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오빠 곧 내려올거야. 한 치도 흔들림 없는 동공.
스치는 인연 03
김기범의 뒷 모습을 너빙은 넋 놓고 바라봐. 왠지 계속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그 사람... 그 때야.
"ㅇㅇ야 오래 기다렸냐? 집 가자!"
"언제까지 난 오빠랑 같이 하교해야되는데???"
"글쎄.. 너 다 크면!"
"나 이미 다 컸어. 이제 나도 좀 친구도 사귀고 남자친구.."
이진기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너빙은 하려던 말을 멈춰.
"아 오빠. 혹시 아까 오빠가 욕하던.."
"김기범? 왜? 관심 있어?"
"아니..관심은 무슨.. 그냥 오빠가 되게 싫어하는 것 같아서."
"미친놈이야. 가까이하지마. 혹시 걔가 뭐 너한테 말 걸던?"
"아니 무슨..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혹시 걔가 너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거나 말 걸면 나한테 바로 말해. 알겠지?"
김기범이라는 이름에 경기를 일으키듯 싫어하는 오빠의 모습이 너빙은 무척이나 어색해. 이 정도로 오빠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계속 집 가는 내내 그 사람의 눈동자가 생각나. 너빙한테 조심하라고 낮게 읊조리던 목소리도..
"어? 이진기 아냐?"
동네에 다다랐을 때, 오빠의 소꿉친구인 김종현이 멀리서 달려와. 고등학교는 다른 곳으로 다녀서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종종 길거리에서 마주치고, 너빙과도 무척이나 친해.
"종현 오빠! 오랫만이야!!!"
"ㅇㅇ 요새 더 이뻐진 거 같다?"
"미친놈아, 장난으로라도 칭찬해주지 마."
"왜, 진심인데! 너는 뭐 학교 잘 지내냐? 아직도 애들 때리고 다녀?"
"무슨.. 내가 무슨 양아치도 아니고.. 끊은지 오래다 임마."
"양아치 새끼면서."
너빙의 말에 이진기는 흠칫 하더니 웃어 넘겨.
"얘가 아까 이상한 걸 먹었나.."
"이진기 너 이제 그런 짓은 그만둘 때도 됬잖냐. 나도 안하는 짓을.."
"이 새꺄. 안 한다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
이진기는 장난스럽게 김종현의 어깨를 툭 쳐.
"아 너 김기범이랑 같은 반이라며."
순간 오빠의 표정이 굳어. 그리고 너빙은 아까 느꼈던 쎄-한 느낌을 다시 받아.
"오늘따라 여기저기서 김기범 이야기네."
"이진기... 작작 해... 꼬리 길면 잡힌다.."
"내가 알아서 해. 그리고 걘 나 아니어도 싫어하는 애 존나 많으니까..기분 나뻐. 창백한 얼굴하며.. 쫙 째진 눈매.."
너빙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해.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니.. 도대체 김기범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리도 주변에 적이 많은 것일까. 그리고 김종현은 왜 그 사람을 걱정하는 것일까...
너빙과 김기범의 두 번째 만남은 그로부터 1주일 후, 유난히도 안개가 많이 낀 저녁에 이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