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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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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이 되면, 민석은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창문에 딱 엎드려 하염없이 바깥만 구경했다. 하렘의 방은 성벽과 가까이 있어서 각자 상반된 모습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른쪽의 창문은 뜨겁고 건조한 사막을 내걸었고, 왼쪽의 창문은 술탄의 궁과 더불어 왁자지껄하게 보이는 도성 내를 끝없이 펼친 모습을 내걸고 있었다. 민석은 자신의 방이 마음에 들었다. 침대 근처에 쌓인 쿠션 더미들과 그릇에 담긴 과일들. 붉은 카펫과 멋드러진 천장의 모습. 천천히 방을 둘러보던 민석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루한은 민석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술탄의 방엔 더이상 제 주인이 찾아오지 않았다. 주인은 하렘의 방에 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후가 없는 궁에서 술탄의 행보는 곧잘 소문이 되었다. 정작 당사자들은 개의치 않아 했지만. 밤마다 민석의 방에서 지내다 가는 루한을, 민석은 이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황량한 사막의 오아시스. 루한은 민석을 그렇게 칭하고 있었다.



 "첸. 물좀 더 가져다 주실 수 있으세요?"

 "당연한걸요. 명령만 내려주세요."



 금빛의 주전자에 담긴 차가운 감촉이 점점 닳아 없어질 때, 민석은 다시 주전자를 다시 채워주길 첸에게 부탁했다. 웃는 인상이 매력있는 첸이 총총 사라지고 나자, 방 안엔 다시 민석 혼자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술탄의 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했다. 얇은 천을 두어개 더 둘렀다. 머리에 올린 장식물들은 거추장스러워 다 빼버린지 오래였다. 더운 바람이 불어와 반대편으로 나가고, 부채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더웠다.


 어느날 밤에, 루한은 민석에게 원한다면 궁 안을 돌아다녀도 좋다 했었다. 그때는 괜찮다며 말을 얼버무렸지만, 민석은 호기심에 가득 차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민석의 차림새는 궁 안의 사람이라는 듯 화려했고, 아무도 도성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모양새였다. 첸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민석은 몸이 근질거려 홧김에 자신의 방을 나와버렸다. 뜨거운 햇빛 아래, 궁 안엔 아무도 없었다. 미아가 되던 말던, 원래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민석의 눈빛엔 오랜만에 생기가 맴돌았다.



 '원하면, 언제든지 와도 좋아. 나는 녹색의 끈이 둘러진 곳에 있어.'



 얇은 신발 아래로 전해져 오는 맨들맨들한 감촉에, 민석은 신발을 벗어 한 손에 모아 쥐고 본격적으로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술탄의 궁 답게 모든 벽면은 깔끔했고, 간혹가다 심플하거나 매우 화려한 장식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병사들의 교대 시간인지 내부는 한산했다. 지금쯤 첸은 민석을 열심히 찾고 있으리라. 괜히 미안해지긴 했지만 호기심을 누를 수는 없었다. 도성과 맞닫아져 있는 높은 벽을 지날때면 생기있는 소리들이 너머에서 들려왔다. 모두는 살아있다. 벽을 따라 시선을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햇빛과 눈이 마주했다. 따가운 시선에 민석의 고개는 다시 땅으로 추락했다.


 건물들이 모여있는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시원하게 뚫려 있는 넓은 공간엔 연회를 치루거나, 중대한 행사가 있을 경우에 사용되는 것 처럼 꾸며져 있었다. 민석은 대강 용도들을 알 것 같았다. 궁 안에서 가장 큰 건물 앞에 이르렀을때, 민석은 기둥에 녹색의 끈이 둘러 매어져 있는걸 보았다. 직감적으로 여기에 술탄이 있다는 느낌을 받은 민석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신발을 구석에 내려놓고, 매끈한 대리석 위를 따라 걸었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뻥 뚫린 천장이 나왔다. 햇빛이 말갛게 비추는 아래에 시원한 물이 흐르는 분수가 끊임없이 물보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주위엔 민석이 살면서 보지 못했던 신기한 식물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을 뽐내며 심어져 있었다. 우와. 미처 모으지 못한 말이 민석의 입을 타고 나왔다.


 술탄이 거처하는 중앙건물 답게 모든것이 화려했다. 작은 방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번쩍거리게 꾸며놓은 모양새에 민석은 잠시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어떠하랴.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살피던 민석은 건물에서 가장 깊숙히 자리한 방에 들어갔다. 내부는 넓었고,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려했다. 입을 헤 벌린 채로 민석은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하얀 용이 그려져 있는 장식이였다.



 "...루한."



 천장에서 고개를 뚝 떨어뜨렸을때, 지쳤는지 자고 있는 루한의 모습이 민석의 눈에 담겼다. 넓은 방에서도 옴폭 패여 두어개의 계단이 나 있는 곳에서, 쿠션더미에 파뭍혀 곤히 잠든 술탄의 모습은 여자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발소리를 죽여 조심스럽게 다가간 민석은 루한이 깨지 않게 뒤편으로 다가갔다. 멈칫 하던 손이 결심했다는 듯 움직여 금빛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자요.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일어난 민석은 구석에 나 있는 문에 시선을 두었다. 내부가 아닌지, 검은색이 아닌 하얀색을 내비추고 있었다. 가보고 싶다. 민석은 눈을 빛냈다.


 문은 후원이였다. 술탄만의 후원인듯 궁에서도 가장 뒤편에 있는 듯 했다. 분수가 물을 퐁퐁 솟아내고 있었고, 수로가 이어진 바닥엔 깊게 이어져 있었다. 사람 한명이 뛰어 들면 허리께까지 차오를 깊이였다. 초록 식물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었고, 대리석과 어우러진 자갈들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햇빛과 어우러진 풍경에, 민석은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매우 좋아보였다. 특히, 시원하게 흐르는 물이 좋았다.


 수로를 따라 걷던 민석은 자리에 주저 앉아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렸다. 하얀 다리가 드러나고, 덜렁거리던 두개의 다리는 푸른 물 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아주 차가워서 이가 딱딱 시릴 정도였다. 분수에선 물이 세차게 솟아나 미미한 물방울이 민석의 얼굴로 튀었다. 이제는 햇빛과 눈을 마주해도 따갑지 않았다. 물 속에서 다리를 덜렁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민석은 시간이 이렇게만 흘러가도 소원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보랏빛의 꽃이 수수해 보였다.



 "여긴 술탄의 후원인데. 하렘 따위가 들어와도 된다고는 명하지 않았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민석이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물에 젖어 미끄러워진 발과 대리석 때문에 수로에 빠져버린 민석이였다. 으아아. 키가 조금 작아 가슴께까지 차오르는 깊이에 팔을 버둥거리자, 뭉툭한 발소리가 민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쑥 내밀어지는 손의 주인은 루한이였다. 루한. 방금까지 자고 있었는데. 의아한 민석의 눈동자에 픽 웃어버린 루한은 손을 흔들며 잡으라고 말했다.



 "누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래."

 "자고 계셨잖아요."

 "손이 따뜻해서 금방 깨버렸어. 후원에선 물장구 소리가 들렸고."

 "...그랬구나."



 루한의 손을 잡은 민석은 끙끙거리며 물 밖으로 나왔다. 잠시동안 온 몸이 시원했는지 갑작스러운 따뜻한 온도에 부르르 떠는 민석에게 자신의 옷을 덮어준 루한이 괜찮냐며 걱정을 했다. 괜찮아요. 잔기침을 한 민석이 웃었다. 다행이라는 듯, 루한도 같이 웃었다.



 "술탄의 후원에 멋대로 들어오다니, 민석은 간이 크네."

 "들어오면 안되는 곳인지는 몰랐죠. 그냥 궁금했어요."

 "변명은 안통해."



 진짠데. 민석이 입을 부루퉁 내밀자 루한의 엄지가 꾹꾹 내리 눌렀다. 으으. 민석이 손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틀었다. 그러다가 젖은 바닥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다시 수로로 빠져 버렸지만. 머리 끝까지 푹 잠긴 민석이 푸핫 소리를 내며 물 위로 고개를 내밀자, 루한은 큭큭 웃으며 민석을 내려다 보았다. 입이 댓발로 나와 버렸다. 얇은 옷은 푹 젖어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후원의 물에 몸을 담근건 민석이 처음이네."

 "술탄은 그렇지 않았어요?"

 "난 상관 없고. 술탄의 물은 매우 신성해서 술탄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들어가면 안되거든. 근데 민석이 그 법을 깨버렸네."



 여기서 솟아난 물은 궁 이곳저곳으로 흘러 가거든. 수로에 대해 중얼거리며 루한이 민석을 밉지 않게 흘겨보자 어깨를 움츠리며 시선을 피해 버린다. 술탄 특유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루한이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민석은 싫다며 수로 안에서 두어발 물러났다. 자기 마음대로네. 술탄을 거스르는 하렘의 모습에 루한은 더욱 구미가 당겼다.



 "민석은 참 제멋대로야."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아니. 너무 마음에 들어."



 루한이 잡고 올라오라며 손을 내밀자 민석은 악력으로 손을 끌어 루한도 수로에 빠지게 했다. 머리 끝까지 잠겼다가 고개를 든 루한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흠칫 하는 민석을 뒤에서 끌어 안아 버렸다. 차가운 물에서도 민석의 목은 유난히 따뜻했다. 루한의 고개가 자신의 목덜미에 닿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술탄의 얼굴은 매우 차갑게 식어 있었다. 루한. 민석의 당황스러운 말투에도 술탄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민석은 따뜻해. 남쪽에서 있다가 와서 그런가봐."

 "...술탄은 차가워요."

 "그래? 그럼 민석이 식혀주면 되겠다."



 좋은 생각이네. 루한은 스스로 생각한 방법에 매우 흡족해 했다. 넘실거리며 수로를 따라 흘러가는 물 속 깊게 햇빛이 비춰 들어와 영롱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황량한 제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뒤에서 웅그럭 거리는 술탄을 가만히 두며, 민석은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응시했다. 이건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아지랑이의 모습에. 민석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여전히 분수는 물을 솟아내며 물방울을 사방으로 튕겨냈고, 후원의 나무에 머무르는 새들은 저들의 언어로 지저귀며 평온한 멜로디를 만들어 냈다.



 '하렘인데, 평범한 하렘은 아니야.'



 그제서야 제 손에서 느껴지는 반지의 차가운 촉감을 느끼는 민석이였다. 손에 있는데 없는 것 같은 느낌. 몸이 점점 차가워지자 나가자며 조심스레 말하는 민석의 태도에 루한은 발갛게 달아오른 볼에 손을 얹으며 귀엽다는 말을 했다. 귀까지 발개진 민석은 황급히 수로에서 빠져나와 술탄의 방으로 들어갔고, 그런 민석의 뒷모습을 보던 루한은 못말린다는 듯 웃어버리며 뒤를 따라갔다. 새들은 더이상 울지 않았고, 다시 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사막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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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사막에서도 달달한 루미뉴ㅠㅠㅠ
10년 전
메카
그죠...역시 루민은...
10년 전
독자2
달걀찜이에요!! 물에 젖어 장난을 치는 루민이들이라니..!! 아유ㅠㅠㅠㅠ달달해요ㅠㅠ 오랜만에 생기를(?) 찾았다는 부분에서 순간 가슴이 찡했어요ㅠㅠㅠㅠ엉엉 작가님글은 항상 분위기 대박이시네요ㅠㅠ항상 잘보고 갑니당! 작가님♥♥
10년 전
메카
잘 보고 가신다는 말은 절 너무 행복하게 만드세요...힘내서 얼른 다음편도 써올께요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7
ㅎㅎ네 기대할게요♥♥♥
10년 전
독자3
으아 이번편은 진짜 상상만해도 달달해서 쥬글것같네요ㅠㅠㅠㅠㅠㅠㅠ 사막에서도 달달한 루민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말대로 사막로맨스네요ㅠㅠㅠㅠ 물에 젖은채 서로 물장난을 치는 루민이라니ㅠㅠㅠ 정말 한폭의 그림같아요ㅠㅠㅠㅠㅠ
이와중에 민석이를 찾아 삼만리중일 첸에게는 힘쇼..라는 말을 남기고싶군요! 이번편도 잘보고갑니다 다음편 기다릴게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아 신알신도하고갈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메카
감사합니다! 첸이야 뭐 어떻게 하겠죠 (후비적) 하하 무튼 얼른 다음편도 써서 올릴께요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5
후원배경 묘사가 너무 좋아요~~ 다른인물들이 등장하나요??ㅎㅎ얼른보고싶네요!!
10년 전
독자6
헐 진짜 다음편 오ㅑ 없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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