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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더니 걸려온 구급대원전화에 헐레벌떡 병원에 내려와 문을열었다. 다리와골반골절이 의심되는 야생고라니한마리의 응급수술이 요청이들어왔기때문이다. 얼마전에 새로뚫린 터널탓일 가능성이높았다.
"지훈아..퇴근한지 세시간인데 다시오게해서 미안하다.."
"괜찮아요.어차피오늘은 일정도없었는데요뭐.저없으면 혼자 어떻게 수술대까지 얘를올리고 제시간에 봉합까지 마무리하겠어요.사이즈가 남다른손님이더만"
"고마워..새 장갑은 오른쪽수납장에.끝나면 바로집에가서 좀쉬어.."
막 수술복을 입고나온지훈에게말했다. 이젠제법 전문수의자로서의 테가나는구나 표지훈..미안한맘과 고마운맘이 뒤엉켜 한숨이나왔다.이번 수술도 잘되서 다시고라니를 야생에 방사할수있도록 하는게 목표였다. 꼼꼼히 손을소독하고 수술도구까지 잘위치시켰으니 이제 도착만하면 준비셋인데 전화가 온지 20분째, 구급차치고는 도착이늦었다.지훈아 재다이얼해서 구조대에다시연락해봐 하고 말하려는찰나에 사이렌불빛이 옅게 비춰왔다. 예감이좋지않은데...대상이스트레스를잘받는 고라니라면 더 그랬다.성공적인 수술후에도 사후스트레스때문에 쇼크가와서 죽어버리는경우가 다반사이기때문이다. 꺼림칙한기분을훌털어버리고 문을활짝열었다.
"환자 상태는어떤가요?"
들것에 실려 급하게 들어오는 고라니상태를 곁눈질로 살피며 경과를 여쭸다.
사고내신분이 다행히 연락을주셨어요 아직살아있는건같다고 하반부를 사용해일어나지못합니다. 출혈은 심하지않습니다.
바로수술실로 들어갈게요.시간이많이지체됬습니다.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항상제대로 인사드리지못해죄송하지만 한시가급했다.지훈과 고라니를받아곧장 수술실로들어갔다.
엑스레이 안찍어봐도되요?하는말에 시간없어 앉아있는자세보니까 알겠다.마스크!마스크좀 하고 마취제를 준비했다.
"형!형!"
왜?하며 뒤돌아서자 고라니가 목을가누지못하며 뒤로넘어갔다.이런..마취제를 넣고있던주사기를 던지고 신경안정제를 찾았다.
도착한지얼마나됬다고
발작으로 다리를심하게떠는 고라니를 지훈이잡았다. 이제서야 주사기에 안정제를 담은내가 달려가 투여를시작했다.주삿바늘을 찔러넣는 손이 미약하게 떨렸다. 주사기피스톤을 끝까지 밀어넣을때까지 발작이끝난 고라니앞에서 둘은 말이없었다.
"형..."
"민혁이형..그만해요..죽었잖아요.."
차마 주삿바늘을빼지못하는 내손을 대신해 지훈이 당겨 주사기를빼냈다.할게 없어진손이 허공에 덜렁방치됬다. 매번 겪는일이지만 이렇게 매번 힘이든다..
"사망시각..체크할게요.."
장부를가지고와 작성하고는 흰천으로 고라니를덮는다.
"보관실로 옮길게요..형,제가문단속할테니까 올라가세요."
등을떠미는 지훈에게 괜찮아 내가정리할게했더니 어허하고흘겨보곤 얼른올라가요한다. 진짜못말려 표지훈..하면서도 고맙고 미안해서 못이기는척수술복을벗곤계단을 터덜터덜올라갔다. 비밀번호를누르고 문을열자 바로 코앞에 지호가 서있었다.왜안자고있었어..심심했어..?미안해 하니 지호가 갸우뚱 고개를기울였다.
"형이 피곤하니까..얼른...."
자러가자 하려다 말이뚝 끊겼다. 깜짝놀라 감았다뜬시야에 퇴근하자마자 씻기고입혀놓는 내하얀셔츠가들어왔다. 지호가 느리게 뻗은손이 내머리를 가슴께로끌어다안았다. 마치내가 매일해주었던 포옹마냥.작고슬프게 우우하고 대신울어주었다. 마냥한낱어린애같았던 지호가
우울하기만했던기분에 스르륵 온기가내렸다. 만약니가없어진다면 어떨까..하기도싫은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사라졌다.
이따금씩 맡은 동물이 이렇게 무지개 다릴 건널때면 마음이 괜히 무거워져 늦게 까지 잠을 못이룰때가 많았는데 왠일인지 어젠 푹자서 머리가 개운했다. 칼같이 기상해서 매일아침 깨워주는 지호덕에 바빴던 아침이 많이 여유로워졌다.이렇게 커피도 마시고
내려놓은 커피잔에 담긴커피맛이 궁금한지 눈치를 보던 지호가 낼름 혓바닥을 담궜다. 야!너! 하고 잔을 빼앗기도 전에 진하게 내린 원두커피의 씁쓸한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지 고개를 들어 으으으하고 도리질쳤다. 결국 또 웃어넘기고 말았다.
형 다녀올게 인사하곤 오늘도 현관을 닫고나와 계단을 가볍게 내려갔다.아직 출근시간 십분전, 오늘은 좀일찍 내려가보지
내려온 동물병원에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오늘 문은 내가 열어야 겠다싶어 문 잠금장치도 풀고 밤새 갇혀있던 공기도 환기시켰다. 벌써 일어나있는 입원동물들에게 안녕안녕 체크도 잊지않았다.
이것저것 조금만보니 간호사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어!오늘은 선생님이 일등이네~뒤이어 들어오는 지훈이 나도 일찍온다고 일찍왔는데 일등은 아니네 하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으이그! 얼른 진료세팅시작!"
옷을 갈아입고나오기 무섭게 오늘도 진료가 시작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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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이죠? 죄송해요 ㅠㅜㅠㅜ 알바자리잡고 이것저것하느라 늦었네요 ㅜㅜ
급한불은 껐으니 다시 동물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보고싶었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