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그 말 믿어요?
동반자살이라는 말이요. 실제로 동반자살에서 실패한 사람이 다시 자살에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대요.
한 번 죽음을 목격한 사람에게는 죽을 용기라는 게 사라지기 때문이래요.
죽는다는 말에 용기라는 말을 붙이니까 진짜 어색하죠? 사실 저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동반자살이라는 말도 참 웃겨요. 살인을 저지른 다음에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게 그게 어떻게 동반 자살이에요?
그건 또 다른 살인이잖아요. 자신의 목숨이라고 해서 자기가 함부로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배웠어요.
근데 엄마랑 아빠는 그것도 몰랐나봐요. 아닌가... 사실 어른들이 한 말 치고 제대로 된 말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물론 아저씨도 어른이니까 해당되는 말이에요. 저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거라고요? 끔찍한 소리 하지 마요.
난 어른같은거 되고 싶지 않아요.
처음 아저씨 여기 들어왔을 때 진짜 무서웠던 거 알아요?
진짜 무슨 마네킹인 줄 알았다니까요. 저도 딱히 아저씨한테 말을 걸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그랬어요.
좀 무섭달까. 지금은 그냥 뭐... 아저씨지만요. 솔직히 인정해요. 아저씨 모습이 누가봐도 아저씨지 아가씨는 아니잖아요.
근데 나쁘지는 않았어요. 일부러 막 환심 사려는 것처럼 말 거는 것보다는 훨씬 편했거든요.
지난번에 방 같이 쓴 할아버지는 오지랖이 너무 넓어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아저씨는 그런 사람 아니라서.
다들 저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말을 해요.
부모를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도 해요. 의사 선생님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말을 하고요.
근데 웃긴건 뭔지 알아요? 제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또 없어요. 여기 하나 있네요. 같이 입원한 신세라 아저씨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화내지 마요. 언제는 같이 미친 사람이라고 했으면서 그러기에요?
어제도 엄마가 왔었잖아요. 이번에는 우리 형이랑 같이 왔어요.
저 외동 아니에요. 형이 지금 자취중이라서 같이 사는 건 아니지만 형은 있어요.
형은 제 말 믿어주고 있어요. 아니, 믿고 있어요. 엄마랑 아빠는 충분히 그럴 사람들이래요. 근데 자기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대요.
왜 내 말을 믿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도 어릴 때 비슷한 일이 있었대요.
신기하죠? 형은 그런 일 당하고도 엄마랑 아빠랑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있어요.
우리 형이지만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현실 도피하는 거라고요? 글쎄요...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사람은 형이 아니라 저 아닐까요?
실제로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있는 사람은 저니까요.
아저씨는 가족 없어요?
지금까지 왜 면회오는 사람이 없어요? 실례되는 질문이려나?
근데 아저씨도 만날 저한테 이상한 질문 하니까 저도 물어볼래요. 아저씨 고아에요?
아... 아저씨도 힘들게 살았네요. 난 부모가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사람이고 아저씨는 부모가 없는 사람이고.
기분 나쁜 건 아니죠? 그래도 서로 말고 말 들어주는 사람도 없잖아요.
가끔 오는 상담 치료라는 것 보다 이게 더 괜찮지 않아요?
적어도 아저씨는 내가 말할 때 믿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믿는 거 맞잖아요. 아니면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 나름 사람도 잘 믿고 상처도 잘 받는 사람이에요. 왜 안믿어요? 진짠데? 재미없다. 이럴 때는 울지 말라고 눈물도 닦아주고 그러는 거에요.
눈물도 없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지마요.
아저씨는 모르잖아요. 내가 속으로 눈물을 얼마나 흘리는지.
속에서 흐르는 눈물 닦아줄 자신 없으면 울리지도 말고요.
병신아. 속으로 흘리는 눈물을 누가 닦아주냐.
흘리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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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와 석진이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에요.
그런 감정이 싹터서 또 다른 감정이라는 꽃을 피우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