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검은 아이들 10
w. 태봄
얼었던 땅이 살며시 녹아내리며 생긴 그 틈새로 꽃들의 시초가 될 새싹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어여쁜 꽃들이 땅속에서 피어날 준비를 하며 기지개를 켰다. 조금씩 올라오는 연두색의 새싹이 무채색이었던 도시를 활기차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이겨낸 생명들이 빛을 바랄 계절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이제 두꺼운 옷보다는 조금 얇은 옷을 입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올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벚꽃 놀이 갈래?”
도시 가득 만개한 벚꽃잎이 아름답게 일렁였다. 바람이 나무를 살짝 건드리고 지나갈 때마다 옅은 분홍빛의 벚꽃잎이 바람결을 타고 땅바닥으로 흘러내려 왔다. 땅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벚꽃잎이 차곡차곡 쌓여 거리를 가득 덮었다. 분홍빛의 거리를 촉감으로 표현하자면 보드랍고 따뜻했다. 그 어떤 사람도 사랑스럽다고 느낄 봄의 계절.
이제, 따사로운 봄이 그 모습을 흐릿하게 허물고 더운 여름이 껑충 다가왔다. 한여름의 태양 빛이 사람들의 피부 곳곳으로 스며들어 그들의 몸을 덥혔다. 거리 가득한 습기와 뜨거운 햇볕이 합쳐져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 서로 몸만 부딪혀도 미간을 찌푸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왜인지 조금 측은했다.
푸른색의 바다와 그 어느 계절보다 빨간 태양이 상반되어 서로를 빛냈다. 파도가 들이치는 바다는 투명한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으며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더위를 위로받았다.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근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을 뿌리기도 하고 수영을 해서 저 멀리 깊은 바닷속으로 나아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색깔 이쁘네, 맞지? 우리도 발 담그러 가자.”
푸른색의 바다, 붉은색의 태양, 노란색의 튜브. 선명한 세 가지의 색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렬하고 고운 빛깔이 모든 이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태양 빛보다 더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사람들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여름밤의 후덥지근한 온도와 몸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의 질감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우리를 맞았다. 이제는 꽤 달라진 사람들의 옷매무새를 보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파릇한 나뭇잎들이 이제는 붉은빛, 노란빛으로 알록달록 물들어 갔다. 채도가 낮아진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예쁜 구름들이 가득한 높고 푸른 하늘. 문득 지나가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잠시 시간을 빼앗길 때가 있다. 그 모습이 놀랍도록 아름다워서 기억하고 싶은 하늘. 가을 하늘은 유난히 그런 경우가 많았다. 뭉실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구름에 새파란 하늘. 아, 아름다워라.
“선물 사 왔어. 가을이니까 책 읽으라고.”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트렌치코트의 색이 나뭇잎에 스며들었다. 그 찬란하고 아름답던 색은 다 어디 갔는지 흐리터분한 갈색으로 변해버린 나뭇잎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살짝만 건드려도 나무는 자신의 잎을 내려놓는다. 그 아래로 가득 쌓이는 낙엽들이 쓸쓸하고 외로웠다. 이제 더 이상 자신들을 돌봐줄 나뭇가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애처로운 낙엽들을 감싸고 품어주는 바람이 이제 나뭇가지의 역할을 대신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나뭇가지를 떠난 낙엽은 바람에 흘러들어 갔다.
시리도록 아프고 차가운 겨울. 모든 생명이 꽁꽁 얼어붙어 져버리는 모습을 막을 수도, 멈출 수도 없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냉랭한 바람이 그 분위기를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 옷을 꽁꽁 싸매어도 으스스한 바람이 파고 들어왔다. 휘날리는 바람으로 볼이 발개졌고 사람들은 옷 속으로 얼굴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말을 할 때마다 코끝에 닿는 입김으로 촉촉해진 코끝이 불어오는 시린 바람으로 온도가 더 내려가 금세 빨갛게 변했다.
“내가 지금 뭘 원하냐고?”
“응.”
“음….”
아직도 겨울이 다가오면 가슴이 아리다. 모든 일의 시초가 되어버린 계절. 이조차 몇 번 겪다 보니 익숙해지는 게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차갑게 굳어버린 얼얼한 손보다 꽁꽁 얼어버린 마음이 더 서글펐다.
“네 가방 들어주고 싶은데?”
“왜?”
“손이라도 따뜻하라고.”
그럼에도, 내가 웃으며 사는 이유는 아마 네가 아닐까? 너는 나에게 힘을 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너는 그저 내가 가진 상처들을 직접 치료하기보다는 스스로 아물기를 기다려주는 편이었다. 혹시라도 약을 잘못 발라 덧날까 봐 그러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행동으로 전해지는 너의 진심은 언어라는 틀에서 표현되는 그 어떤 말보다 진하게 다가왔다.
익숙해지기 싫었던 모든 상황이 조금씩 나에게 스며들었다. 정말 지랄 맞게도 그에 적응해버린 나 자신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모두 해결해 준다는 말,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계절이 열댓 번 바뀌는 동안 나는 그 모든 상황에 친숙해졌다.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서글펐던 모든 일들이 이제는 하루의 시작과 끝이 되었다.
날카로운 칼날은 이제는 무디게 변해서 더 이상 찔려도 아프지 않았다. 끝이 동그랗게 변해버린 그 칼날에 아파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감정들이 나를 이따금 덮쳐와도 그럭저럭 잘 이겨냈다.
이제는 가슴 한 켠에 아픈 추억으로 분류된 그때의 기억.
섣불리 건드렸다가 받을 상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던 그 기억들.
“정국아 학교 다시 갈래?”
사격을 하고 있던 정국을 찾아가 석진이 무작정 질문을 던졌다. 석진의 물음에 정국은 잠시 그 행동을 멈추었다. 망설이는 듯 갈팡질팡하는 눈동자가 그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았지만 곧 그 대답을 찾았는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나 학교 안 갈래.”
“여기서 계속 지낼래.”
석진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자세를 잡고 표적으로 총을 들어 올리는 정국의 행동에 석진은 뒤돌아 유유히 방을 빠져나갔다. 계단을 올라가는 그의 발은 무거웠을지라도 지금 그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가벼웠다. 석진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렸다.
석진은 그에게 학교에 가라고 권했지만 정국은 거절했다. 그 말은 정국은 이제 학교에 갈 마음이 아예 없어졌다는 거겠지. 즉, 정국은 이제 이곳에 뼈를 묻겠다는 말과 조금 비슷해지나?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었다.
정국은 이제 나이로 따지자면 고등학생이었다. 초등학교는 문제없이 잘 다녔지만 석진의 권유 같은 협박으로 중학교는 다니지 않았다. 학교에 보내달라고 이때까지 그렇게 애원했건만 석진은 정국의 모습을 외면했다. 그런 석진이 자신에게 다시 학교에 다닐 거냐고 묻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학교에 대한 미련은 이미 다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그 질문에 잠시 망설였을지라도 대답은 오래전부터 정해졌었다. 아니, 어쩌면 그의 대답은 오래전부터 석진에 의해 정해져 있었다.
치밀하고 계획적인 석진의 모습은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가능’이라는 말이 적합하려나. 석진의 주변 인물이라면 한 번쯤은 노력해보았을 것이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의 알 수 없는 수많은 표정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하지만, 그 노력이 허그러지는 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자신의 속내를 비치지 않는 석진의 모습에 모두 허탈한 가슴을 안고 포기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정국의 모습은 이제 거의 찾을 수 없었다. 그때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큰 키, 이제는 완전히 굵어진 목소리, 떡 벌어진 어깨와 굵고 강한 얼굴선이 그의 얼굴을 이루고 있었다. 골격 자체가 변해버린 정국은 이제 성인이라는 말이 꽤 어울리는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성인과 소년의 경계선에 서 있는 정국은 많이 변해있었다.
그때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누나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깃든 눈동자.
형 그래서 내가 오늘 사격하는데 갑자기 석진이 형이 찾아온 거야. 사격하는데 아무도 없었거든 그럼 나 찾아온 거 맞지? 무슨 말 할지 몰라서 완전 겁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묻는 거야. 학교 갈래? 근데 나는 싫다고 했어. 왜 그런지 안 궁금해? 궁금하지? 일단 안 궁금해도 들어봐. 사실 가고 싶긴 했는데…… 그나저나 형! 내 말 제대로 듣고 있어?
“어. 잘 들었으니까 나 씻고 와서 계속 얘기해.”
호석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옷가지를 챙겨 들었다. 욕실로 향하는 도중 뒤에서 뭐라고 소리치는 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 아마 씻고 나온다면 매우 피곤한 밤이 될 것만 같았다. 정국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벌써 들려오기 시작했다.
따스한 물이 호석을 감싸 흘러내렸다. 뿌연 수증기가 시야를 방해했지만 딱히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에 몸속 열기가 빠져나가는 행위를 느끼며 호석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몸의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거실로 가니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정국의 모습이 보였다. 정수기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시며 호석은 가만히 정국을 지켜보았다. 미간에서부터 뻗은 콧대와 긴 속눈썹 그리고 새하얀 피부에 약간 붉은 입술. 까만 소파와 상반되어 더 하얀 피부와 빨간 입술, 새끼 잘생기긴 했네. 호석은 정국을 어떻게 깨울까 많이 고민했지만 그 끝은 지나치게 단순했다.
“침대 가서 자.”
툭툭 치는 손길에 정국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자 닿는 공기가 차가운지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비비고 소파에 앉았다. 똑바로 눈을 뜨자 보이는 호석의 얼굴에 해사한 웃음을 지었다. 나이에 딱 맞는 화사함에 호석의 얼굴에도 잔잔한 웃음이 나타났다.
“형. 그래서 내가 오늘 사격했다 했잖아.”
“너 지금 피곤하네. 내일 얘기해줘.”
웅얼거리는 말투로 말을 이어가던 정국은 금방이라도 다시 잠에 들 것 같았다. 꾸벅 넘어가기 직전인 정국을 겨우겨우 침대로 데리고 가 재우고 호석은 거실로 나왔다. 옅게 켜진 무드등이 호석의 주위를 조심스럽게 밝혔지만 호석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워졌다.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호석의 표정은 이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진 듯 어두웠다.
호석이 막내라고 떠맡았던 일 중 가장 어이없던 일은 정국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 당시 정국은 막 초등학교에 입학해 반짝반짝한 두 눈으로 호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석은 그 순수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져 석진을 찾아가 거절했지만 석진은 호석에게 협박 같은 얘기를 했었다.
“얘 돌보든가, 아니면 여기서 나가든가. 선택은 네가 해.”
호석에게 주어진 모든 일은 다른 직원들이 도맡아 했고 호석은 윤기의 가게로 약을 전해주는 일이 아니라면 웬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정국과 함께 보냈고 그 결과 형, 동생 사이로 발전했었다. 자신을 잘 따르는 정국의 모습에 어느 순간부터는 최선을 다해 정국을 돌보았다. 자신이 자처해서 정국의 보호자로 나설 정도였으니 호석에게 정국은 꽤 소중한 존재였다.
자신의 형처럼 행동하지 않게 조심했다. 형처럼 배려 가득한 손길로 그를 보살폈지만 불현듯 정국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소중한 사람이 한순간 떠나버리면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정국에겐 그 마음을 느끼게 하기 싫었다. 얼마나 가슴 쓰라리고 괴로운 일인지 아니까. 그때의 절망스러운 기분을 순진무구한 정국은 영원히 몰랐으면 했다.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정국의 모습을 최대한 오랫동안 지켜주고 싶었다. 가족이 없는 호석에게 정국은 거의 친동생과도 같은 동생이었으니. 호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은 나날이 커갔다. 아이 같은 정국이 소년의 모습으로 탈바꿈했을 때는 거의 호석과 친구 같은 사이로 맞먹었지만.
갑자기 초등학생 때의 정국이가 생각났다. 눈을 감고 기억의 테이프를 조심히 돌려보았다. 머릿속에 재생되는 영상에 스스럼없이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는 주체할 수 없었다.
‘형, 사랑이 뭐야?’
‘말해줘도 모르잖아.’
‘왜? 사랑이 뭔데 그래? 가르쳐 줘. 형은 내가 모르는 거 어떻게 알아?’
‘너 그 질문만 열 번째야.’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어찌 아냐고 물으면, 몇 번을 말해줘도 다시 묻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아직 네가 알기에는 많이 어렵고 복잡한 감정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니 별다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정국이는 정말로 궁금한 것인지 나의 팔을 잡고 대롱대롱 늘어났다. 그런 정국이의 옆구리를 살짝 간질여주니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해서 방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잡으러 다니는 척하다가 슬쩍 잡혀줘야겠다.
어린아이만큼 쉽고 단순한 감정도 없으리.
너는 누구를 만나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려나.
“형. 나 오늘 형 따라가도 돼?”
“왜?”
“회사에서 이제 할 것도 없어. 나 심심해.”
“꺼져 새끼야. 나간다.”
까칠한 호석의 대답에 정국은 잠시 서운했지만 원래 애정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며 스스로 기분을 달래고 풀었다. 쾅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겠지만 정국은 잠시 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 다시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결과는 너무나도 뻔했지만 정국은 그 잠깐의 기다림이 좋았다. 혹시라도 문이 다시 열린다면 느끼게 될 감정에 대한 기대감.
정국은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다리는 일이 좋았다. 기다림의 미학을 깨닫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지만 자신은 그 미학을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좋아하는 누군가를 기다렸기 때문에 그 기다림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 그 사람이 좋기 때문에 그 사람에 의해 하는 모든 행동이 좋아지는 것처럼? 그 기다림에서 시작되는 감정의 실상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정국에게 호석은 특별한 존재였다. 자신의 누나와도 나이가 같았고 어찌 보면, 누나의 빈자리를 호석이 대신 채워주는 것 같았다. 자신을 동생처럼 대해주는 모습에 호석을 많이 믿고 따랐다. 무슨 일이 생겨 마음이 무거울 때도 호석에게 얘기했으며, 누나가 미치도록 그리울 때도 호석에게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호석은 항상 아무 말 없이 내 어깨를 툭툭 쳐주었지만 정국에겐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었다. 어깨를 치는 동작에 담긴 호석의 수많은 생각과 그의 감정을 알 수 있었기에. 정국은 그가 휘황찬란한 말로 위로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미 호석은 정국의 감정에 공감하며 함께 힘들어했으니까. 그거면 충분했다.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누나도 나를 잘 챙겨줬던 것 같았다. 항상 길거리를 걸을 때 나의 손을 놓지 않았으며 누나는 학교에 있는 시간이 아니라면 항상 나와 함께 했다. 석진의 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의 모든 기억이 누나에 관한 것이었다. 집을 떠나는 나를 보며 애처롭게 웃던 누나의 얼굴,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잘 가라고 손 흔들던 그 모습, 꿈에서 깨어나 혼자 소리 죽여 울던 모습. 마지막까지 누나에게 닿으려 노력했지만 그 노력은 처참히 부서졌다. 누나가 많이 그리웠다. 이제는 흐릿하게 기억나는 얼굴을 조용히 느꼈다.
아마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세상 그 누구보다 예쁜 남매였을 텐데. 맞지, 누나?
오늘도 조용히 닿지 못할 말을 불어오는 바람에 읊조렸지만 세차게 부는 모습을 보니 오늘도 내 말을 전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매번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바람이 오늘따라 더 애달팠다. 멀리 떠나는 바람을 원망할 노릇도 아니니 침대 위로 엎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탓했다.
만약 그때 끝까지 누나의 곁에 남아있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 어떤 모습이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에겐 엄마의 존재보다 누나의 존재가 더 컸기 때문에 누나와 함께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그 나이 정국의 인생에서 누나는 자신의 전부였기에.
어쩌면 해와 달이 누나와 자신의 사이와도 비슷했다. 보고 싶어도 결코 만날 수 없는 그사이. 분명 둘 다 살아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만날 수 없는 사이. 해가 떠 있더라도 해가 내뿜는 환한 빛에 파묻혀 자신의 존재를 못 드러내는 달과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해. 둘의 애절한 사이를 가르쳐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도 해가 뜨고 달이 지고, 해가 지고 달이 뜬다.
정국의 목에 걸린 동그란 목걸이가 조명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투박한 손길로 목걸이를 잡았지만 왜인지 잡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에 목걸이를 더 세게 쥐었다. 손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었다. 이 목걸이가 언젠간 누나와 자신의 사이를 이어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언젠가는……
방 안에 있던 산소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그 틈새의 공간으로 그리움이란 감정들이 가득 차올라 정국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짓궂은 행동에 눈에 살짝 맺힌 눈물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었다.
누나 마지막 모습이 이제는 거의 사라질 것 같아.
그때 방안에서 혼자 울고 있었잖아. 나 마음 아프게.
아직도 울고 있는 거 아니지?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아. 누나 너무 보고 싶다. 당장 찾아가고 싶어.
누나, 사랑해.
태봄이에요 :)
으쌰으쌰 타임워프 거의 10년정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새오. 주인 작가 답이 없어오. 그냥 죽이새오.
열심히 정국이 얘기를 써봤지만ㅠㅠㅠㅠ...정국이와 호석이의 관계도 얼핏 나왔는데! 정국이는 여주를 떠나 석진이의 밑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로 어찌보면 호석이 손에서 자랐어요 ;ㅅ; 호석이와 정국이도 나름 각별한 사이랍니다ㅠㅠ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냐구요...?ㅎㅎㅎㅎㅎ (머리를 박는다)
가면 갈수록 재미가 없죠... 회가 거듭날 때마다 기대에 충족시키지 못하는것 같아서 매우 죄송합니다ㅠㅠㅠ
아.....아.....작가는 오늘도 자괴감에 빠져듭니다...가면갈수록 내용이 이상해져ㅠㅠㅠㅠㅠ 글럼프가 이런건가요... 예전엔 4시간씩, 길면 7시간씩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쓰고 그랬는데 요즘은ㅠㅠㅠㅠㅠㅠ 항상 좋기만 할수는 없잖아요? 같이 힘내요.... 얼른 극복하고 더 예쁜 글로 봐야 하는데....ㅠㅠㅠ 글을 처음 써보는 저로써는 모든 것을 처음 경험 해보기에 요즘 너무 우울하답니다ㅠㅠㅠㅠㅠ 11화도 내용은 거의 마무리 지었지만 자신이 없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글로 옮겨쓰고 가져올게요...!
147명의 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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