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나비(Navi) - 불치병(Feat. 키비 of 이루펀트)
「 김종대,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의 갈림길 」
Baby J
二
꽤 오랫동안 현아와 술을 먹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슬슬 취기가 올라오고 있을 때, 현아는 핸드폰을 한번 확인하곤 가방을 챙기며 일어섰다.
미안하다는 현아에게 환하게 웃어주며 배웅을 했다. 현아가 나감과 동시에 집은 또다시 적막을 가져왔다.
이젠 외롭지 않다. 오히려 이런 적막이 더 반가울 뿐이다.
사람과 어울리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바뀌어버렸는지, 김종대라는 사람의 영향이 이리도 큰지 매번 느낀다.
‘○○씨, 혹시 내일 시간 돼요?’
“네? 아…. 내일 작업하느라 안될 것 같아요.”
‘아…. 많이 바쁘시구나, 무슨 일하세요?’
“그냥 이것저것 디자인하고 있어요. 일러스트도 하고, 그래픽 다자인도하고, 가끔 티셔츠도 만들어서 입고 그래요.”
‘우와, 엄청 멋있다. 시간 되면 저도 티 하나 디자인해주세요.’
“그래요,”
‘어…음…. 피곤한 것 같은데 빨리 자요, 내일 일어나면 연락하고요.’
“네, 찬열씨도 좋은 꿈 꾸세요.”
삭막한 기분에 가만히 소파에 앉아있다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고, 피곤함까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쯤 하면 많이 한 거야, 하며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향하던 중 전화 한 통이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찬열씨였고, 그냥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하는 내내 찬열씨의 옆에선 ‘오, 목소리 예쁜데?’ , ‘박찬열 제대로 빠졌네, 빠졌어.’ 하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찬열씨를 놀리는 친구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종대와 처음 전화통화를 나누던 그때에도 이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
찬열씨와의 관계를 한 걸음씩 가까워질수록 종대와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며 데자뷰를 여러 번 겪는 것 같다.
종대를 잊는다고 해놓고선 또다시 종대의 생각을 해버린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결국, 오늘도 이렇게 머릿속에 종대의 생각만을 가득 채운 채로 잠이 드는 것 같다.
-
찬열씨와의 첫 만남 아닌 첫 만남 이후로 연락을 계속 해온지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한 달 사이 아침마다 오는 문자는 한통도 오지 않았다.
이제 그쪽도 지친 것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문자에 허탈함을 가득 안고선 면접을 보기 위해 SM으로 왔다.
몇 주 전 우연히 아트디렉터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여태껏 디자인을 해왔던 자료를 보내니 포트폴리오를 들고 회사로 와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씩씩한 걸음걸이로 회사를 들어가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뒤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잔뜩 긴장한 채 들어올 때와는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나가니 눈에 이것저것 여러 개가 들어온다.
샤이니,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보아 등 여러 가수의 포스터를 보던 중 유독 눈에 띄는 포스터 앞에 멍하니 서버렸다.
EXO, 선글라스를 쓰고 서 있는 종대만이 내 눈에 보인다. 아니, 그 옆으로 경수의 모습까지 보이네,
“우와, 나 보려고 온 거에요? 지금 나 보고 있는 거 맞죠?”
“어? 찬열씨….”
“뭐야, 아니에요?”
“아…. 포트폴리오 내고 가는 길이에요.”
“우리 회사에 취직하려고?”
“기회가 된다면요. 근데 저거 찬열씨에요?”
포스터 앞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던 순간, 찬열씨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해맑게 웃으며 날 반기는 찬열씨가 보여 의아하게 쳐다보니 포스터를 가리키며 나 보고 있는 거 맞죠? 하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찬열씨의 손을 따라 포스터를 다시 바라보니 찬열씨의 모습까지 보인다. 찬열씨도 EXO였구나, 이제서야 알아차린 내가 우습기만 하다.
엑소라면 종대와 경수밖에 몰랐던 내가, 아직도 종대만을 찾는 내가.
“같이 밥 먹을래요?”
“아뇨, 괜찮아요.”
“이제 조금 있으면 점심 먹을 시간이잖아요. 가요, 내가 사줄게.”
“아…진짜 괜찮은데….”
엑소를 전체적으로 한번 본 후 찬열씨에게 물으니 내 말에 대답도 해주지 않고 밥 먹자며 날 잡아끈다.
나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센 남자를 상대할 수가 없어 결국 그냥 따라와 버렸다.
밖으로 나가나? 하며 따라가던 순간, 연습실로 향하는 것을 보곤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만약, 종대가 연습실에 있으면…. 그렇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모르는 사람처럼 대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하며 멈춰버렸다.
동상처럼 굳어버린 날 보고 찬열씨는 빨리 가요, 하며 날 더욱 잡아끌어 버렸고, 이번 역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겨버렸다.
“이제 점심시간인데 밥 먹고 다시 연습하자!”
“그래, 배고프다. 근데 옆에 여자분은 누구? 설마 네가 저번에 말한 그분?”
“어? 응, ○○씨야. 다들 인사해. 우리 회사 식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ㅇ,안녕하세요. ○○○이라고 해요.”
연습실 안으로 들어간 찬열씨는 음악을 끄며 점심 먹고 하자. 하며 멤버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아버렸다.
찬열씨의 말에 강아지 상을 한 남자분이 대답하며 내가 누구냐며 물었고, 혹시 그분? 하자 찬열씨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한다.
멤버들의 시선은 당연 나에게로 쏠려버렸고, 그중 종대의 시선 또한 느껴졌다.
말을 버벅이며 먼저 인사를 하자 멤버들은 하나둘 처음 뵙겠습니다. 하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다. ○○아.’ 하는 경수의 말을 듣고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대의 차례까지 와버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종대라고 해요. 찬열이 잘 부탁해요.”
“………. ○○○이에요….○○○.”
“아, 그럼 난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처음 뵙겠습니다. 김종대라고 해요. 종대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울린다. 처음 뵙겠습니다…. 온 세상이 멈춰버린 것처럼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다.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한 종대의 손을 잡는 순간 나 혼자서만 시간이 멈춘듯했다.
웃음 아닌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하곤 바로 표정을 굳히곤 연습실을 나가버리는 종대의 모습을 보니
꼭 내가 드라마 속에만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같이만 느껴져 헛웃음이 나왔다.
내 눈치를 살피던 경수는 결국 잠시만, 하고 날 끌고 연습실을 나와버렸다.
처음, 오늘 처음 만나는구나 우리. 계속해서 혼잣말을 되뇌이고 있는 날 보곤 경수가 어깨를 토닥여버렸다. 토닥이는 경수의 손길마저도 거부감이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아무리 지우려 몸부림을 쳐봐도 지울 수가 없는데 종대는 정말 빨리도 지워버린 것 같다.
“나 먼저 갈게. 찬열씨한테 잘 말해줘.”
“○○아….”
“갈게,”
“후, 조심히 가고. 연락할게. 번호 안 바꿨지?”
“응, 근데 바꿀 것 같다.”
종대에 대한 내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종대를 잊지 않고 있었는데….
겨울 한파에 연못에 살얼음이 얼었다가 날씨가 풀려 산산조각이 나버리듯 내 마음도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종대는 날 전혀 기억을 못하는 걸까, 아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걸까. 미친 듯이 요동치는 머리를 부여잡고 회사를 나와버렸다.
회사를 나오자 나를 휘감듯 불어오는 날카로운 바람에 의해 뼈가 시려온다. 아니, 마음마저 시려온다.
왜 나에게 이리 큰 시련들이 몰아치는지, 항상 어두운 지하 감옥 속에 사는 것 같은 이 생활을 언제쯤 끝낼 수 있을지, 지긋지긋하다.
암호닉 『 웬디 〃 짱구 〃 폭립 〃 맥심 〃 둉글둉글 늦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앞으론 공집오처럼 꾸준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 신청은 [Baby J] ← 이런식으로 댓글 남겨주세요. 이맘때면 하는 Q&A를 할까 합니다. 작품에 궁금한것 또는 저에게 궁금한것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성심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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