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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박지민] 여기는 우주, 너의 | 인스티즈

BGM 필청해주세요!

 

 

 

여기는 우주, 너의

 

 

 

 

 

 

 

 

 

 아주 어릴 적, 내 가슴에는 몽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살았다. 그래서인지 눈을 감으면 꾸는 꿈들을 간직하기를 좋아했다. 내 낡은 일기장 모퉁이에 적힌 자잘한 낙서 같은 꿈들을 고이 접어 가슴에 묻었다. 넓은 가슴 여러 곳곳에 묻히고 묻힌 꿈들이 더 이상은 묻힐 곳이 없어지고 난 뒤로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묻은 것은, 몽상하기를 좋아하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몽상하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이미 죽어버려, 이제는 좁은 내 가슴에 묻혀있다.

 

 

 처음으로 내 가슴에 묻은 꿈은 우주를 표류하는 꿈이었다. 아주 검고 광활한 우주였다. 몸이 거대한 우주에 삼켜져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고 있었다. 검고 광활한 우주에는 수억 개의 별들이 콕콕 박혀있었다. 또는, 내 안으로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나를 감싸는 느낌에 정신을 놓고 있으면 이미 내 몸은 저 멀리로 밀려 나고 있었다. 내가 원래 있던 자리가 어디였는지는 분간 할 수도 없었다. 내가 가고 있는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게 떠다녔다. 목이 따갑도록 크게 소리쳤다. 거대한 우주는 내 목소리도 삼키고, 내 몸도 삼켰다. 나를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그 주사바늘도 없었고, 나를 잡아끄는 손길도 없었다.

 

 

 그때 당시에 눈을 뜨고 일어난 나는 곧장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순한 꿈속의 우주가 만들어 낸 또 다른 꿈이었다. 나를 삼켜버린 검고 아름다운 우주. 나를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랑에 빠지게 만든 빛나던 우주. 내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날 감싸 안았던 그 우주. 내 침대에 걸터앉은 엄마가 내 머리칼을 쓸었다. 엄마의 까슬까슬한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위에서 미끄러지듯이 쓸려 내려갔다. 예쁜 꿈이었겠네. 꿈같은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눈을 감아도 차갑게 내 몸을 감싸 안고, 눈을 뜬 것 마냥 아련히 보이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했던 그 우주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야 알았다. 온 세상인 것만 같던 그 우주는 다시 마주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설령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우주를 다시 마주하길 간절히 원하는 까닭은 내 가슴에 묻혀있는 몽상하기를 좋아하던 아이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죽어버렸지만, 우주를 보겠다는 소원은 죽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어쩌면 네 소원은 못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미 죽어버린 아이에게 작게 속삭였다. 네 소원이었지만 이제는 내 소원이기도 한 그 소원 말이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너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내가 그 소원을 떠올리고 있자면, 너를 따라 까무룩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 가끔씩은 벌써 죽어버린 너를 원망하기도 하지. 이제 내게 남은 것이 뭐가 있다고 너는 죽어버렸는지 너를 탓하면서 말이야. 그러다가도, 이 고통들을 네가 느낄 걸 생각하면 네가 죽어버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외람된 말이지만,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네가 죽기 전에 하나하나 묻은 꿈들을 네가 죽은 뒤로 다시 꺼내 보면서 너를 느껴. 그래도 네 자취가 내게 남아있어서, 네 꿈들을 내가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게 네가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이제는 꿈도 꾸지 않았고, 내 꿈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을 사람도 없었고, 나는 내 머리칼을 정리하기조차도 어려웠다. 너는 대체 어디에 묻혀있는 거니? 당연하게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나 깊게 묻혀있는 건지. 내 가슴에 묻힌 꿈들을 모두 한 번씩은 다 되짚어 가는 동안 너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부러 몽상하던 너를 떠올리며 따라 몽상했다. 떠올린 것들을 더 이상은 묻을 곳이 없어 묻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모두 까먹고는 했다. 이제는 모든 것들이 익숙했다. 내가 했던 생각들을 잊어버리는 것도, 네가 묻은 것들은 잊어버리지 못하는 것도.

 

 

 

 내 가슴처럼 팔목에 조금의 틈도 허용해 주지 않아, 발에 주사바늘을 꽂을 때도 나는 묵묵히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너와 함께 우주를 날고 싶다. 나를 묶고 있는 링거 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그 우주에 떠다니고 싶다. 수액이 내 발의 혈관을 통해 들어오는 동안, 당연하게도 나는 그것을 잊어버렸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가물가물해, 했던 생각인지 아닌지도 몰랐다. 그게 어느 것이든 나는 상관없었다. 그냥, 이것처럼 내가 너를 잊지 않기를 바랐다. 침을 한 번 삼키고선,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주사바늘의 고통을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는 동안에 발작을 일으켰다. 꿈을 꾸지 않는 나는 그것을 아주 생생하게 느꼈다. 차라리 꿈이라도 꾸면 좋았을 것을. 영원한 잠에 빠져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이불을 움켜쥐었다. 엄마, 엄마. 다시는 내게로 돌아오지 못할 사람을 불렀다. 그래서 내게 돌아올 사람이 없는 거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을 불러서 내 고통을 알아차리고선 나에게로 달려오는 사람이 없는 거라고, 그냥 그렇게. 내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부르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나 고통스럽다고. 다른 사람까지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나는 부르지 못한 게 아니라,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아이야, 아이야. 이 역시도 볼 수 없을 것을 알았다. 아프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냥 내가 아프다고, 그런데 네가 생각나서 부르고 싶었다고. 만난다면 이렇게 전하고 싶었다. 내가 볼 수 없게 가슴 깊숙이 숨어있어서 다행이야. 네가 이런 내 모습을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 숨을 쉬던 힘까지 다해 이를 악물었다. 순전히 내게 몰아치는 고통 때문이었다. 몸이 멋대로 요동치고, 눈앞은 캄캄했다. 내가 사랑하던 우주는 검고 아름다웠는데, 내 눈 앞은 그저 암흑이었다. 따라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우습게 나는 고통에 허덕이며 힘겨워하고 있었다. 손을 뻗어 닿는 탁자를 마구 내리쳤다. 쿵쿵대는 소리가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내 하늘이 무너져. 내 세상이 무너져. 너도 없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손에 닿은 호출버튼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아니, 아주 잠깐 숨이 멎었는지도 모른다.

 

 

 

 눈을 다시 깜빡이자, 나는 이미 산소 호흡기에 매달려 있었다. 절벽 끝에서 산소 호흡기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조용하던 병실에 들어찬 소리에 적응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 생각을 고이 접었다. 아주 익숙하게 또 잊어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엄마. 부르고 싶었는데 입 끝에 말이 걸려 내 입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부터 뱉지 않았던 것처럼 말을 다시 삼켰다. 어차피 들리지도 않을 거였다. 내 입 속에서 이물질처럼 마구 굴러다니는 말들을 뱉고 싶었으나, 그것들도 모두 삼켰다. 모두 대답을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대답을 들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았다. 나를 묶고 있는 것만 같은 링거 줄이, 호흡기 줄이 나를 아무리 힘들게 하더라도, 대답을 들을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

 

 

 

 창문 너머 검은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저 하늘에 박힌 별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또, 내 나약한 몸을 뜨겁게 불태워 추락하고 싶다고. 아름답게 반짝이며 떨어지는 별을 아이가 아주 멀리서 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형편없어도 좋으니, 아주 멀리서 네가 그것을 보고 우주에 가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으면 좋겠다. 너를 내 가슴 속에 묻지 말걸 그랬다. 네가 나를 보고 소원을 빌 수 있도록. 나는 네 소원을 이루어주고, 너는 너와 나의 소원을 이루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야, 내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야.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나도 행복할 테니.

 

 

 

 눈을 감으면 유성이 떨어질까 함부로 감지도 못했다. 혹시나 떨어지는 유성에서 대답이라도 들려올까봐. 누가 나에게 말을 걸어 올까봐, 혹시 내가 궁금해 하던 것들을 답할까봐. 나에게 괜찮다는 말이라도 건넬지 몰라서. 삐, 삐. 이제 나는 일정한 기계음에 익숙해졌다. 어쩌면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에게 들려오는 대답 같아서. 내가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일정한 기계음을 곱씹고, 되뇌다보면 어떤 음절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지만 나는 그런 생각마저도 잊어버리곤 한다.

 

 

 

 떨어지는 별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무슨 느낌일까. 내 안으로 쏟아지던 그 별처럼 나도 누군가의 안으로 쏟아져 내리고 싶다. 그리고 그 쏟아지는 황홀경을 느낄 누군가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수 없이 쏟아져 내리는 별들 중 하나가 되어 네 안으로 떨어져 흔적을 남기고 싶다. 아주 작은 생채기 같은 상흔이라도 좋다만,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다. 내 가슴 속에 깊게 박힌 너처럼 깊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네 가슴에 묻히고 싶다. 아주 깊게. 그렇지만 얕게. 네가 꺼내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도록. 내 가슴 속에 아이는 너무 깊게 묻혀있어서 꺼내볼 수 없으니.  

 

 

 어쩌면 내 가슴 속에 묻힌 아이의 꿈들도 다 너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쉼터 같은 게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웃음이 튀어나왔다가 부스스 흩어졌다. 흩어질 공간도 없었지만 말이다. 아마, 아닐 거야. 너를 만나기 위한 쉼터 같은 건. 언젠가는 혼자 남겨질 나를 위한 네가 남긴 마지막 선물들이었을 거야.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내가 아이를 떠올릴 수 있도록. 내가 잊지 못하도록.

 

 

 

 검은 하늘은 고요한 바다와도 같다. 내 마음 속 바다는 더 이상 소란스럽지 않다. 검은 하늘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큰 소음을 내는 우주비행선이라도 날아가 주었으면 좋겠건만. 그 날아가는 우주비행선에는 너와 내가 타고 마주할 우주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야, 네 가슴 속 텅 빈 공허함에도 외로움의 바다가 들어차있었니? 내 안의 고요한 바다처럼. 그렇다면 내가 그 바다로 뛰어들고 싶다. 너의 외로움이라는 바다에 유일한 생명체로 뛰어들어 헤엄치고 싶다. 잔뜩 소란을 피우고 싶다. 물소리에 네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헤집어 놓고 싶다. 차가운 네 바다를 내 온기로 데워주고 싶다. 저 먼 바다 아래에는 내 발자국들을 마구 찍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그 발자국들이 화석처럼 굳어져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외로움의 바다를 나로 가득 채워주고 싶다. 네 꿈들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꼭꼭 숨겨둔 너의 마음은 내 마음이 되고, 네 꿈이 내 꿈이 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내 가슴에 살았던 아이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야. 죽어서도 내 가슴에 머물러 있어줘서 고마워. 내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나는 네 꿈들의 온기를 감싸 안아. 그 온기는 네가 되기도 하고, 내가 되기도 해. 아무도 남지 않은 게 사실이라도 이제는 상관없어. 내 가슴에는 네가 남았으니까.

 

 

 

 숨이 멎기 전에 어서 저 하늘로 쏘아 올려지고 싶다. 이제 나는 알아버렸지만 네 꿈이 내 안에 있는 한 나는 믿을 거야. 나는 다시 그 우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너의 소원을 이룰 거라고. 이제는 내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그 우주를 나는 볼 거야. 아주, 아름다울 거야. 내 기억 속의 우주는 정말 아름다우니까. 또, 행복하니까.

 

 

 

 어서, 우주를 보고 싶다.

 

 

 

 온몸이 나른했다. 아무도 없는데도 누군가가 내 머리칼을 조용히 쓰다듬고 있는 것 마냥 안심이 됐다. 기계음이 자장가를 부르는 듯 했다. 내가 수백 번씩 곱씹던 기계음들은 내게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른한 공기가 내 몸을 토닥였다. 눈을 깜작였다. 불 꺼진 형광등 위로 잔상이 남았다. 눈을 한 번 더 깜빡이자, 남은 잔상이 내 눈동자가 움직이는 곳으로 따라 움직였다. 누군가가 내 눈 위로 작은 손을 올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잠에 무거운 눈꺼풀을 내렸다. 검은 하늘,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이가 죽은 이후로 처음 꾸는 꿈이었다. 아니,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생하고, 현실 같은데 꿈일 리가 없었다. 꿈이지 않길 바라는 내 소망도 아니었다. 정말로, 꿈이 아닐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를 묶고 있는 것들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오히려 나를 묶고 있던 그것들이 꿈이었던 것만 같게 느껴졌다.

 

 

 

 푸르른 나무가 잔뜩 우거진 숲이었다. 상상조차도 해보지 않은 쨍쨍한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강한 햇빛에 어쩔 수 없이 눈을 찌푸린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멀쩡한 두 손을 들어 얼굴 앞으로 쭉 뻗었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양손을 마구 흔들었다. 빛이 이리저리 요동쳤다. 푸른 하늘 위로 날아가던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냈다. 바닥에서 쭉 뻗고 있던 다리를 가슴 앞으로 모았다. 흙바닥이 쓸리는 소리가 났다.

 

 

 

 저 멀리서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흙바닥과 나뭇잎이 서로 맞붙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내 옆에서 멎은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무릎을 접어 웅크리고 앉은 남자가 내 눈 속으로 가득 들어찼다. 쨍한 햇빛 아래 마주한 생생한 그의 얼굴 위 솜털들이 보드라워 보였다. 한 손을 들어 쫙 편 그가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이 내 얼굴 앞에서 살랑거렸다.

 

 

 

 

 안녕.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미성이 내 귓가를 간질이며 흘러들어갔다. 침을 꿀꺽 삼켰다. 대답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도 몰랐다. 내 두 손을 웅크려 주먹을 쥐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앞에서 살랑거리고 있는 그 손을 덥석 잡아버렸을지 모른다. 주먹 쥔 손에 땀이 고였다.

 

 

 

 

 

 지민, 박지민이라고 불러.

 

 지민?

 

 응. 나는 지민이야.

 

 

 

 

 

 그렇게 말하고선 지민은 햇살을 맞으며 웃어보였다. 이곳에는 빛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하나같이 모두 반짝거렸다. 넘치는 생동감에 어쩌면 이곳에서 동 떨어져 있는 것은 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장 현실성 없는 건 나였다. 항상 그래왔듯이, 내가 입에 담는 것들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입에 담아야 할지 고민했다. 숙여진 시선으로 보이는 꼭 쥐어진 내 주먹 위로 손이 올라왔다. 따뜻했다.

 

 

 

 

 

 아미야. 내가 여기 구경시켜줄게.

 

 내 이름을 알아?

 

 응. 너만 내 이름을 모르는 거야.

 

 

 

 

 

 지민이 밉지 않게 입술을 삐죽거렸다. 어느새 꽉 잡은 두 손에 자리에서 일어서니, 지민이 나를 이끌었다. 우거진 숲은 생각보다 축축하지 않았다. 갓 깨어난 새벽처럼 풀잎에 맺힌 이슬이 땅바닥으로 똑 떨어지기도 했다. 흙바닥을 밟을 때마다 저벅이는 소리가 났다. 지민이 이끄는 대로 가는 도중에 걸어왔던 길로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짙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앞에서는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머리칼이 바람에 시원하게 날렸다. 생전 처음 맡는 향기였다. 인위적이지 않은 바람이 실어 나르는 향기에는 풀과 흙의 냄새가 섞여있었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향도 섞여있었다. 나는 이것을 햇살이 뿜어내는 따뜻한 향기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민의 머리칼도 바람에 흔들거렸다. 그가 걸음을 내딛으면 내딛을수록 풀숲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내가 있었던 풀숲이 사실은 동굴이었다는 듯이 저 멀리서 빠져나갈 곳이 보였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숲의 종착역 같은 모습이었다. 나도 따라 흔들렸다. 길이 울퉁불퉁한 까닭이었다.

 

 

 

 

 

 잠깐만.

 

 왜?

 

 나 잠깐 여기 둘러봐도 돼?

 

 응.

 

 

 

 

 

 지민에게서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추운 날 벽장에서 꺼내 덮은 포근한 이불마냥. 발걸음이 멈췄다. 아직 숲은 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눈앞에 가득 들어찬 햇빛에 낯설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런 나의 옆에서 지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아니, 하늘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잔뜩 우거져 내 눈높이에 맞게 내려온 나뭇잎으로 손을 뻗었다. 톱니 같은 나뭇잎이 손에 닿았다. 잎맥을 따라 손가락으로 나뭇잎을 타고 내려왔다. 촉촉한 물기가 손끝에 닿았다. 내 작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잎맥을 수차례 더 쓸었다. 내가 아주 작게 변해, 미끄럼틀 같은 잎맥을 타고 내려오는 상상을 했다.

 

 

 내 어깨를 두드리는 가벼운 느낌이 살포시 감고 있던 내 눈을 뜨게 했다. 고개를 돌리자 옆에서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지민이었다. 잔잔한 눈동자가 저 멀리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지민이 왼손 검지를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그의 손가락이 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의 끝은 나비였다. 푸른 날개가 공중에서 펄럭거리고 있었다. 아주 짙은 푸른색이었다. 저 먼 심해로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내 눈에 담을 수 있었더라면 저 나비의 날개와 같은 색을 띠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비의 날개에서 생명체들이 헤엄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비의 날개는 깊은 바다를 담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볍게 날갯짓을 할 때마다 깊은 바다가 출렁이는 것만 같았다. 날개의 검은 테두리가 펄럭거렸다. 한참을 공중에서 날아다니던 나비가 뻗은 지민의 손가락 끝을 향해 천천히 날갯짓했다. 옆에서 푸스스하고 흩어지던 지민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내 귀로 모여 들어갔다. 아주 조심스럽게 나비가 내려앉은 검지를 내게 보여 들었다. 빨려들어 갈 것만 같은 날개를 바라보다가, 호기심 가득한 소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지민에게로 시선을 올렸다. 조용히 웃는 지민의 눈이 살짝 감겼다.

 

 

 

 

 

 예뻐.

 

 응. 이 나비 정말 예쁜 것 같아.

 

 나비도, 너도.

 

 

 

 

 

 지민의 예쁜 웃음에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치아가 보였다. 슬쩍 감기는 두 눈도 보였다. 내 시야에 가득 찬 지민의 얼굴 앞으로 손가락 끝에 앉아있던 푸른 나비가 날아갔다. 아주 느리게 날갯짓하며. 다시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머리카락이 볼을 간질였다. 지민이 나비가 머무르고 있던 손을 뻗어 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귀에 꽂았다. 이제는 바람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고마워.

 

 미워.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만히 지민만 보고 서 있었다. 새가 지저귀고, 바람은 불었다. 내게 들려온 말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당연하게도. 나는 더 이상 혼자 있는 것이 아닌데도.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푸른 나뭇잎은 촉촉했다. 잔뜩 토라진 나와는 상관없이. 지민 역시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나, 미워하지 마.

 

 너무 예뻐서 그래.

 

 응?

 

 아직, 너무 예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 입에 담은 말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는 것에 대한 걱정은 아주 작은 상자 안에 가둘 수 있었다. 걱정을 작은 상자에 담아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내 가슴에 뿌리내린 나무의 가는 줄기로 꽁꽁 동여맸다. 지민의 맑은 눈동자에 내가 비춰졌다. 그의 눈동자에 내가 파묻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헤어 나오지 못할 그의 눈동자에. 열심히 헤엄쳐도 빠져나오지 못할 그의 눈동자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내 생각보다 너무 일찍 와서. 내가 널 만날 준비도 아직 못 했는데, 너는 그렇게 예쁘게 와서.

 

 

 

 

 

 지민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눈만 끔뻑거렸다. 나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단 말이야?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여전히 흔들리는 나뭇잎이 서로 부딪혀 시끄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았다. 내 포근한 이불 속.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낯설지도 않았다. 그저, 내 머리 위로 내려쬐는 태양빛처럼 따뜻했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 지저귀는 새들, 푸른 나무들, 내가 밟은 흙 땅, 그리고 지민. 나는 가만히 숨을 들이마셨다.

 

 

 

 

 

 더 걸어가서 둘러볼래?

 

 응.

 

 

 

 

 

 축 늘어뜨려 놓은 내 손바닥을 지민이 간질였다. 손을 움찔거리며 웃었다. 지민이 내 손을 잡았다. 고개를 떨어뜨리곤 잡은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지민이 발걸음을 뗐다. 나는 다시 지민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

 

 응.

 

 

 

 

 

 숲의 출구였다. 굵고 단단한 나무들이 마지막으로 줄지어 서 있는 곳. 누군가에게는 입구가 될 수 있는 출구. 숲의 종착역. 내가 잠시 머물다가 지나가는 역. 내가 머무르고 싶은 곳. 안녕, 숲의 종착역에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인사를 작게 흘렸다. 바람을 타고 가볍게 흘러갔다. 내가 다시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이 출구가 내 입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땅속에서 튀어나와있는 나무의 굵은 뿌리가 숲과 밖을 구분 지었다. 지민이 먼저 나무의 뿌리를 넘었다. 어서 넘어 오라는 듯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지민을 보며 나도 따라 나무의 뿌리 너머로 발을 디뎠다. 탁 트인 공간이었다. 언제, 어디에 숲이 있었냐는 듯이 단단한 돌들이 땅을 이루고 있었다.

 

 

 

 

 

 깊게 숨을 쉬어봐.

 

 

 

 

 

 지민의 말에 따라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시원한 공기가 코를 타고 흘러들어갔다. 그중엔 바닷가에서 나는 냄새도 옅게 섞여 있었다. 지민이 옆에서 따라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잡은 두 손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울퉁불퉁한 땅을 밟았다. 어느새, 하늘은 주황빛이었다.

 

 

 

 

 

 여기, 너무 좋아.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입으로 들어가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 말을 들은 지민은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응?

 

 

 

 

 

 지민은 뚫어져라 내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민이 그제야 입을 뗐다.

 

 

 

 

 

 좋아해서, 다행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지민은 말을 잇지 않았다. 지민이 나를 향해 다시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푸른 나비를 손끝에 올려놓았을 때처럼. 지민이 저 멀리로 고개를 돌렸다. 바람 때문에 날리는 검은 머리칼 사이로 그의 흰 귀가 드러났다. 그마저도, 정말 지민답다고 생각했다. 오래본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너머를 향해 지민이 다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민의 손가락 끝은 바다였다. 끝없이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로 내 귀를 날카롭게 간질이고 있었다. 지민이 발을 딛고 내가 발을 딛고. 나는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몸을 휘청거렸다. 기울어지는 내 어깨를 단단히 부여잡은 지민이 나를 제 쪽으로 당겼다. 비틀대던 내 오른발이 중심을 잡았다. 지민의 웃음소리를 내 곁에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고 싶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파도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민은 이따금씩 바람에 날리는 내 머리칼을 붙잡아 내 귀에 꽂아 넘겼다. 그러나 잘못 잡힌 내 머리칼이 한 움큼씩 넘어갈 때면, 내 머리는 부스스한 산발이 되곤 했다. 지민이 이를 드러내며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웃지 마.

 

 안 웃었어.

 

 거짓말. 웃고 있잖아.

 

 

 

 

 

 지민이 웃고 있는 눈은 제어하지도 못하고, 입을 앙 다문 채로 고개를 저었다.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던 지민의 앞머리 사이로 지민의 고른 눈썹이 슬쩍 드러났다. 웃음을 참을 때마다 눈썹이 몰래 올라갔다 내려오길 반복했다. 급기야는 안 되겠는지 자신의 한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곤 웃었다. 내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은 이미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얼마나 웃었는지 그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다 그의 눈동자가 내 눈동자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을 때면 나는 몸을 흠칫 떨어야했다. 내 바다에 그의 바다가 밀려 들어와 섞이는 것만 같았다. 수온이 달랐던 그 바다는 둘의 중간 어디쯤 같은 온기로 남고. 둘은 서로가 되고, 서로는 하나가 되고. 지민이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방금 전과 같이 더 이상 웃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웃음을 보인 그는 내 머리에 손을 뻗었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어릴 적 꿈을 꾸고서 눈을 뜨면 내 머릿결을 쓰다듬고 있던 엄마처럼.

 

 

 

 

 

 자, 됐다.

 

 이제 안 웃겨?

 

 원래 안 웃겼어.

 

 

 

 

 

 그의 바다가 나의 바다와 맞닿는 그 순간에 나는 지민의 볼에 검지 끝을 가져다 댔다. 잔뜩 웃어 붉어진 볼. 그의 볼의 따뜻한 온기가 내 손끝을 데웠다. 보드라운 그의 볼에 올린 손가락을 원을 그리듯 동그랗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소리 내어 웃은 지민이 내 손가락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덮어버렸다. 아주 좁은 면적만 닿던 손끝에서, 손가락 마디까지도 지민의 볼에 닿았다. 손가락을 타고 지민의 온기가 옮겨져 왔다. 짜르르, 마음 한 구석에서 새가 울었다. 손을 내리려하자 지민이 손을 동그랗게 말아 내 손가락을 쥐었다. 몇 번 달랑달랑 흔들던 지민이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런데 웃었잖아.

 

 그냥 예뻐서.

 

 자꾸 거짓말 해.

 

 

 

 


 
 지민이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도끼눈을 뜨고 그를 보려다 말았다. 왜냐면, 왜냐하면, 그게. 이번에는 내가 먼저 발걸음을 뗐다. 곡예 하듯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내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자갈들이었다. 큰 돌덩이들이 잘게 부서져 자갈이 된 길. 바다와는 점점 가까워지는 길. 점점 가까워지는 짠 내음에 고개를 들어오면 새로운 바람을 맞이했다. 지민의 손을 안전벨트처럼 꼭 붙잡고 뒤를 돌아보면 숲의 형상은 눈에 뵈지도 않았다. 아주 멀리 신기루처럼 보이는 나무의 끝자락만 흔들렸다. 고개를 돌려 지민의 옆모습을 마주했다. 그냥 예뻐서.

 

 

 

자갈을 밟고 지나갈 때면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들려? 세차게 날리는 바람에 내 목소리도 같이 실어 나르지 않았을까 싶어 잠시 고개를 돌렸다. 응, 들려. 지민이 대답했다. 다행이다. 잡은 손을 힘을 주어 더 꽉 붙잡았다. 뭐가 다행인데? 내게 물어왔다. 계속 걷고 있었는데도 다리는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아픈 허벅지나 종아리를 주먹을 쥐고 두드릴 필요도 없었다. 지금 이 상태라면, 걸어서도 세계여행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지민은 다리가 아프지는 않지? 라고 물어왔다. 당연히 아프지 않은 걸. 내 대답에 지민이 눈을 접어 웃었다. 그것도 다행이네.

 

 

 

 우리가 가고자 했던 바다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어진 땅이 아니었다. 나의 길 끝은 절벽이었고, 바다는 절벽 아래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손을 뻗어 바다를 가리켰다. 너무 멀어. 지민이 내 등을 조심스럽게 연신 쓸어내렸다. 뛰어내리자. 지민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지민의 얼굴을 마주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결의에 찬 얼굴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웃음을 어딘가로 꼭꼭 숨긴 얼굴. 응? 입술을 깨물던 그가 나를 재촉했다. 절벽 바로 아래에는 바다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절벽의 높이가 낮은 것도 아니었다. 지민의 말뜻을 이해하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무지했다. 내 발 끝에 걸려있는 바다를 한 번 내려보다가, 지민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 내 상상처럼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내 눈동자에 담았다가, 지민의 눈동자에 담긴 그의 바다를 꿰뚫어보고. 지민의 손끝에 머물러있었던 나비의 날개에 담겨있던 저 바다의 출렁거림을 닮고 싶어 내 마음에도 일렁임을 주었다가, 내 머뭇거림에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는 지민의 바다의 잔잔함도 가지고 싶어, 다시 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버리고.

 

 

 

 

 

 떨어지면 죽을 거야.

 

 아니야, 죽지 않아. 다시 살 수 있을 거야.

 

 떨어지고 싶지 않아.

 

 뛰어내려야만 해.

 

 

 

 

 

 발걸음을 뒤로 하여 절벽으로부터 멀어지기로 했다. 내 모습에도 여전히 절벽 끝에 서있는 지민에게로 손을 뻗어 끌어 당겼다. 아무리 힘을 주어 지민의 팔을 끌어당겨도, 지민은 미동 없이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민의 묘한 얼굴이 이상하게 굳었다.

 

 

 

 

 지민아. 무서운 건 나인데, 왜 네가 그런 표정을 하는 거야?

 

 무서워서.

 

 그럼 우리 뛰어내리지 말자. 응? 아직 둘러볼 곳이 많잖아.

 

 뛰어내리지 않는 건 더 무서워서.

 

 

 

 

 

 자꾸만 지민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뛰어내리지 않는다는 게 왜 더 무섭다는 건지. 이 토지에 발을 들인 내가 정작 이곳에 대해서는 무지하기 때문에 지민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걸까? 그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알 수 없었던 지민의 표정이 웃음을 가득 담고 일그러졌다. 지민아, 그런 얼굴 하지 마. 나는 네가 웃는 게 좋아. 내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듯이 그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걸까. 지민의 표정에는 끝내 물기가 서렸다. 단단히 쥔 지민의 팔을 다시 당겼다.

 

 

 

 

 

 나는, 무서워. 지민아.

 

 

 

 

 

 그제야 지민이 내게로 당겨져 왔다. 저벅저벅, 힘없는 발걸음이 만들어 내는 소리였다. 뒤늦게 돌아온 지민의 팔뚝을 억세게 붙잡았다. 지민은 자신의 팔뚝 위에 올라와 있는 내 손을 가만히 바라다 봤다. 지민과 내가 우두커니 남겨진 기분이었다. 지민의 손바닥이 내 손을 덮었다. 내 손은 그가 호흡하는 대로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유지하던 그는 내 손을 토닥거렸다. 그의 손이 미끄러져 내려가 내 손목에 머물렀다.

 

 

 

 

 

 미안해. 아미야.

 

 

 

 

 

 지민의 한 음절 한 음절이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노래처럼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민은 나보다도 더 겁먹은 표정이었다. 갑자기 아이처럼 재촉하던 그를 다그칠 수도 없었고, 다시 성장해버린 어른처럼 사과하던 그에게 섣불리 괜찮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지민이 이내 눈을 감았다. 고르게 내쉬는 숨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지민의 팔뚝에 올린 손을 내렸다. 토닥거리기를 멈춘 지민의 손이 허공에 머물렀다. 지민의 목에 손을 두르곤 끌어안았다. 꽤나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오른손으로는 지민의 등을 조심스럽게 따라 토닥였다. 그가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어깨에 콧김의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지민의 몸에 반쯤 가려진 바다가 내 시선에 가득 채워졌다. 주황빛 하늘과 맞닿은 푸른 바다. 해면에 비치는 붉은 해. 서로가 점점 같은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괜찮아, 지민아. 괜찮아.

 

 

 

 

 

 지민의 머리를 서툴게 쓰다듬었다. 나는 그 고운 머릿결이 내 서툰 손길에 부서지지 않는 것에 감사해 해야만 했다. 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콧잔등이 부딪힐 것만 같은 거리였다. 그의 숨결이 내 숨결과 어우러져 저 멀리로 흩어졌다. 지민의 잔잔한 눈동자에 내가 잠겼다. 그가 눈을 감으면 나는 영원히 그의 눈동자에 잠긴 채이고 싶었다.

 

 

 

 

 

 응. 괜찮을 거야.

 

 

 

 

 

 마저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근잘근 씹고 있던 지민의 붉은 입술도 그의 치아 사이에서 구출해 주었다. 지민이 절벽으로부터 돌아섰다. 지고 있던 붉은 태양이 지민의 정수리에 걸쳐졌다. 지민의 머리 위에서 일몰이 아니라, 일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지민으로 인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내게 암시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빛에 눈을 깜작였다. 지민이 아까의 표정을 지우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얼굴을 했다. 실은, 지민이라 좋은 거였다. 말하지는 않았다.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고 싶었다. 아까의 얼굴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 채로 사이사이 남겨 두었지만, 나는 그마저도 좋았다.

 

 

 

 이제는 나도 절벽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지민은 내가 싫어한다면 다시는 권하지 않겠다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끝을 흐렸다. 나는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신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싫은 것은 자신도 싫다 했으니 말이다. 노을 지는 절벽을 따라 길을 걸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없었다. 우리의 발길이 닿는 곳이 목적지였고, 종착지였다. 지민이 내 손을 잡으면 나는 그 손을 놓치지 않으려 더욱 더 꽉 잡기를 반복했다. 꿈결처럼 파도소리가 멀어졌다. 울퉁불퉁 무섭게 깎여 있던 절벽에 울타리가 쳐지기 시작했다. 땅에 박아 놓은 나무 막대기를 단단한 동아줄로 연결시켜 놓은 울타리였다. 그곳을 스쳐지나가는 동안, 수많은 새들과 나비들과 바람들도 우리를 스쳐지나갔다. 우리는 걸어오면서 마주하는 것들을 소중히 마음에 새기는 대신에 걸을 때마다 많은 것들을 버려두고 왔다. 후회했던 나, 좌절했던 나, 고통에 울음을 삼키던 나날들. 한 걸음, 두 걸음. 하나의 기억, 또 다른 기억. 지민은 옆에서 말없이 격려했다. 그러고는 진실 깊은 눈동자로 내게 말했다. 잘 했어.

 

 

 

 

 

 여기는, 어디야?

 

 

 

 

 

 처음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내가 이토록 궁금해 했던 질문을 쭉 미뤄두었던 것은 나를 모두 알고 있는 것만 같은 지민의 표정 때문이었다. 그의 표정은 나까지도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고 착각하게끔 만들었다. 지민의 발걸음이 멈추자, 나도 따라 멈춰 섰다. 하늘에 있던 태양은 이미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직은, 아직은 말해줄 수 없어.

 

 언제 얘기해 줄 수 있어?

 

 네가 나를 온전하게 인식할 때.

 

 

 

 

 그렇게 말하고는 지민은 다시 이를 드러내며 헤실스럽게 웃었다. 입을 삐쭉거렸다. 나는 이렇게 널 보고, 만지고 있는 걸. 지민의 눈매가 얇게 휘어졌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는 아직 부족해. 잡은 지민의 손이 꼼지락거렸다. 지민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가 내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아마 내 생애 가장 큰 소리였을지 모른다.

 

 

 

 

 

 우리가 잠시 머무를 곳을 상상해 봐.

 

 왜?

 

 어서, 상상해 봐. 해가 졌으니까.

 

 

 

 

 

 그의 말에 눈을 감았다. 상상하라고 강요받아서 하는 상상은 너무 힘든데. 지민이 손을 내 머리 위에 올렸다. 머릿속의 잡스럽던 생각들이 빠져나가고 온전히 내 상상으로 가득 채워졌다. 내가 머무르고 싶은 곳. 그냥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지민이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가슴 속에서 메아리쳤다. 내가 닫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지민이 내 머리 위에 있던 손을 치웠다. 상상했어? 지민의 머리칼이 기분 좋게 흔들렸다. 응. 내가 대답했다. 그럼 가자. 지민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자갈이 가득했던 길에서, 흙길로 바뀌고. 그 흙길을 따라 걸으니 다시 풀밭이었다. 어둠을 잔뜩 흡수한 잔디가 검게 빛났다. 잔디 사이에서 검은 하늘이 반짝였다. 잔잔하고 넓게 뻗어있는 호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지민이 내 손을 빠르게 거둬 자신의 품으로 가뒀다.

 

 

 

 

 

 안 돼.

 

 왜?

 

 너무 늦었다. 머무를 곳부터 찾으면 안 될까, 응?

 

 

 

 

 

 지민의 가슴팍에서 뻗어져 있는 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었다. 지민의 말에 시선은 호수로 두면서도 발걸음은 옮겨야 했다. 그가 그러라고 했으니, 그의 말을 따르고 싶었다. 지민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호수를 보며 한숨 쉬었다. 나는 그 한숨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어차피 물어도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묻지는 않았다. 가끔씩은 길게 자라난 잔디들이 내 발목을 간질였다.

 

 

 

 

 

 저기 봐.

 

 

 

 

 

 지민의 말에 고개를 들자 불빛이 깜빡였다. 이미 암흑이 내려앉은 숲에 홀로 빛내고 있는 나무가 있었다. 나와 같은 곳을 보며 손을 뻗는 지민이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그에게 환영을 보았다고, 그렇게 설명하려 했다. 바닥에 깊게 자리 잡은 나무의 굵은 뿌리가 사방으로 튀어나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나무는 어찌나도 굵은지 내가 그 동안 스쳐지나간 사람들을 나무의 겉면에 줄줄이 세워도 나무의 둘레를 따라갈 수는 없어보였다.

 

 

 

 

 

 손을 뻗어 볼래?

 

 어떻게?

 

 이렇게.

 

 

 

 

 

 지민이 나무의 기둥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를 따라 손바닥을 나무에 붙였다. 까슬까슬하면서도 반질한 촉감이 내 손바닥 아래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지민의 웃음소리가 내 귀를 타고 들어와 내 가슴을 간질였다. 길게 늘어진 잎은 청록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이거 그거 같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내 말을 들은 지민이 웃느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의 머리가 내 정수리 위로 올라왔다. 그가 웃느라 몸을 떨 때면 나도 같이 흔들렸다. 위로 손을 뻗은 지민이 길게 내려온 잎사귀를 잡아당겼다. 다른 손으로는 내 손목을 쥐었다. 내 손바닥 위에 잎사귀를 올려놓곤, 구경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다시 잎사귀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이 매끄럽게 잎을 타고 미끄러졌다.

 

 

 

 

 

 이제 올라가자.

 

 어디를?

 

 

 

 

 

 지민은 금방이라도 뒤로 고개가 꺾일 듯이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있었다. 목 아프겠다. 지민의 어깨의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들어 지민의 목선을 쓸었다. 지민이 몸을 떨었다. 그가 머리를 털었다. 뭐야. 그가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애교 있게 접힌 눈도 있었다. 왜인지 그에게 계속 장난을 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짐짓 심술을 연기하는 그의 눈두덩이도 손가락으로 쓸었다. 지민이 고개를 뒤로 쭉 빼며 내 손가락을 피하려는 행동을 취했다. 뻗은 내 손가락을 잡았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지민의 얼굴에 이번에는 내가 피하려 고개를 뒤로 뺐다. 지민의 반대쪽 손이 내 뒤통수를 받치고 있어 더 이상은 뒤로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지민의 눈동자 속으로 빠질 것만 같았다. 질끈 눈을 감았다. 그가 내 눈두덩이에 입을 맞췄다. 아주 빠르게 그의 입술이 스쳐 지나갔다. 감전된 듯한 짜릿함이 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눈을 뜨자 수줍게 웃고 있는 지민이 보였다. 눈만 연신 깜빡였다. 그는 올라오다가 만 내 손을 붙잡았다.

 

 

 

 

 

 집으로.

 

 

 

 

 

 지민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잡았다. 나무줄기인지, 밧줄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가 먼저 올라가라고 손짓했다. 흔들리는 사다리를 꽉 쥐었다. 까슬까슬한 감촉이 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용기를 내어 몸을 사다리에 실었다. 한 걸음씩 오를 때면 지민은 아래서 잘하고 있어. 라며 나를 격려했다. 그의 말이 나를 받쳐주는 안전벨트라도 된 것 마냥 안심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줄을 잡았을 때, 지민은 박수를 쳤다. 역시 우리 아미, 잘 하네. 칭찬을 받았다.

 

 

 

 떨리는 다리로 굵은 나무줄기를 밟고 올라섰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래 선 지민이 보였다. 옆에 벽처럼 나를 둘러싼 나무줄기를 단단히 붙잡았다. 지민이 손을 들어 내게 흔들어보였다. 눈을 한 번 깜빡이자 그가 사다리를 타고 잽싸게 올라왔다. 거대한 나무 위에 지어진 오두막집이었다. 지민이 먼저 집으로 들어섰다. 어디서 전기가 흐르는지는 몰라도, 위에서는 전등불이 흔들거렸다. 사실은 호롱불이었대도, 나는 전등불이라고 말했을 거다. 호롱불은 본 적이 없으니까.

 

 

 

 3인용 정도가 되어 보이는 작은 소파에는 엔틱 카펫이 덮여 있었다. 바닥에 깔린 카펫과는 조금 다른 무늬였다.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색들끼리 한데 모여 어우러지고 있었다. 소파에 앉았다. 푹신한 듯 하면서도 단단함이 엉덩이로 느껴졌다. 지민은 나무 테이블 위를 손으로 더듬거리고 있었다.

 

 

 

 뭐, 찾아?

 

 아니.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없어.

 

 그래도 상상해 봐.

 

 

 

 

 

 지민은 자꾸만 내게 상상하기를 권유했다. 권유보다는 강요에 가까운 것 같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까처럼 눈을 다시 감았다. 밝아진 내부 탓에 눈을 감아도 아스라이 밝은 빛이 보였다. 내가 먹고 싶은 건, 따뜻했으면 좋겠다. 지민처럼. 그리고, 달달했으면 좋겠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조심스럽게 뜨자 밝은 빛이 눈으로 새어 들어왔다. 아득했던 밝은 빛이 다시 생생하게 돌아왔다. 지민이 멀리서 손에 티스푼을 쥔 채로 컵 속을 휘젓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지민은 밝게 웃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달달한 맛을 느끼고 있었다. 아주 따뜻하기도 했다. 지민이 양손에 머그잔을 들고 소파로 걸어왔다. 잔에서 넘실대는 무언가가 넘치지 않게 하도록 발걸음까지 죽이곤 살금살금 걸었다. 마침내 내 앞에 선 지민이 잔을 내게 내밀었다. 손잡이와 잔의 몸체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코코아야.

 

 고마워.

 

 

 

 

 

 옅은 갈색 빛을 띤 코코아가 넘실거렸다. 컵 표면이 따뜻했다. 어디선가 이불을 끌고 온 지민이 내 무릎 위로 이불을 덮었다. 보드라운 이불 위로 손을 올렸다. 내 옆에 앉은 지민이 코코아를 홀짝거렸다. 나도 따라 코코아를 마셨다. 입 안에 가득 찬 코코아가 넘실거렸다. 달다. 목구멍으로 넘겼다. 너무 달아서, 내 온몸을 녹여버리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지민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들고 있던 머그잔을 다른 손으로 옮겨 들고선 지민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그러게.

 

 

 

 

 

 조용한 집 안을 목소리가 가득 메웠다. 내 목소리를 나무들이 흡수해, 가득 머금었다. 나무를 툭 건드리면 우리의 목소리가 새어나올 것 같았다. 저 나무들이 간직할 우리의 음성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우리의 음성을 함께 안아, 소원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들리지 않았을 내 음성도 함께 머금었다. 달달한 코코아 향이 허공에 떠다녔다.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예민해질 후각이 나를 코코아 속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민과 함께 코코아 속을 헤엄치는 생명체가 되고.

 

 

 

 주위에 가득 찬 공기를 한 입 베어 물면 따뜻한 코코아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지민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허공에 손을 뻗어 휘휘 저었다. 티스푼 같아. 아까의 지민이 휘젓던 티스푼을 떠올렸다. 지민이 내 말의 참뜻을 알아듣곤 웃음을 터트렸다. 보란 듯이 더 오버스럽게 팔을 저었다.

 

 

 

 

 

 해가 뜨면 또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응.

 

 어디?

 

 호수.

 

 

 

 

 

 짧막한 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가자 지민이 허공에 머물러 있던 팔을 아래로 툭 떨어뜨렸다. 내 어깨에서 기대두었던 머리도 치웠다. 지민의 얼굴을 보자 심술로 차있는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다. 눈을 연신 깜빡이면서도 입술은 집어넣지 않았다. 왜? 이제는 예쁜 그 입술을 치아로 씹었다. 손을 뻗어 그의 입술을 빼주었다. 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가고 싶어.

 

 네가 안 갔으면 좋겠어.

 

 

 

 

 

 지민이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의 팔뚝을 붙잡고 흔들었다. 소파 옆에 놓인 장식장 위에 머그잔을 올려두었다. 지민은 내 눈을 피하려 자꾸만 다 마신 코코아를 마시는 척 연기하며 홀짝댔다. 지민의 빈 컵을 빼앗아 들어 장식장 위에 놓인 내 머그잔 옆에 세워두었다.

 

 

 

 

 

 지민아.

 

 싫어.

 

 한 번만. 응?

 

 

 

 

 

 지민이 한숨 쉬었다. 내 어깨 너머를 보는 것 같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양손으로 지민의 볼에 손을 올렸다. 최대한 힘을 주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지민은 큰 거부 없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눈매가 축 처진 게 그의 말이라면 꼭 거부할 리 없는 형상이었다. 지민의 통통한 입술이 자꾸만 삐죽댔다. 그의 볼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로 그의 입술을 엄지로 눌렀다.

 

 

 

 

 

 나, 꼭 가고 싶어.

 

 왜 가야 해?

 

 가야만 할 것 같아. 호수가, 날 불러.

 

 

 

 

 

 지민이 시선을 떨어뜨렸다. 내 손목을 잡았다. 매달려 있는 팔이 흔들거렸다. 말을 잇기를 기다렸는데 지민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침묵 속에 코코아 향만 거하게 떠다녔다. 코로 숨을 들이키면 지민의 향과 코코아 향이 폐 속에 가득 찼다. 내 속에 가득 찬 그들을 숨을 참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럼, 왜 싫어?

 

 

 

 

 

 여전히 지민은 새근새근 숨만 내쉬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지 않았더라면 자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거였다. 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상념에 빠진 것 같아 보였다. 일부러 그의 입술을 꾹꾹 눌렀다.

 

 

 

 

 

 가자, 응?

 

 알겠어.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미안해.

 

 

 

 

 

 지민이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예고도 없이 안겨버린 나는 그저 지민의 허리를 감쌌다. 그의 등을 토닥였다. 지민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숨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다. 눈을 감고, 이렇게 영원하길 바랐다. 내 목덜미에 닿는 네 숨도, 날 감싸 안은 네 체온도. 우리 틈 사이를 가득 채운 따뜻한 코코아 향도, 묵묵히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나무들도. 다 괜찮을 거야. 세상이 끝나고 달만 보인대도 괜찮을 거야. 설령 달이 떨어지고, 별이 모두 쏟아져 내린대도 나는 좋을 거야. 그러니, 너도 좋을 거야.

 

 

 

 

 

 내일 해가 뜨면 호수에 가자.

 

 그래.

 

 어서 해가 떴으면 좋겠다.

 

 

 

 

 

 지민의 머리 위에 걸쳐 있던 태양을 떠올렸다. 지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머리칼이 내 얼굴을 간질였다. 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바람을 부자 그의 머릿결이 날렸다. 내친김에 고개를 돌려 그의 귀에도 바람을 불어 넣자, 지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잔뜩 커진 눈이 내 웃음기 가득한 눈과 마주했다. 그의 눈에도 바람을 불 심산으로 입술을 동그랗게 말았다. 지민의 입술이 내 입술에 잠깐 닿았다 떨어졌다. 짜르르, 다시 가슴 속 새가 지저귀었다. 이번에는 내 커진 눈이 지민의 웃음기 가득한 눈과 마주했다. 예쁘게 접힌 눈매가 다시 가까워졌다. 멍하니 있는 내 입술에 다시 입맞춤 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다시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지민이 내 어깨에 대고 웅얼거렸다. 응, 나도. 다시 지민의 뒷머리를 매만졌다. 너로 인해 하루를 시작하고, 마침표를 찍으니까 나는 하릴없이 너를 따를 수밖에 없지. 나는 보았는걸. 네 머리 위에서 네 것 마냥 빛나던 태양과 역광임에도 불구하고 태양보다 더 빛나던 네 얼굴을. 네가 여기 있어서 참 다행이야.

 

 

 

 

 

 지민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도. 다행이야.

 

 

 

 

 

 장시간동안 눈을 감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내 눈에 그를 담기에는 무엇을 해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내 눈동자 속에 네가 헤엄치는 것도 좋지만, 네 눈동자 속에 파묻혀 버둥거리는 것도 좋았다. 내가 너를 온전히 인식할 수 있을 때까지 네 바다 속에서 헤엄친다. 나는 네 잔잔한 바다 속에서 일렁임을 만들고, 일렁임은 저 멀리로까지 퍼져나가고. 다시 돌아오는 네 바다의 일렁임에 나는 휩쓸려 버리고.

 

 

 오두막집의 나무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어 들어오는 빛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잡히지는 않았다. 바닥에 철푸덕 앉은 지민 역시도 나를 따라하며 웃었다. 허공의 공기를 잡는 거야? 지민이 물었다. 나는 잡지 못할 걸 알면서도 손을 휘둘렀다. 아니, 빛을 잡고 있어. 지민이 자신의 옷소매 끝을 만지작거렸다. 잡으면 좋겠네. 그렇게 말하곤 뒤로 누워버렸다. 누워서도 손을 뻗어 이리저리 흔들었다. 잼잼하듯 손을 쥐었다 피길 반복하지 않는 것을 보고선 적어도 빛을 잡으려는 행동은 하지 않는 거라고 추측했다.

 

 

 

 바깥에서는 새벽공기가 불어 들어왔다. 달달했던 따뜻한 코코아 향기를 가져가고, 새로운 햇빛 향기를 가득 채워 넣었다. 내 향기를 돌려 놔. 괜히 심술궂게 오두막의 나무를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네가 삼켜버린 향을 내뱉어. 나무를 손으로 연신 쓸었다. 달달한 코코아 향기가 타고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민이 팔을 괴고 누웠다. 고개는 나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아마 내 행동을 지켜보려던 것 같았다. 틈 사이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머릿속에 파란색이 가득 찬 걸로 보아, 지저귄 것은 파랑새일 거라고 추측했다.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앓는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폈다. 그가 문 밖으로 걸어가 주위를 살폈다. 어서 오라는 듯 내게 손짓했다. 소파에서 바닥으로 발을 디딘 내가 지민의 곁으로 달려갔다. 나무 바닥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이제 나가자.

 

 좋아.

 

 

 

 

 

 이번에는 지민이 먼저 사다리를 탔다. 위에서 내려다보자 꽤나 높은 높이였다. 잔뜩 겁먹은 표정을 하고 눈을 감았다. 지민은 빠르게 흔들리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읏차. 숨을 내뱉는 소리와 함께 잔디 바닥에 발을 디딘 그가 고개를 들어 내게 소리쳤다.

 

 

 

 

 

 겁먹지 말고 내려와!

 

 지, 지민아.

 

 떨어지면 내가 잡을게. 걱정 마.

 

 

 

 

 

 지민이 아래서 나를 잡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사다리의 시작점을 꽉 붙잡아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했다. 눈을 꼭 감고 사다리를 밟았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줄기를 붙잡자 줄기는 손의 땀으로 금방 축축해졌다. 발을 아래로 뻗었다. 다리가 덜덜 떨렸으나, 지민이 잡고 있는 덕에 사다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저녁처럼 내가 지면과 가까워질 때면 지민은 나를 칭찬했다. 잘 하고 있어. 마침내 내가 지민이 발을 디디고 있는 땅에 발을 내려놓았을 때, 지민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네가 잘할 줄 알았어. 라고 말했다.

 

 

 

 나는 괜스레 지민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무서웠어. 지민이 내 어깨를 붙들곤 진정하도록 토닥였다. 그의 손길에 맞춰서 숨을 고르게 쉬었다. 요동치던 심장의 고동소리가 잠잠해졌을 때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정작, 지민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면 한참 떨어진 곳에 다시 호수가 보였다.

 

 

 

 

 

 지민아, 여기가 어딘지 말 안 해준다고 했지.

 

 응.

 

 그럼 네가 어디 있는지는 알려줄 수 없어?

 

 

 

 

 

 그게 뭐야. 지민이 웃었다. 재미없는 말장난이었다. 그렇지만 지민은 배를 부여잡고 금방이라도 잔디밭을 구를 것처럼 웃었다. 재미없는 말이었는데, 재미있어? 지민이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웃음코드 되게 특이하구나. 뒷말은 전하지 않았다. 왠지 그 말을 듣는다면 정말로 바닥을 구르며 땅을 치고 웃을 것 같았다. 웃다가 사례라도 들렸는지 헛기침을 했다. 재미없는 말에 웃어주니까 나도 재밌네. 급기야는 지민이 코를 훌쩍였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지민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분명 지민은 웃고 있었는데, 울고 있었다. 왜 울어, 지민아. 응? 지민의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내기 바빴다. 내가 어젯밤 지민의 바다에 파도를 일으켰고, 지민의 눈동자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흘려내는 것 같았다. 지민의 손이 눈물로 축축했다.

 

 

 

 

 

 너무 웃겨서, 그래서.

 

 이제 함부로 웃기지도 못하겠다.

 

 

 

 

 

 지민이 옆에서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종착지는 호수였다. 맑은 호수의 수면에 지민과 내 모습이 비춰졌다. 지민이 코를 훌쩍거렸다. 손바닥으로 지민의 볼가를 문질렀다. 붉고 축축한 눈이 한껏 접히며 내게 웃어 보였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들처럼 지민과 나는 호수에 발을 들였다. 넓은 호숫가의 시작부분에 발을 담갔다. 찬 물이 발목에서 출렁거렸다. 호수는 푸른색이기도 했고, 태양빛을 받은 주황색이기도 했고, 검은색이기도 했다. 서로의 손을 꽉 붙잡은 우리는 점점 더 깊어지는 호수를 향해 발을 뻗었다. 하늘은 티 없이 맑은 푸른색이었고, 날은 따사로웠다. 내 피부로 느껴지는 햇빛을 맞으며 나는 행복해했다. 맞닿은 손에서는 미세한 전류가 흘렀고, 심장으로 통한 전류는 내 가슴을 간질였다. 가슴쯤에서 출렁이는 물을 보며 손을 물 아래서 흔들었다. 호수에 작은 파동이 일었다.

 

 

 

 

 

 저기 봐.

 

 

 

 

 

 지민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하늘이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저번에 보았던 나비가 하늘 위를 자유로이 떠다니고 있었다. 물에 있는 것은 우리였는데, 정작 나비가 유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비가 날갯짓할 때마다 날개의 바다가 출렁거렸다. 지민이 그것을 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물가에서 날아다니던 나비는 우리의 곁을 맴돌더니 호수 속으로 다이빙했다. 지민은 그제야 진정한 제 표정을 드러냈다. 웃고 있었고, 울고 있었다.

 

 

 

 

 

 지민아, 왜 그런 표정을 해.

 

 그냥.

 

 

 삐

 

 

 네가.

 

 

 삐

 

 

 너무 좋아서.

 

 

 삐-

 

 

 호수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몸이 저 깊이 너머로 떨어졌다. 잡은 지민의 손을 놓지 않았다. 눈을 꼭 감았다. 순간적으로 숨도 함께 참았다. 찬 물살이 내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고 나서 바로 지민은 나를 안았다. 나는 지민에게 기댄 채였다.

 

 

 

 

 

 아미야, 눈 떠.

 

 

 

 

 

 지민의 말에 감았던 눈을 떴다. 눈앞은 광활한 우주였다. 고개를 돌리면 지민이 있었다. 수억 개의 별들이 콕콕 박혀 빛나고 있었다. 푸른 나비도 멀리서 유영하고 있었다. 아스라이 사라질 것만 같던 공기도 남아 함께 떠다니고 있었다. 위에서는 별들이 잔뜩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 안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함께 맞았다. 지민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 얼굴로 별을 맞이했다. 나 역시도 지민과 함께 새로이 자라난 별들에게 인사했다.

 

 

 마주한 지민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손을 들어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고르고 예쁜 눈썹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다. 나를 향한 눈도, 코도, 입도. 모두 한 번씩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내 검지가 그의 입술에 머무르자 지민이 내 지문에 입 맞췄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어?

 

 응. 그러니 어서 설명해 줘.

 

 

 

 

 

 지민이 숨을 골랐다. 내 손가락은 어느새 입술을 타고 턱 끝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의 얼굴을 쓸던 내 손가락을 허공에 띄웠다. 지민이 내 손가락을 잡아 아래로 내렸다.

 

 

 

 

 

 여기는 우주. 나는 네 우주 안에 있어.

 

 

 

 

 

 지민의 몸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그의 목소리가 넓은 우주를 가득 채웠다. 별들은 지민의 음성을 탐내 퍼지는 그의 소리를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 쏟아지는 별이 지민의 눈동자에도 쏟아졌다. 별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마주했다. 지민이 잡은 손을 놓고는 다시 내게로 손을 뻗었다. 나는 악수하듯이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짜르르, 가슴에서는 새와 함께 별들이 지저귀었다.

 

 

 

 

 

 반가워. 몽상하기를 좋아하던 아이야.

 

 

 

 

 

 지민에게 다시 인사를 건넸다. 이제는 다 커버린 내가 사랑하는 아이. 너는 죽어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구나. 다행이야, 너를 만나서. 내 시작이 너이듯, 끝도 너라서. 끝내는 너와 내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함께 쏟아지는 별을 맞을 수 있어서. 너와 나의 외로움들을 서로로 채울 수 있어서. 이제는 둘이 서로가 되고, 서로는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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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사랑해요 쪽쪽 ♥3♥
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면목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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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8.177
작가님의 글은 글만읽었는데도 취한느낌이예요 매번신기해요
7년 전
소슬
그동안 매번 읽어주셨다는 말씀이시겠죠ㅠㅠㅠ 감사해요!
7년 전
비회원128.177
꾸준히 봐왔죠 괴물도 좋고 외딴섬 들꽃소녀도 좋습니다 꾸준히 연재해주실꺼죠? 열심히 읽고 느낄테니까 자주오세요 암호닉신청할께요
[베네딕션]으로요

7년 전
소슬
베네딕션님 반가워요! 앞으로도 열심히 할테니 기다려주세요!
7년 전
독자1
안녕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이제야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암호닉 신청 아직 받으시면 [유자청]으로 신청할게요..!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전에 쓰신 것도 다 봐야겠어요ㅠㅠㅠ
7년 전
소슬
유자청님 반갑습니다! 칭찬 감사드리고 오래 봬요!
7년 전
독자2
[윤기윤기]로암호닉 신청할게요 ㅠㅠㅠ와 ㅠㅠㅠ진짜 글 너무 잘쓰세요 ㅠㅠㅠ
7년 전
소슬
칭찬 감사합니다! 혹시 암호닉 위에서 신청하셨던 분이 아니시면 다른 암호닉으로 신청 부탁드릴게요!!
7년 전
독자4
헐 확인안햇엇는데 ㅠㅠ같은사람이에요❤️
7년 전
비회원98.200
글이 너무 이뻐요....[자몽해]로 암호닉신청해요!
7년 전
소슬
자몽해님 반가워요. 칭찬 고마워요!
7년 전
비회원120.166
와 작가님 진짜 대박임미다 글에 취한다는 말 이해를 못했었는데 이제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ㅠㅠ 암호닉 신청 받으신더면 [배고프다]로 신청랍니다!!
7년 전
소슬
배고프다님 반가워요! 제 기억에 아마 뮤즈 글 때 암호닉 신청해주셨던 것 같아요! 본인이 아니시라면 다른 암호닉으로 신청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5.173
일단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띠리띠리에요.. 저도 현생에 치여서 진짜 오랜만이네요... 와... 처음에는 되게 길어보였는데 읽다보니까 빨려들오가서 시간이 지난지도 몰랐어요.. 와 진짜 이런글이 있다니... (입막) 존경해요 진짜 작가님!
7년 전
소슬
띠리띠리님 오랜만이에요! 칭찬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7년 전
독자3
10041230

작가님 완전 오랜만이에요!!!

7년 전
소슬
10041230님도 오랜만이에요!!
7년 전
비회원250.247
비회원이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댓글 한번도 안써봤는데 글이 너무 아름다워서 꼭 댓글 남기고 싶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예쁘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소슬
첫 댓글이라니 너무 감격스럽네요. 예쁜 댓글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5
헐 대박이에요ㅠㅠㅠㅠ[수니]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7년 전
소슬
수니님 반가워요.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0.15
하루종일이에요. 작가님ㅠㅠㅠ 오랜만이에요. 계속 기다렸어요. 이 글을 읽을 때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예뻐요. 표현하는 것도 정말 예쁘고 아름답고 그래요. 으아아아 여운이 가시지 않아요. 예쁜 여운이에요. 두고두고 봐야겠어요. 이렇게 가끔 오셔도 좋아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7년 전
소슬
하루종일님 오랜만이에요. 현생에 치이느라 늦게 왔어요. 기다려주신다니 어서 으쌰으쌰해서 다시 돌아올게요. 고마워요!
7년 전
비회원140.173
세상에나...인티에 이렇게 엄청난 필력을 가지신 분이 있었다니ㅠㅠㅠㅠㅠ오ㅑ지금알았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저 이런 분위기의 심오한 글 굉장히 좋아하는데 여기 이렇게 무더기로 있네요ㅜㅜㅜㅜㅜㅜㅜ정주행하러 갈게요!정말 처음 읽는데 잠깐 상상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어요
암호닉 [줄라이]로 신청합니다!!

7년 전
소슬
줄라이님 반가워요. 엄청난 칭찬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7년 전
독자6
글이랑 bgm이랑 너무 잘 맞아서 몰입이 장난 아니었어요ㅠㅠㅠㅠㅠㅠ 지민이가 몽상하기 좋아하는 아이...☆ 하.. 약간 분위기가 출판된 책 중에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라는 책 분위기가 생각나서 더 좋았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7년 전
소슬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7년 전
비회원191.123
작가님 진짜 너무 좋아요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쓰세요 ㅠㅠ? 보다 울었어요 흐이유ㅠㅠㅠ 그냥작가님 제사랑받으세요 진짜 글 너무감사합니다..브금도너무좋아요ㅜㅜㅜ 브금제목알수있을까요.? 아아 진짜보는내내 막 몽실몽실..내시작이 너이듯, 끝도 너라서. 이부분 너무좋아요 정말 좋아보여서 아아아 진짜진짜 작가님 ㅠㅠ♡ 감사합니다
7년 전
소슬
어이구야 세상에! 독자님 감사합니다.ㅠㅠ 브금은 Laura Shigihara - Everything's alright 입니다. 칭찬 고마워요!
7년 전
비회원171.160
정말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작품이네요 온라인이라는 한 페이지로 이런 충격을 주시는분은 생전 처음 봤어요 저는 어제 밤 이 작품을 읽고 잤는데, 일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쭉 이작품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겠어요ㅠㅠ 소슬님 표현 하나하나가 너무도 섬세해서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글이지만 그림처럼 그려지는 이야기에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기분이 들어요 이런 몰입도도 처음이고 이런 문체도 처음이고... 소슬님을 알게된지 얼마 안됐지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소슬님 덕분에 소슬님 작품을 읽을 수 있고 옛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소슬님 응원하겠습니다! 다음에 봬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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