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 겸 더운 날에 피난온 겸 카페에 앉아 있는데
모니터 너머로 인자하게 웃고 있는 인어 여자분이 자꾸 비춰지셔서
의도치 않게 계속 시강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거 쓰는 거 보는 기분이라서 혼자 찔림.
하지만 난 당당하게 쓸 것이다.
나른함이 가득 내려앉은 방에 햇빛이 들어와 조용히 어둠과 함께 잠기운까지 몰아내었으면 좋겠다.
비교적 예민한 윤기가 가장 먼저 잠에서 깨고, 그 다음은 태형이가 눈을 떴으면.
태형이는 어느새 자신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있는 단단한 팔뚝을 힐끗 내려봤다가
일어났냐는 듯 제 볼을 작은 앞발로 꾹 눌러대는 하얀 토끼를 보고 퉁퉁 부은 얼굴로 배싯 웃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몸에 감겨있는 부드러운 이불을 대충 손으로 들춰낸 뒤에 아직 따듯한 체온이 남아있는 손으로 윤기를 조심히 안아 올려 자신의 가슴팍에 올려놨으면.
그리고 머리와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으면.
우리 형 왜 이렇게 귀엽지? 뽀뽀할까요? 뽀뽀?
윤기가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유독 더 귀여워하면서 품에 안고 놓지 않는 태형이인지라 윤기가 됐다는 듯 고개를 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기를 들어 입을 맞추려고 했으면 좋겠다.
윤기가 뒷발을 들어 태형이의 이마와 입술을 꾹 밟으며 반항하는 사이에
뭐해요.
하는 낮은 목소리가 울렸으면.
동시에 고개를 돌린 늑대와 토끼가 본 것은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눈도 못 뜨고 있는 미성년자였으면 좋겠다.
결국 태형이는 윤기에게 입을 맞추는 대신 정국이에게 잡혀 몇 번이나 진한 입맞춤을 받고 난 이후에야 침대를 벗어날 수 있었으면.
정작 윤기는 그 사이 유유히 태형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방 구석에서 말랑하고 작은 혀를 내밀어 몸의 털을 슥슥 핥아내어 그루밍을 끝마쳤으면.
오늘도 조용하지 않은, 그렇지만 한층 더 나른한 아침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아점을 먹고 나서 거실에 앉아있던 태형이가 정국이가 게임에 빠진 사이에 책장쪽에서 한참을 뒤적이다가 무언가를 가지고 왔으면.
그리고 윤기에게 건네주었으면.
윤기가 이게 뭐냐면서 받아들고 찬찬히 살펴보다가 작게 놀랐으면 좋겠다.
형이 나 일하는 거 궁금하다고 했잖아요. 얼마 전에 유치원에서 줬어요.
노란색, 하늘색, 하얀색의 아기자기한 앨범. 윤기는 그렇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맨 첫장을 열어보았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작년 중순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앨범의 중간이 조금 지나서야 얼굴을 보였으면.
다양한 사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태형이와 아이들이 다같이 보여 해맑게 웃는 사진,
운동회에 울고 있는 아이 앞에서 똑같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안절부절하는 태형이 사진,
집중하느라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원복을 입은 아이들 사이에서 무언가 만드는 태형이 사진.
대부분 포커스가 유치원생들에게 맞춰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태형이의 일상들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어느새 옆에 붙어 앉은 정국이도 귀를 기울일만큼 태형이는 이날은 어떤 날이었고, 이 사진은 이렇게 찍혔고 등등을 설명을 해주었으면.
중간중간 태형이 사진을 찍으며 놀리는 정국이 때문에 앨범을 거의 다 보고 덮을 즈음에 태형이와 정국이는 다시 투닥거리고 있었으면.
윤기는 그 가운데에 앉아서 가만히 한 손을 앨범 위에 둔 채로 생각에 잠겨있었으면 좋겠다.
둘의 투닥거림이 짙어질 즈음에 담담한 얼굴로 그 모습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으면 좋겠다.
편지에서는 좋아죽겠다는 듯 써놓았으면서.
윤기의 낮은 목소리가 소란스러웠던 둘의 목소리를 가볍게 가르고 들어가 퍼졌으면.
태형이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내가 언제 그랬냐, 정국이는 윤기를 붙잡고 자세히 좀 말해봐라.
그러면 태형이는 또 윤기 형은 섬세해서 거칠게 다루면 안 된다며 붙잡는 손을 떼어내고,
정국이가 내가 무슨 세균이냐, 파괴맨이냐 하면서 또 투닥투닥.
윤기는 그 사이에서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시끄러워서 낮잠도 못 자겠네.
그래도 마냥 싫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태형이가 그 다음에는 트럼프 카드를 가져와서 무슨 엠티마냥 게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정국이가 주도로 윤기와 태형이에게 게임 룰을 알려주고,
벌칙은 가볍게 인디안밥, 딱밤, 손목 내려치기 등등이고.
태형이는 제 옆에 콜라 패트병 하나 딱 둔 상태로 그걸 말끔하게 비웠다가 윤기에게 탄산 좀 끊으라며 꾸중도 들었으면.
누군가의 손목은 벌게 물들여지고,
누군가의 이마는 빨갛게 부어올랐을 즈음에
정국이가 카드를 팍 내려쳤으면 좋겠다.
일요일에 집에만 있을 거예요? 우리 좀 나갑시다. 예?
도둑잡기가 10판 째 진행이 될 즈음 정국이가 집에만 있기 심심하다며 태형이와 윤기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으면.
처음에는 어딜 또 나가냐던 태형이가 막상 나가서는 정국이보다 더 신나서 윤기와 정국이를 양쪽에 딱 끼고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오락실에서는 정국이와 태형이가 승부욕에 불타올라 총 게임을 하고 있는 사이에 윤기는 인형뽑기에 꽂혀있었으면.
그 다음 간 노래방에서는 정국이가 이런 건 형부터죠. 라는 말과 함께 윤기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뱉어내는 토끼의 거친 랩에 존경의 눈빛을 보내면서 랩을 가르쳐 달라고 윤기에게 달라붙었으면.
그러다가 태형이가 자신도 랩을 할 줄 안다며 흥에 취해서 노래를 부르고, 정국이는 그 옆에서 탬버린으로 허벅지를 내려치며 같이 노래를 부르고.
윤기는 귀를 막고 있다가 방방 뛰다 콜라를 엎은 태형이를 보며 조용히 일어나 휴지를 가져온 뒤 뒷처리를 했으면.
정리를 끝낸 뒤에는 다시 귀를 막고.
그 다음은 저녁을 먹으러 맛집이라고 소문난 음식점으로 갔다가,
해가 다 저물고 어둑어둑 해질 즈음에야 집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뿌듯하게 놀았다면서 손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든 채로 태형이 집으로 가는데, 중간에 태형이의 핸드폰이 울렸으면 좋겠다.
윤기 형.
?
남준 씨 도착했다는데? 우리 집 앞이래요.
정국이와 태형이보다 조금 뒤에서 느긋하게 걷고 있던 윤기의 발걸음이 알게모르게 빨라졌으면 좋겠다.
어느새 맨 앞에 서서 얼른 오라는 듯이 가만히 정국이와 태형이를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바쁜 걸음으로 도착한 곳에는, 큰 가방을 멘 채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남준이가 있었으면.
야.
윤기의 부름에 고개를 든 남준이가 보조개가 깊게 파이는 웃음을 보이면서 손을 흔들었으면 좋겠다.
토끼야.
자박거리는 걸음으로 조금 빠르게 남준이에게 다가간 윤기가 남준이 앞에 서서 입술을 벙긋거렸으면 좋겠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으면 좋겠다.
이럴 때, 잘 다녀왔냐고 하면 돼요.
그런 윤기를 알았는지 남준이가 작게 소근거린 뒤에 다시 말해보라는 듯 윤기를 바라봤으면.
윤기 너는 그제야 남준이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다.
잘 다녀왔어?
응. 잘 다녀왔어요.
남준이가 환하게 웃으며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태형이는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서는 남준 씨가 왔다고 바로 그렇게 가버리는거냐면서 서운하다는 듯이 툴툴거렸으면.
윤기는 당장에 싹 챙긴 자신의 짐을 챙겨들었다가 그런 태형이를 보고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도착하면 전화할게.
응…. 가서 남준 씨랑 잘 지내고. 또 놀러와요. 자주 놀러와라, 좀. 형.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살짝 팔을 벌리면, 태형이는 튀어나온 입술을 쏙 집어넣고 윤기를 꽉 끌어안았으면.
한참 떨어질 줄 모르는 토끼와 늑대를 본 남자 두 명이 슬금슬금 떼어놓을 때까지 윤기와 태형이는 내내 꼬옥 끌어안고 있었으면 좋겠다.
근처 역까지 같이 가겠다는 태형이가 남준이와 윤기의 만류, 그리고 정국이가 억압으로 인해 막혀버려서 집 앞에서 손만 흔들고,
윤기도 계속 손을 흔들다가 남준이와 같이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잠깐의 정적이 내려왔다가 남준이의 목소리로 흩어졌으면.
밤바람과 같이 간지럽게 윤기의 귓가를 흔드는 목소리가, 어째 오랜만인 것 같아 윤기는 그저 멍하니 그 소리에 취해있었으면.
토끼야.
응.
다른 할 말은 없어요?
무슨 말.
내가 먼저 해도 돼요?
하지마.
왜요?
윤기의 입술을 꾹 다물렸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저 웃고만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 길가에 사람이 별로 없어질 즈음, 남준이가 천천히 윤기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손바닥을 마주댄 두 손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가락 사이를 메꿔 깍지를 꼈으면 좋겠다.
보고 싶었어요, 토끼야.
…응.
형은요?
어. 나도.
조금?
아니, 좀. 어. 어.
조금 보고 싶었어요?
…많이.
작은 웃음소리가 그림자 대신 둘이 지나간 걸음걸이를 따라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손바닥으로, 손 끝으로도 온기를 잔뜩 마주했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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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암호닉 확인] 부탁드립니다. 꼭. (Ctrl + F 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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