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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괴물 | 인스티즈

 

브금을 반드시 틀어주세요!

 

 

 

괴물

 

 

 

 

 

 

 

 

 

 지지직. 찢어지는 잡음이 노랫소리에 섞여 흘러 나왔다. 잔뜩 낡아 당장에라도 부품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카세트 플레이어였다. 원래부터 그런 건지, 고물 카세트 플레이어를 만나 카세트테이프가 손상되기라도 한 건지 노래가 늘어졌다.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뻗어 고물 카세트 플레이어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 늘어지는 고리타분한 노래도 다 그의 취향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노래를 틀어놓고 볼품없는 엉덩이를 잘도 흔들어대는 거다. 쾅, 카세트 플레이어가 큰 파열음을 냈다. 소리가 더 길게 늘어졌다. 씨발. 다시 귀를 막았다. 그가 돌아온다면, 내게 역정을 낼 것이 분명했다. 엿이나 먹으라지. 빨리 재밌는 거나 했으면 좋겠네. 내 엉덩이 아래 깔린 의자가 삐그덕 소리를 냈다. 처음보다도 더 길게 늘어진 소리가 찬 공간으로 길게 뻗어갔다.

 

 그는 역시나 돌아오자마자 내게 역정을 냈다. 그래도 더 느린 박자로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그는 제 몸도 주체하지 못하고는 나를 나무라기에 바쁜 거다. 엉덩이를 열심히 흔들어대는 그의 나이는 이제 쉰을 한참이나 넘기는 중이었다. 그가 집에서까지도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지는 미지수였다. 다만, 그러지 않기만 바랐다. 그건 정말 영락없는 철부지 꼴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카세트 플레이어에 손을 대! 처자식 앞에서 엉덩이를 흔드는 그를 떠올리며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내뱉었다. 그의 말과 행동이 동시에 멈췄다. 이내 더 커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루하게, 정말. 고개를 들어 그와 마주했다. 살이 빠져 푹 패인 그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그만 하실 때 되셨다, 그렇죠? 그가 마른입을 다물었다. 그거 말고, 재밌는 거 없어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눈을 아주 천천히 깜빡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습관이었다. 정확히는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습관 같은 것이었다. 제 습관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내가 안고 갈 버릇 같은 거였다.

 

 …일주일 뒤에 사형수 한 명.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예! 한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그렇게나 재밌는 걸 왜 이제야 알려줬어요!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몇 번이나 발을 굴렀다. 탁, 탁. 가벼운 발소리를 땅이 흡수했다. 그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들었다. 꼬깃거리게 접힌 종이를 양손으로 펼치더니, 내게 그것을 내밀었다. 딱히 받아들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종이를 손으로 받아들었다. 종이에서 뜨끈한 온기가 느껴졌다. 집게손가락으로 간신히 집어든 종이를 놓칠 뻔 했다. 구겨진 종이를 손으로 폈다. 간략하게 적혀있는 사형수에 관한 내용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한 층만 더 내려가면 사형수가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가 초조하게 기다리는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죽음을 기꺼이 받아드릴 각오로 광기어린 눈을 하고 있을지. 나는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기도 했다.

 

 종이를 다시 구겼다.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져, 너덜너덜한 종이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종이를 든 손을 아래로 내리자 보이는 것은 아직까지도 내 앞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발이었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의 칙칙한 옷을 따라 고개를 올려 눈을 마주하자 그가 몸을 흠칫 떨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죽기 전,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 같다고 생각했다. 내 앞에서 비켜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를 내가 먼저 지나쳤다. 그에게서 약간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담배 찌든 내인 것 같기도 했다. 몇 걸음을 더 걸어 뒤를 돌았을 때에도 여전히 그는 돌 마냥 자리에 굳어 있었다. 얼마 못 가겠네.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한 번 털고는 걸음을 옮겼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수영장으로 내려가는 계단과도 같다. 차가운 피로 가득 채워진 수영장. 사형수들은 물속에서처럼 몸이 제 멋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거다. 물론 내 추측에 불과했지만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정말 금방이라도 익사해 죽어버릴 것만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하나, 둘, 셋……, 서른아홉. 지하 바닥에 발이 닿았다. 서른아홉 개의 계단은 차가운 돌이었다. 다만, 나에게는 그저 놀음을 위한 도약판에 불과했다.

 

 철렁, 굵은 쇠사슬이 찬 시멘트 바닥을 긁는 소리였다. 일주일 뒤에 사형 집행 예정인 사형수였다. 사형수는 남자였다. 그를 나타내는 뼈대에 굳이 살을 붙여 표현하자면, 그는 한참이나 굶주린 사람과도 같아 보였다. 갈증으로 인해, 목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고, 입이 바싹 마르는 것만 같은 고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차라리 살려달라고 비는 것이 덜 비굴해 보일 정도였다. 무릎을 굽혀 창살 앞으로 앉은 내게 다가오려 그가 바닥을 기었다.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이 그를 막았다. 아까보다도 더 날카로운 소리가 지하를 울렸다. 아주 길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그 거리에 잔뜩 굶주린 사람이 있다.

 

 

 

 

 “일주일 후면 사형이야. 알지? 너무 걱정하지는 마. 죽는 건, 금방이니까.”

 

 “살려, 살려…….”

 

 

 

 

 사형수가 목이 막혀 찢어지게 긁는 소리를 냈다. 말을 끝마치기 전에 피나 토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내가 기대했던 광경은 아니었다. 내가 찾던, 내가 그리던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어차피, 어떻게 되더라도 내가 책임져야 할 사형수는 아니었다. 내게 꼬깃거리는 종이를 건넨 그의 책임이었다.

 

 

 

 

 “내가 지금 심심해. 그래서 재밌는 거 하나 알려주려고. 어때, 들어볼래?”

 

 “…….”

 

 “아주 간단해. 이걸 듣고 나서 너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근데 어차피 넌 일주일 후면 죽어버릴 거잖아. 걱정할게, 있나?”

 

 

 

 

 정말로 재밌을 거야. 너는 날 처음 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인 걸. 천천히 두 눈을 깜빡였다. 내 두 눈에 그의 모습이 다 담겨 흡수될 때까지. 나는 그저, 너의 처절함과 간절함이 보고 싶을 뿐이야. 살기 위해서 그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어? 그 험난한 과정을 인내하면 너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줄게. 네가 바라던 바지? 사형수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향해 작게 미소 지어 보였다.

 

 

 

 

 “잘 생각했어. 852. 아참, 이름이 뭐지? 수감되어 있는 동안 잊고 살았을 거 아냐.”

 

 “…이재현.”

 

 “좋아. 네가 성공하면, 꼭 그 이름을 불러줄게.”

 

 

 

 

 모든 것을 끝마치고, 비로소 내가 바라던 눈을 할 때. 그 때 말이야. 맨손으로 바닥을 벅벅 긁던 그의 손가락 끝에 피가 고였다. 무언가의 끝처럼. 그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이름이 저 먼 벽까지 닿았다 튕겨져 나와 메아리쳤다. 알았어, 알았다니깐. 그를 향해 손사래를 쳤다.

 

 

 

 

 

* * *

 

 

 

 

 

 뜨거운 국에 차가운 숟가락이 달아올랐다. 국을 뜬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언제나 생각해왔던 거지만, 이곳의 국은 정말 최악이다. 국에 떠다니는 건더기라고는 얇디 얇은 콩나물 몇 가닥과 퍽퍽하고도 짭조름한 멸치뿐이었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부실한 식단은 이제 더 이상 처음만큼의 큰 충격을 안겨주진 못했다. 간이 제대로 되어있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겠다고 작게 읊조리던 도중, 크게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이 울릴 것은 예상했었으나,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숟가락을 쥔 손이 멋대로 날뛰어 뜨거운 국에 그만 혓바닥이 다 데이고 말았다. 따가운 혀를 내밀며 열을 식히자 주변 교도관들이 밥을 먹다말고 뛰쳐나가고 있었다. 나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교도소 내 식당의 중심에 앉아 있었다. 수고들 하세요. 뛰어나가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아무래도 그가 내 제안을 아주 잘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숟가락으로 식어버린 밥을 떴다.

 

 

 

 852, 잘 봐. 여기가 두 번째 출구야. 네가 있는 곳이랑 가깝지? 간단히 얘기할게. 내일 점심 식사시간이 되면 여기는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 아침에 네 독방 문을 열어두고 갈게. 그렇게 한다 해도 도망칠 수는 없을 거야. 그렇지만, 더불어 교도관 옷까지 입는다면 너는 의심을 받을 확률이 적어지겠지. 그렇지? 최대한 수상해보이지 않게 걸어. 그런 다음, 이쯤에 그려진 쪽문 보이지? 여기로 나가. 그렇게 되면 사이렌이 울릴 거야. 주저하지 말고 뛰어. 사이렌이 울리면 교도관들이 널 잡으러 올 거야. 빠르게 높은 담을 타고 넘어가. 옆의 식물이 담을 넘어 넝쿨을 타고 있을 거니까. 그걸 꼭 붙잡고 넘어가. 852. 알겠지?

 

 852가 입술을 깨물고선 고개를 주억거렸다. 긴장을 한 건지는 몰라도 이마를 타고 땀이 흘러 내렸다.

 

 

 

 입 안에서 밥알들이 제 멋대로 나부끼는 것만 같았다. 이리저리 흩어지는 밥알들을 어금니로 잘게 부서질 때까지 꼭꼭 씹었다. 깍지 낀 양손을 하늘을 향해 쭉 뻗었다. 고개를 수동 메트로놈마냥 좌우로 꺾었다. 뚝, 뚝 하는 뼈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경박한 사이렌 소리에 박자를 맞추듯 했다. 여전히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밥알을 씹으며 식당에서 내려갔다.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내려가는 도중에 사이렌 소리가 멈췄다. 느릿한 발걸음으로 높은 담장을 향해 걸었다. 신발 밑창이 직직 거리며 갈리는 소리가 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852를 들것으로 옮겼다. 아참, 담장의 넝쿨모양을 한 전선에 고압전류가 흐를 수도 있다고 얘기해주는 걸 깜빡했네. 확실히 감기지 못한 두 눈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정신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보이는 거라곤 흰자뿐이었다. 이런, 내가 바라던 것은 그 눈도 아닌 걸.

 

 아쉽게도, 실패했네. 852.

 

 밥을 꼭꼭 씹어댄 탓에 아픈 턱관절을 양손으로 문지르며 멈췄던 발걸음을 돌렸다. 이 사람도 아니었네. 많은 사람들의 경박한 발걸음으로 인해 피어오르는 뿌연 흙먼지가 가득했다. 이제 나는 할 일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원래 앉아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 늘어진 테이프 소리에 귀를 막는 일이 고작이었다. 이제는 늘어진 테이프 소리마저도 못 들으려나. 길게 늘어지는 하품을 했다.

 계단을 올랐다. 아마도 그가 도망치기 위해서 내려갔던 계단이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발을 계단으로 내딛는 그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어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고작 이런 거에는 이제 재미를 느끼지 못하나. 얼마나 더 재밌는 걸해야 하지. 이마저도 별거 없는 걱정이었다. 수감된 사람들은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불필요한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지는 도중 답을 얻기도 전에 내 자리에 도착해버렸다. 가만히 의자에 앉았다. 푸른 인조 가죽이 오래되어 푹 꺼졌다. 엉덩이 모양대로 꺼진 의자는 벌써 교도소를 지킨 지 십 년을 훌쩍 넘겼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와도 같은 신세였다.

 

 

 

 

 “이게 다 네 년 때문이야!”

 

 

 

 

 교도관이 쿵쿵대며 걸어오더니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그의 카세트 플레이어는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 아니, 꺼졌다고 하기에는 고장나버린 카세트 플레이어가 시끄러운 잡음만 열심히 내보내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탓에 낮은 시선에서는 그의 어두운 옷만이 보였다.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그의 떨리는 입술이었다. 뭐가요? 간단한 대답이자, 물음이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는 뜻이었다.

 

 

 

 

 “너는 사람이 아니야. 지독하리만큼 괴상하고, 소름끼쳐.”

 

 

 

 

 이건 모두 다 네 년 짓일 거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가 떨리는 입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인걸요. 그가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몸을 힘껏 밀었다. 의자에서 밀려나 땅바닥에서 휘청거렸다. 그의 손이 카세트 플레이어의 버튼을 눌렀다.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테이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프를 빼어 든 그가 손을 떨었다. 그의 반대쪽 손에는 큰 짐 가방에 들려 있었다. 아, 그렇구나. 늘어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못 가겠다고 생각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정말 가네요. 잘 가요. 무거운 짐 가방에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 쏠린 그에게 보란 듯이 딱딱한 땅에서 중심잡고 서서 한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가 짐 가방을 다시 세게 그러쥐고는 거한 발걸음으로 빠져나갔다.

 

 

 

 

 “잘 가요.”

 

 

 

 

 뒤돌아 떠나는 그를 향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사람이 아니라니, 무슨 재미없는. 웃으며 이를 갈았다. 갈 때까지 사람 짜증나게 하네. 다시 낡은 의자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는 엉덩이를 갖다 붙였다. 괜히 머리칼을 뒤엎었다. 한 사람이 비었으니 곧 다시 사람이 올 터이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든 방금 나간 그만 아니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 빠진 속눈썹이 눈으로 들어가 연신 감긴 눈을 손으로 비벼야만 했다. 아미씨! 날 부르는 반가운 외침에 따가운 한 쪽 눈을 잔뜩 찡그리고서는 눈을 떴다. 안면이 있는 교도관이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언제 마주할지 모를, 마주하지 않을 지도 모를 내 이름까지 기억하다니.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든, 그보다는 낫길 바랐다.

 

 

 

 

“아, 예.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보면 알겠지만, 내려왔어요.”

 

 

 

 

 일어난 자리에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는 방금 이 곳을 빠져나간 교도관과 비슷한 나이 대였다.

 

 

 

 

 “방금 사형 집행을 마치고 와서, 하하….”

 

 “네, 뭐. 그러시구나. 앉으세요.”

 

 

 

 

 악수를 청하려 내게로 손을 뻗은 그가 땀범벅인 자신의 손바닥을 보고선 자신의 바지에 손바닥의 땀을 슥 닦았다. 약간은 축축한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옆의 의자를 가리켰다. 그가 손사래를 쳤다. 저쪽에 볼일이 있어서요. 참, 죄송한 말이지만 사실은 오늘이 아버지 제사라 일찍 가야해서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하게 교도관 업무를 교대하지 않는 교도소였다. 사형을 집행하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오늘은 나 혼자 이 층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귀찮게 됐네요. 눈을 깜빡였다. 하하하…. 그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교도소를 빠져나가던 교도관과 비슷한 뒷모습을 바라봤다. 다시 찾아온 적막에 괜히 목을 돌렸다. 이 낡은 의자에서 십 년 전에도 교도관이 나처럼 우두커니 앉아 교도소를 지켰을 것이었다. 어두운 이 곳에서 엉덩이가 꺼지지 않은 푸른 의자에 앉은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어쩌면 아주 다른.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적막, 또는 동정. 이중 무엇이었을까. 혹은 둘 다 무엇에도 해당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괜한 좌절감에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내게 뒷모습을 보인 그를 떠올렸다. 그는 의자에 앉아, 혹은 열쇠를 요란하게 짤랑이며 교도소를 거닐면서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내가 느끼지 못할 연민, 좌절, 분노. 그들이 이 감정들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라서? 그렇다면 내가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내 아비와 같아서, 아니야. 푹 숙인 머리를 흔들었다. 앙상히 말라붙은 몸을 한 그들을 사형시킬 때, 시체보다도 더 차가운 레버를 내릴 때, 그는 무엇을 떠올렸을까. 제사도 치러지지 못할 그들을 보며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린 적은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또래의 남성도 망설임 없이 사형시켰다.

 

 

 그와 반대로 나는 사형시키는 동안 내 아비를 떠올렸다. 광기가 차오르는 번득이는 두 눈을 가졌던 나의 아비. 그는 내게 아주 중요한 것을 알려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또 다시 생각한다. 그가 피비린내를 풍기며 알려주었던,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내게 보란 듯이 칼을 고쳐 잡고 사람의 목에 칼을 꽂아 넣는 일. 나는 그것에 익숙했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이 시체였고, 눈을 감으면 맡아지는 것이 역겨운 시체 썩는 냄새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당시 내게 장난감을 사주지 않았던 아비에게 놀음에 대한 투정을 부리지 않았던 것은 그의 놀음이 가장 흥미롭고도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죽어가는 이들의 머리칼을 꼭 부여잡고 속삭였다. 이 새끼 찌르면, 살려줄게. 그들에게 칼을 꼭 쥐어주던 그였다. 시체마냥 차게 식은 손에 칼을 쥔 그들은 대개, 찌르기를 택했다. 그들이 찌른 사람은 친구, 가족 또는 애인 이들 중 하나였다. 아버지는 우악스럽게 그들에게서 칼을 빼앗아 들었다. 살, 살려 주신다고 했잖아요…. 그들이 눈을 감으며 발악했다. 나의 아비가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그들을 비웃었다. 그냥, 네가 정말로 찌를지 궁금해서. 다시 눈을 깜빡이면 숨이 붙은 생명체는 나와 아비, 또 다른 이 뿐이었다. 나는 사람 같지도 않은 그에게 박수를 치며 웃어보였다. 내 나이, 여섯 살이었다.

 

 나는 자다가도 무의식 중에 떠올린다. 사람 같지 않은 살인자인 나의 아비. 지독히도 잔인한 괴물. 그리고, 그리고 또 다른 이….

 

 

 내가 그런 그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나는 그런 아비에게서 도망쳐, 사람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나는 칼을 고쳐 쥐던 그와는 달리 사형을 집행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사형수들은 머리에 괴상한 헝겊을 뒤집어쓰고 있다. 대개 헝겊을 벗겨내면 그들은 마치 헝겊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것 마냥 숨겨져 있던 자아를 드러내고야 만다. 민망하게도 그들은 한없이 나약하기 그지없다. 헝겊이 벗겨져 나와 마주하고야 마는 눈동자의 홍채가 이완한다. 나약한 그들처럼. 입이 막혀 있지 않은 때면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살려주세요, 라는 둥의 소리를 목을 잔뜩 긁어 내뱉는다. 그럼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위를 살핀다. 그러고서 나는 그들에게 내 뒤통수를 보이며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사형수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감사인사를 한다. 이제는 꿈에서도 뵈는 아주 익숙한 상황들이었다. 손에 엉겨 붙은 헝겊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나는 반대편 벽을 향해 달려간다. 벽에 붙은 차가운 레버가 내 손에 달라붙는다. 얼어붙도록 시린 레버를 굳게 쥐고 고개를 돌려, 경악 반응을 일으키는 사형수를 본다. 그들은 삽시간에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버리기도 하고,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며, 레버를 내린다. 그들을 받치고 있던 바닥이 사라지고,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목에 매달린 굵은 밧줄뿐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아니 이건 잘 모르겠다. 살기 위해서, 고통 때문에. 둘 중 어느 것이든 딱히 내가 알아야만 할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들은 밧줄에 목이 죄여 컥컥댄다. 뒷짐을 진 산태로 묶인 손을 있어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만큼 쓸모없다. 이럴 거면 귀찮게 손을 묶을 시간에 팔을 잘라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들의 눈동자는 끈질기게도 나를 향한다. 죽음의 불길에 휩싸이는 눈동자를, 나는 마주한다.

 

 나는 지독히도 완벽한 사형 집행인이었다.

 

 의자에서 일어섰다. 낡은 의자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죽어가는 사람의 뼈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걸음을 옮겼다. 내 발이 닿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 이미 이곳은 산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냉기가 잔뜩 흐르는 것이, 영안실을 걷는 것만 같았다. 내 발이 멋대로 향한 곳은 수감자들의 독방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저 아래 지하, 이쯤에서 자리를 지키다 죽었을 터였다. 이제야, 나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어 했다. 초췌해진 이들을 마주한다. 초점을 잃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텅 빈 눈동자. 나는 이들에게서 내 아비를 느낄 수 없다. 나의 아비는 죽을 때까지도 광기어린 눈동자를 하고 있었을 거였다. 그가 죽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도 독방에 갇혀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에 감사해했다.

 

 

 

 

 

* * *

 

 

 

 

 

 “세상엔 죽을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 건지.”

 

 “우리도 다 죽을 건데요, 뭐.”

 

 “그야 그렇지만, 여기서 죽을 사람들 말이야.”

 

 

 

 

 그의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하게 사형을 집행하는 곳이니 당연했다. 어제 제사를 끝마치고 다음날 점심에서야 돌아온 그였다. 마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가 돌아오자마자 말을 편히 했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고 그냥 입을 다물었다.

 

 

 

 

 “젊은 사형수 하나 들어왔어. 잘생겼더만.”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요.”

 

 “그 얼굴로 사람을 잘도 꾀어내어 여럿 죽였겠지.”

 

 “뭐,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왜 인지는 몰라도, 자수를 했어.”

 

 

 

 

 지루하게 빨아대던 막대사탕을 입에서 빼내었다. 입 안에서 달달한 포도향이 맴돌았다. 치열을 혀로 훑을수록 향이 강해졌다. 입 밖으로 나온 사탕이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어렸을 때 강렬한 놀음이 커버린 내게 부작용을 남겼다. 나는 더 강렬한 놀음을 바라고 있다.

 

 

 

 

 “아무튼, 이번 사형수는 아미씨가 집행 할 거라더라고.”

 

 “저한테는 얘기 없었는데요?”

 

 “방금 듣고 온 얘기니까.”

 

 

 

 

 내가 담당이 된다는 소리였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나에게 그가 건넨 말이었다. 그냥, 심심해서요. 참, 그 사형수 독방이 어디라고요? 오래 앉아 있었던 탓에 아린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B2-3. 대답이 끝나자마자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방은 내내 비워두더니. 내 아비의 사형 이후로.

 

 서른아홉개의 계단을 빠르게 밟았다. 지하 2층은 들것에 실려 나갔던 사형수가 죽어버린 후로, 비워져 있던 상태였다. B1의 사형수들은 내 담당이 아닐 것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땅을 밟았다. 그는 어떤 눈을 하고 있을까. 내가 바라던 눈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있는 독방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어, 내 집행인은 아미인가보네. 오랜만이야.”

 

 “……전정국?”

 

 

 

 

 내가 독방에서 마주한 것은 내가 사랑하던 것과 꼭 닮은, 아니 내가 사랑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바라던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전정국. 광기어린 눈으로 예쁘게 웃는 그. 내 사형수였다.

 

 

 

 

 “나는 네가 내 독방 옆에서 같이 갇혀있을 줄 알았는데, 집행인이 됐네.”

 “너 뭐야. 왜 자수한 거야.”

 “그냥, 뭐. 이제 슬슬 재미도 떨어지고. 너도 집행인이 됐다는 소리를 들어서, 진짠가 하고.”

 

 “그래서 자수한 거야? 내가 집행인이 돼서? 고작, 그걸로?”

 

“고작…. 아무튼, 심심해서.”

 

 

 

 

 바닥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던 정국이 태평하게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누웠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쇠사슬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손을 뻗어 철창을 붙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시선이 나를 따라 움직였다. 왜 자수했어. 계속 네 재미 좇으며 살지. 왜 했어. 내 중얼거림에 정국이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크게 웃느라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말했잖아, 이제 그건 재미없다니깐. 그동안 너도 없었잖아. 내가 얼마나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그럼, 너는 재밌었어? 차가운 철창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철창과 맞닿은 손바닥의 피부가 아렸다. 죽어도 아저씨 같은 괴물이 되기 싫다더니, 더 재밌는 걸 하고 있었네. 나는, 안 보고 싶었어?

 

그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 무의식 중에는 네가 있었고, 내 꿈속에도 네가 있었어. 네가 그걸 알어? 내 말에 정국이 편히 누워있는 몸을 일으켰다. 짧은 쇠사슬 때문에 나와 가까워 질 수는 없었다. 알지. 잘 알지. 나도 그랬는데. 그랬으면서 왜 도망쳤어.

 

 입이 떨어지지 않아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했다. 말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국의 시선이 따라 올라갔다. 왜 그렇게 울 것 같은 눈을 해. 정국의 말을 무시했다. 뒤를 돌아 걸음을 빨리 했다. 무거운 걸음이었다. 가지 마. 또 다시 말을 무시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눈이 내게 가져다 준 것은 재미뿐만이 아니었다.

 

 

 

 

 “응?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아니면 화난거야?”

 

 “갑자기 피곤해서요.”

 

 “그래. 이제 할 일 많아지겠지. 새끼들도 많이 들어와, 요즘. 워낙 세상이 흉흉해서.”

 

 

 

 

 그의 말을 뒤로하고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눈을 감았다. 다시 마주한 그는 성인이었고, 사형수였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이기도 했다. 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 도망쳤다. 나는, 나는….

 

 어느새 정국을 마주한 지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내가 식사를 끝마치고 나서야 사형수들의 식사시간이 될 수 있었다. 허겁지겁 밥알이 씹히는지, 멀쩡하게 식도를 타고 흘러 내려가는지도 모르게 밥을 삼켰다. 자잘한 밥알 알갱이들이 목구멍에 상처라도 내는 듯 따가웠다.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내곤 밥을 삼켰다.

 

 부실한 식단이 담긴 식판을 들고 돌계단을 밟았다. 혹시나 계단의 개수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되도 않는 생각에 오르내릴 때마다 계단의 개수를 헤아렸지만, 여전히 서른아홉 개였다. 변화 없는 계단은 큰 재미도, 흥미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애초에 계단에게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부터가 이상했지만 말이다. 서른아홉 개의 차가운 돌계단을 지나면 내가 바라던 그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숨을 몰아쉬었다.

 

 

 

 

 “식사 시간이야.”

 

 “가지 말고 있으면 안 돼?”

 

 

 

 

 정국의 독방에 식판을 밀어 넣었다. 식판을 받아든 정국이 입을 열었다. 한참이나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입을 열어 긍정의 표시를 하기 전까지는 죽어도 밥을 입에 안 댈 생각인 듯 했다. 수저도 손에 들지 않은 채로 나만 보고 있는 그에게 가야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알았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밝은 표정으로 변한 그가 수저를 집어 들었다. 밥을 숟가락으로 뜨는 행위에도 쇠사슬이 철렁거렸다. 그 소리에 그만 눈을 감았다.

 

 

 

 

 “눈 떠, 아미야.”

 

 “…….”

 

 “이러면 네가 있는 의미가 없잖아. 날 봐. 날 봐줘.”

 

 

 

 

 자수하지 말지 그랬어. 오지 말았어야지. 멀쩡한 사람 행세하고 있는 나를 지나쳤어야지. 내 말을 듣고 있던 정국이 입 속의 밥을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체하겠다. 그가 숟가락을 다시 내려놓는 모습을 보고서는 다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내 눈치를 살피고 다시 숟가락을 든 정국이 국을 한 술 떠먹었다. 간은 얼추 맞네. 모양새가 이래서 맹물일 줄 알았는데. 한 번 더 국을 떠먹은 그가 혀로 입술을 쓸었다.

 

 

 

 

 “안 그랬으면 나 안 만나줬을 거 아냐. 네가 많이 변해서 실망할까봐, 실망하지 않으려고 온갖 상상은 다 했는데.”

 

 “…….”

 

 “너는 너네. 안 변해서 오히려 놀랐어.”

 

 

 

 

 침을 꿀꺽 삼켰다. 도망친 순간부터 변하려고 노력했고, 변화했어야만 했다. 나는, 그런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서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교도소에서 쫓겨난 그가 내게 준 불쾌함과는 다르고, 아주, 아주 묘한 말이었다. 어쩌면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듣기를 원했던 것만 같았다.

 

 

 

 

 “난 변했어.”

 

 “아니, 변하지 않았어.”

 

 

 

 

 변했다, 변하지 않았다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걸 알아서 먼저 이야기하기를 그만 두었다. 그도 더 이상 말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시 정국과 재회한 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찬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그의 밥 먹는 모습만 지켜보았다. 그는 젖살이 빠진, 완벽한 성인의 모습이었다. 내가 그의 젖살이 빠졌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떨어져 있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느새 식판을 다 비워가는 덕에 그의 숟가락이 거치는 자리마다 슥슥 거리는 소름끼치는 소음이 들려왔다. 밥을 다 먹은 그가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정국아. 나랑 같이 여길 빠져나갈래?”

 

 “아니, 싫어.”

 

 

 

 

 평소와 같았더라면, 그가 전정국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지도 모른다. 예상외의 대답은 언제나 즐거웠고, 큰 재미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대답은 나에게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었다. 왜 인지는 몰랐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 지도 몰랐다. 차라리 그가 내게 나가자고 애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에게 넝쿨을 잡게 할 일은 없을 테니, 제발 함께 나가자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왜 싫은 건데?”

 

 “이대로 나가면 너는 나를 전정국으로 봐주지 않을 거잖아.”

 

 “일주일 후면 넌 사형이야.”

 

 “알아.”

 

 

 

 

 그럼 너는 나를 뭐로 보고 있어? 그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쓸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 같기도 했고, 글씨를 쓰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김아미, 너로 보고 있어. 바닥으로 향해 있던 고개가 올라왔다. 다행이네. 아픈 무릎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별 효과는 없었다.

 

 

 

 

 “…좋아하는 노래는 있어?”

 

 “있는데 제목을 몰라.”

 

 “가수 이름은, 알아?”

 

 “아무 것도.”

 

 

 

 

 찾기 어렵겠네. 음악이라도 틀어 주려다가 일만 늘게 생겼다. 애초에 정국에게 그런 것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내가 도망치기 전, 그대로 살았다면 아는 노래가 있다는 것이 경탄스러운 정도였다. 그런 그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아마도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큰 가게에서나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을 터였다. 그가 음반을 사 들을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언제쯤 들었어?”

 

 “정확히는 몰라. 몇 년 전쯤.”

 

 “연말이었어? 성탄절 분위기였다든지….”

 

 

 

 

 그에게 내 말이 전해지고 나서야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그가 성탄절을 유쾌하게 보냈을 것이라는 상상은 고사하고 그가 살아 숨 쉬던 그때의 해나 알면 다행이었다. 정국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괴물에게 도망쳐 나와 성탄절을 온몸으로 느꼈어, 정국아. 말하지 못했다.

 

 

 

 

 “날이 추워지고 있었어. 남자, 여자가 같이 부르고 있었고…”

 

 “팝송이야? 외국 노래.”

 

 “응.”

 

 

 

 

 그렇다면 더더욱 찾기가 힘들어질 거였다. 그래도 그가 좋아하던 노래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팝송, 혼성. 네가 좋아하던 그 노래는 뭘까. 그 괴물의 소굴에서 널 잠시 스쳐 지나가다 네 안에 갇혀버린 그 노래는 뭘까. 너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평범함을 느끼게 해줬을 그 노래.

 

 

 

 

 “기억나는 가사나, 악기는?”

 

 “고 슬로우, 악기는…, 기타? 사실 잘 모르겠어. 기타 소리도 스치듯이 들은 거라서. 내가 알고 있는 게 기타 소리가 맞는 지도 모르겠어.”

 

 

 

 

 잔뜩 풀이 죽은 듯한 그의 모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정국이 작게 웃었다. 못 찾아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는 게 그것뿐 만은 아니니까. 나는 다 좋아. 괜찮아. 정국이 식판을 내 앞으로 밀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터라 손을 뻗어서 바닥으로 질질 끌어오는 수밖엔 없었다. 기억나는 멜로디, 들려줄 수 있어? 식판을 내 앞으로 옮겨 두고서는 이야기했다. 정국이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입꼬리만 올려 웃어 보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눈을 감고선 그의 소리를 들었다. 그의 멜로디가 내 심장을 조각했다. 조각된 것은 심장에 돌기를 내어 만들어진 오르골이었다. 심장을 지나던 피가 돌기에 부딪혀 그의 멜로디를 노래할 거였다.

 

 

 

 

 “잘 들었어. 고마워. 조금 이따가 다시 찾아올게.”

 

 “응. 빨리 와.”

 

 

 

 

 정국이 손을 흔들었다. 그에게서 들리는 쇠사슬 소리는 이상하게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유쾌함을 안겨주지도 못했다. 애초에 정국을 만나고서부터는 모든 것이 다 새로운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수없이 지나다녀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 너와 떨어져 혼자 찾게 된 재미. 숨 쉬는 것 하나하나까지. 나는 내가 아니었다. 어쩌면, 원래의 나였던 걸지도.

 

 

 

 

 “혹시 옛날 카세트테이프 많이 가지고 계세요?”

 

 “물론이지. 내 취미 중 하난데. 근데 그건 왜 묻지?”

 

 “아, 노래 좀 찾으려고요. 그, 기타 연주가 들어가는 노래에 고 슬로우라는 가사….”

 

 “그걸로 노래를 어떻게 찾나.”

 

 

 

 

 교도관이 배를 부여잡고 껄껄 웃어댔다. 아…, 역시 그런가요? 괜히 뒤통수를 긁적였다. 몇 년 전 노래인데…, 그게…. 그가 흥미롭다는 듯이 뒤로 드러눕다시피 소파에 기댄 등을 일으켰다. 유명한 노래인가? 그가 양손 검지를 꼼지락대며 물었다. 그것도 잘…, 가게에서 틀어 줬던 것 같아요. 그가 한숨을 푹 내쉬고선 등을 다시 소파에 기댔다.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다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도 그것을 알았는지 입을 떡 벌리고는 다물 줄을 몰랐다. 괜히 물어본 것 같다는 생각에 눈알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가 짝 소리 나게 박수를 쳤다. 얼마나 크게 소리가 났는지 부딪힌 손바닥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내가 도와주지!”

 

 

 

 

 사명감에 가득 찬 말투에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사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탓이기도 했다.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불필요할 정도로 힘차게 일어선 그의 무릎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어색하게 웃어보이고서는 그의 캐비닛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라오라는 식으로 손짓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캐비닛을 열자 수많은 옷에 깔린 가방이 드러났다. 만약 그가 교도관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캐비닛을 열었더라면 분명 그를 경찰에 신고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의 짙은 갈색의 가죽 가방은 굉장히 수상쩍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 닳아 결이 부드러워진 가죽이 보였다. 그가 가방을 열기 위해 잡은 지퍼 역시도 녹이 슬어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지익, 굳게 닫힌 가방의 문이 열렸다. 안에 현금이 두둑하게 들어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가방이 크게 입을 벌리자 안에 들어있던 것들은 모두 카세트테이프였다. 가방의 입을 오물거리면 카세트테이프가 저절로 미끄러지며 긁히는 소리를 냈다.

 

 

 

 

 “시대가 어느 땐데 테이프가 이렇게 많네요.”

 

 “아날로그 감성이지. 좋은 거야.”

 

 

 

 

 문득, 그가 교도소를 떠난 교도관과도 같은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양손으로 가방을 들어올렸다. 묵직한 가방이 뒤집어지고 테이프가 쏟아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테이프를 보며 생각했다. 정국아, 너는 이렇게 많은 카세트테이프를 본 적이 있니. 너와 나의 놀음인 그것 말고 좋아하는 노래의 이름을 알 만큼, 네 관심사에 열중한 적이 있니. 아니면 너는 그런 여유조차도 네 것이 아니었니?

 

 

 

 

 “이 많은 테이프를 다 뒤져요? 이중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맞아요?”

 

 “그건 모르지만, 아무튼 찾으면 있겠지. 그래도 나름 당시에 가게에서 틀어주던 곡들은 다 들어보고 다녔으니까. 그때가 좋았는데 말이야.”

 

 “하나씩 다 들어봐야 하는 거죠?

 

 “당연한 소리를. 그래도 년도는 내가 다 적어놨어. 적당히 추려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적당히 년도를 추려냈다. 최근의 노래는 당연히 제외하고, 아주 옛날 노래도 제외하려다 혹시 몰라 옆에 조심스럽게 쌓았다. 탑처럼 쌓이는 카세트테이프는 넌더리 날 정도로 많았다. 이 노래를 다 들어보기 전에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옆에 놓인 카세트 플레이어에 조심스럽게 첫 테이프를 넣었다. 달칵 소리와 함께 테이프가 모습을 감췄다. 조심스럽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다 들은 뒤에는 되감기해야 해! 그가 옆에서 소리쳤다.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첫 번째 곡은 애초에 기타 반주도 아니었다. 시끄러운 노래였는데, 가사를 들어보니 한국 노래였다. 아차 싶은 마음에 옆에 산처럼 쌓여있던 노래 중 팝송이 아닌 노래도 제외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옆에 놓인 테이프들은 끝을 보일 줄 몰랐다. 내 가슴 한 켠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멜로디와 테이프를 수십 번 재생시켰다. 

 

 

 

 

 “어때, 이건?”


 “어…,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말 그대로 환장할 지경이었다. 평소엔 잘 듣지도 않는 노래를 몇 시간 내내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테이프가 그게 끝이 아니라며 다른 보따리에서 더 많은 테이프를 골라내준 덕이기도 했다. 테이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빨리 찾지 않는다면 나는 저 음악들을 모두 들어야만 했다. 그의 멜로디만 듣고서 음악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 옆에서 테이프를 정리하는 그가 없었더라면 나는 이미 카세트를 모두 부수고 뛰쳐나갔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남자, 여자. 그리고 그의 멜로디. 기타. 어쩌면 이 노래가 정국의 안에 갇혀버린 노래인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들어본 노래가 아니라서.”


 “아닐 수도 있으니까 다른 것도 다 들어봐.”


 “아니요. 맞는 것 같아요.”

 

 

 

 나머지 테이프들을 모두 쓸어 그의 가방에 담았다. 그는 입술을 삐죽이고는 헤 벌어진 가방 입을 닫았다. 지퍼 잠기는 소리와 함께 테이프가 서로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이 카세트 플레이어랑 테이프 좀 빌려도 돼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처음 하는 감사인사였다. 꽤나 낯설었다. 그가 가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왜요? 손에 쥔 테이프를 쥐고 물었다. 네 사형수 사형은 다음 주 인데 벌써부터 굶겨 죽이려고? 고개를 돌리니 시계 시침이 벌써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점심 식사 시간 지나자 마자부터 노래만 들었더니 얼얼한 귀를 손으로 문질렀다. 급하게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식판을 들고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계단을 빠르게 밟았다. 이 교도소에 온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계단의 개수를 세던 것도 잊고 돌계단을 내려갔다. 식판의 수저가 철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헉, 헉. 숨을 몰아쉬었다. 독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안 오는 줄 알았어.”


 “미안해. 바쁜 일이 좀 있었어서.”


 “괜찮아. 다시 왔잖아.”

 

 

 

 

 정국의 말에서 나는 내 주위를 맴돌던 죄책감의 향기가 훅 끼쳐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응. 다시 왔어. 식판을 밀어 넣었다. 나는 너랑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어. 정국이 경청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너랑 만나는 시간은 밥 먹을 때뿐이네. 그래도 좋아. 널 만나니까. 정국이 말했다. 더, 더 자주 올게. 미안해.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일주일도…. 너와 떨어져 있었던 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기간이었는데, 널 볼 수 있는 건…. 고개를 떨어뜨렸다. 차라리 여기서 고개가 팍 꺾여 너보다 먼저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너와 함께라도….

 

 

 

 

 “내가 다시 널 만났잖아. 그거면 된 거야.”


 “이 방은, 나한테 열쇠가 없어. 정국아. 이 방만 유일하게…. 안 쓰이던 곳이라, 나한테 없어. 그래서….”


 “응.”

 

 

 

 

 정국이 빠르게 식판을 비워냈다. 손을 뻗어서 그의 손을 잡고 싶었는데, 뻗어도 잡히는 것은 그의 손이 아니었다. 정국이 웃으며 식판을 밀어냈다. 잡히는 것은 결국 식판뿐이었다. 그의 눈을 마주하기 어려웠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눈. 내가 사랑하는 그 눈. 끝끝내 두려움에 너의 눈에서 벗어나 도망치던 나를 떠올렸다.

 

 

 

 

 “도망쳐서 미안해. 그렇지만 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그래서….”


 “결국 너는 나와 같잖아. 나는 네가 그토록 되고 싶지 않아하던 괴물. 네가 말하던 그.”


 “아니야, 아니라고.”

 

 

 

 

 그의 말에 바닥에서 튕겨나듯이 일어섰다. 고개를 도리질 쳤다. 나는 그의 말을 부정해야만 했다. 사실이건, 아니건 부정해야 했다. 그의 눈이 끈질기게 나를 좇았다. 내 발에도 그에게 채워진 것과 같은 쇠사슬이 채워진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미안해, 미안하지만, 난 괴물이 아니야….”


 “왜 자꾸 부정하려고만 하는 거야? 아미야, 나를 봐. 너와 나를 봐줘.”


 “아니야, 아니야.”


 “우리를 봐. 재미를 좇다가 결국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너는 재미를 좇는 사형집행인이잖아. 네가 나쁘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게 아냐. 너는 나와 달라?”

 

 “정국아, 정국아…. 제발….”

 

 

 

 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곤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차가운 지하를 가득 메웠다. 이 와중에도 가슴 속 오르골이 요란하게도 돌아가고 있었다. 차라리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왔어야 했다. 그가 노래에 집중하도록. 테이프를 깜빡 잊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미야, 나는 너와 다른 거야?”


 “그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정국아…. 제발 그만해줘….”


 “그래서 나까지 버리고 도망친 거야?”

 

 

 

 

 입 속에 피가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말을 내뱉으려고만 하면 웅얼거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도 잘 몰랐다. 내 앞에는 상처 받은 어린 정국이 있다. 내가 도망쳤을 때, 그 시절의 정국. 눈을 감았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괴물처럼 살고 싶지 않았어. 평범하게 사람처럼 살고 싶었어…. 다 내 잘못이었어.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어. 미안해, 미안해. 입술을 꾹 깨물고 주저앉았다. 닿지 않는 거리에 그가 있어서 채 아물지 못한 상처가 더 쓰라렸다. 내가 괴물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아미야, 나는 사형당한 아저씨를 비웃는 사람들을 죽였어. 또, 그와 함께 네가 죽었을 거라고 호언장담하던 사람들도 죽였어. 모조리. 나는 결국 남은 게 없어. 전정국이 아니라, 괴물 하나밖에 남지 않았나봐. 너는 결국 나와 달라? 나는 정말로, 혼자인 거야?”


 “정국아….”


 “네가 지독한 사형수가 됐다는 얘기를 흘려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혹시나 네가 달라졌을까 걱정은 했어. 그치만, 네 얼굴을 보니 너는 내가 알던 너 그대로인 것 같아서 나는 믿지도 않는 신한테 감사하다고 빌기도 했어. 신이 있다면 나를 왜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절규하던 어린 나를 무시하고 감사하다고 빌었어. 근데 그게 틀렸던 거야? 아미야, 아미야….”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은 네가 틀리지 않았다는 거? 네가 계절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남들에게 속이고 비굴하게 빌붙어 눈 내리는 성탄절을 처음으로 만끽하던 그 순간 너를 떠올렸다는 것? 이 악물고 도망치던 어린 나를 불쌍히 여겨 사실은 나보다도 더 힘든 너를 외면하고 사람인 척 살아가려던 것? 

 

 

 

 

 “사실 난….”

 

 

 

 

 내 안의 괴물을, 사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이 거대한 괴물을. 너의 상처 앞에서 드러내야 하는 걸까.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네가 했던 건 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던 거니, 전부 괜찮을 거라고. 끔찍한 나날을 내가 함께 하겠다고. 너와 함께 죽어버리겠다고.

 

 

 

 

 “정국아, 아파. 하지 마.”


 “……아파?”


 “네가 아파. 너도 아프고, 나도 아파. 날 왜 찾아왔어. 결국은 너 보다도 더한 괴물을 왜 찾아왔냐는 말이야.”

 

 

 

 

 나는 너를 두고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다. 부정하고 살았던 괴물이라는 말을 결국 네 앞에서 인정하고야 만다. 다른 사람이 내게 뱉었을 때 끈질기게 따라붙던 더러운 꼬리표와는 다른 말이었다. 너와 나는 같다. 그것을 인정하는 말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눈이 붉어진 것을 바라보고 있기 어려웠다.

 

 

 

 

 “너랑 난 같아. 그러니 제발, 네가 아플 말은 하지 마…. 응?”


 “…….”

 

 

 

 

 그의 소리가 다시 가슴 속 새로운 돌기를 만들어냈다. 피가 부딪히는. 네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말은 내가 괴물이라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나는 네게 나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나자 안도감을 느꼈다. 의문의 편안함이었다. 그러나 손을 뻗어도 나는 네게 닿을 수 없음에 좌절했다.

 

 

 

 

 “밥 먹자마자 체하겠다. 미안해. 나중에 올게.”


 “꼭.”


 “응. 도망치지 않을게.”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또다시 정국 혼자 남겨두고 걸음을 뗐다. 식판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결국 나를 부정하고 있었고, 너는 너에게 상처주고 있었고. 아니, 사실 그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건 나였다. 차라리 같이 얼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와 함께 도망 쳤어야 했다. 너를, 네 눈을 보고서 나는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다.

 

 수없는 상념 속 정국은 나에게 욕을 퍼부었다. 나를 왜 버리고 갔냐.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다시 재회한 정국은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나에게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정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였을까.

 

 

 

 

 

* * *

 

 

 

 

 

 드디어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정국의 독방을 찾았다. 콘센트가 없었기에 카세트 플레이어는 충전식이어야 했다. 덕분에 한결 가벼운 기기를 찾았다. 교도관에게서 빌린 테이프 역시 손에 꾹 쥐고 있었다. 정국의 사형 집행, 나흘 전이었다.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


 “그래서 왔잖아. 이게 뭔지 알아?”


 “아니.”

 

 

 

 

 정국과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역행한 듯 했다. 너와 나는 결국 같아. 서로에게 속삭이고 나서야 우리의 끝을 향해 전진하던 시침이 후퇴했다. 손에 들린 테이프를 흔들어보였다. 그가 이것의 존재를 알 리가 만무했다. 너와 나밖에 남지 않은 것만 같은 새벽. 나는 다시 너와 함께 역행한다.

 

 

 

 

 “테이프야. 들어봐.”

 

 

 

 

 틀어져 나오는 노래에 정국이 어, 하고 놀라는 소리를 냈다. 혹시나 이게 그가 찾던 노래가 아닐까봐 침만 삼키고 있던 도중, 그의 반응은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어떻게 찾았어?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맞아? 다행이다. 그냥 찾았어. 테이프를 다 들었다고는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좋아하던 노래야. Crystalised. 제목은 알아야지.”


 “응. 고마워.”

 

 

 

 

 조용한 지하에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창문을 열지는 못했다. 아직 열쇠를 훔치지 못한 탓이었다. 정국과 눈을 마주치다 이내 먼저 눈을 감아버렸다.

 

 

 

 

 네가 그렇게 가고 난 뒤에 나는 뭘 해야 될지 몰랐어. 그때는 그냥 무작정 원망했어. 네가 왜 그렇게 가버렸을까. 왜 나한테 귀띔도 해주지 않았을까. 너랑 나는 같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아니었나. 아저씨를 따라다니면서도 그 생각밖에는 안 들었었어.

 

 …응. 그랬구나.

 

 근데 시간이 더 지난 이후로 더 이상 너를 원망하지는 않았어. 아니, 원망할 수가 없었어.

 

 왜?

 

 나중에서야 알았거든. 네가 항상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는 거. 나한테 수십 번도 넘게 알려주고 있었어. 그때 내가 네 손을 잡고 도망쳤어야 했는데. 너를 혼자 가게 내버려뒀어. 결국 내가 아저씨를 따라다니면서 하던 걸 계속하면서 알아차렸어. 나는 원래 이런 걸. 그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면…. 설명해줄 테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아파. 네가 말했던 괴물 있잖아. 그거. 네 말이 생각나더라고. 그제야 나는 그게 뭔지 알았어. 괴물. 나구나.

 

 결국엔 전부 내가 만들어낸 말이었네. 괴물. 너와 나를 아프게 한 그 괴물.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까 이상해지잖아. 나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만큼 탁월한 말은 없을 거야. 괴물, 괴물, 괴물. 하늘의 별이 보이는 바닥에서 다른 사람의 지갑을 껴안고 옆에는 남을 해칠 칼을 두고 박스를 덮은 채로 눈을 감기 전까지 항상 되뇌었어. 그렇지만 그게 나 혼자가 아니면 다행일 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지. 그게 너라면 괴물이어도 행복할 거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너와 함께이면, 좋겠다고.

 

 …….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두는데 내가 자꾸 너한테 도망쳤다고 한 건 잠깐 심술이 나서 그랬어. 네가 변했을까봐 겁나서. 미안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나는 한동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게 몇 세기인지, 몇 년도인지도 모르고 살아갔어. 그냥, 날이 추워지면 아저씨랑 그렇게 얻어 들어간 집 창틈을 길가에 굴러다니는 신문지로 틀어막고, 덜덜 떨면서 겨울인가보다, 했어. 도통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안 우는 척 하지 마. 코 훌쩍거리는 소리 다 들려. 그냥 울어. 날 동정하지 말고 사랑해주면 더 좋고.

 

 ……응, 그럴게.

 

 너무 서럽게 울지는 마. 네가 우는 거 보고 싶어서 이런 얘기 하는 거 아냐. 그냥 너는 어떻게 지냈는지 듣고 싶어서 미리 꺼내는 서론 같은 거야. 나는 안 슬프니까, 걱정 말고. …큼, 그러다가 갑자기 아저씨가 끌려가서 사형 당했다는 얘기가 도는 거야. 나한테 괴물은 죽어도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얘기한 그 아저씨가.

 

 나한테 알려주지 않겠다고 이야기 한 중요한 게 그건가 보다. 괴물은 벗어날 수 없다는 거. 응, 아무튼 그래서?


 아저씨가 그런 말도 했었구나. 어쨌든 아저씨가 안 보인지 꽤 돼서 그럴 수도 있겠다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었어. 너도 알지? 우리랑 아저씨랑 같이 있던 사람들. 아, 굳이 대답하지 마. 좀 이따 네가 말하고 싶지 않아도 목이 쉴 때까지 말하게 할 거니까. 그 사람들이 말해줬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아저씨를 조롱했어. 가끔씩 담배를 태우던 그 사람들의 안주거리로 네 이름도 나오더라고. 네가 죽어버렸을 거라고. 몰라, 그건 재미없었어. 그리고 그 사람들은 죽었지. 나 지금 솔직히 떨린다. 일어나서 그냥 가 버릴 거 아니지?

 

 안 가.

 

 다행이다. 네가 가 버릴까봐 조금 무섭긴 했는데. 지루해도 계속 앉아있어 줘. 사실 지금 이거 내가 매일같이 꿈꾸던 거거든. 내 앞에 있는 너한테, 내 얘기 하는 거. 이렇게 길게 얘기한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목이 다 아프다.

 

 …물이라도 좀 가져다줄까?

 

 아니, 너는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 너무 꿈같아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잘 모르겠어.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맞아, 생각났다. 아무리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는 했지만 어디까지 얘기했는지는 좀 말해주지…. 아무튼 그 사람들은 결국 다 죽었어. 죽였어, 괴물이. 아무도 남지 않은 곳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 네가 날 좀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네가 괜찮다고만 해주면 나는 정말로 괜찮을 것 같다고.

 

 …괜찮아, 정국아. 괜찮아.

 

 ……어, 그건 생각 못 했는데. 진짜 네가 나한테……. 큼, 아무튼 그때 나는 그랬어. 몇 년도인지, 며칠인지도 몰랐어. 그냥 밖에 눈이 내리던 것밖에는 기억 안 나. 성탄절이었을 수도 있겠다. 밖에 반짝이는 트리도 많았거든. 근데, 나는 그냥 추웠어. 춥기밖에 안 했어. 혼자여서 그랬나. 무슨 생각으로 너를 보려고 자수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확실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그러고 싶었어. 너랑 나랑 재미를 좇았다지만, 나는 이제 재미를 찾을 수도 없었으니까. 마지막이라 생각했어. 당연히 내가 올 거라곤 예상도 못 했겠지만 나도 진짜로 널 만날 줄 몰랐는걸. 네 반응을 많이 상상했어. 네가 무슨 반응을 보여도 아무렇지도 않게 너를 보고 싶어서. 물론, 아무렇지도 않겠다는 건 실패했지만. …자,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야. 내 말을 다 들었으니까 하기 싫어도 너는 어쩔 수 없이 다 해줘야 해. 알겠지?

 

 …응. 언제부터 얘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내가 도망친 그날, 그날…. 거기서부터 얘기하면 돼?

 

 하고 싶은 대로.

 

 알았어. 왜 도망쳤는지가 궁금하다면 대략 이정도로 표현하면 되려나? 내가 너랑 있을 때 괴물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잖아. 아니, 만든 건 아니다. 원래 있었던 말이니까. 우리에게 괴물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였지.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사실, 좀 후회해. 나만 상처받은 게 아니니까. 아무튼.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일종의 사춘기 같은 거지, 뭐.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게 당연한 게 아니었고, 내가 재미를 느끼던 게 사실은 잘못된 거였다는 걸 알게 돼서? 몰라, 그냥 막연하게 무서웠어.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네가 있어야만 했다는 걸 몰랐지, 내가. 너무 어렸어. 나 밖에 몰랐어. 너를, 너를 그렇게 두는 게 아니었어.

 

 자꾸 네 탓하려 들지 마. 아니니까. 궁금하니까 얼른 얘기 해줘. 평생토록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는걸. 네 이야기를 듣는 순간을.

 

 그래, 마저 얘기할게. 그렇게 너를 두고 달려 나갔는데, 막상 나는 갈 곳이 없는 거야. 당연한 거였지. 우리가 있을 곳이라고는 거기 밖에 없었는데 내가 내 발로 나오다니. 그래서 무작정 눈에 보이는 고아원에 들어갔어. 놀라지 말고 들어. 나한테는 꽤나 스펙타클 했으니까. 들어갔는데 나한테 부모나 형제가 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당연히 모른다고 대답했지. 성인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애가 와서 그렇게 말하니까 그 사람도 많이 당황했을 거야. 너라도 당황했을 거지?

 

 그랬을 지도 모르지.

 

 그래, 황당했을 지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는데 저 다리 너머에 네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다리 너머에 있는 아이를 데려와야 해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지. 혹시 서운해? 실망해도 괜찮아.

 

 전혀.

 

 다행이다. 나는 거기서 날짜를 셀 수 있었어. 내가 눈을 뜨면 그 날이 며칠인 지도 알고 지냈어. 처음 있는 일이었지. 좋지 못한 성탄절을 보낸 너한테는 미안한 소리지만 그래도 얘기할게. 네가 다 얘기하라고 했으니까. 태어나 처음 겪는 제대로 된 성탄절에 나는 온몸이 녹아들어가는 것만 같았어. 성탄절, 성탄절. 거기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내 몸으로 성탄절을 느끼니까 저절로 초록색과 붉은 색이 떠오르더라. 성탄절이라는 이름만 봐도. 근데 내가 성탄절을 그렇게 보내는 동안 너는 뭘 하나 생각했지. 네가 나와 성탄절을 함께 보내면 좋았을 거라고. 그렇게 그냥 막연하게.

 

 좋다. 날 생각해줬다는 게.

 

 …몰라 아무튼, 정신 차리니까 나는 사형집행인이더라. 괴물이 되기 싫어서 도망쳤다는 변명과는 다르게 나는 괴물이었고. 네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어. 내가 찾던 재미가 결국 같은 재미구나. 괴물은 죽지 않았구나. 평범한 사람인 척 살아가는 것도 실패였네. 뭐, 이 정도? 걱정 마. 상처를 입힌 건 나지, 네가 아니야. 미안해야 할 건 나라고. 네가 진짜 나를 완벽한 괴물로 볼 것 같아서 내 놀음에 대한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들려줘?

 

 응. 다 들려줘. 네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듣고 싶어.

 

 너무 충격 받지 마. 나도 널 만나고 나서야 잘못된 걸 알았으니까. 아, 근데 정말 얘기 해줘? 내가 너였으면 듣고 싶지 않았을 거야.

 

 어느 정도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어.

 

 어, 뭐야. 그랬어? 아무튼 얘기 할게. 음, 네가 아까 나한테 얘기 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으려나? 조금, 두렵네. 어…, 나는 그렇게 도망치고도, 그런 괴물의 눈을 찾고 싶었어. 왜 인지는 몰라. 그냥 그렇게 나고, 그렇게 태어나서? 본능적인 이끌림, 뭐 그런 건가. …이 말이 웃겨? 어디가 웃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웃기면 그냥 크게 웃어. 다 좋으니까. 아무튼 일부러 사형수를 살려 주는 행세를 했고, 결국은 모두 죽어버렸고. 아, 생각해보니까 어릴 적에 만날 보던 게 이런 거였네. 괴물. 괜히 너한테까지 상처주면서 부정하지 말 걸. 괴물 맞는데. 그냥 그렇게 살았어. 나는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데, 너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 보고. 괜히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괴물의 눈도 따라해 보고. 그것도 이제 재미가 없어지던 참이었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맡을 사형수가 나타났다는 거야. 그것도 진짜 괴물이 살아 숨 쉬던 그 방에. 솔직히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계단을 내려갔어. 근데 거기에 네가 있는 거야. 전정국…, 네가 사형수로.

 

 와, 벌써 내 얘기네. 드디어 날 만났구나. 어때, 좀 놀랐어?

 

 놀라기만 하면 다행일 정도였지. 하마터면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어. 어디 가서 제발 잘 살고 있길 바랐는데 네가 죽으러 내 앞에 나타난 거니까. 이제야 얘기하는 건데 나는 네가 미친 줄 알았어. 자수라니,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내가 갑자기 네 앞에 사형 당하러 나타났다고 상상해봐.

 

 …어, 별로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안 할래.

 

 빠져 나가자고 하는데도 안 나간다고 버티기까지 했잖아, 너. 네가 움직일 때 마다 들리는 쇠사슬 소리에 나는 숨도 못 쉬었어. 근데 이걸 네가 알았으면 소리를 안 내겠다고 움직이지도 않았겠지. 맞지?

 

 응, 그랬을 거야. 네가 숨을 쉴 수만 있다면 나는 아마 하루 온종일 벽에 딱 붙어 있었을 지도 몰라.

 

 오버하지 마.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결국, 부정했지만 나는 괴물의 피가 흐르는 괴물이고. 나는 너와 언제든 함께 일거라는 거. 안 믿기겠지만, 믿어. 부탁 아니고 강요야. 내가 붙인 괴물이라는 말이 상처를 입히는 곳이 많네. 앞으로는 말조심 해야겠다. …아무튼. 너는 혼자 남겨지지 않았다고.

 

 고마워.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까 나는 너한테서 그 말이 꼭 듣고 싶었나 보네. 좋다. 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까. 아, 근데 갑자기 걱정된다.

 

 뭐가?

 

 행복하게 눈을 깜빡였는데, 사실은 꿈이었으면 어쩌지? 이거 꿈 아닌 거 맞지?

 

 맞아. 꿈 아니야. 이게 꿈이라면 나도 슬플 거야. 슬프기만 하겠어?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거야.

 

 그 말 들으니까 좀 안심 되는 것 같기도 해.

 

 괴물. 이제는 나도 네 앞에서 이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부정하지도, 자책하지도 마. 우리 잘못이 아니니까.

 

 왜?

 

 왜나고? 우리는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정국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go slow. 여전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로의 말이 끝난 지하실을 기타 소리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철창에 기댄 머리에 힘을 풀었다. 후. 숨을 내뱉었다. 후, 정국이 나를 따라 숨을 내뱉었다. 그의 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정국이 익살스럽게 웃었다. 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카세트테이프 소리와 그의 목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나는 너와 함께할 거라는 거. 계속 강조할게. 믿으라는 의미야. 정국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언제든지? 손으로 철창을 훑었다. 죽어서도.

 

 

 

 

 

* * *

 

 

 

 

 

 훔친 열쇠를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정국의 사형일은 내일이었고,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독방의 열쇠였다. 물론, 그의 발목에 묶인 쇠사슬까지도 풀어버릴 수 있는. 제정신인 사람이 없는 조용한 새벽의 교도소는 말이 없었다. 눈도 없는 것 마냥 감아버렸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내 발소리가 나자, 그의 독방에서도 쇠사슬 소리가 났다. 저번에는 쇠사슬 소리가 나지 않도록 벽에 달라붙어 있을 수도 있다고 해놓고서는, 지금 보니 영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었던 거였다.

 

 

 

 

 “왔어?”


 “응. 내 손에 이게 뭐로 보여?”


 “열쇠. 무슨 열쇠야?”


 “네 독방 문 열쇠.”

 

 

 

 

 정국이 큰 눈을 더 크게 뜨더니 크게 웃었다. 얼마나 크게 웃어 재끼는지, 몸이 다 뒤로 넘어가는 듯 했다. 손에 들린 열쇠를 더 흔들어 보였다. 뭐하지, 이제. 정국이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더 재밌는 게 남았나? 그의 말에 부정의 의사표현으로 고개를 저었다.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고 오른쪽으로 힘껏 돌렸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괜히 문으로 걸어가는 동안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정국의 발목을 옥죄고 있던 쇠사슬이 풀렸다. 마지막까지 손에 굳게 쥐고 있던 열쇠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정국의 머리카락이 내 볼에 닿았다. 내 허리를 세게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은 그의 목에 팔을 둘러 더 세게 안았다.

 

 

 이렇게, 하고 싶었어…. 맞닿은 입술에서 함미가 느껴졌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찾은 낙원이었다. 눈물 젖은 서로의 얼굴을 한참이나 비볐다. 내 피부가 그의 피부가 되고, 그의 피부가 내 피부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빠져 나갈 거야?”


 “재미없을 것 같아.”


 “맞아. 재미없을 거야.”

 

 

 

 

 정국은 탈출을 감행하지 않기로 했다. 나 역시도 그것에 찬성했다. 드디어 독방을 빠져나온 정국을 이끌기 위해 손을 잡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에 보이는 것은 저 멀리 있는 가스통이었다. 여기 있을 물건이 아닌데. 정국아, 저거 왜 저기 있어? 내 손끝이 향한 곳으로 정국의 시선이 따라갔다. 어차피 사람도 없으니까. 여기에 놓을 거랬어. 정국이 뻗은 내 팔을 자신의 손으로 내리면서 이야기했다.

 

 

 

 

 “사람이 없다니? 그럼 너는.”


 “괴물이잖아.”

 

 

 

 

 그의 말에 뭐가 웃긴지도 모르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웃었다.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오물거릴 때마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다. 그래? 그래서 그랬나 보다. 웃느라 잔뜩 떨리는 몸이 느껴졌다. 재밌다. 괴물이라는 말이 이렇게 재밌는 건지 몰랐어. 나는 왜 그동안 몰랐지? 정국이 가스통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내가 없었잖아. 그의 말에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봐.

 

 

 

 

 “뭐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아미야, 가스 새는 소리 들려?"


 “응. 아주 잘 들려.” 


 “재밌는 거 할래?”

 

 

 

 

 가스통에서 가스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국의 손이 내 손을 붙잡았다. 재밌는 거. 나야 좋아하지. 너와 함께라면 더더욱. 가스통에서 새어나오는 가스 때문에 가스 냄새가 잔뜩 퍼지고 있었다. 정국이 이끄는 대로 손을 흔들었다.

 

 

 

 

 “나, 담배 피우고 싶어. 아저씨들이 피울 때마다 궁금했거든.”


 “담배?”


 “응. 피워본 적 있어?"

 

 

 

 

 난데없이 튀어나온 그의 말에 이해가 되자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담배라니? 피워본 적은 없어. 더군다나 우리한테는 담배도 없는 걸? 정국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 눈에 내 모습이 가득 담겨 흡수됐다. 언제나 보고 싶어 했던 두 눈. 내 매일을 그리게 했던 이 두 눈.

 

 

 

 

 “교도관 중에 담배 피우는 사람 없어? 사실, 나도 담배는 피워본 적이 없어서.”


 “근데 갑자기 왜? 여기서 불을 켰다간….”


 “켰다간?”


 “어, 확실히 재밌겠다. 나랑 같이 지키던 교도관이 담배를 피웠을 거야!”

 

 

 

 

 정국이 내 볼을 감싸 쥐었다. 어서 가져오자. 정국을 이끌고 차가운 돌계단을 올랐다. 하나, 둘, 셋……, 마흔! 정국과 함께 숫자를 외쳤다. 서로를 마주보고는 해맑게 웃다가, 서로의 입 앞으로 검지를 가져다대며 쉿, 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었다. 어차피, 교도관은 오늘 하루 교도소를 비울 예정이랬다. 남들에게만 들키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교도관의 캐비닛을 열자 보인 것은 짙은 색의 가죽 가방 위의 옷가지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여러 개의 담배 곽이었다. 그것을 발견하자 나와 정국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신나는 순간이었다. 담배 곽 속에 들어 있는 라이터를 확인하고서는 서로를 껴안고 소리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 지금 너무 좋아. 그가 대답했다. 나도, 좋아.

 

 다시 조심스럽게 갔던 길을 되돌아왔다. 우리가 그곳을 빠져나오기 전에 닫힌 줄로만 알았던 그의 캐비닛이 다시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린 것은 꽤나 식겁할 일이었지만, 다시 돌아가 꼭 닫고는 서로의 손을 동아줄마냥 붙잡았다. 마흔 개의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가스냄새가 가득했다. 냄새에 코를 부여잡고 있으면서도 좋아 웃었다.

 

 담배 곽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낸 정국이 내게 그것을 내밀었다. 환하게 웃으며 담배를 받아든 나는 그것을 입에 물었다. 멋들어지게 물고 싶었으나, 방법을 몰랐다. 담배를 피워본 적 없는 것은 정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이빨로 필터를 씹고 있었다.

 

 

 

 

 “불이 켜지는 순간, 모두 폭발하고 말거야.”


 “응. 누구보다도 찬란하고 거대하게 폭발할 거야.”


 “재밌겠다. 괜찮겠지?”


 “물론이지. 모두 다.”

 

 

 

 

 마주보며 웃었다. 사랑해. 담배를 물고 있느라 어그러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도. 함께 할 거라는 말. 다 지키고 있어. 지포라이터의 뚜껑 열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너랑 나는 다 괜찮을 거야. 지포라이터를 든 정국의 팔뚝 위로 힘줄이 솟았다. 정말로?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우린 우리의 진정한 재미를 찾자. 우리는 괴물이잖아. 담배 필터가 축축할 지경이었다. 좋아. 어그러지지 않은 말은 없었다.

 

 톱니바퀴 모양의 휠이 돌아갔다. 탁. 불이 켜지는 순간 우리는 같이 광기어린 눈빛을 하고선 마주했다. 가장 행복하게 미소 지었다. 펑, 펑. 폭죽이 터지는 것만 같은 굉음이 울렸다. 이건 너와 나의 축복을 비는 폭죽이었다.

 

 이젠 모두 괜찮아. 우리는 ‘괴물’이니까.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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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사랑해요 쪽쪽 ♥3♥
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이라 칭하고 오열현장이라 부른다)

여러분 안녕하세여..

사실 이 글 어제 올라왔어야 맞습니다. 어제 새벽에..

올리려던 찰나에 어머 세상에 이게 무엇이냐

올라오고야 말았죠 저는 오열했습니다

세상에 말도 안되는 것 이건 아아아...

이거 눌러서 보시는  독자님이 계실 지는 모르겠지만 남일 아니시잖아요..?

같이 광광 우셨잖아여!!!!!!!!!!!!!!

엉어엉엉ㅇ어엉ㅇㅇ엉

[방탄소년단/전정국] 괴물 | 인스티즈

내 가슴이 찢어지고.. 나는 그를 하나도 몰랐구나....

내가 감히 볼 존재도 아니었어...

그래 너무 잘해줬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방탄소년단/전정국] 괴물 | 인스티즈

딱 이 말에 어울리는 사람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그래 그렇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키보드 쾅쾅) 아무튼.. 그렇습니다.. 말에 두서가 없죠? 제 상태가 그래요...

아 맞아 글이 안 잘려 있고 길죠..? 귀찮게 두 번 찾아 보지 마시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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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거대한 용량에 깜짝놀랐네요 훕훕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7년 전
소슬
훕훕 자르면 귀찮으실까봐... 오늘도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2
헐 이렇게 긴 글을... 거의 소설 한 편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네요 ㅠㅠ 제가 왜 이런 글을 몰랐죠? !ㅠㅠ 신알신 해 놓고 앞으로도 글 잘 보겠습니다!! 된다면 암호닉도 [세일러뭉]으로 신청하고 강게요!!
7년 전
소슬
세일러뭉님 반가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7년 전
비회원0.15
짱이에요! 글 완전 잘쓰시네요 반했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화이팅! 하세요!
7년 전
소슬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0.15
좀 늦었지만 하루종일 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다른글도 읽어봤는데 역시 제 스타일이에요. 그냥 작가님 제스타일★☆
7년 전
소슬
하루종일님 반가워요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3
암호닉 [잎휴] 신청하고 갈게욤!!!! 선댓 후감상!!! 지금 떠나요 >~<
7년 전
소슬
잎휴님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4
우와 선댓 달아봅니다!
7년 전
독자5
안녕하세요! ㅠㅠ사실 연재작인 줄 알았는데 스크롤이 끝도 없고 내리면서 슬슬 단편인가 하고 불안했는데ㅠㅠ 앤딩이 왔군요ㅠㅠ아이...이런.....재밌어요ㅠㅠㅠㅜㅠ연재 했어도 좋았을 거 같아요ㅠㅠ작가님 문체 특이하고 글 잘쓰세요 좋은 글 감사함미다 p❤❤❤❤❤❤
7년 전
소슬
실은 장편을 생각했는데, 너무 풀어야 할 내용이 많아질 것 같아서 그냥 간단하게 단편으로 끝내버렸어요! 칭찬 감사해요♥
7년 전
비회원83.135
자까님 자까님글진짜 좋아하는 독자중한명이에요
작가님글은진짜 제취향인거같아여 저번댓글도 진짜제취향저격이라고막 그랫엇는데 진짜 너무좋네유
이런 뭐랄까생각이많아지는글?심오하다고해야하나 아무튼 전그런글을 좋아하는데 아뭐래야대지 뭔가말로 설명하긴복잡한데 암튼그래요 진짜 넘나좋타구요 결론은ㅠㅠ이런글 읽게해쥬셔서 감사해요 회원가입하고싶은데 이놈에 인스티즈는 언제회원기간인지 참 ..암튼작까님 항상화이팅하시구용 제가응원합니댜~~~!!!!❤️

7년 전
소슬
어구 저번 글에 댓글 남겨주신 분이군요! 응원 감사하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꼭 회원으로 만나요!♥
7년 전
비회원234.199
헐 작가님 이거 여운이쩌네요....소설 하나 읽은기분이에요
7년 전
소슬
감사합니다! :D
7년 전
독자6
신알신!
7년 전
비회원250.247
여기는 우주,너의 글 읽고 너무 좋아서 작가님 다른 글도 읽고 있어요. 암호닉 신청 '데니스' 부탁합니다.
7년 전
비회원250.247
그리고 음악 crystalised.. 진짜 좋아하는 곡인데.. 정말 잘어울리네요.
7년 전
소슬
데니스님 반가워요. 다른 제 글까지 읽어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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