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제 2차 세자빈 간택 - 저하의 밤샘작업
어느덧 세자빈마마가 돌아가신지 100일이 지났다.
그래서 다시 세자빈 간택령이 전국에 공포되었다.
다시 또 세자저하께서 바빠지실 걸 생각하니 정말 안됐다.
지나가다가 나인들이 재미삼아 지원서 넣겠다는 말엔 혼자 속으로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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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이제 엄청 바빠지시겠습니다. 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하나 있는데...해줄 수 있겠느냐?"
"예.뭐든 말씀하십시오"
"..너도 지원서를 접수하거라"
"......예???"
내가...간택 지원서를? 헐..
//
"뭐?"
"일단 내가 뭐든 돕기로 해서 접수하긴 할건데.."
"하지마"
"어차피 떨어질건데."
"하지 말라고."
전정국은 말렸지만, 난 다음날 접수처에 지원서를 넣었다.
//
2차 세자빈 간택의 시기에 대해 말이 많았다.
아직 100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간택령이 공포된 건 너무 이르다는 주장과 세자와 세자빈이 부부였던 기간보다 사별한 기간이 더 길어졌으니 상관없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했다.
지원자는 첫 간택령때보다 훨씬 많았다.
한 분석기사에 따르면 재혼이라는 인식때문인지 왕가 입성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은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
"이 종이더미 중에 분명 네 지원서도 있겠지?"
"예. 저하"
"그걸 찾겠다는 마음으로 대장정을 시작해야겠다"
아..이래서 접수하라고 했구나.
하긴 모르는 여자들의 프로필을 만 개 정도 보기 위해선 큰 결심이나 목표가 있어야지.
나는 10박스나 되는 서류철 상자를 옮기며 혼자 생각했다.
"저하의 깊은 뜻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전 또 진심으로 지원하라는 줄 알고 놀랐습니다~ 전정국도 저보고 절대 지원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저하의 참뜻을 알면 민망해할 것
같습니다~"
"정국이가 지원하지 말라고 했나?"
"예. 이런 행사에 장난치는 거 아니라고 절대 넣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몰래 넣은겁니다"
"...알았다."
"걔가 또 저하를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저하. 제가 뭐 도와드릴 것이 있습니까?"
"옆에 앉아서 같이 걸러주거라. 천 장만 넘어가도 정신이 아득해지는게 옆에 자문이 필요할 것 같다."
"저하. 그런 것이라면 저보단 비서님이..."
"네가 잘 고를 것 같아서 그래. 옆에서 꼼짝말고 같이 보거라."
그렇게 난 저하의 밤샘근무에 동참하게 되었다.
"우와...이 분도 지원하신다니..엥?이렇게 어린 사람도 지원합니까?...헐 이분은??"
확실히 지원자들의 스펙은 엄청났다.
배우,가수,아나운서 등 공인들부터 재벌 딸, 장관 딸 등 배경이 어마어마한 사람들, 의사, 검사, 판사 등 전문직 여성까지.
신기한 건 고등학생 지원자들도 상당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불문이라지만 미성년자가...
"저하..이런 애들은 무슨 생각으로..."
"세상엔 상식 밖의 사람들이 많아. 그냥 고등학생이면 폐기함에 넣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사전 검열 하나 없이 전부 저하가 1차서류부터 검토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였다.
진짜 쓰레기 말고 내용이 쓰레기.
온라인 접수도 허용하다보니 신상정보 엉망으로 기재하고 세자저하께 나쁜 말을 써놓은 원서들도 간혹 있었다.
"저하..이런 건 명예훼손죄로 고소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내버려둬라. 사는 게 얼마나 재미없으면 이런 장난까지 치겠느냐."
가끔 세자저하를 보고 있으면 한 분의 부처를 보는 느낌이다.
화낼만한 일도 아무렇지 않은 듯 넘기고.
이럴 땐 저 높은 자리에 아무나 앉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
새벽 3시.
"저하. 내일을 위해 주무십시오."
"오늘 절반은 보고 자야지. 탄소 너는 이만 들어가거라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저하. 끝나실 때까지 돕겠습니다. 제가 또 한 의리 하지 않습니까"
"그래. 의리있게 끝까지 남아주거라. 으으 피곤하다."
우리는 그렇게 새벽 5시까지 지원서의 절반을 클리어했다.
"와~저하! 끝났습니다!!"
"오늘 밤에 또 이만큼을 더 봐야한다."
"...."
"아직 네 지원서가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견딜만하네"
"그러고보니 아직 제 지원서가 안나왔습니다!!...저하..그럼 저랑 내기하시겠습니까?"
"무엇을?"
"제가 저하를 찾아왔을 때부터 보기 시작해서 제 지원서 찾는 사람 소원들어주기."
"좋다."
"미리 찾아보기 없습니다 저하! 페어플레이!"
"그래. 정정당당히 하자. 이만 들어가 쉬어라. 고생했다."
"저하도 문안인사 가시기 전까지는 눈이라도 붙이십시오."
"그래 알겠다."
동이 터오는 걸 보면서 나는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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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20화를 넘어가다보니 사진이 겹칠 수 있어욯ㅎㅎㅎㅎㅎㅎㅎ
최대한 새롭고 글에 몰입하기 쉬운 사진을 넣으려 노력중이지만 가끔 익숙한 사진이 보여도 그러려니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모두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