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virus
있지, 난 쓸쓸하게 죽고싶지가 않았어요.
그의 갑작스런 부름에 정신없이 뛰어오는 탓에 숨이 차 헐떡이는 날 텅빈 눈동자로 쳐다보며, 그가 꺼낸 첫마디였다. 그는 온몸을 축 늘어트린 채로, 비에 젖은 모습 그대로 골목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방금 막 울음을 그친 아이의 것처럼 눈물이 축축하니 서려 있었다. 황당한 마음에 숨을 턱, 내쉬었다. 그런 내 표정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승철은 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눈살이 찌푸려지도록 수많은 상처들로 난도질된 그의 손가락이 저와는 대조된 티 없이 새하얀 담배를 머금었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불을 붙힌 승철이 담배를 깊게 빨더니 이내 후, 하고 긴 숨을 내쉼과 동시에 희뿌연 담배연기가 시야를 가렸다. 그 알싸한 공기에 눈에 물기가 고였다.
아니, 적어도 우리 아버지처럼 개죽음을 당하긴 싫었다 이말이야.
사랑하는 사람들한테서 외면당하고, 거리에 나앉은 채,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가긴 싫었다고.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일전에 내린 소나기 탓에 아직은 살짝 눅눅한 바닥에 담뱃불을 비벼 껐다. 그와 동시에 치익, 하고 맥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힘없이 추욱 늘어트려진 승철의 팔에선,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려 바닥의 물웅덩이에 함께 고이고 있었다. 내 시선이 향한 곳을 향해 저도 멍하니 시선을 돌린 승철은 힘없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곤 다시 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번엔 보란듯이 제 와이셔츠 소매를 걷은 채로. 담배를 쥐고 있는 승철의 오른 팔목엔, 길게 상처가 뻗어있었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생각해 승철의 손에서 담배를 쳐냈다. 바닥에 형편없이 떨궈진 담배가 축축하니 젖어들어가, 본래의 뻣뻣함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금, 여기로 날 부른 이유가 뭐에요.
말했잖아. 쓸쓸하게 죽긴 싫었다니까?
내가 죽을 때 적어도 너는 꼭 있어야지, 우리 여주.
그 대답을 끝으로 그는 연신 기침을 하더니, 이내 입안에 머금고 있던 피를 뱉어냈다. 그와 동시에 다시 눈에 들어오는 그의 팔꿈치에 난 상처에 눈앞이 어질해졌다. 급히 고개를 돌려 승철을 외면했다. 이렇게 끝까지 승철과 마주하고 있다간, 괴로워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더이상 약해지기 전에 황급히 발걸음을 돌려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승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처롭지만, 교묘히 날 놀리는, 그 목소리.
여주야, 진짜 갈꺼에요?
너 가면, 이번엔 진짜로 죽어버릴꺼야.
죽어버릴꺼야.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죽어버릴꺼야. 죽어버릴꺼야.
승철은 항상 이런식이었다. 그와 크게 다투어 이별을 고하고 그와의 만남을 일체 거절한 채 그를 잊으려 노력하는 나와, 그럴때마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들을 어디에선가 기어이 내고 와선 날 서서히 목조르는.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며 다리가 풀릴것만 같았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시 승철이 앉아있는 쪽으로 걸어 그의 맞은편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런 나의 표정을 보며 승철은 픽, 웃더니 이내 소리를 내 웃었다.
그래, 그래야지. 응? 우리 여주.
내가, 얼마나, 씨발 얼마나 우리 여주를 존나게 사랑하는데.
그말과 동시에 내 두 볼을 그러쥔 승철의 표정은,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의 짙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 뒤에 감춰진 그의 눈동자는, 어땠을까. 허벅지로 그의 선혈이 한방울씩 떨어지며 붉은 원을 만들었다. 그의 팔을 감싸쥐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가자.
승철은 내가 제 팔에 붕대를 감아주는 동안 연신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승철의 얼굴을 보기 싫어, 시선을 오직 붕대에만 고정한 채 힘주어 감았다. 이내 승철이 제손을 내 손 위에 포갰다.
여주야, 나 아파.
그의 말에 손에 힘을 느슨히 풀었다. 그제서야 승철은 제 손을 내 손에서 떼어냈다. 붕대를 다 감아 깔끔해진 제 팔을 보며, 승철은 만족한 듯 붕대가 감긴 곳을 두어번 어루만졌다. 그의 손이 갑작스레 내 허리를 꽉 껴안았다. 그에 놀라 중심을 잃자, 승철은 가벼운 몸짓으로 날 안아올리고선 침대로 향했다. 거칠게 날 눕힌 승철은, 이내 제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 들이밀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이럴꺼면서, 왜 나 아프게 만들어.
말했잖아, 김여주 넌 나한테 절대 못이겨.
그리고 바로 맞닿은 그의 입술은, 비릿하게 피맛이 났다. 거친 입맞춤 중간중간, 그는 헐떡거리는 숨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말해, 지금.
말해줘, 사랑한다고.
고개를 저을 때마다 목덜미를 더 세게 물어오는 승철에 못이겨 끝내 사랑한다고 말하자, 그는 만족한듯 웃음을 지으며 이내 제가 하던 일에 다시 열중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거친 숨을 토해내며 내 옆에 누운 승철은, 이내 내 허리를 끌어안고선 말했다.
평생 사랑할께.
네가 날 잊을래도 절대 못잊을만큼, 지긋지긋하게 사랑할꺼야.
창문으로 희미하게 내려오는 달빛에 비친 목덜미엔, 붉은 자국들이 즐비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붉은꽃잎과 같은, 혹은 검붉은 피멍과 같은.
잠에 빠진줄로만 알았던 승철이 갑작스레 내 목덜미를 지분거리며 돌아누웠다. 그리곤 내 귓볼을 잘근잘근 씹으며 뜨거운 숨결 그대로 내게 말해왔다.
그러니까 또 나 버리면,
확 죽어버릴꺼야.
조금씩 떨려오는 내 몸을 승철이 꽉 감싸안았다.
그와 나의 비뚤어진 감정을, 너무도 어지러이 엉켜버린 그 사이를, 난 빌어먹을 순정이라 부른다.
꽃봉오리 |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최승철 |
꽃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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