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지호를보내야겠다고 결심한지 삼일
사실아직도 내맘을정리하지못해 헤매고있었다. 속에서 받지도않는술을 대책없이마셔서 오늘아침도숙취에 힘들어하며 눈을뜨고 간단한치료에도 사소한실수를 저질러 지훈이 정신차리라고 화를낼정도였으니 이만하면 말다했다 싶다. 그런데도 속이꽉막힌기분에 우울해져 다시 혼자술집에앉아있으니 이민혁꼴이 말이아니다..자꾸만귀가시간이늦어지고 스스로 떼어내려고 지호와 거리를 두면 둘수록 영문을모르는 지호가 더 더 안겨와서 그래서 너무힘이든다. 나만어서정리하면되는데 그러면 지호도 제자리로 나도 제자리로, 말로만하면 이렇게나 쉬운걸 맘이약해 질질끌고있는내가 우습다. 이와중에 지호저녁먹어야하는데 하는 말도안되는걱정이 자꾸만 끼어들어와 난감하다. 깊은한숨만내쉬길 몇번째인지 이젠 새기도힘이든다..얼굴까지 올라온취기에 잠시고개를숙였다. 이번잔만비우고..그러고 집으로 들어가야겠다
"수의계에 소문난 수재 이민혁, 꼬라지가 왜이래?"
갑자기들린목소리에놀라 고개를팍들다 핑도는 머리를 꽉붙잡았다. 으이그..하며 잔을뺏는 재효뒤로 태일이 빼꼼나왔다. 오랜만이네 하고 작게웃으니 재효가 잔으로 꽁 머리를쥐어박곤 의자를빼앉았다.
"오랜만이란 소리가 잘도나오겠다.이게뭐냐 이게"
헤헤..왠지 반가운마음에 비죽비죽웃음을내비치니 웃어뭘웃긴 하고 눈을흘긴다. 나란히자리잡은 태일이 한숨을 푹쉬었다. 표지훈한테 이야기다들었어. 하고 툭던지는 태일의말에 조금놀랐다. 그래..지훈이가 가르쳐줬구나..지호일도, 여기있는것도
"..응..."
"응? 간만에들은소식인데 이게뭐야. 너 또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러다 끙끙앓았겠지. 뻔하네.눈에 훤하다. 참일관성있고 좋아요."
"아니야..재효야..."
"아니긴뭐가아냐 척하면 척이구만."
화가난재효가 쏘아대자 태일이 어깨를툭 눈치를주었다. 그래서 보낸다면서 아직도 이러고있는거보니까 너가정말 아끼긴아끼나보다.근데 결정했으면 최대한빨리 이행해야되는거알지? 시간끌면 둘다 힘들어지는거 알잖아..조곤조곤 태일이말했다. 사실 그의말이백번옳다..다시금 이민혁이 한심해지는순간이다. 응..알고있어..하면서도 왠지씁쓸하니 가슴한켠이 미어졌다.
"이민혁 울고짜고해도 해야될일은 다하는거 알고있어. 그러니까 니가더힘들어지기전에 어서 끝내.."
"..신경써줘서 고맙다..내일 보낼거야..정말로"
"그래..조심히들어가"
태일과 재효에게 이만간다 인사하고 나오니 제법매서운 겨울바람에 맘은시린데 정신이번쩍들었다. 하...깊은 심호흡후에 휴대전화를 꺼내 저장해뒀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행여나 깰까봐 조심스럽게 연 문앞에 지호가 자리를잡고 앉아있다가 벌떡일어났다. 지금까지 안자고 기다렸어 잘했지?하는 눈빛으로 현관에서부터 소파까지 졸졸따라온지호가 하..하고 털썩누워버린 내옆에와 칭찬해달라고 계속 어리광을부렸다. 어지러운머리에 지호손을 털어낸팔을올려 두눈을가렸다. 이러면 상처받겠지..하지만 다녀와서 이놈의 얼굴을 보는순간 조금씩비집고나와버린 눈물이 너무많이고여 이젠 흐를지경이라 어쩔수가없었다. 제대로 맘정리를못해 이렇게나 시간을끈 나에게 너무화가났고, 보내기싫어서 힘들어하면서도 오래지호를찾아헤맸을 그의진짜가족들을생각하면 나쁜맘을먹지도못하는 순해빠진 내게화가났고, 지호가떠나가면 내가 받을상처에 예민해져 지금이렇게 그에게상처주고있는내가미워 혼란스러운머릿속에 이젠 지끈지끈 관자놀이가 아려왔다. 생각보다 큰 타격에 맥을못추고흔들리고있는 내가 웃기다. 과연 서로에게 너무익숙해져버린 지호와의 이별에 태연하게 이 일을할수있을까 자신이없어졌다.
한번터지자 기다렸다는듯이 쏟아지는 눈물에 이를악물고 두눈을 눌렀다. 미처삼키지못한 흐느낌이 조금씩새어나왔다.
챙그랑
뭔가가 깨지는 날카로운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주방 건조대에 가지런히놓여있던 접시가 땅바닥에 부딫혀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놀란내가 뛰어온소리를 못들은척 자신도놀라 비틀 주저앉았다가 일어서 다시 손을가져가는 지호에게 뛰어갔다.
"너 왜이래 진짜!"
감정을주체하지못한내가 결국 윽박을지르고말았다. 아직 정리하지못한 눈물과 놀람이뒤섞여 언성을높인 내 모습을처음본지호가 잡힌손목을빼내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놀라 행동을멈췄다. 깨진접시에 손을짚었던지 왼쪽손바닥부터 손목까지 피가흐르고있었다. 아직자신이 다친사실을 인지하지못한채 동그랗게 뜬눈을 허공에 박고있던녀석이 결국 울음을터뜨렸다.
"뚝그쳐 우지호"
하는말을 듣고도 지호는 울음소리를 죽이지않았다.
되려 더서럽게 울어버리는 지호에게 화가났지만 너무 안쓰러워서..그래서 더 모질게 정을떼어놓을수가없었다. 결국 두손두발다들어버린 내가 그를당겨 품안깊숙히 안아 등을토닥여 주었다. 매번 이런식이지..이젠 목놓아울어버리는 지호에서 더이상 울지말란 말을할수도없었다. 꼭끌어안은 녀석에게서 내가쓰는 바디워시, 내가쓰는샴푸, 내가쓰는 스킨냄새까지 정말 함께 인것같은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제 지호를 제자리로 보내야한다니 실감이나질않는다. 이마를맞대고 눈물을닦아주며 말했다.
지호가가서 잘지내고있으면..그러면 내가다시 보러갈게 형이랑 약속하자.
아직눈물을가득머금은 눈을마주보았다.
우물우물 뭘말하고싶은지 계속 웅얼대는게 보였지만 아직 말이라기보다 울음소리에가까운 정도밖에 내지 못하는지호의 옹알이를 알아듣지못해 속이탔다. 조금더 가르칠걸..내가더가르칠걸 후회가밀려오던 차에 낼름 흐르는눈물을 녀석이 핥아올렸다.
얼굴을기억하려는지 긴손가락으로 천천히 내얼굴을 쓰다듬어보던 지호가 조심스럽게 입술을맞붙였다.
정신없이뛰는 심장, 맞댄 뜨거운입술에 제어하지못한 감성이 튀어나와 더짙게 짙게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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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밝을때 찾아뵙네요 ㅠㅜ 일찍온다고 말씀드렸는데 또 이렇게 일주일후에야 찾아뵙습니다.
주중에 짬짬히 적어놔서 그래도 이시간에 올릴수 있게됬습니다. 늘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꼐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고있어요ㅜ 싸랑합니다..♥
저희집 마우스가 이상해서...가끔 글이 여러번 올라갈때가 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