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흑백으로 뒤덮힌 과거 속 나는 그를 마주보고 앉아있다 째깍째깍 시계 바늘이 흑백시간 속을 달리다, 어느새 나를 더듬고 희롱하던 그의 손이 차가워진다 천박스런 말을 내뱉던 그의 입술도 어느새 굳게 닫혀있다 그리고 내 손에는 그의 더러운 피가 흐른다 나는 살인자다 "..하아" 교도소를 나온지 어느덧 2년이 지나가고 있다 어린날의 악몽은 여전히 밤마다 날 찾아와 괴롭게 만든다 머리를 움켜쥔채 이밤의 끝을 알리는 듯이 희미해지는 초승달을 바라보다 그대로 다시 정신을 잃게된다 "저기 이거 떨어졌어요" 또 멍한 정신으로 거리를 걸어가다 언제 떨어트린지 모른 나의 핸드폰을 내 앞에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건네주고 있다 그는 누구일까 설마 날 아는 걸까? "아..감사합니다" "정신 차리고 다니세요 저같은 사람 아니면 이거 들고 벌써 팔러 뛰어갔을 껄요?" 그는 호탕스럽게 웃으며 나에게 농담을 걸어온다 날 언제 봤다고 장난을 걸어오지? 경계스런 나의 눈빛을 그가 이제서야 눈치챘는지 호탕스러운 웃음소리를 멈추고 자신의 뒷 목을 긁는다 "아..죄송합니다 제가 모르는 사람한테도 드립을 잘치거든요" "아.. 그게 드립이였어요?" "네?..네네" 그가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 칭하는 순간 나는 그를 향해 경계를 풀게되었고 예상치 못한 나의 반격에 그는 당황한듯 대답을 더듬었다 "절 이렇게 당황한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에요 이름이 뭐에요?" 나도 모르게 살풋 미소가 그려졌다 이런 내 반응이 나도 처음인지라 당황스러워 그의 시선을 피해 나의 이름을 물어오는 그에게 작지만 날을 세워 그에게 내뱉었다 "처음 보는 사이에 통성명도 필요한가요?" "어차피 이 길 지나다니다 보면 계속 볼텐데? 이쯤되면 통성명할 이유 되지 않나..어디가요!" 단 몇분만의 대화를 나눈 그에 대한 나의 정의는 '뻔뻔한 남자'였다 그의 뻔뻔한 말을 무시하며 그를 지나쳐 다시 거리를 걸었다 "...어이없어" 마음 속 한켠에 무언가 거슬린다 기분이 나빠온다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나의 이런 낯선 반응도 모두 기분이 나쁘다 그에게서 도망쳐 걸어온지 몇십분후 그가 건네준 나의 핸드폰이 울린다 "네 민호형" `태민아 어디야? 형 벌써 다왔는데` "아..여기가..영화관 근처에요" `거의 다왔네 꼬맹아 달려와` "에이 꼬맹이라는 호칭은 저랑 안 어울리는데요?" `닥쳐 내가 꼬맹이라면 꼬맹이인거야 푸흐흐` 핸드폰 너머의 웃음소리에 이제 다왔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카페의 문을 열어 눈에 띄는 작은 머리통을 찾아 맞은편에 앉았다 "왔어 꼬맹이?" "아이참 꼬맹이가 이렇게 큰거 보셨어요?" "거참 불편하게 하지 편하게 해! 우리 사이에 존대는 무슨" "아아..응" 나의 어색한 반말에 그가 어쩔수 없다는듯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란히 쥬스를 시키고 재미없는 농담들이 우리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아 그건 그렇고 너 몇년동안 유학갔다 온거야?" "..네?" 그동안 나의 부재를 민호 형이 물어온다 하지만 난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만약 내가 나만 알고있는 이 비밀을 그가 알게된다면 그가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겁난다 날 떠나갈까봐 "네..유학..다녀왔어요" "오오 영국? 너 영국 가고싶다고 어렸을때 부터 그랬잖아" "아..네" "이야 이태민 멋있는데? 영국 유학도 가고" "하하..아니에요" "겸손한 것봐라? 하긴 니가 어렸을때 부터 외국어 실력이 남다르긴 했지 이 형이 어디다 꽂아줄까? 이력서만 작성해봐 이 형이 다 말해볼께!" 나에겐 반갑지 않는 형의 호들갑에 나는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 글잡엔 처음이네요 핸드폰으로 써서 짧기도 하고..핳♡
| |||||||||
|
전체 신설 메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