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치피스님
V, Vernon, and SEVENTEEN
...부디 행복하십시오.
너의 마지막 말이었다.
조직명 : 세븐틴(SEVENTEEN)
3년 전 새롭게 등장하여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
잘 짜여진 위계와 상당한 실력의 조직원들이 세븐틴 성장에 한 몫 하고 있음.
18
우지가 다친 그 사건 이후로 우린 계속 쉬는 중이다. 벌써 두 달 동안 쉰다고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별다른 임무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휴가는 또 아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재정비 시간을 갖는 거라고 보스는 그렇게 말했다.
'C, 버논입니다.'
버논의 수신에 수신기를 켜며 말했다.
"왜."
'개발팀 팀장님께서 저번에 오류났던 인물대조 프로그램 개선 했으니 확인하시라고 했습니다.'
"어. 아, 맞다. B 지금 바빠?"
'네. 많이 바쁘십니다.'
"어, 알겠어."
나도 내 자리에서 재정비를 하였다. 두 달 동안 단 하루도 편하게 있었던 적이 없었다. 문득 그때의 공포가 다시 떠올랐고, 눈을 오랫동안 감았다 뜨면 우지가 수신을 넣을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끊임없이 그날의 기억이 날 괴롭혔다. 그러다보니 우지가 다친 게 나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다. 내가, 다른 섹터 확인도 잘 했어야 했는데.. 우지가 불안하다고 해서 우지에게 화면을 집중시킨 탓이었다. 그러니까, 버논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거다. 나 때문에.. 역시, 내가 문제인건가..
하루는 자책으로 시작해서 자책으로 끝난다. 우지를 보러 가는 것조차 죄스러워 안 본지도 오래됐다.
그저 세븐틴을 위해 평소엔 그냥 내가 아는 선에서만 이용했던 것을 이것저것 해보며 더 나은 사용법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B가 확인하라고 한 얼굴대조 프로그램을 체크했다. 아, 또 오류 났네.. B의 수신기를 켜기 위해 손을 뻗는데 다급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말하며 뒤를 보았다. 조직원 하나가 열린 문으로 들어와 튀어나올 것 같이 큰 눈을 한 채 나에게 전했다.
"팀장님 깨어나셨습니다!!!! C님 찾으셔서..!"
다 듣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지가, 깨어났다.
임시 병실 문을 세게 열었다. 달려오면서 생각했다. 얼마나 나아진 모습일까? 내 이름을 불러줄까? 날 원망 하겠지..?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문손잡이를 꽉 잡으며 우지를 보았다. 진짜, 우지가 눈을 떴다. 곧 우지는 눈만 굴려 나를 보았다. 근데 그냥 눈을 감는 거였다. 혹시 어디가 많이 아픈 건가?
"아파..? 아니, 괜찮아? 어디 불편해? 잭슨 불러줄까?"
대답이 없다. 왜 대답도 안 해?! 지가 나 불러놓고!!
"흐아, 진짜.. 진짜 너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
"존나 그러게 내가 CCTV 하나는 남겨 놓으랬지!!!! 아냐, 내가 아픈 애를 두고 뭐하는 거야, 지금.."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우지의 옆으로 갔다. 침대 손잡이를 붙잡고 서 있으려니 연구팀 사무실 문이 열리고 찬이가 나왔다. 차트를 넘기던 찬이가 나를 보더니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누나 오랜만이네요~"
"응. 오랜만이다. 우지는? 괜찮아?"
"음, 아뇨! 전혀 괜찮지 않아요. 회복도 더디고요, 오른쪽 발에 감각이 없어요. 마비인 것 같아요."
뭐...? 장난이길 빌었다. 에스쿱스는.. 다 나아서, 인사도 하고, 내 탓 아니라고 그렇게 위로도 했는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데? '장난이에요!'라고 말하며 웃음 지을 줄 알았던 찬이는 새삼 진지했다. 진짜라고..? 그럼, 오른쪽 발을 아예 못 쓰게 되는 거야? 정말? 역시 찬이는 그런 거 따위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곧장 걸어온 찬이가 침대 끝 쪽에 서서 차트를 발판에 올려놓으며 우지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형 제 말 들리죠? 잘 들어요, 형. 경과를 보니까 오른쪽 발 다시는 못 쓰게 되는 게 확실해요. 근데 내가 저번에 말한 그 수술 하면 돌아올 확률이 100%인데, 그래도 수술 안 하실 거예요?"
"...안, 해."
"야!! 뭔데 수술을 안 해?! 100%라잖아!!"
"아, 보스는 허락 했는데..! 보스가 지훈이 형 허락 맡으라 했단 말이에요..! 누나가 설득 좀 해줘요!"
"안, 해."
아예 싹을 자른다. 너, 발을 영영 못 쓰게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안 한다고 딱 잘라 말해..? 보니까 우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누워있다 보니까 목소리를 내는 게 힘들겠지. 그럴 정도로 말도 못하는 애가 안 한다고 아주 강력하게 주장했다. 찬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누나가 설득 좀 해줘요. 지훈이 형을 잃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응. 알았어. 가서 일 봐."
"네!"
맞아, 찬이는 이런 애였지. 공감을 못 하는 건가.. 어쩜 저렇게 객관적인지. 찬이가 연구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니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와중에 우지는 다시 한 번 안한다고 말했다. 하.. 진짜.
"왜 안 하겠다는 건데? 넌 한쪽 발 잃는 게 좋아? 저 수술 죽을 확률이 크대?"
"......"
"천천히라도 말해. 기다려줄게."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감는다. 왜 그러는 건데.. 아직까지 여러 장비들이 우지 곁에 있었다. 에스쿱스와 진짜 달랐다. 비슷한 정도의 부상인데 어째서 우지는 이렇게 더딘 건데? 개인차가 있다고 쳐. 우지는 왜 중환자실 겸인 연구팀 개인 사무실에 수술할 때 빼곤 들어가질 않는 건데? 저 안에서 집중적으로 치료 했으면 금방 나았을 거 아니야..
"...우지, 그냥 조직원 그만 두고 싶은 거야?"
"...아냐."
"근데 왜 이래.. 사람 심란하게."
"넌, 몰라도, 돼. 가."
우지가 다시 눈을 감는다. 난, 진짜 모르겠어.. 네가 왜 이러는지..
아무리 더 물어도 대답이 없는 우지이기에 그냥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우지가 깨어나면 모든 게 돌아 올 줄 알았다. 근데 더 심란해질 뿐 하나도 나아진 게 없었다. 의자에 앉아 우지가 왜 그럴까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그 수술이 너무 위험한 거 아닐까? 우지는 삶에 미련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 수술이 사망 확률이 높은 대신 다리를 100% 회복하는 거 일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근데 그 수술이 뭔데 이미 못 쓰는 다리가 100% 회복할 수 있는 거지..? 아까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한 거였다. 현대 의학으로 가능 한 거야? 난 도무지 모르겠는데..
"죄송합니다, 마음대로 들어와서.."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버논이 서 있었다. 뭐야..?
"수신을 아무리 해도 안 받으셔서, 걱정되는 마음에 그랬습니다. 또 쓰러지신 줄 알았습니다."
버논의 말에 3번 화면을 보니 버논의 수신기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
"무슨 일인데?"
"아, 이거 사왔습니다."
"이게 뭔데?"
"식사입니다."
"급식팀 없앴잖아. 나 이제 괜찮아."
"C 벌써 삼일 째 아무것도 안 먹고 계십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랬나."
"또 쓰러지셔서 걱정 끼치실 겁니까?"
"아, 알았어. 먹을 테니까 좀 닥쳐."
입을 꾹 다문 버논이 벽에 기대놨던 상을 가져와 펼쳤다.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으면서 이왕 식사 끝날 때까지 앞에 있을 거 어색하게 조용하게 먹는 것 보단 내 궁금증을 버논에게 물어서 푸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버논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물어보십시오.'라고 내 마음을 꿰뚫더라. 그래서 망설임 없이 물어봤다.
"야, 있잖아. 현대 의학으로 마비 온 다리가 100% 회복 되는 게 말이 돼?"
"...아뇨."
"그치? 우지 소식은 들었지?"
"네. 들었습니다."
"찬이가 우지 다리를 100% 확률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거야.. 이상하지 않아?"
"이상합니다."
젓가락을 뜯어 내 앞에 놓아준 버논은 봉지에서 물도 꺼내 까서 내 옆에 올렸다. 저번에도 이런 적 있는 것 같은데, 떡볶이 먹을 때인가.. 아무튼 진짜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에스쿱스는 뭔가 좀 알지 않을까? 에스쿱스에게 물어볼까?
"우선, 먹는 것에 집중하십시오."
"아 진짜, 더럽게 방해하네."
성화에 못 이겨 버논을 째려보며 하나 입에 넣어 씹었다. 버논이 그런 나를 보더니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이상한 게 그거뿐이십니까?"
"어? 너 뭐 아는 구나?"
"전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너? 너가 왜 이상한데?"
"한 번도 이상하다 생각해 본 적 없으십니까? 남들보다 월등히 빠른 회복력을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 맞아. 에스쿱스도 엄청 빨리 나았어."
버논을 쳐다보니 더 이상 말해줄 생각이 없는지 어깨를 으쓱였다. 아 이 새끼는 무슨 말을 하다 말아, 사람 답답하게.
"다 드시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진짜지?"
"그렇다고 체 하시면 안 알려드릴 겁니다."
"깐깐한 새끼."
혹시라도 체 할까봐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물도 마셔주면서. 그런 나를 보는 버논은 순수하게도 웃었다. 저번에 느꼈던 그 순수함이었다. 곧 그 순수함을 지우며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C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했습니까?"
"갑자기 뭔 개소리야."
"갑자기 궁금해서 물은 겁니다."
"음,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난 단한순간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
"......"
"행복했었다고 믿었던 과거도 지금의 날 괴롭히니까. 차라리 그 행복이 없었으면 좀 나았을까.."
"전, 항상 행복했습니다."
"...염장 지르려고 말 꺼냈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럼 C도 행복한 거 아닙니까. 팀장님이, 살아계시니까."
"난 사랑할 수 없는 몸이야. 그러니까 내가 사랑할 사람이 있는 지금이 더 불행한 거야."
버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과거 생각하니까 또 심란해지잖아.. 그나저나 버논도 되게 안 좋은 과거가 있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게 행복이라니.. 불쌍하네. 하긴 뭐 내가 남 동정할 만한 처지는 아니지. 나부터가 이따위인데. 그러고 보니 나 좋다던 사람은 다 죽거나 다치네.. 준영이도 우지도.. 어쩌면 버논도.
"다 못 드셨으니까, 안 알려드릴 겁니다."
"치사해."
"다 C를 위한 일입니다. 저에겐 C가 전부니까요."
"...전부라는 말 안 좋더라."
"예전부터 제 전부셨습니다. 제가 치울 테니 좀 쉬십시오."
일어나서 상을 치우는 버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번부터, 옛날에 알던 사이처럼 말하네.. 난 저런 애 처음 보는데 말이야. 하긴 뭐, 내 과거가 온전하지도 않으니 뭐. 다 치운 버논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나갔다. 적막이 감돈다. 갈 곳 잃은 눈동자가 멈춘 것은 뿌야의 수신기였다. 아직도 켜져 있는 1번 수신기의 불. 지금은 폐기되고 없는 준영의 수신기지만, 그 불을 보며 매번 다짐한다. 같은 실수는 없어야 한다고. 어쩌면 난 평생 죄책감에 묻혀 숨 막히게 살지도 모르겠다. Kipper Tie를 전부 몰살시켜 뿌리를 뽑는다 해도 나 때문에 죽고 다친 조직원들이 내 발목을 잡고 놓지 않을 테니까..
'C, 내 사무실로 좀 와.'
보스의 수신이었다. 드디어 때가 됐나 보다. 그래, 차라니 이게 낫다. 방금은 버논 덕분에 잠시 동안이라도 잊고 있었다만 빨리 벌을 받고 이 미칠 것 같은 죄책감을 좀 덜어내고 싶었다. 아무리 센 벌을 받는데도 죄책감이 덜어지지 않을 거란 것은 안다. 다만, 벌을 받다보면 그 고통에 방금처럼 잠시 동안은 잊을 수 있겠지. 괴롭겠지만.
똑똑- 나의 노크소리에 보스의 들어오란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스가 소파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생전 마시지도 않던 커피까지 들고 있는 모습에 보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날 불렀는지 전혀 모르겠다. 보스는 문 앞에 서있는 날 보더니 눈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
짧은 명령어조에 보스가 진짜 많이 화가 났다는 게 느껴졌다. 보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째깍 걸어가 맞은편에 앉았다. 앉았는데도 말이 없는 보스에 눈을 굴리다가 본 민규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해 왔다. 나도 눈으로 인사를 하곤 다시 보스를 보았다. 보스는 커피 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무겁게 말을 꺼냈다.
"화를 참는데 정작 두 달이 걸렸어."
"죄송합니다."
"난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어째서 내가 아끼는 아이들이 다치는 걸까."
"...죄송합니다."
"내가 너희를 데려온 것부터가 잘못된 거야? 그냥 거기서 썩도록 내버려 뒀어야 했냐? 내가, 널 연구소에서 데려온 게 존나 잘못된 일인가?"
"....보스, 말씀이 지나치시지 말입니다."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민규의 말 이후론 정적이었다. 나를 데려온 후로, 단 한 번도 연구소란 말을 꺼낸 적이 없던 분이시다. 그런 분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렇게까지 말하나 싶었다. 울음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입술을 한번 꼭 깨물었다. 혼날 것은 각오했다. 강인해져야 돼.
"죄송합니다, 보스."
"사과라면 지긋지긋해. 과거도 기억 못하는 애 데리고 나 혼자 지친다."
"......"
"내가 널 어떡할까? 어째서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해. 내가, 넌 사랑하지 말아달라고 했잖아. 어쩌자고 그런 말이 내 귀에 맴돌게 만들어."
"......"
"그래, 넌 잘못 없다 치자. 우지나 버논이가 너한테 먼저 들이댔다 쳐. 넌 그 새끼도 잃어놓고 몇 명을 더 잃어야겠어. 적당히 흔들리지 말았어야지."
"보스, 제 욕은 참겠습니다. 그 사람은 욕하지 말아주세요. 내, 세상이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랬어!!! 네 세상이 어째서 그 새끼야?!!!"
"...그래서 그랬다뇨,"
"C, 아무래도 보스가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또 연락드릴게요."
민규가 나의 팔뚝을 잡아 일으켰다. 보스는 일어난 나를 올려다보더니 자기도 일어나 날 내려다보았다. 곧 내게 등을 돌려 밖이 보이는 창문 앞으로 가버렸다. 민규의 손을 내쳤다. 그러니까, 그래서 그랬다는 게, 그게..
"보스가, 죽인 겁니까. 아니, 준영이가 살아 있던 겁니까..?"
"그래. 내가 죽이라고 명령했어. 너가 그 새끼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내 계획에 없었거든. 넌 간부고, 걘 그냥 조직원이잖아."
하려던 말들이 모두 가로막혔다. 이성적으로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감정이 자꾸 치민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졌다. 내가 간부라서, 죽은 거라고..? 그가..? 그러니까, 나 때문에. 또, 나 때문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Kipper Tie를 그렇게 저주했다. 근데, 그를 죽인 게 보스라니.. 치미는 감정을 막으니 그게 눈으로 표출됐다. 앞이 흐려진다.
"별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스의 말에 작은 흐느낌이 세어나갔다. 그 흐느낌을 시작으로 울음이 터져버렸다. 자존심에 입술을 깨물며 참았지만 계속 비집고 나왔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 때문에, 모두 깨지고, 다치는데, 날 죽이지, 그러셨어요.. 왜..! 왜 날 살려두세요, 계속.. 왜.."
"난 널 아끼니까."
"아끼면 죽이세요. 어차피 보스가 그렇게 아끼는 우지도 나 죽길 바라잖아요."
보스가 그제야 날 돌아보았다. 곧 보스가 나에게 다가왔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치는 날 뒤에서 민규가 잡았다. 어느새 내 앞에 보스가 서 있었다.
"그 잠깐의 두려움에 이리도 후회를 하면서, 죽여 달라는 말 함부로 하지 마."
내 머리에 손을 올려 천천히 토닥인다. 처음 느껴보는 보스의 다정함이 어딘가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다시 울음이 터졌다. 죄책감을 덜러 왔는데, 내 어깨를 더 짓누르게 되는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난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세븐틴을 위해 살았는데, 그 세븐틴이 날 죽음으로 내몰아버린다. 그럼에도 다정한 손길을 찾고, 갈구하게 된다.
+
9개월 전.
섹터 1로 들어온 준휘는 들어오기 전부터 자신의 코를 찌르던 피 냄새에 인상을 구겼다.
"여기 싹 다 치워. 우리 조직원은 수습해서 묻어주고."
"네."
"컥,"
시신더미들 사이에서 들리는 작은 숨소리에 준휘가 칼을 뽑아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총알이 잔뜩 박힌 조직원의 시신 아래에서 들리는 숨소리였다. 곧 발로 시신을 굴려보니 준영이 시신의 옷깃을 손가락 마디가 하얘지도록 잡은 채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거였다.
"생존자 있다. 수습해서 본부로 데려가도록."
"네."
곧바로 준휘는 섹터 2로 올라갔다.
섀도팀을 마지막으로 본부로 모든 팀이 복귀했다. 제 일이 끝난 준휘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올라오니 제 사무실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민규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달님 오셨어요? 보스가 부르세요."
정한의 사무실에 준휘가 들어왔다. 영문을 모르겠는 준휘는 일단 90도로 인사를 하며 정한이 가리키는 자리에 앉았다. 정한은 어쩐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준휘는 그런 정한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곧 정한이 준휘를 보며 물었다.
"C랑 매일 같이 있는 조직원, 살았다며?"
"네? 예. 살았습니다."
"죽여."
"...네?"
"들었어. C의 미련 때문에 승철이가 다쳤다고. 그만한 벌은 줘야지."
"네.."
"그냥 죽여 버려. 나한테 필요 없는 애야. 난 우리 애들이 더 중요해."
"네, 알겠습니다."
수신기가 꺼진 것을 확인한 준휘가 무전으로 자기 팀원들에게 전했다. '걔 그냥 죽여라.' 섀도팀 팀원들의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살려달라 헐떡이는 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곧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체 묻으러 다녀오겠습니다.' 섀도팀 조직원의 말에 정한이 상체를 일으켜 준휘의 수신기를 켰다. C한테 전해. 입모양으로 준휘에게 말하니 준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해사항 보고 하겠습니다. 섹터1 전멸... 섹터 2 에스쿱스 중상, 우지 경상, 그 외 다른 조직원들 중상 혹은 사망. 그나마 우지는 에스쿱스가 막아줘서 경상에서 그쳤습니다."
섹터 1에 있던 생존자 생각에 잠시 멈췄다 말한 준휘에 정한은 상관없다는 듯 의자에 깊게 앉았다. 곧 손짓으로 민규를 불렀다. 준휘가 수신기를 끄는 것을 확인하더니 민규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던 애 찾았어?"
"아, 최한솔 말이십니까?"
"응."
"네. 찾았습니다."
"당장 데려와."
"네."
눈을 감은 정한이 슬쩍 웃었다. 준휘는 그런 정한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
찬이를 아래에 두고 있는 정한이도 만만치 않죠? 괜히 보스가 아닙니다.
전 찬이보다 정한이가 더 무서워요. 말씀드렸었나요? 캐릭터 구상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애라고..?
싸이코패스도 소시오패스도 아닌 멀쩡한 정신인데 저런 식이라니8ㅁ8
우지가 깨어났지만! 회복도 더디고 오른쪽 발은 감각도 없는 마비라고 합니다.
찬이는 그런 우지에게 수술 하나를 권하지만 우지는 완곡하게 싫다고 하네요.8ㅁ8
오늘 버노니 맴찢.. 어째서 남주가 맨날 맴찢이냐8ㅁ8
이게 다 버노니가 병아리라서 그래8ㅁ8
병아리 버노니는 C의 사랑을 인정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네요.
우지였으면 벌써 병아리한테 총 겨눴겠어..8ㅁ8
준휘가 로봇같은 성격이라지만 찬이보단 덜 소름끼치는 이유가 있습니다.
로봇같지만 인간다운 로봇이거든요.(그렇다고 진짜 로봇이라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
섹터 1 전멸 했다고 말은 하지만 어쨌든 동료 였던 사람이구..
그러다 보니까 쉽게 말할 수는 없는 거죠.8ㅁ8
오늘은 C의 멘탈이 진짜 와장창 깨진 날이에요.
자신을 아껴주던 세븐틴에 인생을 베팅했는데 그 세븐틴의 보스가 자신의 세상을 없앤거죠..
그럼에도 C가 죽지 못하는 이유. 아직도 C는 달콤함을 갈구합니다.
그토록 원하던 달콤함을 맛보고 죽을 거라는 C의 소원과
'그 세븐틴이 날 죽음으로 내몰아버린다. 그럼에도 다정한 손길을 찾고, 갈구하게 된다.'이 부분.
이쯤되면 다들 아셨을지 모르겠는데, 애정결핍이죠8ㅁ8
+
목표는 5편 안에 끝내는 겁니다!ㅎㅎ
끝낼 것 같아요!^0^/
★암호닉입니다!★
★확인부탁드려요!★
★암호닉 신청을 마감합니다!★
<1차>
자몽소다, 전주댁, 뿌랑둥이, 치킨반반, 최벌넌, 수학바보, 솔찬히, 성수네꽃밭, 한화이겨라, 꼬솜,
파루루, 햄찡이, 노랑, 치피스, 블유, 수녕텅이, 남융, 순수녕, 볼살, 제주도민,
예에에, 제주시, 밍꾸, 애쁠, 버눗방울, 마르살라, 열일곱, 겸손, 연잎, 세봉윰
<2차>
투녕, 씨그램, 쑤녕둥둥, 코스모찌, 챈솔, 햄찌, 문홀리, 1103, 란파,
비행기, 논쿱스, 김민규오빠, 닭키우는순영, 홍슈아, 두유워누, 곰부승관, 바람개비
<3차>
말미잘, 공오, 마릴린, 뿌야뿌야, 망구, 닝냥, 허긩, 발꼬락, 조아, 헕,
양양, 셉요정, 너누, 미세먼지, 두루마리, 뿌야
<4차>
17뿡뿡, 뱃살공주, 쭈구미, 메뚝, 매직핸드, 고라파덕, 순별, 꽁냥꽁냥, 갈비, 초록별,
11023, 둥둥떠, 조아, 사랑둥이, 한울제, 순주, 너누리, 심장한솔대란, 쿠조, 아리아리,
문과생, 내일, 이월십일일, 채꾸, 팽이팽이, HVC, 뽀또, 복숭아, 0101, 메이,
킨, 0219, 설우, 잼재미, 뿌작, 여우별, 아이스라떼, 헬륨, 솔바람, 징차,
20718, 구구콘, 낑깡, 뚱찌, 권날, 조끄뜨레, 피자빵, 일게수니, 뚜루뚜, 규애,
자몽몽몽, 체리쀼, 뿌존뿌존, 리니, 비타민, 뽀랑, 뿌블리랑갑서예, 홀릭, 벌농, 호욱,
뚜뚜야, 문준휘, 꽃단, 뿌주얼, 마그마, 유유, 꽃보다감자, 마지, 깨방정, 사이다,
숭늉, 요를레히, 0320, 꽃지훈, 뿌잇뿌잇츄, 공룡, 수박승관, 사우똥, 1226, 피치피치,
순영아, 655, 권햄찌, 러브어필, 상상, 죠아욥, 소원, 바나나에몽, 치치, 자몽몽몽몽몽몽몽,
럽부, 지하, 0309, 돌하르방, 꽃침, 두솔, 1600, 콧구멍, 보노보노, 전늘보,
0323, 홍당무, 8월의 겨울, 찬비, 뀨뀨, 아드리나, 1122, ㅅr랑둥이, 귤멍
암호닉은 중요하니까 빠졌으면 꼭꼭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