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 번외
00. 방탄소년단 탐구생활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의 보컬, 00입니다. 여기는 현재 숙소고, 저는 숙소 탐방을 해 보려 합니다. 따라오시죠."
카메라! 카메라는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지만 그건 남이 들었을 때고. 카메라를 든 입장이 되었을 때는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매니저의 휴대폰을 든 00이 자신의 얼굴을 비추다 으갸갸갸갸걍, 같은 신기한 소리를 내면서 숙소 복도로 추정되는 곳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오, 숙소 옮겼다더니 훨씬 좋네. 실시간 방송으로 보는 팬들은 감탄하며 뿌듯해 했다. 우리 애들이 한 방에 다같이 잔 적도 있었는데……! 댓글창을 켜 두지 않은 00은 팬들의 뿌듯함을 보지 못하고 쭉 거실로 직진했다.
"주로 거실에 나와 있는 멤버는 없."
"뭐야? 나도, 나도, 나도, 나도, 나도!"
"숙소! 워우!"
주로 거실에 나와 있는 멤버는 없다고 말하려던 00은 산만한 태형과 정국 때문에 한숨을 쉬었다. 태형이 자신의 얼굴을 비춰 달라며 징징댔다. 그 뒤에서 정국은 '타는데 타는데 시리즈'의 하나를 더 추가시킬 건지 그 리듬에 맞춰 숙소 탐방! 훠우! 해댔다. 00도 따라 벤틀리 타는데 타는데 워! 했다. 그래. 니들이 그렇지 뭐. 제정신일 리 없지.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분을 넘어간 것임에도 한창 방송이 무르익었을 때 나오는 분위기가 형성돼버렸다. 다수의 팬들은 끼고 있던 이어폰의 볼륨을 조금 줄였다.
"잘생겼네요, 오늘도 역시."
"정국이야 언제나 잘생겼잖아."
"……아니, 나."
"숙소 탐방하려고 이렇게 매니저 형의 폰을 강탈한 거예요?"
"야. 너 형 무시하냐."
"그럼 먼저 부엌으로 갑시다."
댓글창은 온통 키읔으로 도배되었다. 사스가 전정국. 정국온탑이 틀린 말이 아니었어. 시무룩해진 태형이 금세 00의 뒤를 따랐다. 부엌에는, 이렇게 냉장고랑 식탁이랑, 어이쿠, 초콜릿이. 화면이 잠시 흔들렸다. 까스슥. 야, 나 이것 좀 뜯어 줘. 이거 석진이 형 거잖아. 매니저의 휴대폰이 식탁 위에 올랐다. 우리 애들 숙소 와이파이 공유기는 식탁 모서리에 있구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팬들은 다시금 소리를 줄였다.
"……미쳤냐?"
"냠."
"야, 막둥아. 봤지. 저 자식 지금 초콜릿 먹은 거 맞지. 내 거 먹튀했지!"
"노노. 튀진 않았어요."
"말대답 말고 맞장구나 쳐."
"넹. 형이 못됐네요. 쓰레기 수준."
다시 화면이 흔들리더니 보이는 모습은 00이 태형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는 것이었다. 태형은 샐샐 웃으며 초콜릿을 우물거렸다. 댓글창에는 좀 조용히 하라는 내용이 과반수였다. 드디어 댓글창을 열어 댓글들을 확인한 정국은 자신의 얼굴을 비추면서 속삭였다.
"저희 숙소는 이렇게 개판입니다, 여러분."
……왜 뿌듯해 하는데. 그리고 지금 태형이 비명 들렸는데? 정국아. 정국아? 곧이어 석진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초콜릿 어디 갔어? 오빠, 김태형! 너 이 자식. 아악! 태형의 굵은 비명이 다시 한 번 들렸다. 정국은 그저 씨익 웃었다. 다시 말하지만 저희 숙소는 언제나 이렇게 개판이에요.
01. 전지적 석진 탐구생활
02. 관찰적 석진 탐구생활
03. 전지적 윤기 탐구생활
04. 관찰적 윤기 탐구생활
05. 전지적 00 탐구생활
솔직히 00의 캐릭터는 종잡을 수가 없다. 다를 때는 너무나도 달라서, 가 이유였다. 00은 기분파였다. 상황에 따라 모습들이 조금씩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초반에 사람들은 00에게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헤헤 웃으면서 장난치던 애가 작업하잔 말 한 마디에 얼굴 굳히고 묵묵히 가사를 쓰니까. 공과 사를 무섭도록 잘 구별한다는 게 맞겠다. 아니면 상황 파악이라는 걸 특출나게 잘한다든가. 00의 활동 시간은 새벽이 주였는데, 전에 언급했듯 00은 새벽에 감수성이 올라 있는 상태다. 어린 아이 같아지고, 예민해지고. 그래도 00은 낮에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윤기와 대화를 나누거나, 멤버들의 고민을 들어 주거나. 징징대는 것은 아주 잠시일 뿐.
팬들과의 친밀도를 따졌을 떄, 사실 친밀도가 가장 높은 건 00이다. 인터넷상이 아닌 팬싸인회 같은 데서는. 00에게 불특정다수라는 대상은 조금 무서운 것이다. 그렇기에 로그를 찍을 때도 이런 걸 말해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과 SNS를 활발히 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에 대해 공유하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다. 멤버들 중 00은 가장 그 어려움을 느꼈다. 아무래도 데뷔 때로 거슬러가야 하겠지. 혼성그룹이, 그것도 홍일점이 대중들에게 마냥 좋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었다. 보통 한 성별로만 이루어진 그룹들도 욕을 먹는데, 혼성그룹이라는 힙합그룹은 오죽하리. 그리고 자연스레 그 화살들의 타겟은 00이었다. 00은 그것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온갖 쏟아지는 비판 아닌 비난, 입에 담을 수 없던 욕설, 동정심이 담긴 눈빛. 이제 와서야 최고라며 치켜올려 주는 사람들이 역겹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만큼 00은 데뷔초 때의 상황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00이 가만히 앉아 상처받고 울 만한 성격이 아니라 다행이라지만, 그것들은 정도가 넘은 폭력이었다. 법적 대응은 나중에 데뷔하고 나서 더욱 심한 일이 닥쳐오면 그때 해야 할 것 같다는 회사 스태프들의 말을 들으며 차갑게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던 그떄의 시간은 상당히 00에게 악몽이었다. 화병이 왜 도지는지 알 것 같다고 00은 말했다. 그때부터 불특정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는 사실도 말이다.
00은 끄적이는 걸 좋아했다. 글 자체를 좋아했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그저 글을 좋아했다. 중간중간 생각이 나는 것들을 메모했다가, 그걸 모아서 조각조각 이어붙이면 가사 완성. 글쪽에 재능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그러나 00이 영감을 얻는 건 딱히 없었다. 그대신 책을 끼고 살았다. 종류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읽는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제목. 그냥 느낌이 오는 것.
"누나 책은 왜 많이 읽어야 해요?"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읽으면 좋지. 아이돌이란 틀에 갇혀서 경험할 수 있는 게 몇이나 되겠어. 책을 통해서라도 간접 경험해 보는 거지."
"그래서 로맨스 소설을 읽는 거예요?"
"……외로우니까 닥쳐."
유독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던 때에는 지민과 이런 대화도 나누었다.
호기심이 많은 멤버들에게 질문에 답을 해 주는 건 00이나 남준의 몫이었다. 남준도 00에게 질문이 많으니 거의 해결사는 00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준이 음악이나 학습적인 면에 뛰어난 두각을 보인다면, 00은 남들보다 폭이 넓은 경험을 토대로 얻은 지식들이 많았다. 그 '남들'이 멤버들이긴 해도, 00은 확실히 경험이 많은 쪽에 속했다.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배운 여러 장르의 춤이라든지, 수많은 오디션들, 잠깐 접해 보았던 언더그라운드. 독서의 몫도 컸다. 아무래도 여러 책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으니. 이렇다 보니까 멤버들이 00에게 무언가를 묻고 고민을 털어 놓는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00은? 00은 자신의 속내를 꺼내 놓을 사람이 있을까? 조금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 보자면. 아니, 없다. 00에게 자신의 고민이나 속내를 털어 놓을 사람은 가족들에도, 친구들에도, 멤버들에도 없다. 어쩔 수 없잖아. 자신도 자신을 모르는걸. 00 자신이 자신을 잘 파악할 수 없어 그런 것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속내를 감춰 두었던 습관이 굳어져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자신을 공유한다는 건 조금 이상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00은 스트레스에 크게 동요하는 편이 아니었다. 정말 다행이지.
00의 뛰어난 사회성과 똘똘한 머리로는 주변에 사람이 항상 넘쳐났다. 사랑만 받고 자라서 언제나 밝겠네!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00은 인간관계에 조금 예민했다. 조금만 틀어져도 불안해 하며 많은 생각들을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 것인지까지. 표면적으로는 미련 따위 없어 보이지만 속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조금 속이 상하기도 한다. 조금 더 잡아어야 했나, 하는 생각들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가 끝날 때 끝 없이 생각과 우울에 빠져들었다가 의외로 단순한 것에 풀리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일은 잘 없더라.
무리의 중심에 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살피는 타입이다. 누군가에 어려움이 있을 때 완전히 도와 주기보다는 잘 행동할 수 있게 공감하고, 보살핀다. 해결방안이나 앞길을 제시하기보다는 나는 이러이러한 말을 해 줄 건데 내 말 중에서 분명히 느끼는 점이 있을 거야, 하는 느낌.
눈에 띄는 사회성 덕에 사람을 대할 때 거리감이나 교묘히 그어 놓은 선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의외로 00의 인간관계의 선은 확고하다. 그래서인지 도를 넘으면 얼굴부터 굳히고 보는 스타일. 자신이 정말 싫어한다면 눈빛부터가 바뀌어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속에서 끓어오르면 무작정 달려들 때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사생. 자신의 것을 침범하면 극도로 싫어하면서 불안해 한다. 상당히 방어적. 생각에 잠기는 일이 허다한 00에게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을 하면 거의 다 아무것도 아니다, 라며 넘긴다. 앞서 말했듯 속내를 털어 놓지 않으려는 건데, 이것도 다 방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게 데뷔초의 일과도 연관된다.
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될 지경이다. 하는 생각마다 무게가 가벼운 게 아니라 더 고역. 생각을 하다가 밤을 새는 일도 적지 않다.
"……누나 밤 샜죠?"
"어. 졸리다."
"빨리 자요.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걱정 고맙다. 누나 잘게."
"생각하지 말고 빨리 자요!"
홍일점이라고 소개하는 것보다는 그저 보컬이라고 소개하는 게 더 좋은 멤버.
06. 관찰적 00 탐구생활
잔다. 거의 윤기랑 자는 시간이 똑같기 때문에 잘 수밖에 없다. 이불을 손에 꼭 쥔 채로 잔다. 쿠션을 껴안고 누웠지만 쿠션은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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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여러분 저 이거 쓰느라 주글 뻔했어요... 알아 두셔야 할 건 전 글을 빨리 쓰는 게 아니라 전에 있던 것을 다듬고 새로 쓰고 하는 거예요... ㅠㅅㅠ 나머지 멤버들은 언제 나올지 몰라요. 편애가 아니라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무네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