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사생]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엑소 02
눈을 뜨고 일어나니 지독한 숙소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불을 꼭 끌어안고 자고 있는 멤버들이 보였다.
백현은 주변에 놓인 자신들의 옷이며 화장품을 천천히 주워담았다.
갑작스레 백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눈물은 툭-하고 찬열의 얼굴로 떨어졌다.
화들짝 놀란 백현은 찬열의 볼에 묻은 자신의 눈물을 소매로 닦으려고 했으나,
찬열이 빨랐다. 찬열은 굳은 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많이 힘들지 너"
"..."
"이렇게 힘들었으면서"
"..."
"이젠 어떡할건데"
"..."
"너무 멀리와버렸어 우리."
"...나도 알아"
살짝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백현이다.
둘은 최대한 소곤소곤 얘기를 했으나 워낙 멤버들이 예민한 탓에
그 조그마한 둘의 대화를 듣고도 모두 뒤척거리며 일어났다.
"미안해. 나때문에 일어났지?"
찬열은 애써 웃으며 멤버들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백현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백현인 왜그래?"
걱정되는 목소리로 종대가 묻자, 찬열은 고개를 휘저었다.
종대는 대충 눈치챈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멤버들이 일어나고, 멤버들은 집에 있는 어제 사생들이 시키고 간 피자들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 먹을 것이 없었고,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거기다 교통사고가 났다며 잠적하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그들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사생들이 시켜놓은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종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데뷔때까지만 해도 숙소는 행복했다. 신나게 수다를 떠는 멤버들과 장난을 치며 싸우는 멤버들.
숙소에서는 항상 행복한 온기로 가득했다. 멤버들은 생각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하고.
다 데워진 피자를 들고 와 멤버들에게 나눠주는 종인이다.
모두가 피자를 들고 미친듯이 먹어대기 시작했다. 2일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한 멤버들에겐 먹을 것 만큼
반가운 것이 없었다. 소속사에서는 교통사고 기사를 내달라고 부탁하는 멤버들에게 미쳤냐며 당장 나가라고 소릴 질렀고,
멤버들은 영락없이 쫓겨난 떠돌이가 되었다. 매니저 형은 묵묵히 멤버들이 가자고 하는 곳으로 가주었고
덕분에 멤버들은 차에서라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사생들이 없는 틈을 타 조심히 숙소로 들어온 것이었다.
백현은 지금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다. 좆같은 이 상황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인기가 많다? 하, 엿먹으라그래. 인기? 돈? 다 필요 없다. 그저 인간다운 삶이 필요했다.
백현은 모든 팬들이 징그럽고 벌레같이 느껴졌다. 자신을 보고 달려드는 벌레떼들. 아니, 좀비떼들.
백현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그 떼들이 진절머리나도록 싫었다.
방송에서는 생글생글 잘도 웃는 백현이지만, 방송이 끝나고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스스로가 역겨워 구역질을 했다.
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었다. 내가 원한건 아이돌 그룹도 아니었고, 엑소도 아니었고, 이런 삶은 더 더욱 아니었다.
난 단지 노래가 하고 싶었을 뿐이다. 노래. 그게 내 살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