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오늘도 매일과같은출근
틀에박힌생활 좀지루하지않냐고 묻던 친구가떠올랐다.하지만 난원래 안정적으로 정해진패턴을 좋아하는지라 이게 더 맘이놓이고좋았다. 더불어 내가치료할수있는 아이들을 돌봐주는게 더 보람차니까
그친구에게 내가 대답을해줬던가 안해줬던가 기억이가물가물했다. 오늘따라 침대에서 밍기적밍기적 잠떼를 부리던 지호때문에 출근이조금늦었다. 먼저와내려와 문을열고 이것저것준비하던 지훈이 처진느낌, 그냥느낌뿐이라 밤새 무슨일있었냐고 묻기도 애매해 그냥저냥 함께 오픈준비를했다.
왠지모를 지훈의행동이 점심까지 계속되서 지호점심을 얼른챙겨주고 내려와 간호사들과함께 그릇들을정리하고있는 그를 살짝불러냈다. 잠시주춤하던 지훈이 쪼로록다가왔다.
"네 ,형"
"지훈아, 형이잘못본거아니지?오늘아침부터 평소답지않아.니가생각해도그럴거야"
"..."
하아..하고 눈을내리깐 지훈이 괜히 뜸을들였다. 말할까말까 고민하는표정이 역력했다.
고개들어봐 말하기 곤란한거면 안물을게
협상에 미숙한내가 별수없이 달래니 결심한듯 지훈이 눈을맞춰왔다.
잠시만요 형 하고 병원문을열고 나간지훈이 그간자신이본 신문을차곡차곡모아 오늘아침 내놓은 뭉텅이를 찾아왔다. 이건왜?하는눈으로 보자 탁자위에 묶여있는신문을풀어 몇몇개를 꺼내어 내게 건넸다.
"저 혼자 고민할문제는 아닌거 같아서요..형이 생각해봐야할것같아요..저도긴가민가해서 일찍나와서 다시찾아봤어요.."
밑으로갈수록 최근에나온거에요 하고 하나하나 광고 페이지를 펼쳐준 지훈이 이거.하고 보여준 개인광고에 실종아동을찾는 글이 무더기였다.아직 사태파악이안된내가 지훈이 가리킨 문구를 따라가 읽기바빴다.
잠깐...하고 손가락을따라간 곳에 익숙한이름이 있었다. 눈을믿지못한내가 다시 그 이름을쳐다보았다. 앳되고 바래 잘보이지않는 첨부사진을 응시했다. 눈, 지호눈이 맞다. 솟은코도 도톰한입술도 전부 방금전까지 나와 함께밥을먹고 함께있던지호와 꼭닮았다. 실종아동을찾습니다란말과함께 기재되어있는 연락처, 잃어버린장소까지. 이것저것오버랩되는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혔다.
말도안돼 하고 의자에서 일어서버린 나를 지훈이 다시금 앉혔다.
"제가 말했죠.자주보이는 핫한이름만기억한다고.."
응..
지훈이 말을이어갔다. 핫한지는 모르겠는데 제기억이 맞다면요 이글,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고 3개월마다 계속봤던거 같아요. 2년전부터
지훈의말이 뿔뿔이흩어졌다 다시와 박혔다. 갓 서너살쯤되보이는 지호사진이 빙글빙글맴돌았다. 위급한수술을맡아도 침착하게 착착 잘돌아가던머리가 잠시 정지했다. 이게뭐지 이게어떻게된일이지 쓸데없는질문만 계속떠올랐다.
병원문이열리는소리를듣고도 아직헤어나오지못한내가 그대로앉아있자 지훈이 대신 카운터로 뛰어나갔다.
뭘도와드릴까요?특유의 저음이 어깨너머로들렸다.
연락처밑에 작게적힌 '소중한 아들입니다..꼭찾아주세요.'란 말이 가슴을 쿡쿡찔렀다.
그렇지..지호는 내가 그곳에서만나데려와키우는 늑대소년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소중한아들이고 핏줄이었다. 당연한사실인데도 이렇게 머릿속이어지럽다. 덜렁대는 이민혁..이번엔 이런생각을 못했구나.. 무방비상태에서뒤통수를 맞아버렸다. 벙쪄있는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차분하게생각했다.7시면퇴근이니까 다시정리해보자 이민혁하고 아직까지 쥐고있던신문을 접어 가방에 넣었다. 아직할일이남았으니까.. 되려그생각을 떨쳐내기위함인지 아닌지 나도 헷갈렸다. 다만 내가 지금이상황을 침착하게받아들이기엔 무리가있고 피하고싶어하는마음이 너무나 분명해서, 그래서 잠시 제쳐두고싶은 이기적인맘이 당장의 양심과 싸우다 이긴것이다.
그렇게 지훈과 한마디말도없이 퇴근시간까지 정신없이 일했던것같다. 모두들 조심히귀가하시고 내일다시봅시다 수고하셨어요하고 간호사들을 다 돌려보내고 다시찾아온 그생각에 밝은표정을 더는 유지할수가없었다.
역시 연락드려야겠지..? 중얼거린말에 지훈이 묵묵부답이었다. 같이지내면 얼마나 같이지냈다고 벌써 정이 이만큼들었구나 쓴웃음이 올라왔다.
"지훈아, 형이랑 술한잔할래?"
별생각없이 툭튀어나온말에 내가조금 놀랐다. 의외로 네 하고 너무빨리대답해버린 지훈에게 김이빠지려했다. 가운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은 지훈을 따라 옷매무새를 다듬고 터덜터덜 가까운 바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바에서 말없이술잔을 비우기만한지 벌써 삼십분째였다. 누구하나섣불리 먼저말하지 못하고 이상황을 곱씹고 되새기기만 했다. 지금쯤아무것도 모르는 지호는 천진하게날기다리고있겠지..하지만 무엇이든간에 결정은 내려야하는 입장인 나는 범람하는 내적갈등에 정상적인사고가 힘들어지려한다. 이를어쩌나..정말보내야하나..똑같은질문을 반복했다. 정적을깨고 지훈이 말을걸어왔다.
"...어쩔거에요..?"
물어오는말에 대답을바로하질못했다. 보내야지어쩌겠어..한숨섞인대답에 내가 힘이빠졌다. 반쯤비운잔만 쓰담쓰담 쓸었다.
"저는 안지얼마안되서 잘모르겠는데요.형은요..어쩌면 형이나 제가생각했던것보다 그애를 더많이 아끼는것같아요."
"...응.."
".......보호자 이상으로요.."
그랬다.정말로..다른사람이봐도 이렇게 분명한사실을 나 스스로 인정하지않으려이런저런 이유를가져다붙였던것같다. 일할때 문득문득 비집고올라오는 지호생각이나 동그랗게뜨면 귀여운 긴눈에 마른몸, 나에게부리는 사소한 애교까지 전부 너무예뻐서 어쩔줄몰랐던게 사실인데 왜눈치채지 못했을까. 일주일에한번 보는장이나 피곤한몸을이끌고 지호를씻겨주는것, 다큰남자둘이서 자기에 좀 비좁은느낌이드는 침대에 같이 구겨져자는것이마냥 귀찮고 불편하지만은않았던것도 너무 명쾌하게 설명이되었다. 맞네..언제부터였을까대체..
지호야이름을불렀을때 반응으로 조금만더 빨리알았다면 조금이라도 정을덜줬을까..왜하필그이름을골라갔을까..괜히지난일을 탓했다. 그래도소용없는걸알면서도
맘만먹으면 숨기고 계속함께있을수도있겠지만 웃기게도 이민혁성격에 그런짓은 정말못할것같다. 정말인지 물러터진놈..
벌써몇잔째인지 생각도나지않았다.너무오랜만이라 잘받지도않는술을 연거푸 삼키기만했다.새 잔을채우려던차에 지훈이 행동을제지했다.
"언제..보내시게요.."
"최대한빨리..내가정리되는대로 바로.."
이게맞는거겠지..잘하는거겠지..생각하며 마지막잔을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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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알바하고오니 끝이네요.. 눈무루ㅠㅜㅠ 말벌분들 기다리실텐데 이야기를 어찌 풀어나갈까 매일 고민합니다.
빠밤 다음이야기도 열심히 써오겠습니다. 늘 보러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