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아라! 절대로 태자님께 피해가 가지 않게 해라!" 왕족임을 증명하듯 뒤에 물러서 상황을 지켜보는 태자. 그리고 태자의 앞에는 검을 빼어들고 서서 주변을 연신 살피며 명령을 내리는 무사가 서있었다. 무사는 태자의 손을 잡고 주변을 경계어린 눈빛으로 살피며 서서히 뒤로 빠지고있었다. 긴장한 무사의 얼굴과는 달리, 태자의 얼굴에는 흥미롭다는 미소가 있었고 시선은 무사의 얼굴만을 향하고있었다. "종대야." "네, 태자님." 무사의 이름은 종대인 듯, 태자의 부름에 대답했다. 태자를 바라보지도않고 대답하는 종대의 뒷모습을 보며 '평소라면 놀렸을텐데' 라며 아쉬워하는 태자의 생각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자의 그것과는 달랐다. "위험하다." 태자는 여유롭던 생각을 접고 종대를 당겨 품에 끌어안았다. 그 직후, 종대가 서있던 자리를 비수가 꿰뚫었고, 종대는 그 비수가 박힌 바닥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태자에게 돌렸다. "아, 송구합니.." "뒤로 오거라." 태자는 드디어 자신에게 닿은 종대의 시선에 마주보고 웃고는, 종대를 자신의 뒤로 보내며 허리춤에 찬 칼을 꺼내들었다. 태자는 미소짓는 얼굴과는 달리, 시선으로는 계속 주변을 살피고있었다. "전하, 위험합니다!" 종대는 태자가 직접 나서자 크게 놀란 듯 붙잡은 태자의 손을 당겨보았지만, 태자는 그런 무사를 보고 살짝 웃어주고는, 다가오는 사내들에 맞서기 시작했다. 태자의 고집을 익히 안다는 듯, 종대는 짧은 한숨을 쉬고는 포기한 듯, 자신의 검을 들고 싸울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태자는 그런 종대를 흘끗 보더니 이내 자신의 앞에 집중하기시작했다. 몇 번을 베었을까. 생각보다 맹렬한 태자의 위세에 당황해 잠시 사내들이 물러선 틈을 타, 태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때, 태자의 눈에 종대가 베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비켜라!" 태자는 급히 길을 가로막는 사내들을 베어버리고 종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위험합니다, 오지마십...!" 종대는 태자가 다가오자 이에 놀란 듯 오지말라하려했지만, 사내들의 검에 막혀 말을 맺지 못하였다. 그동안 태자는 종대에게 다가가 무사들과 맞섰다. "괜찮느냐." "송구합니다..." 사내들이 주춤한 틈을 타, 태자가 종대의 기색을 살피며 물었다. 그러나 들리는 사죄에 태자는 마음이 급해졌다. 떨리는 목소리는 분명 상태가 성치 못함을 뜻하는 것이었다. 애써 걱정되는 마음을 숨기고, 태자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괜찮냐고 물었다." "아니요, 괜찮지 않습..." 종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가오는 적들에 종대는 이를 악물고 검을 들어 그에 맞섰다. 태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라면, 무사는 금방 쓰러질 것이다. 어떻게든 해야한다. 그런 태자의 바램이 닿은 것인지 곧 바깥에서 호위병들이 진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자님을 구해라!" 암살자들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임무에 실패한 것이라 생각한 듯,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태자는 무사에게 해를 끼친 그들을 직접 없애고싶었으나, 그들이 후퇴함과 동시에 긴장이 풀린 듯 쓰러진 무사에 태자는 그를 조심스레 안아들어 급히 의관에게 향했다. *** 들어온 다른 호위병들이 종대를 옮기겠다하였으나, 태자는 모든 청을 물리고 직접 종대를 업고 의관에게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종대를 업고 궁의 의관에게 가는 동안, 그는 상처가 고통스러운지 끙끙대고있었다. 그 신음이 들릴 때마다, 태자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아프지 마라, 종대야..." *** 태자는 밤새 종대를 간호했다. 의관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라 하였지만, 계속 끙끙대는 종대의 모습은 태자의 발목을 잡았다. 다른 궁인들은 모두 자신이 그런 일을 직접 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으나, 당사자의 의지가 굳건한 탓에 아무도 그걸 말리지 못하고, 그저 문앞에서 쩔쩔매고있을 뿐이었다. 잠시 뒤, 종대가 옅은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태자의 모습에 종대는 다친 몸을 잊은 채 급히 몸을 일으키려하였다. "태, 태자전하!" "그만, 가만히 누워있어라. 상처가 벌어진다." "제가 어찌..." "어허. 누워있으래도." 무사는 태자의 계속되는 명에 결국 불편한 마음으로 계속 누워있었다. "아프진 않느냐." "예, 괜찮습니다..." "아까는 괜찮지 않다고 대답하더니, 확실히 나아진 모양이로구나." 그래도 괜찮은 듯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에 태자도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듯, 장난스런 말을 꺼냈다. "아, 저, 그게..." "되었다. 솔직한 대답이라 더 좋았다." "송구합니다..." 그제서야 아까의 대답이 떠오른 듯 종대는 태자와 마주하던 시선을 슬그머니 돌렸다. 그런 종대의 모습에 태자는 살짝 미소지었다. "송구하면, 아프지 말거라." "예..?" 무사는 태자의 의문스런 말에 시선을 다시 태자와 마주했다. "송구하면, 아파하지 말란 말이다." "허나, 저는 전하의 무사로써..." "네가 다치면, 내가 아프다." "아..." 무사는 부끄러운 듯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태자는 계속 무사를 바라보고있었다. "송구...합니다..." "송구하지않으려면, 그저 솔직해져라." "아... 그게... 저..." 태자의 다정한 말에, 무사는 입술을 깨물더 니 무언가를 말하려했다. 태자는 웃으며 그런 무사의 입술을 매만져 깨물지 않도록 해주었다. "입술 상한다. 그래, 무엇이냐. 말해보아라." 종대는 고개를 돌려 다시 태자를 바라보고있 었다. 태자는 그런 무사의 눈을 지긋이 마주하고있 었다. "연모...합니다..." 종대는 시선을 내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종대의 부끄러움을 알아챈 듯, 태자는 작게 웃었다. "그거면 되었다. 앞으로는, 송구하다는 말 대 신, 그 말을 더 많이 듣고싶구나." "..." 종대의 얼굴은 열인지, 감정인지 모를 무언 가로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태자는 그런 무사를 토닥여주며 웃어주었다. "나도, 너를 연모한다. 종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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