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태권도 국대와 동네 등신의 갭이란
W.superwoman
외전上
모든 이슈들이 그렇듯, 우리에게 집중됐던 사람들의 관심도 조금씩 미미해졌다. 가끔 지치고 넘어졌지만 그 와중에도 연애와 운동 모두 놓지 않은 우리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해 체대로 유명한 대학에 함께 입학했다. 결국, 김태형과 나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함께했다.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며 더욱 늘어난 기회들은, 우리에게 대학 새내기 생활을 느낄 새가 없게 만들었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내 옆의 김태형은 그대로여서. 그걸로 충분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으로도 스무살,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
*
"남자친구 사귀고싶어.."
대학에서 만난 여자친구들과 카페에 가면, 항상 나오는 말이었다. 개강과 함께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과 산뜻한 봄 분위기에 취해 더더욱 사랑을 갈구하는 친구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난 친구들만큼 봄을 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따뜻한 분위기를 보면 누구나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느끼기에 충분한데 말이다. 남자친구나 다름없었던 김태형이 있어서 그런가. 나를 제외한 세 명의 친구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 솔로여서, 양옆에서 공감하는 반응을 보여도 난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했다. 나른한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봤다.
"니 남자친구 소개해주면 안돼?"
"어?지금?"
"응! 보고싶다. 넌 무슨 남친있으면서 티도 안내고. 꽁냥거리는 것 좀 보자!"
조금은 갑작스러웠지만,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라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냥 번호만 누르고 있을 뿐인데 뭐가 그렇게 흥미로운지, 셋 다 스피커폰으로 하라며 머리를 맞대고 소곤댄다. 이럴땐 참 잘맞아.. 밥 뭐먹을지 정할땐 각자 자기얘기만 하면서. 웃겨서 피식피식 거리는데 김태형이 어, 이름아. 하고 전화를 받는다. 자연스럽게 대답하려는데, 친구 중 한명이 날 톡톡 치며 조용하라더니 대신 대답을 한다. 나름 나를 따라한다고.
"어,태형아~"
'..이름이 좀 바꿔주실래요?'
"넵 죄송합니다."
들켜서 바로 사과하는 친구도 웃기고 그걸 귀신같이 알아듣는 김태형도 웃겨서 빵터졌더니 그만 웃고 전화 받으라는 김태형의 목소리가 울린다. 아직 웃음기가 다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더니 김태형도 픽 웃는다.
'그렇게 좋냐.'
"ㅋㅋㅋㅋ아 맞아 너 어디야?"
'나 학교지.'
"지금 바빠? 훈련 다 끝났지?"
'응. 다 씻고 이제 나가려고. 너 어디 카페냐'
"나 맨날 오는 곳. 내 친구들 있는데..괜찮아?"
'스피커폰 했을 때부터 예상했어. 지금 간다.'
전화를 끊자마자 목소리 너무 좋은거 아니냐며 다들 자지러진다. 10년 넘게 매일 듣던 목소리라 좋은지도 몰랐는데, 밤에 전화할 때 들으면 잔잔하고 편한게 좋긴 한가보다. 내심 흐뭇해서 씰룩거리는 입꼬리에 말없이 커피만 빨대로 저었다.
"남자친구가 진짜 잘해주지?"
"..그래보여?"
"응. 완전 너한테 다 맞춰줄 것 같은데?"
"뭐 설레는 일화 같은거 없냐?응??"
설레는 일화라.. 2년동안 나름 많이 설렜던 것 같은데 막상 말하려니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래서 밤에 잠 안올때 전화하면 자다 깬 목소리 좋다고 그랬더니 꺅꺅 거리며 난리다. 뭐 그리 설레는 부분도 없는데.. 여자한테 남자의 목소리란 꽤나 중요하긴 하니까. 그렇게 웃고 떠드는데, 김태형이 온건지 내 앞에 앉아있던 친구가 내 뒤를 보며 눈을 깜빡인다. 뒤를 돌아보려는데, 익숙한 향이 훅 끼쳐온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리위에 살짝 올라오는 큰 손. 내가 올려다보니 특별한 인사 없이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우리 둘을 감싸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친구들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김태형이 내 옆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들의 시선이 꽂힌다.
"둘이 얼마나 됐다 그랬지? 2년?"
"응 2년쯤 됐지. 너 뭐 마실래?"
"아니. 이거 마시면 돼."
김태형은 내가 딸기 스무디를 마시던 빨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댄다. 어릴 적부터 그랬고, 사귄 이후로는 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래서 별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옆에서 친구들이 난리다. 옆사람을 퍽퍽 치며. 김태형은 못 본 건지 스무디만 휘휘 젓는다.
"이름이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야."
내 이럴 줄 알았다. 여자들이 모이면 항상 하는 클리셰적인 질문인데도 민망해져 열이 올랐다. 김태형에게서 스무디를 뺏어와 쪽쪽 빨아먹었다. 친구들이 대답을 재촉하자, 김태형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려 했다. 김태형을 쳐다보는데,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눈이 마주쳤다. 살짝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괜히 부끄러워져 다시 스무디로 시선을 돌렸더니 옆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얘랑은."
무덤덤하게 들려오는 김태형의 대답에, 설레서 괜히 빨대만 꾹꾹 깨물었다. 친구들 반응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계속 빨대만 오물거리자, 김태형이 씁.하며 제지한다. 내 볼을 톡톡 치는 큰 손에 또다시 설레였다. 사귄지 2년인데 아직도 이런 작은 행동에 설레다니, 나도 참 중증이다.
친구들은 김태형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더이상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나름 재밌게 대화를 하던 우리는, 친구들이 둘이서 놀으라며 빠져줬다. 둘만 남으니 아까 김태형의 말이 생각나 기분이 좋아졌다. 또 빨대를 잘근잘근 씹고있으니 김태형이 인상을 살짝 쓰고 내 양 볼을 꼬집는다.
"..므하냐. 안나?"
"빨대 씹지 말라 그랬지."
"아파!"
"아프긴 무슨."
내가 아프다고 하자 금세 놓아주고 볼을 토닥이면서, 말은 또 저렇게 한다. 그런 김태형을 보며 흐흥, 웃어보이니 픽 웃으며 내 머리를 헝클인다. 내 머리 위에 얹어있는 손을 가져와 만지작거렸다. 김태형과 사귀고 나서 생긴 버릇 중에 하나다. 상대적으로 작은 내 손을 좋아하는 김태형도 손장난을 좋아했다.
"아, 우리 엄마가 너 데리고 오래. 밥 먹자고."
"응? 정말? 오늘?"
"응. 너희 어머님도 오신다는데?"
오랜만에 가족모임인가. 우리 엄마처럼 잘해주시는 어머님을 뵐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김태형과 다정히 손을 꼭 잡고 카페를 나서 집으로 향했다. 해질 무렵의 봄 날씨는 같이 걷기에 적당히 선선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 근처까지 왔더니, 김태형이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내가 의아하게 올려다보자,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가득 매달고 나를 능글맞게 쳐다본다.
"왜?"
"이름아."
"왜애."
"..."
김태형이 달달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언제나 듣기가 좋다. 그래서 살짝 웃으며 왜-하고 대답했더니, 아무 말 없이 나에게 볼을 들이민다. 이제 이정도 쯤이야 뭐. 주위를 살짝 둘러보고 재빠르게 쪽, 뽀뽀를 했다.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김태형을 올려다보니, 그런 나를 한번 보곤 입꼬리를 주체못해 결국 푸흐흐, 웃음이 터진다.
"아, 귀여워."
"어? 이제 알았어?"
"ㅋㅋㅋㅋㅋㅋㅋ 예뻐 죽겠다, 진짜."
*
오랜만에 뵌 어머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셨다. 그리고 음식 솜씨도. 김태형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인 식사는 오랜만이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어머님의 갑작스러운 말 한마디에 그만 사레가 들려버렸다. 콜록대는 나에게 김태형이 익숙하게 물을 챙겨주었다. 이와중에 김태형네 아버님은 아들자식 남자 다 됐다며 뿌듯해하셨다.
"이름이, 태형이랑 결혼 할거지?"
"ㅋ,콜록!"
김태형은 저 말에 왜 당황한 기색이 1도 없는건지. 이미 진지하게 결혼 생각을 했다는건가. 난 너무 당황스러운데. 게다가 우리 부모님도 당연히 그래야하는거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대답할 타이밍도 놓쳐 어색하게 하하, 웃다가 식사를 마쳤다. 가만히 앉아있던 김태형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서,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밖으로 끌고 나왔다.
"..태형아."
"어."
"나랑, 결혼 할 생각 해봤어?"
"..당연히. 근데 넌 안해본 것 같더라."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오는 대답과 시선에 눈을 데구르르 돌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싫은 건 아닌데,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내가 요리조리 시선을 피하는데도 김태형은 나를 여전히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있기도 잠시, 별안간 씩 웃으며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나랑 결혼 할거지?"
"..글쎄-"
"..글쎄?"
"응. 글.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김태형을 뭔가 골려주고 싶어서, 글쎄- 하고 대답했더니 얼굴에 어쭈?하는 감정이 다 드러난다. 그런 김태형에게 뭐 문제있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더니 잠시 어이없다는 듯 하, 짧게 숨을 내뱉은 김태형이 다가와 내 허리를 받쳐 훅 끌어당긴다.
"너는,"
"..."
잠시 말을 멈추고 얼굴을 가까이한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넋이 나가서 김태형만 멍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확신이 가득 담긴 말 한마디를 내뱉고선 깊게 입을 맞춘다.
"나랑 결혼하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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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ㅎ..
너무나도 오랜만에 돌아온 죄인 작가는 무릎을 꿇겠습니다..
아직 태태 번외도 와야되고.. 외전 하편도 와야하고..
텍파는 언제오죠....
정말 죄송하지만 조금만...ㅠㅠ기다려주세여ㅜㅜㅜㅜㅜㅜ
다들 너무너무 사랑하고 아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