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아홉, 나의 추억에게.
:) 이번 편은 한 편으로 구성된 단편입니다
불꽃심장 - 나의 사랑에게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 시간들 속에서 너와의 관계를 정의하려 애썼지만 내게 그런 존재였던 너를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었다.
그건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어서 네게로 가 마지막일 시간들을 보내라고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주었다면, 떠밀려 너에게 갔더라면 너는 내 곁에 남아 있었을까.
***
하늘이 붉게 물들때 즈음, 너는 항상 자전거를 타고 내 이름을 운동장 저 편에서부터 외쳤다.
" 빨리도 온다. "
하늘을 멍하니 보다가 네게 달려나가면 너는 내 가방을 들어 제 자전거의 손잡이에 걸어놓고는 나를 뒷자리에 앉혔다.
너와 나의 집은 버스를 타고가도 먼 거리였음에도 너는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집까지 태워다주었다.
내가 그 이유를 물어보려하면 너는 빨리 집이나 들어가지? 라는 말과함께 우리집의 초인종을 눌러놓고서는 내가 당황한 사이에 제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버렸었다.
어느날은 네 자전거가 고장이 난 날이었다.
그날의 너는 하루종일 우울에 잠식해있었고, 나는 너에게 '고작' 자전거때문에 이러는거냐며 나름의 위로의 말을 건넸는데,
결국 그 말때문에 그 날은 우리가 처음 싸운 날이 되어버렸다.
집에 혼자 가야하는건가.
학교가 끝나고 코빼기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 너를 교문앞에서 기다리다가 해가 거의 다 질 때 쯤 걸음을 옮겼다.
" 기다려놓고 왜 먼저가냐. "
" ..안기다렸어. "
" 아닌 척은. "
둘 사이에 긴 정적이 흐르고, 집에 가는 길 내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너의 무심한 뒤통수를 보고 그만 울어버렸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아이처럼 흐아앙 하면서 울어버리는 나를 두고 너는 한참을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아마 너는 어찌해야할지 고민했던 것이겠지.
내 잘못쯤은 다 알고있었다. 학교에서 내내 그 생각만 했었으니까.
네가 아끼던 자전거였고, 어떻게 보면 너의 제 2의 다리일 수 있는 그 자전거를 내가 '고작' 이라는 단어를 붙혀 수식해버렸으니 너는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까.
하지만 나는 그때의 어린 자존심에 내 잘못을 인정하기 싫었고, 언제나 네게 1순위였던 내가 자전거에게 밀린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었다.
" 미안해, 그만 울어-. "
" 니가, 큽, 니가아-. "
" 그래, 내가 잘못했어. 응? 그만울자. "
어색한 손길로 내 등을 토닥이는 네 손에 나는 더 울어보였다.
그때는 억울함, 속상함이 아니라 너에게 너무 미안해서.
" 미안, 미안해. "
" ..어? "
" 미안하다고-. 왜 못들은 척 하는데-. "
잔뜩 부은 눈으로 내게 서툰 사과를 건네는 내 모습이 웃겼던 건지 너는 나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왜 웃어어-.
투정을 부렸던 건지 잔뜩 늘어뜨리던 말꼬리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와 나는 한참을 그 길에 앉아있었다.
해는 금세 져버렸고 그 길에는 가로등이 깜빡이며 켜졌다. 가로등 밑에 가만 앉아있던 우리는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누구도 먼저 일어나지 않았다.
" 자전거는, 언제 고쳐진대? "
" 모르겠다. 아저씨가 워낙 밀린게 많다고 오래걸린다고 해서. "
" 그러면.. "
그때까지만이라도 이번엔 내가 너희집 데려다 줄게.
이어진 내 말에 너는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데려다준다니까?
너는 내 쪽에 시선을 고정해버린듯 계속 나를 주시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 됐네요-. 오래 걷는것도 힘들어서 헥헥 대는애가 무슨. "
" 야, 그건. 아니 그게 아니고, 사과의 의미니까 잔말말고 받아라. "
" 됐다니ㄲ.. "
" 자꾸! 네-. 해봐 네-. "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마치 어린아이를 훈계하는 선생님마냥 행동하자 너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미리.
네 그 말에 벙쪄있는 나를 보며 너는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집가자.
그 작은 싸움에 감사해야할까, 너와 나는 그 이후로 더 친밀해졌고 뭔가 더, 더.. 그랬다. 아직도 그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
***
축제 당일이었다. 너와 나는 그 전날의 동아리 부스 준비로 온갖 힘이 다 빠져있었고 쪽잠으로 틈틈히 쌓은 체력은 아침 등교로 모두 소진해버렸다.
아이들이 공연준비로 모두 흩어진 오후, 제 할 일을 모두 한 부스를 대충 치우고 너와 나는 그 교실 가운데에 드러누워있었다.
너와 나는 의미없는 대화 몇마디를 나누다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부스럭,
어디선가 나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이미 저편으로 넘어간 후였다.
저녁 8시. 시계의 역할을 다 한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 아, 깜짝이야. 일어났어? "
" 응, 좀 전에. 근데 그건 뭐야? "
" 아무것도아니야, 그냥. "
너는 내 말에 네가 들고있던 것을 뒤로 급히 숨겼다. 너는 몰랐겠지, 내가 이미 보았다는 것을. 네가 들고있던 그것은 담요였음을.
물론 그 담요의 용도가 어디인지 짐작은 했었다.
너는 내가 깜빡 잠에 들때마다 그 담요를 내 어깨위에 조용히 덮어주고는 저도 그 옆에서 자고는 했다고한다. 아, 이건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지만-.
속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 왜웃어. 너는 말까지 더듬으며 자연스러운 척 그 담요를 뒤의 테이블에 올려두려고 애를 썼다.
" 불꽃놀이 하겠다. "
운동장 쪽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지고 나는 일부러 운동장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서야 너는 한숨 돌린 듯 짧게 숨을 내뱉고는 내 옆으로 와서 창문에 기대서는 바깥을 바라보고있었다.
운동장에 피어오르고있는 캠프파이어 둘레로 선생님들과 몇몇 아이들이 불꽃놀이용 막대를 하늘을 향해 들고 서있었다.
하나, 둘, 셋! 와-.
아이들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하늘로 솟아오른 불꽃들은 사방으로 현란하게 퍼졌다.
펑, 펑. 소리와 함께 수려하게 퍼지는 불꽃들에 넋을 놓고있자 너는 픽, 웃으며 내 눈앞에 제 손을 흔들어댔다.
" 애냐, 아직 저런거 좋아하게. "
" 불꽃놀이 오랜만이란 말이야. "
참나. 너는 그 말을 내뱉고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불꽃에 빠져있는 나를 한참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슬쩍 짓는 웃음에 내가 고개를 돌리자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창 밖으로 돌린다.
내가 다시 불꽃놀이를 보며 입을 헤, 벌리고있자 너는 다시 내게로 시선을 옮겨왔다.
" 왜 자꾸 봐? "
너는 갑작스러운 내 물음에 당황한건지 한동안 내 물음에 답하지 않으면서도 내게서 눈을 떼지않았다.
그 눈을 마주치면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것 같아서 애써 태연한 척, 일부러 너를 보지 않은 척 운동장만 계속 바라봤다.
" 예뻐서. "
" ..뭐? "
그 말에 당황해서 너와 눈을 마주쳐버렸다. 너의 눈은 내가 뭘? 이라는 표정으로 날 바로보고있었고 심지어는 어깨까지 으쓱해보인다.
예쁘, 예쁘다며.
근데? 너는 내게 그 말을 건네고는 창문틀에 팔을 기대어 턱을 괴고 밖을 보고있었다.
" ...아, 그래. 불꽃이 예쁘다는거지? 맞아, 진짜 예쁜것같아. "
" 아니 그거말고, 네가 예쁜데 나는. "
" ... "
순식간에 달아오른 얼굴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 아 왜이리 덥냐-. 하며 한겨울에 손부채질을 하는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너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내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왜이래 갑자기-.
어색하게 웃으며 네 눈치를 보는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던건지 너는 미간을 찌푸린채 나를 쳐다보았고 또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네가 내 두 뺨을 잡고 훅 둘어온 것은 한순간이었다. 나에게 물러설 틈도 주지 않은 채 너는 입을 맞춰왔고 나는 눈을 꼭 감을 뿐이었다.
귓가에 울리는 펑, 펑. 이 소리가 불꽃이 터지는 소리인지 내 마음이 터지는 소리인지 그것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 입안을 파고드는 네 혀끝에 가슴 한쪽이 간질거려왔다. 그 간질거림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네 목에 팔을 둘렀다.
이 때가 너와의 마지막이 되었을 줄은, 너도 나도 몰랐었고 그때의 시간조차 몰랐었겠지.
***
나는 네가 눈에 띄지 않음이 단순히 그 날의 그 일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도 너를 만난다면 피했을 것이니까.
그런데 너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억들이, 지난날의 기억이 나 혼자만의 꿈이었다는 듯 아예 눈 앞에 보이지도 너에대한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하루종일 손톱만 물어뜯었다. 네가 어느샌가 와서 내 손을 잡고 그만 물어뜯으라고 할 줄만 알았는데 너는 졸업하는 그 날 까지도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대학교를 가고 몇 달 동안은 네가 원망스러워서 밤마다 울고, 학교에서는 지쳐서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만큼 너의 존재는 컸는데, 너에게 나는 그정도의 존재도 되지 않았던 것일까.
너에게는 연락 한 통도 오지 않았고 네 생각으로 크게 열병을 치른 후에야 나는 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졸업사진도, 너와 찍은 사진들도, 네가 나에게 장난스럽게 썼던 그 작은 쪽지들도 모두 박스안에 넣었다.
정리하는 동안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리움의 그것이 아니라 너에게 이별을 고하는 마지막 인사같은 것이었다.
그 서랍을 열다가 나는 마지막으로 남겨진 너의 기억의 조각에 작게 흐느끼던 울음들을 크게 쏟아버렸다.
그 희고 희던 너의 담요가 내가 몇 년을 만지고 너를 안듯이 끌어안았던 탓에 잔뜩 때가 묻어있었다.
담요를 마냥 안고있으면 그 당시의 어린 네 감정들이 내 마음에 닿아서 녹아내리는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가장 소중하게 보관해 놓았던 그 조각이었기에.
이지,훈. 지훈아-. 네 담요를 꺼내어 품 안에 안고는 한참을 울었다. 자꾸만 내게 내밀었던 하얗던 손이, 내게 한없이 웃어주었던 네 얼굴이 겹쳐보여서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울다가 나는 지쳐쓰러져 잠들었다. 그 전에도 운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울었던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다음날 아침, 하얗게 내린 눈 위로 반사된 햇빛이 눈을 부시게했다. 너와의 기억의 조각들이 담긴 상자들을 창고 구석에 밀어놓고서는 그 상자를 한참동안 내려다봤다.
언젠간 다시 꺼내서 너와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기를,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지는 못하더라도 그때의 감정을 너와 다시 추억할 수 있기를.
잘가. 나의 열아홉, 나의 추억아.
박스를 뒤로하고 나오니 어젯밤에 왔던 눈이 다시 오고있었다. 이 눈은 참 너를 닮았는데, 너도 지금 이 눈을 보고있을까?
그러고보니 같이 눈 내리는 것 조차도 본 적이 없구나.
보고싶다, 너무.
:) 사담
왜 이렇게 자꾸 업뎃이 빠르냐구요?
곧있으면 개학이라니깐ㅇ.. (말잇못)
:) 암호닉
[규애]
[꽥꽥]
[겸디]
[영울]
[우아나다]
[유유]
[세상마상]
[스틴]
[더쿠]
[쑤운뇨오]
[해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