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구급대원=이불킥
모두 이불킥 할 준비는 됐겠지?
제목에서 스포했다시피 이 글은 수치스러운 글이라 두주먹을 불끈 쥐고 보는 걸 추천할게.
그러면 볼 수가 없다고? 그렇다면 한 손만 주먹 지는 걸 추천할게!
물론 현실은 다들 담담하게 보겠지만.
이제부터 이불킥 얘기를 시작해볼게.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쭉 필 때였어.
요란한 소리가 나며 휴대폰이 침대 밑으로 떨어져 버린 거야.
휴대폰을 주우려 침대 난간 사이로 손을 뻗었어. 다행히 휴대폰은 잡았어. 잡았는데..
잡았는데로 비극적 결말 암시.
"어떻게 이런 곳에 끼이지..?"
너무 놀라 미친듯이 팔을 빼려는데 아프기만 할 뿐 안 빠지는 거야.
한숨을 쉬며 나라 잃은 표정으로 누워있는데 슬슬 팔이 저리기 시작했어.
그 때 구세주가 나타났어.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난 들어오라고 소리쳤지.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왔어. 특유의 촐랑거리는 스텝으로 말이야.
"내가 왔ㄷ.. 뭐하냐?ㅋㅋㄱㅋㄱㅋㄱㅋㅋㅋ"
쳐웃지마 내 얘기야.
몸을 잉어킹처럼 파닥거리며 찡찡거리자 아예 바닥에 누워서 쳐 웃는 거야;;
그러다 정신을 차렸는지 이쪽으로 와서 내 몸을 쭉 잡아당겼어.
이렇게 쉽게 빠질 거였으면 끼지도 않았어(누가 보면 일부러 낀 줄)
"야 안빠지는데? 낀거냐?ㅋㅋㅋㄱㅋㅋ"
" 나 어떡해..?"
"너 나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냐? 내가 비밀번호 몰랐어 봐"
"비밀번호 알고 있는 게 자랑이다 새끼야;"
"큰일이구나. 너 과제는 했냐? 급한 거라며."
"헐 맞다. 과제 시발!!!! 침대 난간 꺼져! 내 팔 꺼져! 과제할 날만을 위해 기다렸는데..!!!"
"왜 이렇게 안쓰럽냐.. 이 오빠가 다 해결해줄게."
"평생 오빠로 모실게요ㅠㅠ"
정말 여유롭게 책상 앞에있는 의자에 앉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어.
부승관 보는 걸 그만두고 누워서 아련하게 천장을 보고있는데 뭔가 느낌이 싸한거야.
"침대에 끼어서 못 나오고 있어요.. 아무리 당겨봐도 안되는데 어떡하죠? 여기 세봉빌라 203호요. 네 감사합니다!!"
잠시만.. 저새끼 혹시 119에 전화한건가?
어떻게 뻔뻔하게 짜장면 시키듯이 119에 전화를 할 수 있는걸까?
"금방 도와주러 오실 거야ㅋㅋㅋㄱㅋㅋ"
"119에 전화하면 어떡해.."
"오시지 말라고 할까?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고."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부승관에 의해 깜짝 놀라 소리쳤지.
삑사리는 덤으로 말이야.
"안↗ 돼!!!!"
"목이꼈냐?ㅋㅋㅋㅋㅋㅋㅋ"
"아 놀리지 말라고"
"아 놀뤼쥐 말라궈!!"
"내가 여기에서 빠지면 니 목부터 따버릴 거야."
"여보세요? 거기 119죠?"
"아 안된다고!!!!"
"전화한 척 한건뒈!! 하여간 겁은 겁나게 많아가지고. 와 방금 라임죽였다! 부승관! 라임을 뒤집어 놓으셔따! 훠우!!"
"하.."
마른세수를 하려고 해도 손이 하나밖에 없어서 할 수가 없는 게 최고 한이다.
한숨을 푹 내쉬며 저려오는 팔을 반대쪽 손으로 주무르는데 부승관이 계속 웃는 거야..
"사진 찍어도 돼냐?ㅋㅋㅋㅋㅋㅋ"
"손가락 다 잘라버릴 거야"
"사진 팽이 돌리듯이 애들한테 돌려도 돼냐?"
"너도 팽이처럼 돌려버리기 전에 닥쳐."
"닥칠게. 맞다 야 그거 알아?"
부승관이 겁나 웃긴 얘기를 연달아 해줘가지고 배가 아플정도로 웃었어.
가뜩이나 껴서 답답해 죽겠는데 웃기까지 해서 숨멎이 일어날 것 같은거야ㅋㅋㅋㅋㅋ
잘생긴 사람 봐서 숨멎이 오는 게 아니라 진짜 숨멎.
"구급대원분들 오시면 넌 기절한 척 해라.. 난 못보겠다.."
"이런 걸 민망해하면 안 돼! 안 그래!? 죄송하다며 반성해야지! 기절한 척이 말이 되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자빠지진 않았고 끼었는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말에 내가 빵터져서 웃고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어.
웃음끝. 눈물시작이다.
"얼른 열어드려! 나의 생명의 은인분들이 들어오실 거라고!!"
승관이가 뛰어나가 문을 열어드렸고 곧 이어 이곳으로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어.
근데.. 근데말이야..
"아주 단단히 끼셨네. 아프거나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소방대원이 이렇게 잘생겨도 돼????? 반칙이지.
난 정말 우리 아빠같이 자상하고 포근한 대원분을 기대했는데..
잘생겼는데 청초하기까지 한 대원분이라니.. 승관이 말처럼 기절해있을 걸 그랬어..
"아.. 팔보다 배가.."
"네?"
"너무 웃어서 배ㄱ, 아니 나 뭐래."
"아 웃으셔서 배가 아프시구나. 다치신 줄 알고 걱정했잖아요."
"네..?"
"뭐하다가 여기 끼었어요? 끼이는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데요."
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잘생긴 남자한테 혼나는 거야..
한 마디로 존나 좋다 이거에요.
눈에 힘 잔뜩 주고 말하는데 순간 눈에 힘 빡 주고 고백할 뻔했지 뭐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라고 한 말은 아닌데 죄송하다고 하신다면야 거절은 안하겠습니다."
말장난하는 건지 진심인 건지 모르겠지만 모든 옳아.
같이 침대에 끼이고 싶을 정도로 좋아.
"하나둘셋 하면 잡아당기겠습니다."
예?????
하나, 둘, 셋하는 소리가 들리고 잡아당기려고 할 때 부승관이 대원분께 말했어.
"몇번 해봤는데 안되더라구요.."
"안되면 잘라내야 겠는데요?"
이게 무슨 소리야 이렇게 좋은 날에?
팔 빼내면 기분 좋게 같이 주스 한잔 하려고 했더니만 내 팔을 자르면 주스 따를 손은 있어도 컵 잡을 손은 없어지잖아..
"네!!!? 제 팔을요!!?"
"네. 마취없이 자를 건데 괜찮으시겠어요?"
"그게 무슨.."
"평생 여기 끼여있고 싶으시면 저희 철수할게요."
"철수는 안돼요ㅠㅠㅠㅠ 철수는 영희 주시고 아저씨는 제 옆에 있어주세요ㅠㅠㅠㅠㅠ"
내 말에 부승관이 이마를 짚으며 "쟤 제 친구 아니에요"라고 하며 구급대원 분들께 말하더라고.
근데 이분 표정이 안 좋으신 거야. 내가 너무 땡깡을 피웠나 싶어 입을 꾹 다물자 날 보며 물었어.
"아저씨요?"
"네. 아저씨.. 아닌가..? 대원님..?"
"얼른 잘라내야겠습니다."
"오빠!!!!!!"
"사회생활 하실 줄 아시네. 하지만 자를 건 잘라야 합니다."
"자비가 없으시네.. 혹시 노멀씨?"
"ㄴ, 네? 네. 노멀씨합니다."
아니 부승관 제발 닥쳐.
받아주는 것도 웃겨 죽겠넼ㅋㅋㅋㅋㅋ
2차 빵터짐이 시작됐어.
미친듯이 웃고있는데 웃다가 자르면 더 아프다는 말에 급 우울함이 몰려왔어.
"웃음이 뚝 그치셨네. 웃긴 얘기 해드릴까요?"
"다 필요없어요.. 제 팔이 없어지면.. 없어지면.."
그 때 부터 였어. 나의 오열이 시작된 게.
저번에 기사에서 누가 어디에 끼었는데 어쩔 수 없이 신체절단을 한 사건이 있었단 말이야.
장난이라고 믿고 싶어도 다들 암담한 표정으로 날 바라봐서 미친듯한 눈물을 마구 내뿜었지.
콧물은 덤으로 나오는데 신경조차 안 쓰이더라.
몇년을 함께해온 팔인데 잘라내려니 너무 서러운 거야..
근데 이렇게 무식하게 톱으로 팔을 잘라? 파상풍 걸리면 어떡해..?
"잠시만요!!!!"
"무서우시면 눈 꼭 감으세요. 많이 무서우시면 안아드릴까요?"
"그것도 좋은데 1분만요! 아, 아니! 10분만!"
"너무 무서우신 것 같으니까 제가 신속하게 잘라드릴게요."
눈을 꽉 감았는데 사각사각 톱질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대원분들의 웃음소리는 덤이요, 부승관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까지 환상의 bgm이었어.
"무, 뭐야.."
눈을 번쩍 뜨자 내가 껴있는 난간 부분을 톱질하고 있더라고..
다 잘라지니 팔이 쑥 빠졌고 순간 수치스러움이 가득 밀려왔어.
"눈물범벅이 되셨네. 괜찮으세요?"
"아.."
"휴지 좀 쓰겠습니다."
휴지를 뜯어 나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대원분의 얼굴을 봤다가 푹 숙였어.
다시 끼고싶다.
"아프신 곳은 없어요?"
"마음이 아파요.."
"마음이 아프세요? 괜히 장난했나보네. 어떻게 풀리실 때까지 옆에 있어드려요?"
"제발 가주세요.. 아 맞다! 기다려요!"
컵을 여러개 준비해 주스를 따라 드리니 다들 감사하다며 원샷하신다.
나 하나 때문에 다들 뭔 고생이래..
"다음부터는 절대 안 끼일게요.."
"또 끼여도 괜찮아요. 대신 다음엔 진짜 팔을 없애버리겠습니다."
"절대 끼지 말라는 거네요.."
"당연하죠.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여기에 팔 넣으시면 안 돼요."
"네.."
문이 닫히자마자 난 머리를 감싸쥐고 난리쳤어.
이와중에 부승관은 너의 일생일대에 가장 튀는 순간이였다며 박수를 쳐주더라고.
이후로 그분 만난적 없냐고? 없었으면 좋겠지만 있었어.
"어? 침대난간씨!"
빠르게 도망치려는데 그분은 기어코 나를 붙잡아 세웠어.
덕분에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고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지.
"맞네, 팔은 괜찮으십니까?"
"다른 위기상황에 처하신 분들 구하러 가셔야죠! 얼른 가보세요!"
"오늘도 구했습니다. 뿌듯한데 침대난간씨 만나서 더 뿌듯합니다."
"침대난간씨가 뭐에요.."
"난 입에 딱 달라붙고 좋은데, 별로입니까?"
"네."
"단호하시네. 그럼 뭐라고 불러드려야 좋아하실겁니까?"
"ㅇ여주요. 제 이름 ㅇ여주인데."
"좋아요 침대난간여주씨."
"포기할게요. 제 성은 침대난간이고 이름이 여주입니다."
"이름을 침대난간으로 해줘요. 성이랑 같이 부르면 너무 멀어보이잖아요."
설레긴 엄청 설레네.
이 분은 내 심장을 두드려패다못해 패대기 칠 그럴 사람이다.
그러니 얼른 피해볼까..?
"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얼른 가보세요. 아쉽지만 붙잡지는 않겠습니다."
"저도 아쉽지만 민망함에 빨리 이 동네를 떠야겠어요."
"어디로 가실건데요?"
"땅끝마을이요."
"잘됐네요. 저 이번에 땅끝마을로 옮깁니다. 거기는 사람이 별로 없을테니 침대난간씨만 구하면 되겠네요."
"와우. 대단하시네. 열정 하나는 끝내줍니다! 저 오늘 술김에 돌던지러 여기 오겠습니다."
"오늘 술 마십니까? 혈중 알코올 농도 0.08 넘지 마세요."
혹시.. 고쓰..? 혼술 잘할 것 같이 생기셨네^^
원래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 아닌가?
"원래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거예요."
"안되겠네."
걱정해줘..! 더 해줘!!!!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외치고 있지만 겉으로 티는 못내고 파워정색을 했지.
입꼬리 올라가려는 거 막느라 죽을 것 같아..
"손 줘봐요."
"싫어요. 또 뭐 하시려고.."
"좋은 거 해줄겁니다."
갑자기 내 손을 가져가 손바닥에 뭔가를 열심히 써주셨어.
오래쓰는 거 보니 어렸을 때 들었던 얘기가 생각났어. 손에 낙서하는 건 담배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래. 난 오늘 한갑을 다 피운 셈이야. 뭘 적는지 느릿하게 열심히 쓰더라고,
"뭐해요?"
"제 전화번호 적고 있습니다."
"왜요?"
"술 많이 취하시면 전화하시라고요. 부끄러우시면 문자하셔도 됩니다."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
"술김에 돌 던지러 올 일은 있고, 저한테 전화할 일은 없습니까?"
"약속이 너무 늦었네.. 진짜 가볼게요!"
다시 새침하게 뒤를 돌아 가려는데 망설이며 말하는 듯이 저, 저기! 이러는 거야.
뒤를 돌아 쳐다보니 웃으며 말했어.
"이름 예뻐요. 여주야."
"...네?"
"가, 가보겠습니다."
귀가 빨게진 채로 뒤를 돌아 가버리는 그남자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어.
뭐야..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레드라이트여도 그린라이트여야합니다.
왜냐구요? 그래야만 하니까요.
허허허헣!!
저번에 올린다고 했던 짧은 단편이 이겁니다 여러분!!!
반응좋으면 번외도 올릴게요!! 전 반응 좋으면 뭐든 다 퍼주고 싶거든요!!
이런 거 말고 하숙집이나 눈떠보니 세븐틴이나 다한기나 써오라구요?
지금 쓰러 떠나겠습니다!!! 오늘은 못올릴 것 같네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