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다진고기 조금. 식빵이랑 땅콩크림, 계란 반판
벌써 냉장고가 많이 비었네, 싶어 최근 보기좋게 살이오른 녀석을 보았다. 오늘로 거의 한달반이네 우리집에온지.
혼자지낼땐 한달에 겨우 한번 장을 볼까말까 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꼴로 꼭 장을 본다.음식은 신선하게 먹는게 좋다고 한꺼번에 많이 사지않는 탓도 있었지만 확실히 나도 녀석도 전보단 더 잘먹는다.
"지호야, 고기먹을래 토스트해줄까?"
하는말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걸음걸이로 다가와 냉장고 속을 보더니 잘 다져진고기에 쩝 입맛을 다진다.
"고기? 대신내일은 토스트 먹어야해"
아직 날고기를 먹던 습성이 남아있는 지호는 이따금씩 이렇게 생고기를 먹기도 했다. 너무 야생의 습관이 많이 남게될까 꼭 일반식과 번갈아가면서 먹였다.
맞다. 이름도 생겼다 우지호.
그날따라 한가했던 점심 후 나른한 때에 역시 신문을 펴고 앉은 지훈이 용해서 구경하고 있던 차에 이녀석도 이젠 이름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어 그에게 물었다.
"지훈아. 남자애 이름 예쁜거없을까?"
"남자이름이 왜 예뻐야되요?"
하고 되려 신문에서 빼꼼 눈을 떼고 보는 지훈에게
어....멋있어도 되는데 에쁘면 좋잖아.했더니 신문을 접고 눈을감는다.
음..안철수 문재인 이석원 이중기 홍성대 이준호 하만웅 박정호 윤명호 정지훈 우지호
"야..그게뭐냐..."
"왜요. 요근래 신문에서 많이보인 핫한 이름들이에요"
"그걸 다외워..?"
"가끔 심심해서"
야임마 그럴시간에 입원동물이나 한번 더 봐줘라!하면서도 맘속에 박힌 이름을 되새겼다. 우지호, 우지호 예쁘네
"근데 왜요?어디서 막 아들 만들어온거 아니죠?"
하고 몹쓸 장난을 치는 지훈의 머리를 콩쥐어박았다. 생각하는거 하고는..지호좋다 우지호
아결국 받아갈거면서 때려요?!아파라...
오늘정기검진 오시는분 전화왔으니까 준비해. 이번검사는 너실습겸 맡길테니까 순서 안까먹었는지 확인하고 와라
아 진짜 치사해 !
여차저차 이렇게 정해진이름이었다.
생각할수록 잘어울린단말야 혼자뿌듯해서 씩 웃음이 삐져나왔다. 벌써 그릇을 비워가는 녀석이 기특해 정수리께를 어루만져 주었다. 그래도 내일부턴 포크질을 가르쳐야겠다. 다씻고 나왔겠다 몰려오는 피곤함에 침대로 곧장가서 풀썩쓰러졌다. 오늘은 수술환자가 연달아있어 온신경이 그쪽에 쏠려 있던탓에 어깨죽지가 뻐근하다. 삐그덕거리는 몸을 편히 누이니 좀살것같은데 완전 축축쳐젔다.
지호가 가만가만히 뒤를 졸졸따라와 품을 파고들어왔다. 가끔이렇게 어리광을 부릴때면 동물은 동물인지라 모질게 키웠구나 싶다.
"지호야"
처음 이 이름을 부를때부터 고개를 돌려 제인름인양 날쳐다보던 이아이가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항상 유기동물이름을 지을때에도 반응하는 이름을 주곤했는데 그게 이녀석한테도 먹히니 신기할 다름이었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는 지호를향해 살짝 웃어보였다. 아직세심한 감정을 모르는 이아이도 내가 웃으면 제 입가를 만지작만지작 골똘히 보곤한다. 그모습이 귀여워 양뺨을 잡아 이마를 맞대곤 다시웃었다.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뻐 하고 꼭안아넣은 지호가 있는 가슴팍이 첫 애인을 품에 안았을때마냥 콩닥콩닥 뛰었다.
조금은 위험한데 이민혁.애써 진정시킨 맘을 쓸어내리곤 쓰게 웃었다.연애안한지 오래됬구나 애를데리고 이러고..
/
수능이 끝났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답지가 나와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데...독자님들생각하면서 짧게나마 쓰고갑니다.이와중에 여기엔 꽃이피려 하고 ..^^
어디서 깨소금냄새 안나나요?난 모쏠인데..
수능점수나 만개했으면 좋겠어요 또르르....벗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