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타임 알바생 전원우 x 너봉
:) 이번 편은 한 편 짜리입니다
불꽃심장 - 한 여름 밤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큰 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있는 그 편의점의 새벽 알바생이 어딘지 모르게 서늘하다고, 무섭다고.
그래서 나는 그 편의점에 갈 일이 있어도 최대한 피해서 굳이 먼 마트까지 돌아서 가고는 했다.
' 개인 사정으로 1달 간 쉽니다. '
아, 어떡하지.
그 마트앞에서 한참을 입술만 깨물고있었다. 무서운데, 그 편의점.
꼬르륵, 배를 울리는 신호가 들려오고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래, 그 사람이 무서운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자고. 무서운 사람이 아닌게 확인되면 더 좋잖아? 하고 내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 어서오세요 "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 움찔, 몸을 떨었다.
저건 형식적인 인사니까 겁먹을거없어, 바보야.
하면서도 자꾸만 유리에 비친 그의 모습을 살피게 되었다. 잘생겼다.
무서워보이지는 않는 인상에 마음을 놓고서는 삼각김밥과 라면 몇개를 챙겨 계산대로 향했다.
드르륵,
커터칼소리. 커터칼소리?
순간적으로 고개를 쳐들어 그와 눈을 마주했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그는 나를 따라 나를 주시했다.
" 2700원이요. "
" 아, 아.. 네. "
내가 건넨 카드를 받아든 그의 손은 하얗다못해 창백했다.
귀신이야 뭐야.
카드를 잽싸게 다시 받아든 나는 그의 안녕히가세요. 라는 말도 뒤로하고는 거의 뛰쳐나오듯 편의점에서 나왔다.
어떡하지, 한 달 동안 와야하는데.
***
" 그치? 그렇다니까. 커터칼은 나도 봤지-. 야야, 맞다. 본드도 있더라. "
" 본드? 본드는 왜? "
" 혹시몰라, 본드 들이마시면서 칼 휘두를지. "
너무 갔어 너는. 승관의 등짝을 한 대 치고는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도로를 달리면서 스쳐지나간 편의점에는 그가 앉아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읽고있었는데, 순식간에 지나간 탓에 잘 보이지 않았다.
" 설마 걔 말처럼 그런 사람은 아니겠지-. "
작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버스에서 내렸다.
반겨주는 사람없이 차갑게 감도는 방에 불을 켰다. 탁, 하고 켜지는 불 아래로 어제 먹다가 잠든 음식의 잔해들이 보였다.
가방을 한 쪽에 대충 던져놓고서는 봉투를 가져와 쓰레기들을 그 안에 담았다.
방을 대충 치우고는 간이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부승관] 야
[부승관] 너 오늘도 편의점 가냐?
[부승관] 조심해라 진짜
[부승관] 얼마전에 편의점에서 사람 죽었어
영화찍냐. 라고 답을 보내고는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편의점이나 가볼까.
옷을 대충 챙겨입고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가 잘생겨서 그런건 아니고, 수상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계속 확인해야하는거니까.
내 한달이 걸려있는거잖아?
" 어서오세요. "
그는 무언가에 열중해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시 고개를 들고는 다시 내리깔았다.
오늘은 핫바를 먹어볼까.
핫바와 우유를 들고 계산대쪽으로 가자 그가 일어났다. 키 크다. 내 키보다 한뼘도 더 올라가는 키를 보고있다가 2000원이요. 하는 목소리에 카드를 내밀었다.
아, 잠시만요.
기기에 오류가 생긴건지 모니터의 버튼을 계속 누르는 그를 보다가 그 옆에 놓여진 책이 보였다. 아까 읽고있던게 책이었던건가.
[미 비포 유]
" 어, 저 책 영화ㄹ.. "
입이 방정이다. 왜 이놈의 입은 생각하기도 전에 뱉어버리는건지.
그는 내 말에 내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들었으면 대답이나 해주지 민망하게.
고개만 푹 숙이고있자 그는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보였다.
잘생겼어.
" 맞아요, 그 책. "
" ..네? 아, 아 정말요-. "
" 영화로 보셨나봐요. "
카드를 건네며 묻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친구랑 예고편을 보면서 우리도 나중에 저런 연애를 하자며 다짐했었는데 고3이 무슨 영화고, 연애냐며 친구의 엄마가 퇴짜를 놓으셔서 결국 예고편이 끝이었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에 나도 핫바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는 한 입 물고는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안녕히가세요 안해주네.
***
그 영화에 관한 이야기 후로는 일주일째 아무런 얘기도 하지않은 채 지내고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의 입가에 머무는 잔잔한 웃음정도. 그 모습이 잘생겨서 일부러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척 유리창에 비추어 그를 보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기를 몇 번, 급히 고개를 돌려 괜히 안 본 척 태연한척을 했었다지.
드르륵,
편의점에 간지 1주일이 지나고 목요일이었나, 금요일이었나.
그가 커터칼을 빼내는 소리가 들렸다.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넣다가 계산대 쪽을 돌아보자 그가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있었다.
슬금슬금 다가가서 그 무언가를 힐끔 보자 그는 놀란듯 나를 토끼눈으로 쳐다봤다.
프라모델?
아, 하고서는 커터칼을 집어넣는 그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이런 사람을보고 칼을 휘두르니 편의점 살인이니 했던 승관이 생각나서였다.
" 왜 웃어요? "
" 그냥요. 좀 안어울려요, 이런거. "
" 그래요? 재밌는데-. "
" 얼마나 오래만드는거에요? "
" 어떤 분들은 하루에 몇개씩도 만들고 하시던데.. "
저는 손이 느려서 이틀에 하나씩밖에 못만들어요, 가끔 부품 잃어버리기도 하고.
제가 말하고도 민망했던건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럴 수도 있죠, 저도 매일 뭐 잃어버려요. 놓고다니고.
내가 먼저 실없이 웃어보이자 그도 고개를 숙여 소리없이 웃었다. 웃을때 올라가는 입꼬리가 참 예쁘다.
" 웃는거 예쁜데 왜 맨날 정색하고있어요? "
" 친구들이 웃는거 바보같다고 하거든요.
박수치면서 고개 젖히고 소리도 엄청 크게 웃는다면서. "
입술을 삐죽이는 그가 귀여워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젤리 한 봉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드실래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괜히 민망하게시리.
나는 그의 팔목을 잡고서는 그의 손에 젤리를 내려놓았다.
먹어요, 여자보다 말랐을 것 같은데.
그는 내게 잡힌 팔목을 빤히 내려다보고있다가 입을 열었다. 같이 먹어요 그럼.
그와 나는 자리에 앉아 왕꿈틀이를 누가 먹을거냐며 가위바위보까지 했고 내가 져서 풀죽은 표정을 하고있자 그는 내 손 위에 왕꿈틀이를 올려주었다.
" 콜라맛 안좋아해서. "
" 거짓말, 이겼을때 좋아해놓고. "
" 그건-. 아니, 그냥 먹어요. 아니면 다시 가져간다? "
금세 입으로 쏙 넣어 입을 오물거리는 나를 보며 그가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이렇게 빨리 친해질줄이야. 아니, 친해지는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이렇게 아이같은 사람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 먹은 젤리 봉지를 쓰레기 통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가 내가 아까 전자레인지에 넣어놓은 도시락과 제가 읽던 책을 건넸다.
" 이거, 다 읽어봐요. "
" 책 읽는거 안좋아하는데.. "
" 그 책 재미없으면, "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시간을 끌었다. 뭔 생각을 하는건지 빨개진 귀에 내가 왜요? 하고 되묻자 그는 계속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 재미, 없으면.. 영화로 같이 봐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