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 13
75. 인터뷰
에디터_ 요즘 팬들이 엄청 걱정하신다고.
랩몬_ 아, 네. 스케줄 때문에.
슈가_ 이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소화하니까 회사는 정말 괜찮을 줄 아나 봐요.
제이홉_ 오, 세다.
정국_ 이 인터뷰 실릴까요?
지민_ 실리더라고. 사장님께 한 마디하세요, 형.
슈가_ 사랑합니다.
00_ 사실상 회사보단 매니저 오빠를 탓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일을 잡는 건 우리 자랑스러운 매니저 오빠니까요.
진_ 말에 뼈가 있는데?
뷔_ 저기서 매니저 형이 저희를 지켜보고 계시네요.
랩몬: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매니저 형은 누나를 무서워합니다.
제이홉_ 그렇지.
진_ 00이가 실세예요.
뷔_ 막 형이 스케줄 알려 줄 때마다 누나 무서워 가지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00_ 내가 뭘. 그냥 나는 내 느낀점을 말하는 것뿐인데.
지민_ 그 느낀점들이 하나 같이 '이야, 이것까지 해 내면 죽을 수도 있겠네?' 아니면 '우와, 우리 회사는 가수들의 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나 봐요. 돈 벌게 해 주고 좋다!' 같은 거잖아요…….
정국_ 누나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슈가_ 매니저분들 중에 한 형이 키가 엄청 크거든요. 근데 맨날 00이한테 구박당하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보다 키가 줄었대요.
진_ 하도 움츠리고 다녀서.
00_ 재미있네요. 계속하세요.
제이홉_ 다들 일어나서 무릎 꿇어야지 뭐 해.
정국_ 이럴 때 진짜로 계속하면 전쟁이 나는 거예요.
뷔_ 사랑합니다.
지민_ 저도요.
진_ 오빠도.
랩몬_ 살며시 끼어들겠습니다.
00_ 민윤기(슈가) 뭐 하세요?
슈가_ ……네, 사랑합니다.
76. 스케줄이 들어왔다
"스케줄 잡았다."
"……뭔데요."
"화보 촬영이다."
그래. 스케줄은 늘 있던 거고, 화보 촬영도 적지 않았던 건데.
그걸 왜 밥을 먹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말투로 말하는 거야……. 태형의 입밖으로 삐져나온 양상추를 00은 직접 떼어 주면서 말했다. 오빠 그 말투 진짜 구려요. 매니저는 씁쓸히 웃었다. 홍일점이라고 어화둥둥 키웠던 내 새끼는 어디 가고 웬 저격수 한 명이. 지민은 밥을 씹는 바람에 뭉개지는 발음으로 물었다. 언제 하는데여?
"내일."
"……저희 지금 이렇게 먹고 있는데."
"내일 스케줄을 오늘 알려 주는 것도 되게 웃긴 거 알죠."
"……오빠가 잘못했으니까 그런 눈빛은 하지 말아 줘, 00아."
진짜 쓰레기가 된 것 같잖아. 매니저는 슬그머니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다가, 다시 내일 화보 촬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11시까지 준비하면 되고, 거기서 스타일링이랑 주제는 다 설명해 줄 거야. 지금 먹은 건 할 수 없으니 붓기 최대한 빼려고 노력해. 매니저는 통보를 하다가도 00의 따가운 시선에 깨갱, 말 끝을 흐렸다.
"원래 주제 정도는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스타일링도요."
윤기의 말에 지민이 덧붙였다. 매니저는 고개를 저었다. 그쪽에서 원하는 바가 강력히 있어서, 그냥 그쪽이 설명해 준다 그러더라고. 말을 들었음에도 어떠한 제스처 없이 가만히 있는 윤기를 자연스레 넘기고, 매니저는 00쪽으로 고개를 꺾었다. 00의 표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00의 표정은 아주 평화로웠다. 매니저는 한 숨 돌렸다, 생각하며 먹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석진을 제지했다.
77. 숙소의 아침
"혀엉, 사과 깎아 주세요……."
태형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거실로 기어나왔다. 머리는 까치집을 지은 주제에, 깨어나자마자 웬 사과. 석진이 빵 터져 호박을 자르던 칼을 들고 크크큭 웃었다. 00은 순간 식겁했다. 저런 모습으로 칼을 들고 있는 게 제일 무섭단 말이지. 태형은 소파를 두고 소파 밑에 앉아 있는 00의 다리를 더듬더듬 찾더니 그대로 00의 허벅다리를 베고 누워 버렸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사과를 찾아댔다. 사과, 사과……. 얘는 전생에 사과를 못 먹어 죽기라도 했나. 역시 특이한 놈. 00은 혀를 차다가 태형의 머리를 정리했다.
7시 반, 멤버들이 일어나기 이른 시간이긴 했다. 밥도 금방 지어서 깨우려면 아직 30분 가량이 남아 있었고.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난 편이네. 00은 흐음, 하고 숨소리를 흘렸다. 그리고는 다시 태형을 재우려 노력했다. 아무래도 괜히 일찍 일어나면 피곤하니까. 태형은 어떻게, 왜 깨어났는지 모르게 바로 잠들어 버렸다. 침 흘리면 죽어. 00의 말에 잠결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00은 푸하 웃으면서 태형에게 쿠션을 안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호석이가 안 일어나네."
"피곤했나 봐요. 이따 다른 애들이랑 같이 깨우지 뭐."
"윤기는, 윤기도 자?"
"네. 이쯤이면 오빠랑 내가 일어난 게 신기하네요."
다들 피곤했나 보네. 작업을 하든 하지 않든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멀쩡히 걸어나오는 윤기와 항상 일어나자마자 물을 찾는 호석도 깨지 않았다. 00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꼼지락대는 태형의 팔 부근을 가만 쓸어 주었다.
이쯤이면 호석이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는 바람에 좀 시끄러웠었는데.
"준이 코 고는 소리 빼면 엄청 조용해요."
"그러게."
"신기해."
"이따 찌개 맛 좀 봐 줘. 너무 싱거워서 윤기가 안 먹을 것 같기도 한데."
"윤기는 먹으라고 하면 그냥 먹으니까, 상관은 없을걸요."
조금의 여유로움이었다.
78. 수면 전쟁
"뉴나 물 좀 주세여……."
"부려먹을 애가 없어서 000을 부려먹냐. 그런 의미에서 나도 물 좀."
"……각자 떠다 마셔. 숟가락 날라가고 싶지 않으면."
말은 그렇게 해도 떠다 줄 거면서. 지민이 부운 눈으로 흐흐 웃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가 부스스했다. 윤기는 00에게 물을 건네받으면서 식빵 하나를 00의 입에 물려 주었다. 00은 빵을 우물우물 씹으면서 꾸벅꾸벅 조는 정국의 볼을 잡았다. 패인 상처가 있는 볼이었다. 하나같이 몰골들이 왜 다 이래. 석진은 헛웃음을 흘렸다.
"김태형 너도 일어나라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못 일어나. 호석이 태형을 툭툭 쳤다. 태형은 눈을 살짝 뜨다가도 다시 턱을 괴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와, 진심 후려 버리고 싶어. 호석이 발로 양반다리를 한 태형의 허벅지를 툭툭 찼다.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남준은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저 멍한 상태로 밥만 퍼먹을 뿐. 저게 무슨 리더야. 그냥 잠 안 깬 거지 하나가 앉아 있네…….
잠이 완벽히 깬 사람이라곤 늘 그 멤버 그대로였다. 석진, 윤기, 00, 그리고 호석. 어째 변함이 없냐. 윤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000, 잼 필요 없."
쨍그랑.
"……."
"……전정국이가 졸다 밥 엎었어요."
"……."
"……십팔……."
석진의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 없었다.
79. 촬영 전
"둘셋, 방탄. 방탄소년단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새하얀 세트장과 눈부신 조명은 이미 적응될 대로 되어 괜찮았다. 안구 건조증이 있는 몇몇은 눈이 좀 시리긴 해도. 멤버들은 스태프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는 콘셉트 설명 때문에 회의실로 들어가 앉았다. 누나, 여기 지난번에 와 봤던 곳 아니에요? 태형이 00의 귀에 속삭였다. 글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태형이 말하는 것은 데뷔초 때를 말했다. 몇 년 전을 내가 어떻게 기억해, 그걸. 00은 작게 하품하면서 대답했다.
"일단 콘셉트는 자유분방함이에요. 나란히 서 보는 것도 있고, 벤치에 몇 명씩 앉는 것도 있고. 약간 그런 거 있었으면 좋겠는데. 몸을 다른 멤버에게 기대거나 어깨에 팔을 걸친다는가. 포즈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알죠? 최대한 청초하게, 산뜻하게 뽑을 예정이에요. 방탄이 미성년 같은 분위기를 그동안 강조했던 것처럼 이번 화보도 그럴 거예요."
남준은 회의를 들으면서 지난 매니저의 말을 떠올렸다. 이쪽에서 강력히 원하는 바가 있다며. ……없잖아. 그냥 마음대로 자연스레 찍으라는 거 아니야. 물론 그 마음대로가 진짜 마음대로가 아니겠지마는. 하기야 자연스러움이 가장 어렵긴 하지. 야생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매니저를 찾으려 하는 00을 호석이 제지시켰다. 살인은 안 돼요……. 폭력도요……. 매니저는 짜게 식어 갔다.
80. 화보 촬영
"뷔 씨 00 씨한테 애교~"
"아잉?"
"뒤져."
아나. 거기서 그렇게 반응해 버리면 어떡하냐고. 사진 작가의 말을 충실히 따른 태형이 시무룩해졌다. 아니 나는 애교 부리라고 해서 부린 건데……. 멤버들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 심지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 작가마저 웃음이 터졌다. 00이 자신도 웃긴지 갈색빛 태형의 머리에 손을 올려 토닥토닥 두어 번 쓸었다. 그 순간을 찰칵, 카메라가 담았다.
00은 한쪽 다리를 꼬고 벤치에 앉아 오른쪽 눈만 떠 바닥에 앉은 태형을 쳐다보는 상태에서 태형은 00이 양반다리를 하고 턱을 괸 모습에서 00이 감고 있는 왼쪽 눈을 떠 00을 바라봤다.
오, 진짜 예쁘게 나온다. 멤버들이 찍힌 사진들을 보고 감탄했다. 묘한 분위기가 퍽 예쁜 분위기를 자아 냈다. 아아, 내가 누나랑 찍었어야 하는 건데. 호석이 아쉬운 듯 말 끝을 흐렸다. 많다면 많은 화보 촬영 중 호석과 찍은 투샷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었다. 00은 노란 브릿지가 중간중간 섞인 호석의 머리를 쓸어 내리면서 웃었다. 다음에 같이 찍자.
"아쉬운데 하나만 더 찍을까?"
"와, 좋아요!"
우리 손 잡고 찍자! 신난 태형이 히히 웃으면서 00의 손을 이끌어 잡았다. 사진 작가가 딱히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다. 00은 태형에게 끌려가 다시 카메라와 조명 앞에 섰다. 태형의 제안이 썩 마음에 들어서였다.
"누나 손은 박지민보다 더 작아서 좋아요!"
"……나는 네 손이 가끔 무서운데, 김태형."
깍지를 끼지 않는 이상 네 손이 내 손목까지 덮쳐 온다고. 그러네, 미안해요! 태형은 00의 손을 감싸쥐듯 지지 않고 깍지를 껴 잡았다. 이번에는 둘 다 스튜디오 바닥에 앉은 상태였다. 00이 차가운 바닥의 느낌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태형은 바닥에 무얼 깔아 주려다가 차라리 빨리 촬영을 마치기로 했다. 가볍게 대화 나누는 거 찍을 거예요. 사진 작가의 말에 태형이 다시 눈을 접어 웃었다.
"우리 손 잡는 거 오랜만인 것 같지 않아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 뭐야. 대답 완전 성의없다."
"손 잡으니까 좋다고, 자식아."
"나도!"
태형이 헤, 하고 웃었다. 카메라는 쉬지 않고 그 순간을 담았다.
어여쁘지 아니할 수 없었다.
81. 화보 촬영 2
"00 씨가 지민 씨랑 슈가 씨 사이로 들어가 보자."
00은 사진 작가의 말에 터벅터벅 윤기와 지민 사이로 들어갔다. 가뜩이나 키 순서대로 서는 거라 완전 싫은데. 맨 앞에 서 있던 00이 그 뒤에 서 있던 지민과 윤기 사이로 쏙 들어갔다. 지민 씨가 고개 뒤로 꺾어서 00 씨한테 기대고, 슈가 씨는 앞으로 00 씨한테 기대자.
"……작가님, 저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아하하, 많이 무겁나?"
많이 무거운 게 아니라 마치 샌드위치 중간에 끼인 햄이 된 것 같은데요. 장난끼가 발동한 윤기가 00의 어깨에 기댄 고개에 더욱 힘을 가했다. 뒤져, 민윤기. 아, 아프다고오! 사진 작가는 빨리 끝내겠다면서 으하하 웃었다.
"향수 뿌렸냐."
"왜."
"바디 워시 냄새랑 샴푸 냄새가 묻혀서."
"무슨 향 나는데, 그럼."
"……너 내 거 뿌렸지?"
"네가 향수 바꿨길래 시향해 본 거야."
윤기가 00의 목덜미 부근에서 나는 향을 파악하고는 살짝 인상을 썼다. 대범을 넘어선 뻔뻔인데, 이건? 00은 얄밉게 어깨를 으쓱였다. 지민은 조금 더 고개를 뒤로 꺾어 윤기와 00을 보고 말했다. 나도 오늘 형 향수 뿌렸는데! 근데 저는 그 전 거가 더 좋았어요. 지민의 말에 00도 살포시 공감했다. 맞아. 사진 작가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더욱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건지 그냥 마음대로 하도록 두었다. 화보 촬영 중의 잡담은 나름 즐겁다.
"오케이, 수고했어요."
사진 작가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00은 지민에게 털썩 붙었다. 지민은 익숙하게 00을 업어 카메라 앞을 벗어났다.
"누나랑 똑같은 냄새나니까 이상하네요."
"진짜?"
"아뇨. 사실 좋아요."
"그래, 그럼 다음에는 남준이 거 뿌려 보자."
아, 피곤해. 00은 메마른 눈을 손으로 압박했다.
82. 오늘도 막내는
"그 다음에 뭐야?"
"그 다음에…… 인터뷰네요."
"인터뷰면 사진 찍죠? 나 겁나 부었는데."
자신의 부은 얼굴을 만지는 정국의 시선이 저절로 00에게로 갔다. ……뭐. 불길한 느낌이 든 00은 슬금슬금 호석의 옆으로 갔다. 정국은 슬쩍 웃으면서 00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저리 가."
"아, 누나."
"누나 힘들어, 막내야."
"가만히 안겨 있는 건데 뭐가 힘들어요!"
내가 힘들다면 힘든 거지 말이 많아, 이씨……. 호석은 이미 00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중이었다.
"정국이 들어라."
"00이 정국이 머리통 꽉 잡고."
"오빠 살려 주세요……."
"잘 돌고 와."
석진의 말을 끝으로, 하는 수 없이 00은 정국에 의해 질질 끌려 목마를 타게 되었다. 석진은 00에게 화이팅! 하고 외쳐 주었다. 호석은 SNS에 사진을 올리려고 했다.
그렇게 정국은 00을 어깨 위에 앉히고 스튜디오를 뛸 수 있을 만큼 뛰었다.
00은 정국에 목에서 내려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석진이 업어서 차에 탔다고.
오늘도 막내는 힘이 넘치고 흘렀다.
83. 마무리도 인터뷰
에디터_ 많은 스케줄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슈가_ 아무래도 저희를 항상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아미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 것 아닐까…….
지민_ 형 그러면서 막 홍삼 같은 거 먹잖아요.
진_ 이제 우리는 몸 챙겨야 할 나이지.
00_ 그 '우리'에 저도 포함되나요?
정국_ 저는 아직 젊어서 뭐…….
랩몬_ 그래, 어린 게 좋은 거다.
제이홉_ 어우, 얄밉네요.
뷔_ 저희는 아직 어리니까! 그래도 안 지치는 비법. 흠. 없지 않아요?
00_ 딱히 없어요. 간간이 슈가 씨는 건강식품 먹고, 나머지는 글쎄. 딱히 없잖아요.
제이홉_ 저희가 안무가 격하다 보니까 저절로 체력은 길러지는 것 같아요. 안무도 하면서 라이브를 같이 하니까 체력은 괜찮은데 아무래도 정신적인 게 좀 힘들죠.
정국_ 잠 못 잘 때 진짜 미칠 것 같아요.
랩몬_ 피곤해서 멍할 때 가끔 내가 누굴까 생각하고.
뷔_ 지금도 좀 졸려요.
진_ 숙소 가서 얼른 자고 싶습니다.
지민_ 제 침대는 더러워서 별로……. 피곤하긴 해요.
슈가_ 아, 내 침대 옆에 노트북 있는데 충전 안 했다.
00_ 어, 나도.
+)
61.
00: 내가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오빠 같은 남자는 없는 것 같아요.
석진: 왜?
00: 누가 오빠처럼 요리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주고 일도 해 주겠어요. 거기다가 다정하고 잘생겼어.
석진: 시집 올래?
00: 시집 가는 건 싫은데 오빠가 장가 오는 건 괜찮겠네요.
석진: ……뭐가 다른데.
00: 움직이는 사람이 오빠가 되는 거잖아요?
석진: 어휴, 진짜. 됐다, 인마.
62.
남준: 누나, 맥주 저거 어떻게 처리할 거예요? 저게 언제적 거야.
00: 술과 친구는 오래일수록 좋댔어.
남준: 말만 잘해, 진짜…….
63.
윤기: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네.
00: 뭐가?
윤기: 너 말이야. 서울에서 대구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어떻게 매일 볼 수가 있었냐.
00: 그게 다 내 갸륵한 정성 때문이지, 인마. 좋아하는 사람 보려고 밤도 새 보고, 돈도 모으고.
윤기: 좀 소름돋네.
00: 내 사랑을 그런 식으로 치부하면 곤란해. 너는 나 안 좋아하냐.
윤기: ……아니, 뭐.
00: 뭐.
윤기: 나도 너 좋아하지.
00: 됐네, 그럼. 가다가 아이스크림 먹자!
64.
호석: 누나.
00: 응.
호석: 내가 다시 예전 크루로 돌아가면 어떨까요?
00: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야. 갑자기 그 생각은 왜 했는데?
호석: 그냥요. 우리 콘서트에 형들 온다 그래서. 같이 무대에 섰던 사이에서 많이 변했구나 싶어요.
00: 그래서 지금이 좋은 거야, 싫은 거야.
호석: 좋다구요!
00: 나도.
65.
지민: 망개떡 좋아해요? 먹을래?
00: 나 그거 겁나 싫어해.
지민: ……(상처)
66.
00: 태태야.
태형: 네?
00: ……아, 아무것도 아니야.
태형: 궁금하게. 왜요! 뭔데요!
00: 내가 순간 너를 강아지로 착각해서 태태야, 하고 부르면 왈! 하고 달려올 줄 알았어. 미안하다.
태형: ……누나가 나를 정말로 개 취급할 줄이야…….
67.
정국: 가끔씩 이질감이 들어요.
00: 뭐가.
정국: 아미랑 우리랑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데,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게요.
00: 음.
정국: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이 내 팬이라는 생각을 해 보니까 기분이 좀 이상해졌어요. 그쪽이 팬이라고 밝히지 않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사람이잖아요. 조금 미안한 것도 있고……. 그냥 미묘해요.
00: 누나도 그건 해답을 못 찾아서 뭐라고 말은 못해 주겠다.
정국: …….
00: 그렇다고 아미 안 좋아할 건 아니잖아. 그치?
정국: ……그럼요.
00: 그럼 됐지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