨! 계속 챙겨볼게요ㅎㅎ 암호닉신청해도되나요? 암호닉 끌림 신청합니당!!☞☜
10년 전
퍼브
당연히 되죠! 잘 보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 챙겨 보시겠다는 말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ㅋㅋㅋ
10년 전
독자3
ㅋㅋㅋㅋㅋ절대잊지마세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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