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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NULL MOON 下 | 인스티즈

반드시 상편부터 차례대로 다시 읽어주세요!

 

 

 

 

NULL MOON 下

 

 

 

 

 

 

 

 

 

 성당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었으나, 무언가에 의한 충격도 없이 성당 한 쪽 벽면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굉음을 내며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주변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순전히 나의 일이었다. 그렇게 말하기도 부끄럽게 내 옆에는 정국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스테인드글라스가 깨진 부분으로 들어오는 빛은 환한 빛이 가득했다. 적색이나, 청색의 그림자도 없었다. 깨져버린 창을 보고 있자니, 내가 저 창 앞에 자리하고 있던 수조를 소화기로 깨어버렸다면 저 창이 깨졌을 때처럼 굉음이 났을 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나조차도 왜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소화기로 깨어버리려고 했던 행동도 문득 떠오른 것이었으니 이상할 건 없었다.

 

 

 

 “수녀님, 다리 안 아파요?”


 “괜찮…, 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 내가 애들 잘 볼 테니까 저기 앉아서 쉬어요.”

 

 

 

 정국의 걱정이 담긴 듯한 말에 뻐근한 발목을 돌리며 대답하려 했다. 뼈가 엇나가는 소름끼치는 기분에 비명을 질렀다. 멀쩡했던 내 발목이 왜. 덥고 음습한 기운이 순식간에 몸에 잔뜩 퍼졌다. 겁에 질린 눈으로 정국을 바라보자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온순한 표정이었다. 쉬라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멀뚱히 서있자, 더운 공기가 내 목구멍을 막았다. 간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내게 아주 위협적이면서도, 이제는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핏발이 서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붉은 달보다 더 붉은 눈을 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뼈가 엇나간 것만 같은 발목을 질질 끌고 의자에 앉았다. 의자의 딱딱한 나무와 엉덩이가 닿자, 언제 뼈에 이상이 있었냐는 듯이 통증이 사라졌다. 목을 옥죄던 그 기분도 따라 사라졌다.

 

 

 

 “들으셨어요? 오늘 붉은 달이 뜬대요. 저는 그게 사탄의 저주 같아서 싫어요. 소름 끼쳐요.”


 “수녀님, 말 조심해주세요.”

 

 

 

 정식 수녀가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던 수녀는 어언 열흘을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있었다. 어떻게 수녀가 되었는지는 믿기질 않지만, 그녀는 말주변이 없을뿐더러, 그것을 내뱉을 때 해서는 안 될 말을 거르지 않았다. 그것이 사탄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마르첼라 수녀님께 이미 수 백 번도 더 충고를 들었을 터였다. 나 역시도 그녀의 언행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사탄을 언급하기 시작하면 내 목이 억세게 죄여왔다. 보이지 않는 사슬이 내 목을 옭아매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금붕어들이 내 혈관 속에서 헤엄쳤다. 결국, 죽어가는 것은 나 홀로인 셈이었다.

 

 소란스러운 수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정국과 마주하자 그 역시도 그녀로부터 시선을 돌리던 중이었는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왜 나는 그의 눈을 반짝인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지, 그의 눈을 보면 왜 나는 빨려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어스름한 빛이 돌기 시작했을 쯤부터 정국이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수녀님, 붉은 달이에요. 빨리 나가요.”


 “알았어요. 잠시만….”

 

 

 

 팔목에서 잠시 빼두었던 묵주를 집어 들기도 전에 정국이 내 팔목을 잡았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온몸에 퍼지는 매질에 아릿했다. 내가 그의 힘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나는 그의 힘에 이끌려 성당을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보육원 뒷산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나는 언제나 이런 저녁에 뒷산에 오기를 굉장히 꺼려했다. 산에 찍힌 짐승의 발자국이라도 보게 된다면, 나는 짐승과 마주하기도 전에 혼절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이 내 팔목으로부터 점점 내려오더니 결국 위치한 곳은 나의 손이었다. 이상하고도 낯선 감촉에 손가락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굳어있었다.

 

 결국, 나는 뒷산에 오르고야 말았다. 신이 나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정국의 맞은편에는 이미 묻혀버린 금붕어들이 있었다. 흙 속에서는 아마, 잔뜩 부패되어 있는 금붕어 몸속의 작은 벌레들이 눈깔을 파먹고, 살점 사이를 기어 다닐 것이었다. 좁은 틈이 생긴 살점들은 점점 벌어져…. 기괴한 생각에 오한이 들었다. 울컥,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잡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올렸다.

 

 붉은 달이었다. 붉게 차오른 물이 핏물과도 같았다. 넘치다 못해, 하늘에서 핏물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달이었다.

 

 

 

 달, 봐요. 예쁘잖아요.

 

 네, 네….

 

 

 

 다시 고개를 숙일 새도 없이 정국이 말을 걸었다. 가슴에서 짜릿한 고통이 일었다. 마치 두 개의 부싯돌이 탁탁하고 마찰을 일으켜 내 가슴에 불똥을 튀기는 것 같았다. 맞잡은 손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에게서 손을 빼려 하자, 그가 잡은 내 손에 힘을 주었다. 뺄 수 없도록 단단히 잡힌 손에 정국을 올려다보자 그는 말없이 하늘만 올려 볼 뿐이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지금은 내 속을 꿰뚫리는 기분조차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저 달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뭐라고 하는데요?

 

 블러드문. 어떤 사람이 지었는지는 몰라도, 꽤나 영리한 사람인 것 같아요.

 

 

 

 블러드문, 블러드문, 블러드. 그의 말을 되새김질했다. 그래,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름 그대로였다. 달에 붉게 차오른 피가 넘실거리는. 그렇다면 저 달의 피는 누구의 피일까. 정국과 맞잡은 손에서 강한 매질을 하는 내 혈관 속의 피일까? 그게 아니라면 누구의 것일까.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에요.

 

 뭐가, 대체 뭐가요….

 

 저것 말이에요.

 

 

 

 정국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턱 끝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정국은 이미 내 모든 생각을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을 맞추지 않아도 이미, 이미…. 갑자기 숨이 컥 막혔다. 아주 작은 생명체로 잉태되어 탯줄로 호흡하다, 폐로 호흡하기 시작한 듯 했다. 양수가 가득 찬 듯, 숨을 쉴 수 없었다. 당신은 정녕, 누구인가요. 어디서, 어디서 온 누구인가요.

 

 

 

 저기.

 

 …….

 

 예쁘지 않아요?

 

 

 

 고개를 틀어 나와 시선을 맞춘 그가 팔을 쭉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한 손으로 애타게 목을 부여잡았다. 호흡하고 싶었다. 숨을, 숨을 쉬게 해주세요. 나를, 나를, 내가…. 크고 또렷한 눈이 나를 향해 웃었다. 붉은 입술 사이로 흰 치아를 드러내면서 웃는 그가 내 등을 손으로 쓸었다. 괜찮아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 숨이 트이는 동시에 그는 끅끅대는 소리와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의 뜨거운 숨이 목에 닿았다. 그 온기에 나는 몸을 떨었다.

 

 더 이상 달의 광도로는 길을 분간할 수 없었다. 날이 빨리 어두워진 탓이었다. 내가 수십 번 오르내린 길을, 정국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고 가는 수밖에는 없었다. 미끄러운 흙을 잘못 밟아 넘어진다면 나도 금붕어 신세가 되어 묻힐 것만 같았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그에게 이끌렸을 때, 그때는 이미 많은 이들이 성당을 떠나고 있었다. 성당 안은 시끄러웠으나, 정국의 발걸음은 여전히 느릿했다. 내 발을 붙잡고 있던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사라지자, 나는 비교적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었다.

 

 

 

 “마르첼라 수녀님, 무슨 일이에요?”


 “수녀님이, 수녀님이….”

 

 

 

 마르첼라 수녀님은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정처 없이 나도는 초점에 그녀의 고개가 향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깨어진 창 아래 바닥이 피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저것은 누구의 피, 누구의…. 다시금 뒤따라온 정국을 응시하자 정국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를 만나고 처음 본 웃음기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결국 완전한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짓지 않았다. 얼굴 어느 곳에서도 웃음을 찾아볼 수 없는. 처음 마주하는 그의 모습에 잠잠히 누워 있던 솜털까지도 바짝 서는 느낌이었다.

 

 결국, 그녀였다. 정식 수녀가 된지 고작 열흘을 넘기고 있었던. 높지도 않은 의자에서 한참을 휘청거리다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았더랬다. 공중에서 몸이 이리저리 꺾인 그녀는 바닥으로 낙하했다고 했다. 차마, 더 이상은 눈 뜨고 보기 어려워 보지 않았다고 마르첼라 수녀님은 내게 말했다. 그러나 그 뒤의 상황은 핏물 고인 웅덩이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왜인지, 그녀가 죽었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느낄 수 없었다. 나도 볼 수 없었던 아주 깊은 내면 어딘가에서는 어쩌면 그것을 반기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면에 숨 쉬는 건 내가 아닌 걸까. 아니면, 내가 그저 그녀의 언행에 내가 받는 고통만을 생각한 것일까. 

 

 

 

 나도, 당신도 아니라고 했잖아요.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정국이 작게 속삭였다. 그의 말이 내 귀를 타고 흘러가 온몸을 순환했다. 나도, 그도 아니다. 그 피는, 달에서 넘실거리던 그 피는…. 나는 핏물과도 같이 붉게 차오른 달을 보며 기괴하고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봐요, 당신은 다르다고 했잖아요. 정국이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입에서 내뱉을 때마다 퍼지는 꿀 향이 내 허파를 가득 채웠다. 아주 달큼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향이었다. 더더욱 호흡하고 싶어, 갈구하게 되는 그런 향이었다.

 

 

 

 “수녀님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우리는 그녀를 위해 기도를 합시다.”


 “네, 마르첼라 수녀님.”

 

 

 

 마르첼라 수녀님이 넋을 놓은 채로 의자에 앉으며 자꾸만 뇌까렸다. 그녀는 아무리 보아도, 기도할 정신은 없어 보였다.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호흡곤란으로 혼절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손이 그녀의 어깨와 맞닿을 때마다 찌릿한 전기가 흐르는 것 마냥 따가웠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슬픔의 덫에 빠진 그녀를 위로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슬픔의 덫에서 꺼내어 줄 수는 없었다. 나는 이미, 또 다른 덫에 걸려 있기에.

 

 내가 성호를 긋는 동작을 취하자 옆에 앉은 정국이 나를 따라 성호를 그었다. 두 손을 모아 쥔 그가 코웃음을 쳤다. 수녀님은 나를 위해서 기도해줘요. 알겠죠? 그가 내게로 내던진 말이었다. 그의 말은 정국을 떠나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떠나온 말이 내려앉아 흡수되어 버린 나의 것이었다. 이미 나는 그의 말을 모두 소화시키고 있었다. 내 몸 한가득 채운 그의 말이 내 신경 세포를 팽팽하게 자극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그녀를 향해 기도했다. 아니, 사실 나는 기도하지 않았다. 주여, 기억하십니까? 어쩌면 내가 당신의 신념을 더 이상 따르지 않는 사람이 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내가 뱉어놓고도 그 말의 참뜻을 헤아리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제야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아아, 나는 결국….

 

 사제들도 성당에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라고 지시했다. 아무런 대꾸할 말이 없는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만 있어야 했다. 모든 것들은 평소 굴레에 맞춰 돌아가야 했다. 나 역시도 굴레를 쓰고 있었다. 그들과는 다른, 핏빛 굴레로 내 심장을 동여매고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위태롭던 마르첼라 수녀님이 반쯤 정신이 나갔다. 그녀의 낙하 장면을 눈앞에서 보았으니 당연한 모습이라 생각했다. 사제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남은 성인은 정국이었다. 그가 아이들의 앞에 하나씩 접시를 올려 두었다. 해맑은 아이들이 그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반기자 정국은 그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마치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와 시선이 얽힐 때면 그에게선 그에 대한 무엇도 느낄 수 없다. 미지, 나는 미지에 갇혀 허우적댄다.

 

 

 

 “수녀님, 오늘은 저녁 기도를 생략해야만 할까요?”


 “아니요. 죄송하지만 김아미 수녀님께서 제 몫까지 대신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제 며칠 후면 정식 수녀님이시니까, 저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충격으로 인해 저녁 기도도 들어가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이미, 기도는 한참이나 미뤄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확신에 찬 말에, 그와는 상반되게 기운이 빠진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수녀님. 제가 정식 수녀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이미, 이미 늦었는걸요. 역시나 그녀는 내 마음 속에서 외친 말을 듣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두 개의 방을 들어서야 했다.

 

 

 

 “어, 마르첼라 수녀님은요?”


 “몸이 조금 편찮다고 하셔서 제가 대신 들어왔어요.”

 

 

 

 먼저 들어선 곳은 아이의 방이었다. 아주 작은 여덟 살의 남자 아이였는데, 나이에 비해 꽤나 의젓했다. 또, 남을 돌볼 줄 아는 아이였다. 수녀님들은 이 아이를 퍽 좋아했다. 그 아이는 커서 남을 돕는 큰사람이 될 거예요. 수녀님들이 자주 하던 말이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저희에게 강복하시고 지켜주소서. 아멘.”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저희에게 강복하시고 지켜주소서. 아멘.”

 

 

 

 아이가 십자성호를 그었다. 칭찬해달라는 듯이 얼굴을 내미는 아이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수녀님, 안 가시면 안 돼요? 앙증맞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가 손을 내밀었다. 아이의 손을 잠시 잡았다가 놓았다. 안 돼요, 자야죠. 불 끌게요. 좋은 꿈꾸시길 기도할게요. 아이가 이내 빠르게 손을 거두곤 침대에 누웠다. 수녀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을 닫았다. 정국의 방은 한 번도 불이 켜져 있던 적이 없었기에, 아이들의 방에 불이 켜질 수 있는 지도 망각하고 있었다.

 

 정국의 방으로 향하는 길에 눈에 보이는 창문 밖에는 아직도 그림처럼 붉은 달이 떠있었다. 달이 사라질 때도 되었는데, 그것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정국의 방문 앞이었다. 수녀님.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정국이 나를 불렀다. 될 수 있는 대로 발소리를 죽였다지만 아무리 죽이려 들어도 죽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면 그는 죽어버린 내 발소리까지도 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자 찌릿한 전기가 몸속을 타고 흘렀다.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언제나와 같이 나를 맞이하는 정국이 보였다. 방안으로 들어서 문을 닫았다. 철컥,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정국을 향해 몇 걸음 더 앞으로 옮겼다. 내 움직임에 따라 정국의 시선이 올라갔다. 그가 입을 열었다.

 

 

 

 수녀님, 정식 수녀가 되려면 며칠이나 남았어요?

 

 이제, 아흐레 남았어요.

 

 그렇구나, 얼마 안 남았었는데. 아쉽다. 그렇죠?

 

 

 

 뭐라고요? 말을 뱉고 싶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서 빨리 배출해내고 싶었다. 나가지 못한 말이 입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것만 같았다. 언제나 그랬듯, 어두운 방이었다. 정국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양손을 침대에 올려두고 있었다. 주여, 나는 두 갈래 길 중에서 아주 달큼한 길을 택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길은 어디입니까? 손을 뒤로 숨긴 채로 맥박이 느껴지는 곳에 엄지를 올렸다. 빠른 매질에 나는 손을 내렸다. 정국의 뜨거운 눈길 탓이기도 했다.

 

 

 

 주님, 오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와….

 

 수녀님은 무슨 죄를 저질렀어요?

 

 …의무를 소홀히 한 죄를 자세히 살피고.

 

 나는 당신의 죄를 알고 있어요.

 

 

 

 침대에서 일어선 그가 땅으로 발을 내딛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그는 이미 내 눈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뜨거운 숨결에 나는 다시금 몽롱해졌다. 입에 사탕이 가득 들어찬 듯 달콤한 향이 맴돌았다. 달달한 향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역시나 그는 나를 꿰뚫고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마저도 그는 나를 훤히 꿰뚫어 보는 것일까?

 

 주여, 이것은 무엇입니까. 나를 벌하라 했던 결과가 이것입니까?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환상, 그것이 아니면 상념. 내 죄악감에 내가 만들어낸 덫인가요. 내가 택한 달큼한 길의 정체는….

 

 

 

 당신을 두 갈래 길에 놓은 건 사탄.

 

 …아아.

 

 나는 당신을 벌하러, 범하러 왔어요.

 

 

 

 달콤한 꿀 향기에 몽롱한 정신으로 마주한 검은 눈동자에,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휘몰아치는 회오리에 빨려 들어간 나는 회오리의 중심부에서 붉은 달 너머로 쏟아지는 별을 보았다. 그것은 감히 맛볼 수 없는 황홀의 세계였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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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사랑해요 쪽쪽 ♥3♥
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

드디어 하편입니다!! 완결이에요!!

꼭 부탁드려요 상편부터 다시 차례대로 읽어주세요!

일주일 내로 상중하편을 다 올린 이유도 이것 때문이에요ㅠㅠ

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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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방소에요!! 와 이 글을 일어나자마자 봤는데 워후......집중제대로하고 봤네요 몰입되는게 대박이에요 ㅠㅠㅠ 잘봤습니당!!
7년 전
소슬
방소님! 몰입되셨다니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128.200
슙슙이에요!! 정국이가 여주를 타락시키는 사탄인가요?
몇번을 읽었는데 다시 봐도 진짜 대박이에요.

7년 전
소슬
슙슙님!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2
난나누우 입니다.
작가님 글은 되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거 같아요.
너무 잘보고 갑니당!!!

7년 전
소슬
난나누우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3
10041230

다 읽었는데 다시 처음부터 읽고 올께요오(≧∇≦)
사실 제가 맞는지 안 맞는지 의심이 가는데 제가 읽었을 때 정국이와의 관계가 죄를 짓는 행동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뭔ㄷ가 계속 읽어야할 거 같은.. 주말을 이용해서 더 자세히 읽어봐야겠어요!!!

7년 전
소슬
10041230님! 처음부터 다시 읽으셨다니ㅠㅠ! 감사해요 더 자세히 읽어보신다고 하시면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7년 전
독자4
골드빈이예요 어우 정국이가 사탄이였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생각지도못했는데 대박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표현력 ㅠㅠㅠㅠㅠㅠ저까지 정신을 놓게 만들어버립니다 쩌러요ㅠㅠㅠㅠㅠ
7년 전
소슬
골드빈님ㅠㅠㅠㅠ 오늘도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5
늘봄이에요'-'*♡ 작가님의 말씀대로 상편부터 다시 천천히 읽고 또 읽고왔어요!
정국이가 사탄이였다니...여주는 정국이와 대화를 할 때도, 그의 얼굴을 마주볼때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저를 옥죄여오고 복잡한 마음을 가졌을거같아요ㅠㅠㅠㅠ읽는 내내 숨죽이고 봤어요ㅠㅠㅠㅠ진짜 대박입니다♡

7년 전
소슬
늘봄님 천천히 다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정말 고마워요♡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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