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빙은 고등학생이야. 누구보다도 평범한.. 물론 친 오빠가 이진기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스치는 인연 01.
"야, 이진기 너 학교 안갈꺼야? 나 먼저 나간다?"
너 빙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신발장에서 소리쳐. 벌써 아침 8시가 다되가는데, 오빠라는 놈은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아씨.. 괜히 기달렸어. 야! 이진기! 니 도시락 내가 챙겼으니까 이따 내 교실로 내려오든지."
그리고는 양 손에 너빙 도시락 하나, 오빠 도시락 하나 들고 학교로 달려가. 다행히 8시 30분에 무사히 학교 교실에 도착해.
"ㅇㅇ 너는 왜 맨날 아슬아슬하게 학교 오냐. 집도 가까운게.."
"아 나도 몰라. 오빠놈 때문이지 뭐."
"진기 오빠? 야.. 오빠한테 놈이 뭐냐 놈이!"
너 주위에 진기 오빠라는 말에 소녀 떼들이 모여들어. 너 빙은 전혀 이해가 안가지만 학교 안에서 이진기라는 사람은 꽤나 인기가 있으니까. 집 안에서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미소하며, 손짓.. 가증스러운 표정까지... 그런데 또 집 안에서는 어찌나 차가운지.
"너네들 다 속고 있는거야. 이진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니까.."
10시가 다되도록 너빙 오빠 이진기는 카톡 하나 없고 교실 근처에 찾아오지도 않아. 점심 시간 전에 도시락을 전해주어야 하는데, 너 빙은 위 층으로 올라가기가 꺼려져. 전교에 이미 이진기 여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터라, 3학년 교실 층에만 올라가도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거든. 하지만 또 도시락을 안 받았다고 점심을 굶었다고 지랄지랄할 오빠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자 너 빙은 조심스레 계단 위로 올라가.
"아 씨.. 진짜 인생에 도움이 안되.."
3학년 .. 2반.. 너빙은 교실 주변을 두리번대며 이진기를 찾아. 그리고 교실 구석에서 친구들에 둘러싸여 놀고 있는 이진기를 발견해.
"야! 이진기! 니 밥이다!"
"어? ㅇㅇ! 내 동생! 이뿌니~ 오빠 도시락 주려고 여기까지 올라온거야?"
저 가증스러운 미소... 너 빙은 썩소를 날려주며 도시락을 이진기 앞에 들이대.
"자. 먹어. 나 이제 내려간다."
"오빠 아쉽게 이렇게 금방 가는거야? 좀 놀다 가지~"
진기오빠는 너빙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애교를 부려. 너 빙은 미쳤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 손을 떼어내.
"기분 나빠지려하네. 그치 김기범?"
김기범은 이진기의 같은 반 학생인듯 했어. 화장실을 다녀오는지 두 손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뒷문으로 들어가려던 김기범을 이진기가 막아서.
"손 치워 병신아."
김기범은 싸늘하게 이진기의 손을 쳐내.
"미친놈. 요새 덜 맞더니 머리가 다시 돌아왔나봐? "
너빙은 쎄-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진기오빠에게 눈짓인사를 하고 가려해.
"ㅇㅇ야. 집에 같이 가. 기다릴게. 나 오늘 야자 안해. "
진기오빠의 말에 너 빙은 뒤를 돌아. 그 때 너빙은 김기범이라는 사람의 눈과 마주쳐. 날카롭고도 차가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