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호야 - Good Kisser
Elysia Scandal.02
부제 : 위험한 이유?
"네, 엘리시아 VIP 데스크입니다."
"성ㅇㅇ, 여기 커텐이 안 쳐지는데. 이거 어떻게 하는거예요?"
"...아, 커텐이요. 지금 사람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응, 알겠어요."
전화를 내려놓고 한숨을 푹 쉬었다. 런치는 아마 아까 같이 왔던 프랑스인들과 함께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은건지 콜이 오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ㅇㅇ야, 이거 전화 잘 돼?'
'아, 룸서비스는 몇 시까지예요?'
'여기 그, 영화 스크린 이거 내리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성ㅇㅇ, 여기 너무 어려워.'
...죽일까 진짜. 호텔리어로써 이런 말은 당연히 안 어울리겠지만, 개 빡친다 진짜. 나는 민윤기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애인지도 이제 알았다.
런치타임이 지나자마자, 뭐 그렇게 우리 호텔에 궁금한게 많은지. 아주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거의 한 사간에 한 번 꼴로 콜을 보내왔다. 제일 먼저는 전화가 잘 되냐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럼 한국 최고 호텔의 스위트룸인데 내선전화 하나가 안터질까. 능글맞은 콜은 애초에 받는게 아니었다.
...그 뒤부터는 아주 쓸데없이 애교 폭발하는 민윤기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렇게 민윤기의 정신없는 콜과 문의에 지쳐갈 무렵, 시간이 10시에 다달아가고 EFL의 공식적인 룸서비스 시간이 끝나가는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제 좀 쉬겠네. 매일매일을 신어도 아픈건 똑같은 힐을 괜히 툭툭 차 재정비하며 허리를 두드렸다.
5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설마 또 나를 찾겠어, 하며 나이트 담당인 윤 매니저와 자리를 바꾸려는데 이 자식은 정말 끝까지 나를 괴롭힐 목적인지 다시한번 42층 내선전화가 울렸다.
"...네, 엘리시아 VIP 데스크입니다."
"아, 4203호인데요. 지금 레드 와인이랑 베이컨 크림 스파게티 좀 올려줄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2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잔은 두 개 준비해주세요."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준비 해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내려놓고 기운이 쭉 빠짐을 느끼며 데스크에 널부러지듯 누우려다 애써 정신을 차리며 셰프 테이블로 주문을 넣고 한숨을 쉬었다.
사귈 때는 야식을 줘도 안먹던게 무슨 일로 야식이래. 이 시간에. 이건 백퍼 나를 존나 귀찮게 하려는 속셈이다. 민윤기 룸에 안가려고 얼마나 열심히 다른 사람을 보내고, 난리를 쳤는데. 결국에는 가게 되네.
민윤기가 시키는 이것 저것 다 열심히 사원들 보내고, 데스크에서 처리시키고, 태형이 보내면서 난리를 쳤구만. 딱 사람 빠지는 시간에 전화를 해서 내가 가게 만드는 민윤기에 한숨은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벌써 오늘만 몇번째 한숨이냐. 빡치게.
...설마 일부러 그런건가? 진짜. 20분 동안 어떻게 해야하나 한참 생각만 하다 결론이 나지 않아 그냥 아까처럼 모른 척 하기로 하며 묶었던 머리를 풀어 다시 올려 묶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래도 민윤기 없는 2년 동안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고, 극복도 했는데.
...그래, 연기 그 까짓거 하면 되겠지. 하면.
***
"고객님, 룸서비스입니다."
"들어와요."
"...네, 들어가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방 안으로 카트를 밀어 안으로 들어가니 하얀 침대 앞에 놓인 탁자와 그 앞에 앉아 가운을 입은 채로 핸드폰을 보고있는 민윤기가 있다. 그러다 내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씩 웃으며 핸드폰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 모습에 입술을 물고있던걸 빼내고 영업용 미소를 예쁘게 지으며 그의 앞 자리로 가 와인과 접시에 담긴 스파게티를 셋팅했다. 그러고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번 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입을 열었다.
"주문하신 베이컨 크림 파스타와 프랑스산 레드 와인입니다. 그리고, 10시 이후의 시간부터는 룸서비스가 종료됩니다. 아침 6시부터 서비스가 재개되니 그 때 다시 전화를 주시면,"
"그럼 이제 일 없다는거네. 잠깐 앉았다 갈래요? 아니, 이것도 서비스 일종으로 쳐주면 안되나. 같이 마셔줘요, 매니저님."
여유롭게 앉아서는 제 앞으로 빈 와인잔을 흔들어보이는 민윤기에 결국, 내 참을성도 바닥을 드러내버렸다. 대체 사람 말을 어떻게 해석하면 서비스 끝이라는 소리가 지랑 술마실 수 있다는걸로 들리는건지. 안 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된건가 싶다.
호텔리어가 된지 2년, 정말 여러 진상들을 겪어도 폭발을 한 적은 없었는데, 결국 이번에도 민윤기 때문인거네. 자존심 상하지만 뭐, 이게 너에 대한 내 한계인가보다. 거지같게도.
시선을 돌려 처음으로, 와인잔을 쥐고 흔들거리는 민윤기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며 다시한번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고객님, 실례가 안 된다면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지금, 고객님께서 저한테 작업 거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혹시라도 방금 제 질문이 껄끄러우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뭐, 껄끄러울 것 까지는 없고. 작업거는거 맞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2년 전처럼."
"......"
민윤기의 예상은 했지만 담담하게 웃으며 하는 그 말에 내 표정은 더 굳어져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기 싫다는 마음과, 기죽고싶지 않은 마음에 한숨을 한 번 쉬고 나도 민윤기를 따라 한 번 더 웃어보였다.
"그렇다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 남자친구가 질투가 심해서. 이런 작업은, 조금 불편한 것 같습니다."
"불편하면 불편한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불편한 것 같은건 뭐예요? 그 쪽 남자친구가 누군데."
"...제 남자친구가,"
"응, 네 남자친구가."
"...그, 말씀드려도 모르실 분입니다. 더욱이 고객님께, 제 사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아!"
...누구냐고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 그 질문에 당황해 잠깐 망설이다 대답하는 나를 가만히 보던 민윤기는 굳은 표정으로 와인잔을 놓고 일어섰다. 순식간이었다. 민윤기의 힘에 의해 내가 침대 위로 눕혀진건.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하던 내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고,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레 내 위로 올라온 민윤기에, 이미 이겨보겠다는 생각은 접은지 오래였다. 내 위로 올라탄 채 나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진득히, 천천히 훑는 눈빛에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려 피했다.
흰 이불위로 눕혀진 내 몸, 그리고 그 위로 올라탄 민윤기. 누가 봐도 오해할만 한 이 상황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아무리 반항하고, 손을 빼내려고 해도 제대로 써지지 않는 몸에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나는, 예전의 우리가 떠올라서 그랬던 거였을지도 모른다. 하루종일 집에서, 이블 속에서 서로 안고만 있어도 행복했던 그 때가 머릿속을 스쳐서, 나는 그대로 행동을 멈춘 채 민윤기와 눈을 마주쳤다.
"...옛날 생각 하나보네."
"...내려오시죠, 고객님."
"둘이 같이 침대에 눕는 것도 진짜 오랜만이고. 그치?"
민윤기의 말에 그대로 입을 꾹 닫았다. 이게 뭐야, 진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고 애써 생각을 정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거 놓으라고. 내려와, 민윤기."
"...이제야 내 이름 불러주네."
"......"
내게 키스라도 할 듯 가까이 다가와, 제 이름을 이제야 불러준다고. 그 따위 말이나 해대면서도 여유롭게 웃는 그를 가만히 올려다봤다. 더 이상은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에 한번 더 반항을 하려는데, 그 마저도 허락하지 않을 목적인지 고개를 훅 숙여 내가 꽂고있던 통신용 인이어 가까이까지 다가간 민윤기가 피식 웃더니 그새 표정울 굳히고 말을 잇는다.
"...고객님, 그 소리 존나 듣기 싫었는데."
"내려오라고 분명히, 흐으..."
내가 말하는 도중에, 그대로 내 귓볼을 물어 혀로 핥아내는 행동에 나도 모르게 잇새로 신음이 샜다. 다행히 바로 입술을 깨무는 바람에 민망한 상황은 면했지만, 민윤기는 여전히 입을 떼지 않고 진득한 혀놀림을 보이고있었다.
아, 이래서 구남친이 위험한건가.
어디가 가장 예민한지, 어디에서 죽어나는지 다 알고있어서.
조금씩 밀려오는 흥분감에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그를 밀어내려는 순간, 민윤기가 빠른 손놀림으로 허리를 바치고있던 손을 올려 내 인이어 마이크를 빼낸다.
"...긴급. 긴급상황입니다. 4203호 스위트룸, 경호팀 최대한 빨리 지원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긴급상황입니다."
"민윤기, 너 지금...!"
통신 버튼을 누른 채 하는 말에 놀라 소형 마이크를 급하게 뺏어들며 그 상태로 몸을 일으켰고, 민윤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떠한 감정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일어서서 제 흐트러진 가운을 정리한다.
그리고, 최고의 보안 호텔이라는 명성이 있는 만큼 빠른 우리 호텔의 경호팀은 내가 이 방에서 나갈 틈조차 주지 않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4203호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좀 천천히 와도 되는데, 굳이 또 이렇게 빠르고 난리야.
그들이 계속해서 우리가 있는 스위트룸을 두드리는 동안, 민윤기는 아까 내 위에 누워 나를 자극하던 그 사람이라고 믿지 못할만큼 태연한 얼굴로 방금까지 누워있느라 말려올라간 내 치마 위로 제 의자에 걸려있던 흰 수건을 던진다. 그러고는 아까 따라놓았던 와인을 들며 다시 의자에 앉아 몇 번 잔을 흔들거리더니 그대로 쭉 마셔버린다.
무슨 일이냐며 밖에서 계속해서 들리는 경호팀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안절부절 하는 나를 주시하기만 하는 민윤기에 결국 내가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경호팀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와버렸다.
...아, 개망했다 진짜.
순식간에 나와 민윤기가 있는 침실까지 들어와 경계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경호팀에도 민윤기는 아무 생각 없이 웃기만 하며 다리를 꼬고 앉아 나를 경호팀을 주시한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깨고 경호팀 사이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나와 같은 색의 복장을 한 호텔리어였다.
"김 지배인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성 매니저, 설명 가능해요?"
아마 스위트룸, 그것도 VVIP 층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김석진이 직접 온 것 같았다.
이때껏 본 표정 중 가장 어두운 표정으로 무슨 상황이냐 묻는 김석진에 뭐라 대답하지도 못하고 입술만 잘근거리고있던 그 때, 민윤기가 우리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여유롭게 웃으며 나를 한 번, 김석진을 한 번씩 쳐다보는 민윤기에게서 아까와는 다른 묘한 무게감이 느껴져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을 수밖에 없었다.
"...직원 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있네요. 레드 와인이라고만 했는데, 알아서 프랑스산을 가져왔어요. 고객이 원하는 점을 정확히 알려고 하지를 않았다는거죠."
"...네?"
"그리고 무엇보다,"
"......"
"고객이 자신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아무 짓 못하고 당황한 채로 보고만 있는 무능한 호텔리어네요. 아까 보니까 인이어 사용법은 아는 것 같던데."
"......"
"그렇죠, 성ㅇㅇ 매니저?"
줄줄이 이어지는 민윤기의 말에 내 실수가 겹쳤다는걸 그제야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 무슨 호텔리어 교육에 한 획을 그은 사람처럼 막힘없이 이어나가는 말이, 호텔리어 기본서에 포함 된 말이라는건 나도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옆에 서있던 경호원들과 김 지배인님도 민윤기의 돌발적인 행동에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를 다시한번 감싼 정적은 꽤 오래 지속되다 성 매니저, 사실이에요? 라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 김석진에 의해 조금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닥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그러나 내 끄덕임에 일이 꼬인 것을 한탄하듯 김석진의 한숨소리가 크게 방안을 울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그저 민윤기의 침대 앞에서 죄인처럼 서있었다.
또 다시 모두가 조용해진 순간, 민윤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에 의해 나를 포함한 방 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와인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김석진의 앞으로 다가간 민윤기는, 아까 내 앞에서 지었던 것과 같은 재미있다는 듯 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김석진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칭찬이라도 뭘 좀 해주고싶은데, 안타깝게도 다른 서비스들 역시 딱히 기억에 남는건 없었고."
"......"
"이런 차림으로 인사 드리게 되어 유감이네요."
"...그게 무슨,"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보는 김석진에도, 민윤기는 아직도 미소를 입에 건 채로 말한다.
"안녕하세요. 엘리시아 호텔 프랑스 지부에서 한국으로 발령받은,"
"......"
"지배인 민윤기, 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나는 느꼈다.
아, 내 인생이 진짜 제대로 망했구나. 라고.
***
예 여러분 민윤기는 뻥쟁이였슴다.
그럼 그렇죠 갑부는 무슨.
윤기는 암행어사같은 역할로 처음 들어가기 전에 호텔 서비스를 점검한 거였어요. 우연히도 그 대상은 ㅇㅇ였던거구요!
제대로 걸린 것 같죠? 허허... 앞으로 기대 해 주세요! 민 지배인님... 어째 호칭부터 발립니다...껄껄...
으아 작가는 이제 자러 가야겠어여!
내일은 사내 로맨스 들고 와야지 뉸누난나!
여러분 모두 굿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