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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기범] 술,담배 안 해요.그리고 보고싶어요 | 인스티즈

 

 

 

 

 

 

 

 

"....2주 뒤에 온다고 그랬지?"

 

 

기범은 옆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자신 앞에서 짐을 챙기는 종현을 바라본다.

종현은 네.하고  웃으며 대답하고는 다시 침대에 놓여진 물건들을 가방에 차곡차곡 넣기 시작한다.

 

최근 부산을 배경으로하는 영화에 캐스팅 된 종현은 2주일동안 부산에서 지낼 짐을 싸고 있었다. 그런 종현을

기범은 침대 머리 맡에 기대앉아 바라보고 있다. 신인배우지만 차곡차곡 자신의 위치를 쌓아가고 있는

종현은 최근들어 계속되는 로케이션 촬영에 짐을 싸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짐을 싸던 종현이 문득 고개를 들고 기범에게 말한다.

기범은 그런 종현을 보며 살짝 웃어보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열고 모자 하나를 챙긴다.

 

 

"그런 말은 영화 촬영할 때 하는 거야."

 

"...형은 나 안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영화배우 김종현씨.이 모자나 챙겨가.요즘에 햇빛 강한 거 알잖아."

 

 

 

말을 돌리는 기범을 종현을 말없이 잠시 쳐다보다 기범의 말대로 모자를 캐리어에 마저 챙겨 넣는다.

기범은 서랍을 열고 오늘 차고 나갈 팔찌들을 이것 저것 대보기 시작한다. 오늘 입은 옷에는

어떤 스타일의 팔찌가 어울리는 지를 대보는 것이다.아무래도 연예계에서 일을 하다 보면

겉모양 하나로 평가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이 직접 화면에 나오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입고 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범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송 감독님 영화에 제가 출연하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응..그래?"

 

"네.오디션때 너무 떨려서 떨어진 줄 알았었는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뒤에서 계속해서 종알거리는 종현에게 대충 대답을 하며 기범은 팔찌를 차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은 특이한 디자인인 탓에 혼자서 팔에 차기가 조금 버겁다. 기범이 혼자서

낑낑대며 팔찌를 끼고 있는 걸 본 종현은 기범에게 다가온다.

 

 

 

"줘봐요.내가 해줄게요."

 

 

종현의 말에 기범은 말없이 팔찌와 자신의 손목을 내준다. 종현은 기범이 낑낑거렸던 것이

무색할정도로 쉽게 팔찌를 채운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기범이 팔지를 내려본다.

 

 

"오늘이 마지막날인게 믿기지가 않아요."

 

"마지막날?"

 

"부산 내려가기 전 마지막날이잖아요."

 

 

 

강아지 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종현에 기범은 조금은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다.

 

 

 

"너 부산에 죽으러 가?"

 

"아니요."

 

"근데 무슨 마지막날이야. 또 와서 보면 되지."

 

"그래도요."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는 종현의 이마를 기범은 손가락으로 밀어버린다.

자신이 종현을 캐스팅 했을 때부터도 어리다 어리다 싶었지만 지금같은 순간에는

더욱 종현과의 나이 차이가 여실이 느껴지는 기범이었다.

 

자신은 로망스를 즐기기에는 나이가 많았고 또한 연예계라는 곳에서 한 두해 일한 것도 아니었다.

더러운 꼴도 많이 봤고 살아남기 위해서 독설도 서슴치 않는 기범이었다.

그런 기범에게 정말 하얀 도화지 같은 종현이 온 것이다.

 

처음 시작은 순전히 섹스를 위한 원나잇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서로의 집을

자주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반 동거 상태라고 봐도 무방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범은 '애인'이라는 단어와 너무나도 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한 사람과의

한정된 관계가 아닌 짧지만 강한 사랑을 했었던 기범은 순진한 얼굴로 자신을 '애인'이라고

부르며 다가오는 종현이 너무나도 어색했다.

 

 

 

 

 

 

"거기에 괜찮은 배우들 많이 나오던데."

 

"네.좀 기대되요.실물도 그렇게 멋있을지."

 

"가서 번호도 좀 교환하고 좀 친해져."

 

"왜요?"

 

 

 

순간 정색을 하고 말하는 종현을 기범은 조금은 당황스런 기분으로 쳐다본다.

 

 

 

"그냥.멋있는 사람들이잖아.유명하고."

 

"형은 내가 다른 사람이랑 연락하는게 좋아요?"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가끔은 종현이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났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아니 가끔은 아니다.자주.자주 한다.

그러면 자신은 종현을 만나기 전처럼 이 사람 저 사람과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게 기범의 천성에 맞는 연애 스타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넌지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된다고

말하면 종현은 화를 냈다.

 

 

 

"내 말은 괜히 나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랑 어울리는데 불편해하지 말라는 거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형이 굳이 나한테 말할 필요는 없어요."

 

 

 

캐리어의 문을 닫으며 종현은 기범에게 말한다. 기범은 중요한 촬영을 앞두고 있는 종현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중요한 촬영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닌데 괜한 말로

종현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기범은 천천히 종현의 뒤쪽으로 걸어가 종현을 감싼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을 종현의 등에 대고는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한다.

 

 

 

 

"잘 다녀와.담배나 술 하지 말고."

 

 

 

등에서 느껴지는 기범의 체온에 종현은 자신의 배를 감싼 기범의 손을 풀고 뒤돌아 기범과 마주보고 선다.

자신보다 작은 기범에게 눈을 맞춘 종현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기범의 얼굴을 바라본다.

 

 

 

"나 담배 술 안해요.앞으로도 안 할 거고요.형이 도와준만큼 노력해서 꼭 유명한 배우가 될게요."

 

 

 

그런 종현을 보며 기범도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바깥에서는 햇빛이 따뜻하게 둘을 비춘다.

 

 

 

 

 

 

 

 

 

 

 

 

 

 

 

----------------

 

 

 

 

 

 

 

 

 

 

 

"실장님.아까 꽃배달 온 것 같던데요?"

 

 

평소와 같이 사무실에 출근한 기범은 꽃배달이 왔다는 어시스턴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늘 자신의 생일도 아니고 어떠한 기념일도 아닌데 무슨 꽃배달이지?

 

라떼를 마시며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들어간 기범은 책상위에 올라와 있는 꽃을 바라본다.

어떤 한 종류의 꽃이 아닌 여러가지의 꽃이 한 다발이 되어 묶여있다.

이런 특이한 꽃을 보낼 사람은 단 한사람 밖에 없었다.

김종현.

 

 

 

".....치.."

 

 

 

역시나 꽃다발 속에 들어있는 카드에는 종현의 글씨체로 짧은 편지가 들어있다.

 

<술, 담배 안 해요.그리고 보고싶어요. - 종현 >

 

 

기범은 자신도 모르게 카드를 읽으며 미소를 짓는다.

마치 종현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것만 같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

사랑을 준다는 것.

 

 

 

 

 

 

 

 

 

 

 

 

 

 

 

--------

 

 

 

 

 

 

 

 

 

 

 

 

 

 

 

 

 

 

 

종현이 꽃을 보내 온 금요일 밤이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한껏 꾸미고 나서 바를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범이었지만 종현과 만난 후 기범의 금요일 밤을 조금 달라졌다. 

바를 가끔 가기는 했지만 그 전보다 확실히 횟수가 줄었고

바를 가는 목적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 순전히 술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종현이 그렇게 하도록 기범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기범 또한 자신의 욕구를 의도적으로 누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기범은 서서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종현이 없는 금요일 밤에 기범은 오랫동안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한 뒤 차를 한 잔 마시며 일주일동안의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종현 없이 혼자 잠에 들때면 가끔씩 새벽에 깨고는 했지만 오늘은 조금

피곤한 하루였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얼핏 종현을 생각한 것도 같았다.

 

 

 

 

 

 

 

 

 

 

 

 

".....형.."

 

 

기범은 잠결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떴을 때에는 거짓말 같이 종현이 등을 감싸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몇 초동안 종현을 말없이 쳐다보던 기범은 종현이 지금 부산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 뭐야.너 부산에 있어야 하는거 아니야?"

 

".......부산 내려가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까먹어서요."

 

"무슨 말인데 여기까지 온 거야?"

 

 

 

 

종현은 천천히 손을 들어 기범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그리고 살짝 드러난 이마에 키스를 한다.

그리고는 다시 기범과 눈을 맞춘다. 기범도 종현과 시선을 맞춘다.

 

 

 

"사랑해요."

 

 

 

종현의 말에 기범은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된다.

무언가 가슴에서 올라오는 데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누군가에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지 못한 그 말을 한다.

 

 

 

".......나도..나도 사랑해.종현아."

 

 

 

 

그리고는 둘은 키스를 한다. 언뜻 기범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기도 한다.

종현은 기범의 볼을 감싸고 다정하게 그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동안 기범은 늘 어딘가로 날아가려고 했다. 문제는 목적지가 어딘지를 자신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런 자신을 눌러 줄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고 늘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사랑해'라는 종현의 그 말은 기범을 어느 한 곳으로 안착시켰다.

 

 

 

 

'

 

<..바보야..그 말 할려고 여기까지 온거야?>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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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쫑키라니ㅠ엉엉 작가님 사랑합니다ㅠ 하 김종현.. 로맨티스트... 엉엉 사랑해요하트ㅠ
11년 전
독자2
으아늬 로맨티스트 종현 정말 좋네요 하아~>ㅅ<
11년 전
독자2
아 작가님 사랑해여ㅠㅠㅠ 저 쫑키 좋아하는거 어떻게 아시구ㅠㅠㅠㅠ 아 쫑 이 매력적인 남자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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