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오랜 신조 중 하나는 '후회하지 말자' 야.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에 시간 허비한다는 건 정말 더 한 바보짓이 없는 거라고. 그래서 일단 결정을 끝내고나면 그냥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다른 길을 갔더라도 어차피 또 나름의 애로사항은 존재했을거라고 생각하는 게 내 오랜 지론이었단 말이야. 근데... 깜깜한 새벽도 지나 이젠 아예 창밖이 푸르스름한데, 어릴때 만화영화에서나 들었던 지저귀는 새소리마져 들려오는데. 근데 나 왜 잠을 못자니. 나 왜 이 시간에 집에서 혼자 벌떡벌떡 일어나니. 이 낯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애꿎은 머리카락만 미친년꽃다발이고 하도 채여서 내 이불은 이미 침대 한구석에 쭈구려 눈치만 보고있어. 그런데도 이 불쑥불쑥 치밀려오는 감정은 도무지 감당이 안되고 , 사그라들긴 커녕 점점 기억과 함께 배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데. 나 진짜 어떡하냐. *** 일단 시작은 오티야. 거기서부터 꼬였어. 정호석과 처음 만난 것도 대학 오티였어. 우연히 나랑 호석이의 자리랑 조가 계속 겹친거야. 난 초반에 낯을 좀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호석이가 워낙 살가워서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워졌어. 그리고 그 날 내 짝사랑도 시작됐다. 술게임에 자꾸 걸리는 나 대신 흑기사를 해 준 목소리 좋은 선배한테 내가 완전 하트어택 당했거든. 나도 나름 술이 약하지는 않아서 취하진 않았는데 그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 내가 너무 어려워하고 있으니까 옆자리에 앉았던 그 선배가 내 손에 쥐어진 잔을 가져가서는 능청스러운 말과 함께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거기서 한 번! 그리고 앞에서 짓궂은 소원들을 많이 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내게 다른 이들의 성화에 마지못해 안주 하나 챙겨달라는 소원을 말한 걸로 거기서 두 번! 김탄소 짝사랑 시작! 땅땅. 뭐 그렇다고 해서 호석이랑 막 엄청 친하고 사적으로 연락하고 하는 사이는 아니였는데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수강신청 망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들어간 수업때문이었어. 조별과제가 많기로 유명했거든. 나는 아는 사람도 없고 진짜 망했다 싶었지. 근데 거기서 호석이 얼굴을 본 순간 난 구원의 음성이 들렸다. 아는 얼굴인 것 만으로도 땡큔데 수석입학한 호석이라니. 꽃피는 삼사오월. 시간이 지나니까 같이 다니던 여자애들 무리에서 하나 둘 씩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난 호석이랑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 같이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서점에 가고 도서관에서 대신 책을 반납해 주기도 하고 사실 여중여고 출신인 나한테 남사친은 너무 새로운 카테고리라서 처음엔 너무 어색했는데 어느새 제일 편한 사람이 되어있더라. 뭔가 나랑 다르면서 같은 사람인 느낌이랄까. 처음엔 낯을 많이 가리는 나와는 다르게 호석이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쉽게 빨리 친해진다던가 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게 많아서 디테일을 쉽게 잘 잊어버리는데 사소한 것도 잘 기억한다던가 난 계란 노른자를 좋아하는데 호석이는 흰자를 좋아하는 건 다른데 둘 다 왜 매운 음식을 돈주고 사먹는지 이해 못하는 거랑 나이먹고도 디즈니 영화에 환장하는 거 올빼미족이라 남들 다 자는 새벽에 낮처럼 깨어있다는 거. 그런 건 아주 잘 맞았어. 그래서 잠 안오는 새벽엔 무작정 전화를 걸어 심야영화 연이어 주구장창보고 나와서 이십사시간 카페에 들어가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맥모닝을 먹고 집에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지. 시험기간엔 어디에서 그렇게 받아오는지 모를 족보를 공유해주시는 우주미남호석님이 되기도 하고. 그리고 또 나는 연극동아리에 들어갔다. 순전히 짝사랑하던 선배 때문이었는데 왜인지 어느새 호석이까지 옆에 앉아있는거 있지. 선배는 잘난 남자가 으레 그렇듯이 인기도 주위에 여자도 많았어. 친해지면 한 시끄러움 하지만 또 새로운 환경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나는 속앓이만 했지 뭐. 그러다 남자친구랑 꽃구경간 친구들 프사로 도배된 카톡창을 본 나는, 그리고 누구랑 보러갔는 지 모를 꽃사진이 선배 프사인 걸 본 나는 애꿎은 호석이를 데리고 낮부터 깜깜해 질 때까지 무식하게 알코올을 때려붓다가 결국 만취한 채 호석이를 선배라고 착각해서는 '오빠아 누구랑 꽃보러갔어요' 를 백번은 반복했대. 하하하. 다시 생각하니까 울고싶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마지막엔 술집이 떠나가게 통곡하면서 나랑 꽃보러가자고 해서 주윗 사람들이 그래 꽃 한번 보러가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호석이 보고 웬만하면 좀 데려가라고 했다더라. 아...한강물 많이 차갑니? 하... 그래도 나같은 진상도 친구라고 그날도 호석이는 집까지 잘 바래다주고 아침에 먹으라고 초코우유까지 챙겨놨더라. 어쨌든 그렇게 짝사랑을 들킨 나는 에라이 모르겠다하고 놀리는 호석이 앞에서 오히려 뻔뻔하게 본격적으로 짝사랑인지 덕질인지를 하기 시작했어. '우리 오빠 오늘 흰 셔츠 입은 거 봤어? 하...나 코피 흘릴 뻔' 이래가면서. 과거의 나년 뇌가 아니라 우동사리를 넣고 다녔네. 아줌마. 우리 테이블에 사리추가는 필요없어요. 제가 머리에 사리를 넣고 다니거든요. 엉엉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랑 선배오빠 사이에도 조금은 진전이 생겼어. 호석이가 집안일로 지방에 내려가게 되어서 혼자 나간 동아리 모임날이었는데, 주위에서 '탄소야.솔직히 말해봐 호석이랑 사귀지?' 하고 다들 묻는거야.선배까지 합세해서. 너무 당황해서 오버하면서 아니라고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친구야. 친구. 하면서 진짜 아니라고 거듭부정하니까 그제서야 조금 믿어주는 눈치였어. 근데 선배가 왜 아는 사람이 없어. 우리 흑기사도 한 사인데 이러는데 내가 그 날 잠을 잤겠어, 못잤겠어? 그 뒤로도 우연히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는데 내가 되게 좋아하는 작가님 책을 선배도 재미있게 본거야. 그래서 신나서 얘기하다보니까 내가 말문이 좀 트였어.뭔가 되게 가까워진 느낌도 들고 막. 그 작가님 다른 책도 얘기하다가 내가 그건 ㅁ출판사꺼 말고 ㅅ출판사껄로 읽어야한다고 말하면서 어쩌다보니 내 책을 빌려주게 된거야.그 핑계로 밥도 얻어먹고. 얼마나 장족의 발전이야. 맨날 몰래 쳐다보고 가끔 인사하는 게 전부였는데. 먼저 연락도 오고. 나는 신이나서 내 울타리안의 사람들에게 동네방네 자랑했지. 거기 물론 호석이도 있었지. 와아. 근데 호석이는 큰 반응은 없었어. '그래? 잘됐네.' 하고 한번 웃는 게 다였지. 근데도 난 신이나서 문자라도 오면 뭐라고 답장하지 물어보고 난리였어. 과거의 나의 입을 꼬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 썸인지 모를 썸을 타면서 가까운 곳에서 본 선배는 나와 좀 다른 사람이었어. 매운 음식을 엄청 좋아하고 좀비물도 엄청 좋아하고 난 비위가 약해서 그런건 돈 주고 보라고해도 싫은데. 그리고 올빼미 족인 나와는 달리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아침형 인간이고 난 좀 덜렁거리는 편인데 되게 꼼꼼하고 분석적이고 무지 이상하게 그렇게 좋아하던 선배랑 같이 있는데 자꾸 호석이 생각이 났어. 하다못해 카페를 가도 호석이가 있었으면 나 뜨거운 거 잘 못 만지니까 홀더 하나 더 챙겨왔을텐데 이러면서. 그때까지도 음.. 별생각 없었다. 그냥 아직 선배랑 어색하니까 편한 친구생각이 드는건가하면서. 근데 이번주에 중학생때부터 같이 다니던 무리랑 오랜만에 다같이 만났단 말이야. 거기 지금 나랑 같은 과인 애도 있고 톡방에서 근황얘기는 자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었어. 맛있는 안주 있겠다 술있겠다. 막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면서 자리는 무르익어가고 어느새 내 차례가 됐는데 같은 과 애가 '야. 너 호석이랑 언제 사귈꺼냐?' 하고 묻는 거야. 그니까 '우와 김탄소 남자생겼어? 그 짝사랑남은?' 이러고 내가 어리둥절해 있으니까. "너 진짜 몰라? 너네 왜 안사겨 딱 봐도 정호석이 너 좋아하는 구만. 너도 걔 싫지않지? 왜 이 언니가 보기엔 그만한 남자 없겠구만." 이러면서 얘가얘가 그렇게 가지 말라던 여고를 가더니 진짜 그런 눈치가 없어서 어떡하냐고. 남자가 관심없는 여자한테 절대 그렇게 신경안쓴다는 둥 이러면서 하나씩 얘기하는데 나 빼고 지들끼리 리액션하고 난리가 났어요 아주. 뭔가 친구 입에서 나오는 말에 좀 되게 놀랐다고 해야하나. 새로운 사실도 많아서. 호석이가 살갑긴한데 막 쉽게 곁주고 끼고 챙기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다른 수업에서 여자애들이 친해지려고 같은 조하고 챙기고 하는데 뭔가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느낌이라서 그 이상 막 더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편이라고 했다는 게 제일 놀라웠다. 난 진짜 그런 거 한번도 느껴본 적 없었거든. 어느새 난 변명처럼 우린 진짜 친구라고 뭐 스킨십 이런 것도 없고 사심없이 영화 보고 그런다고 막 얘기하는데 애들이 무슨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 저것 묻기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대답할 때마다. 야 무슨 심야영화를 봐. 이건 빼박이다. 무슨 전화를 그렇게 많이 해. 썸이네. 썸. 뭐 그런 것까지 챙기냐. 이러면서 말할수록 내가 불리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또 화제가 바뀌어서 단발머리로 변신하고 온 친구의 진상 전남친 얘기로 넘어가긴 했지만. 시끌벅적하고 반가운 자리가 파하고 나서 아쉽다고 마지막 한명까지 한번 폭 안은 뒤에 뿔뿔이 흩어져 다시 조용해진 골목을 혼자 걷는데. 그 집에 돌아가는 길에 괜히 머리가 복잡해지더라. 그리고 타이밍도 이상하게 호석이가 울린 전화가 왔어. "여보세요?"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너 또 힘없이 땅바닥 쳐다보면서 걷고 있지." 얘 목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았나. "어휴. 오빠가 저번에 나쁜 놈들한테 힘없이 걷는 여자가 표적일번이라고 뉴스에 나왔다고 말했어, 안했어? 암만 얼굴이 무기여도 밤에는 조심하자 우리. 친구 만나서 신나서 방방 떠있을 줄 알았는데, 무슨 고민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아니 무슨. 그렇게 오래 본 친구들도 모르는 걸 전화 한 통 몇 마디 말로 알아채고 그래. 사람 더 복잡해지게. "아니, 그냥. 너야말로 목소리가 왜 이렇게 가라앉았냐. 또 귀찮다고 집에서 헐벗고 있었지." "아, 그게 자취의 유일한 장점이고 그런거 아니겠습니까아. 아이 러브 프리덤!" 아, 뭐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이 귀엽고 난리야. 아니 진짜 친구가 쓸데없는 말은 해가지고 그때부터 괜히 이것저것 신경쓰이기 시작했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평소엔 아무생각없이 받았던 것도, 줬던 것도 괜히 의식되고. 얘가 나를 좋아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또 좋아하면 좀 질투도 하고 그래야되는 거 아니야? 근데 얜 오히려 나한테 '나 아까 편의점에서 니네 오빠봤다. 뛰어가면 아직 있을 껄. '하고 알려준다니까? 그리고 이상하게 자꾸 뜯어보니까 또 잘생겼어. 사람이 무슨 콧대가 이렇게 예뻐. 남자가 뭐 이렇게 예쁘게 웃냐. 이건 내가 뭐가 사심이 들어간게 아니고 진짜 객관적으로 그렇다니까? 그래서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나? 몰랐는데 또 보니까 은근 그렇더라고 연락오는 애들도 많고 애가 안 만나고 말을 잘 안해서 몰랐지. 하... 그리고 대망의 오늘. 나는 선배랑 단둘이 영화보고 밥먹는 약속이 잡혔어. 뭐 거의 데이트지. 며칠 전부터 뭐 입을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근데도 그게 무색하게 방안을 완전 초토화시켜놓고 나갔다. 선배도 나름 신경써서 흰셔츠에 깔끔하게 입고 나온 것 같더라고. 뭐 훈훈하더라. 영화는 뭐 그냥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 예술영화였는데 솔직히 마지막에 거의 졸다깨다해서 기억이 잘 안나. 영상미는 예쁜데 내용이 너무 컵에 물 남아있었는데 모르고 그냥 우유따라 마신 느낌 그런거 있잖아. 이도저도아니고 맹맹하고. 그래도 영화관에서 나오고 나서 분위기 나쁘지 않았어. 뭔가 선배는 이제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질문도 많아지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그러다 저번에 빌려줬던 책얘기가 나왔는데 거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 있거든. 난 누구나 갖고 있는 찌질함을 솔직담백하게 잘 풀어내고 또 본질적인 외로움을 낙천적이고 현명하게 마음 한켠에 잘 데리고 사는 그 캐릭터를 너무 좋아했는데 선배는 너무 답답하고 특이점 온 캐릭터 같다고 다 좋은데 얘가 미스라고 하는거야.무슨 디즈니 만화영화도 아니고 그런걸 누가 좋아하냐고 하면서 다 커서 토이스토리3만 틀어주면 엉엉 우는 애가 바로 여기 당신 앞에 앉아있습니다만. 하핳. 얼마전에 같이 새로 개봉한 디즈니 영화를 보고 실랑이를 벌이던 호석이랑 내가 생각났어. 애도 아니고 유치하게 난 이 캐릭터가 더 좋아. 하면서. 뭐 난 그냥 적당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어. 얼마 안 있어서 선배는 걸려온 전화에 눈썹 움직임으로 잠깐 통화하고 오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나가고 나도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호석이한테 문자가 와있더라 '오늘 화생약국 문 안열어?' 하고 어. 며칠전에 지나가면서 오늘 휴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디 아픈가 싶어서 전화를 걸었어. "여보세요." 세상에 얘 목소리 왜 이래? "너 집이야? 아파?" "아니. 그냥 감기. 목이 그냥 좀 부었나봐. 열이 좀 있네." "그게 그냥 좀 감기 걸린 사람 목소리냐. 오늘 약국 문 안열어. 거기 약사님 어머님 수술하신다고 일주일 쉰다고 그랬어. 우리 동네 약국도 별로 없는데 진짜. 너 맨날 비상약 챙기잖아. 혼자 사는데 아프면 서럽다고." "그러게. 재수없게 이렇게 똑 떨어졌을 때 아플지 누가 알았겠어. 응, 알았어. 괜찮아. 좀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 뭐. 데이트는 잘하고 있지? 아주 신났겠네. 김탄소. 솔로는 배 아파서 이만 끊는다. 니네 선배가 알아서 잘 데려다 줄텐데 걱정도 안하고 좋네." 아니. 얘는 진짜 아닌가. 뭐 이래.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 괜히 이상한 소리 들어서 그렇다니까. 전화끊고 얼마 안지나서 선배도 들어오고 밥도 다 먹었겠다 나가기로 했는데 왜 자꾸 나는 시간만 확인하게 되지. 여기서 좌회전해서 올라가면 약국이 하나 있긴한데 지금 뛰어가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기도 하고. 옆에서 선배가 뭐 마실까?하는 데 뭔가 난 물속에 있는데 선배는 물 밖에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인거야. 홀린 사람처럼 '선배, 진짜 미안한데 제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진짜 죄송해요.'하고 외치곤 약국으로 있는 힘껏 뛰기 시작했어. 아 진짜. 한 여름도 아니고 쌀쌀해졌으니까 옷 좀 잘 챙겨입고 있으라니까. 정호석. 잘 때 맨날 이불도 걷어차면서. 내가 진짜 어떻게 하는 데이튼데 도움이 안돼요. 아, 김탄소. 또 굽은 왜 이렇게 높은 걸 신고 와가지고. 지금 오십사분인데 설마 늦진 않겠지. 또 이 미련곰탱이. 열나는 데 춥다고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거 아니야? 내가 학교 체육대회때도 안 뛰어서 별명이 양반이었는데 진짜 이렇게 뛰는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우와. 정호석 별 걸 다 시킨다. 다행히 불들어온 약국 간판이 보이는데 속으로 '아, 진짜 다행이다.' 싶더라. 음. 감기약이요. 목감긴가. 열도 좀 있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코도 좀 막혔나? 머리요? 아프다고 말을 잘 안해서. 그럼 두통약도 일단. 네. 어. 성인 남자요. 키는 잘 모르겠고 한 이만한가. 마른 편인데 그렇다고 막 빼빼 마른건 아니고 나름 근육이 있ㄴ... 아, 비타민,영양제 같은 건 없어요? 그럼 그ㄱ... 나도 모르게 막 횡설수설 계속 얘기하고 대답하니까 약사언니가 웃더니 남자친구 엄청 좋아하나봐요? 하는거야. 남자친구 아닌데... 거금 들여 택시까지 타고 집 앞에 도착했는데 집전화도 없는 게 폰은 또 꺼져있는거야. 아마 충전할 정신도 없어서 방전될 때까지 방치한거겠지. 낮은 층이라 벨튀하고 도망가는 애들 때문에 초인종도 끊어놓은지 오래고 문은 두드려도 자는지 대꾸도 없고 에이씨 내가 지금 어? 누구때문에 일주일은 허리띠 졸라매게 생겼구만.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번호키를 누르기 시작했어. 뭐지 자기 생일인가.일이삼사? 자기번호? 십자가? 별걸 다누르다가 혹시나 싶어서 내 생일을 눌렀는데 역시나 아니더라. 그럼 그렇지 하면서 괜히 픽 웃음이 나오고. 그래도 아 에이 설마 하면서 반쯤은 체념한 채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면서 내 뒷번호를 눌렀는데 이전과 다른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드디어 그 도도한 번호키가 항복을 해왔어. 순간 너무 당황해서 열린 문이 다시 잠길 때까지 쳐다만 보고 있었다니까. 이게 뭐지.. 한 채로 다시 한번 눌렀는데 또 열리는 거야. 뭐야. 우연인가. 뭐 부모님 생신이라던가, 뭐 그냥 좋아하던 숫잔데 겹쳤다거나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뭔가 막상 열리니까 또 남자 혼자사는 집에 허락도 없이 이렇게 막 무단으로 들어가는 게 좀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난 환자를 보러온거니까 스스로 괜찮다고 하면서 들어갔어. 정호석. 야. 나 들어간다? 말했다? 지금 신발 벗는다? 아무 대답없는 순전히 자기합리화를 위한 의미없는 외침끝에 방문을 열었는데 정호석이 이불 속에서 끙끙 앓고 있더라. 정신도 못 차리고 식은 땀을 뻘뻘 흘리는게 보이는데 진짜 심장이 철렁해가지고 이마에 손 짚으니까 아주 불덩이도 이런 불덩이가 없어. 흔들어 깨우니까 눈도 제대로 못뜨면서 김탄소? 하는데. 이씨, 진짜 속상하게. 목소리도 맛이 가가지고 얼굴엔 아파죽겠어요 써있는데도 일어나 앉아 웃으면서 '야. 오빠가 그렇게 걱정됐냐.' 이러는데 막 이 와중에 웃냐 하면서 속상해서 짜증도 나고 웃으면서도 아파보이는데 걱정도 되고 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자기는 씩 웃으면 단가. 잘생겨가지고. 진짜 얄미워 죽겠어. 내가 째려보니까 '탄소야. 나 아프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서럽다.' 이러는데 그냥 한 숨 쉬고 약부터 먹였어. 야, 니 데이트는. 몰라. 왠수야. 찬물로 세수나 하고 와. 네, 탄소 선생님. 목 아픈데 말도 하지마 듣는 나까지 아프다. 끄덕끄덕. 말은 잘 듣네. 아프긴 한 지 약 먹고 조용히 있으라고 하니까 금새 또 잠들더라. 열 좀 떨어진 거 확인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부재중 통화, 매세지가 왜 이렇게 많니. 뭐 큰 일이 생긴거야? 혹시 오늘 내가 뭐 실수했니? 탄소야...... 돌아 오는 길에 지금 온 문자, 그동안 주고 받았던 문자들을 곱씹어봤어. 내 통화내역도, 갤러리에 들어가서 올해 찍은 사진들도 보고. 호석이 집에서 한걸음 멀어질 때마다, 내 자취방에 한 걸음 가까워 질 때마다 갈팡질팡 모른 척했던 마음들도 제 집을 찾아가는 것 같았어. 그동안 어떻게 이렇게 모르고 있었지 싶을 정도로 쉽게. 마침내 내 자취방 현관문을 열었을 땐, '아. 망할 나 정호석 좋아하네.'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거야. 그렇게하고 나니까 이젠 온갖 쪽팔린 기억들이 떠올라서 이렇게 잠 못 들고 있다. 모든 게 흑역사가 된 기분이야. 그리고 내 마음이 확실해지고 나니까 오히려 호석이 마음은 하나도 모르겠는거 있지. 전에 주고 받은 카톡도 몇 번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어보는데 '아, 얘도 마음이 있어!' 하다가도 '아닌데?' 싶기도하고 진짜 이게 뭐람. 나는 무슨 그 선배가 신호등 초록불에 건너는 것까지 귀엽다고 하고 앉아있고. 하... 진짜 콱 뒤져버릴까. 좀 닥치고 있지 그랬어. 다른 사람한텐 티도 잘 안 냈으면서 왜 하필이면 호석이냐. 진짜 까도 까도 계속 나온다. 장하다 장해. 김탄소. 아주 눈물이 다 나네. *** 난 일주일째 잠을 잘 못자고 있고, 쓸데없이 잘생긴 망할 정호석은 내가 사준 약과 비타민을 먹고 삼 일만에 침대에서 일어난 뒤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해. 그리고 이렇게 평소와 같이 점심을 먹다가 웃는 얼굴로 폭탄을 던질 줄 누가 알았냐고. "야. 김탄소 나 그 소라색 남방이 예뻐, 아님 검정색니트가 더 괜찮아???" 흐으. 호석이가 옷걸이가 좀 되긴 하지. 하고 속으로 흐뭇해 하면서 나는 '니트?'하고 있는데 거기에 너는 "그래? 그럼 그거 입어야겠다."해서 왜 어디가는지를 물었더니 오늘은 날씨가 좋네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말하더라. 소개팅이라는 세 글자를 풉 "에이. 더럽게 물은 왜 뿜어." 멀쩡한 표정으로 소매로 물기를 닦아내고 내게 휴지까지 건네는 태연한 네 모습앞에 나는 '내가 안뿜게 생겼니? 갑자기 왜?' 라는 말을 삼키며 왠 소개팅이냐고 물으니 너도 곧 남친 생길꺼면서 왜 내가 만든다니까 꼽냐고 한다. 어휴, 진짜 때릴까? 아. 김탄소, 내가 지은 죄가 있어서 참는다. 근데 진짜 소개팅하면 어떡하지. 아 진짜 뭔데. 나 정신차리니까 왜 이제 니가 소개팅한다고 그러냐. 진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교수님이 영어를 하는지 일본어를 하시는지 불어를 하시는지 알게 뭐람. 하루종일 멍하게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이런 미친 말이 나왔나봐. "야, 너 내가 그 날 너 약 산다고 진짜 고생했다. 내가 체육대회때도 안 뛰었던 사람인데. 나 때문에 감기 나았으니까 고맙지." "응. 고맙다니까 진짜 감동이네요. 엉엉." "그니까 나 소원 하나 들어주라." "뭔데." "금요일에 나랑 놀자." "나 그 날 소개팅있다니까." "몰라. 난 금요일이 좋아." 그래. 뭔 이런 또라이가 다있나 싶을꺼야.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거 이해해. "아, 장난 좀 그만하고." "아닌데, 장난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야 왜. 있을 땐 몰랐는데 아쉽냐? 이 오빠의 매력을 이제서야 알았어?" "응." "아, 진짜 장난치지 말라니까." 정색을 하고 말하는데 아이씨, 젠장. 떨린다. 이제서야 좀 장난 아닌 것 같네. 몰라. 내가 요 일주일동안 팔자에 없는 후회라는 걸 진짜 열심히 해봤거든? 근데 모르겠다 이제. 지금 말해놓고 차여도 두고두고 후회할꺼고 말안하고 너 여자생겨도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여태까지 오는 소개 다 거절한 니가 이렇게 마음먹고 만나겠다고 들면 진짜 한다면 하는 넌데 누구 만나는건 시간문제일꺼야. 그러니까 몰라. 나 그냥 지른다. 에이씨. 그래 네 현관비밀번호도 내 번호잖아. 좀 흔하긴 한데. 내 착각일 수 도 있는데 그냥. 몰라. 어차피 할 후횐데 뭐. "호석아, 너 내꺼야." 아이씨. 망했어. 뭔소리야. 김탄소. 이게 아니잖아. 이건 다 아까부터 쿠키 내 꺼라고 소리지르던 저 망개떡 닮은 쪼끄만 꼬마애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겁나 거슬린다 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꺼긴 뭐가 내꺼야. 미친. 외국인도 아니고. 왜 한국말을 못하니, 김탄소, 왜 이래 "....뭐?" 그래.어이가 없지? 나도 그래. "그..그러니까 아니 내말은. 나 너 좋아해." "응. 알아. 그래서?" 아.진짜 이만하면 좀 알아들어라. 아니야. 니가 한 짓을 생각해. 김탄소. "아니, 남자여자로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김선배는?"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야. 아씨. 쪽팔리게. 야, 한국말 모르냐? 좋아한다고. 그니까 소개팅 나가지 말라고." 에이씨. 망했어. 아. 쪽팔려. 진짜 괜히 말했어. 얼빠진 네 표정을 보면서 입밖에 내뱉자마자 사실 좀 주워담고 싶었어. 아 진짜 정호석이랑 어색해지면 어쩌지. 사실 그냥 아무 의미없이 했을 수도 있잖아 비밀번호. 그리고 도망치듯이 먼저 자리를 뜨고 일어났어. 아 진짜 망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예쁘게 하고 나올껄. 늦잠자서 머리도 안 감았는데. 오늘 옷도 너무 후줄근한데. 이씨. 그냥 장난이라고 할까? 아니야. 잘했어. 김탄소. 아니 잘하긴 개뿔. 그냥 닥치고라도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머리는 팽팽 굴러가고 걸음도 점점 빨라져서 거의 걷는건지 뛰는 건지 구분이 안갈 때 쯔음 내 손목을 잡아채는 손길이 느껴졌어. 그리고 그 짧은 찰나에 사실은 '아씨 다행이다.' 싶었다. "헉....하....야.... 김탄소.그렇게....폭탄 던지고..헉...후...혼자..가버리는게 어딨어." 힘겹게 내뱉는 말들. 거친 숨소리. 그리고 네 반짝거리는 눈빛. 너는 잡은 내 손목을 끌어 당기고는 뜨끈한 네 품안에 나를 안았어. 뛰어서 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너무 이인분의 빠른 심장박동소리가 너무 선명했어. 좀 숨을 고르는 듯 싶더니 나를 좀 더 깊게 안은 너는 내 목에 얼굴을 묻고 혼잣말처럼 말했어. "아, 이 쬐깐한게 진짜 되게 사람 속 썩이네. 아주 나를 천국에 놨다 지옥에 놨다 하지. 그렇게 쳐다도 안보더니." " ......미안. 한대 때릴래?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어휴. 진짜. 이상한 소리한다. 또. 이거 꿈 아니냐?" "몰라, 아닐껄?" "너 누구꺼야?" ".......니꺼?" "꿈이네. 이거." "그래. 꿈이다." 야. 꿈인데 왜 더 꼭 끌어 안는데. 숨 막혀 죽겠다. 그렇게 분간이 안간다면 내가 친히 옆구리를 꼬집어주마. "아!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네 목소리엔 높낮이 변화가 별로 없다고 해야하나. 너무 멍한거야. 귀엽게. "그래?" 갑자기 떨어져서 내 얼굴을 잡고는 넌 아주 진지하게 다시 물어왔어. "너 나 좋아해?" "응." "친구 말고 남자로?" "응." "진짜?" "응." " 김탄소가 정호석을 좋아한다고?" "응. 진짜라고. 내가 지금 영어로 말하니? 아이 러브 유다. 새끼야" 아. 진짜 애처럼 좋아하는 게 귀엽긴한데 쪽팔려 죽겠으니까 길바닥에서 그만 좀 물어보란말이야. "아...아이러브유래...사..사랑한대.." 하..말 잘못했다. 이렇게 넋이 나가면 어쩌자는 거야. " 김탄소." 아 근데. 무슨 꼴랑 이름하나 불리는 데 심장이 이렇게 뛰냐. 교무실 불려가는 것도 아니고 "왜. 정호석아." "사랑해. 내가 더 많이. 내가 더 오래전부터 ." 아씨. 진짜. 정호석. 뭔데 사람 눈물나게 하냐. 에이씨 뭐 이렇게 삽질했어. 우리 둘. 아 진짜 이렇게 잘났는데 어떻게 첫눈에 안 반할 수가 있지? 과거의 김탄소야. 정말 이해가 안되네. 하다 못해 입술도 잘생겼어. 아 나쁜 생각이 든다. 아니. 어? 뭐 어때 이제 우리 어? 쌍방으로 좋아하는 사인데. 아 몰라. 신여성하지 뭐. 고백도 내가 했는데 어깨를 잡고 입술박치기...가....안닿네. 그런 날 보고 넌 귀여워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보더니 이마를 콩 부딛히고는 "어휴. 진짜. 어떡하지. 김탄소." 으. 네. 아. 몰라. 나 눈 감았어. 길바닥이고 뭐고 학교 앞이고 뭐고 다 모르겠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지금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데. 한 시간 뒤의 나는 지금의 나를 겁나 원망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모르겠다. 후회 좀 하지 뭐. 이보다 달콤한 후회가 어디있겠어. *** 네, 그렇습니다. 후회 할 줄 알면서도 학교 앞 길바닥에서 키스한 우리는 연애시작부터 아주 그냥 동네 방네 소문내고 난리가 났네요. 뭐 어쩌겠어요. 이렇게 된 거 서로 책임져줘야지. 몰라, 나 인생 배팅했어. 너한테. 으구, 좋다고 또 웃는 거 봐라. 목소리만 들어도 이렇게 얼굴이 선하냐. "여보야아" "아 징그러워. 지금 처녀한테 어디서 여보래." "부끄러워해도 소용없어. 이미 김탄소가 나 아이러브유하는거 다 안다." 아, 과거의 나년 입을 정말 꼬매버리고 싶다. 근데 옛날엔 저러면 그냥 한대 때리고 싶었는데 왜 귀여워보이고 그러냐. 진짜 무슨 콩깍지가 쓰였나. 다 큰 남자가 왜 이렇게 귀여워. "근데 호석아, 넌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 "언제부터가 어딨냐. 그냥 계속 좋아한거지." "으. 진짜 눈치는 드럽게 없어가지고. 이쁘면 다야?" 흫흫 왜 나 욕먹는데 기분 좋지. "야, 근데 왜 넌 질투도 안했냐." "아 진짜 얘가. 그 질투 좀 만 더 했다간 저 세상 갈 뻔 했거든? 누군 속병나서 죽었다가 살아났더니만." "그.. 그래서 그런거야?" "아 몰라. 너 진짜 미워죽겠어. 내 앞에서 맨날 선배가 오빠가 하면서 우는데 진짜 짜증나는데 또 귀엽고 아주 가지가지해요. 사람 속 뒤집어지는 줄도 모르고. " "아아. 좀 잊으라니까? 나 진짜아. " "내가 김탄소였으면 죽을 때까지 얘기했을 껄." 에이씨. 진짜. ........부정은 못하겠네. "이 오라버니는 대인배니까. 예쁜 짓 할 때마다 하나씩 깎아줄게. 하루에 하나씩 깎으면 우와 우리 탄소가 환갑잔치땐 다 잊을 수 있겠네!" ㅋㅋㅋㅋㄱㅋㅋㅋ아 미치겠다. 정호석. "야, 우리 오늘도 자기는 망한 것 같지 않냐?" "인정. 눈이 말똥말똥하다. 목소리 들으니까 보고싶다. 우리 탄소." "아, 우리 저번주에 상영하는 영화는 이미 다 보지 않았냐?" "그러게. 이제 볼 것도 없다." "아, 보고싶어. 정호서어억." "ㅋㅋㅋㅋㅋㅋㅋ진짜 내가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 원래 이렇게 사랑스러워?" "응. 특히 정호석한테 좀 더 그런 경향이 있지." " 그런 김에 외투만 후딱 걸치고 밑으로 내려온다. 실시이" 잉? 언제 왔대? 아까 집이랬는데? "지금? 우리집앞이라고? 어디가게?" "우리 집." "에이, 뭐야. 안가." "아니, 내가 무슨 잡아먹나?" "나 그런 쉬운 여자아니다." "그럼 누구 여자친군데. 나 오늘 카 블루레이 시킨거 왔다. 그리고 아까 장도 봐서 팝콘이랑 맥주도 있다." "원? 투?" "당근, 둘 다지." "..." "치즈케익도 있는데? "돈 터치 마이 바디, 오케이?" "손만 잡을께, 아니 인간적으로 뽀뽀는 좀 하자." 앜ㅋㅋㄱ귀여웤ㅋㅋㅋ정호석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누구 남자친구가 이렇게 귀엽닠ㅋㅋㅋㅋㄱ " 춥다. 얼른 내려와라? 따뜻하게 걸치고?" "응." 아, 설레죽을 것 같아. 맨날 보는 얼굴 또 보는 데 왜 이렇게 좋지. 아 진짜 뭐 이렇게 좋냐. 뭐 입지. 아니 뭐 무슨 소용이야 빨리 잡히는 거 입고 나가자. 흐아아 난 남자친구가 기다려서 먼저 간다. 아직도 후회하지 말자는 내 생각은 완전히 변하진 않았어. 어떤 선택도 백프로 만족하기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치만 내가 그렇게 후회하지 않았더라면 먼저 용기내서 고백하지도 못했을거야. 그럼 이 행복도 내 것이 아니였겠지.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되었을지도 몰라. 피할 수 없는 후회의 순간은 때로는 가장 중요한게 뭔지 알려주기도 하나봐. 그러니 가끔 피할 수 없는 이불킥의 순간들은 내게도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자. 그래서 가끔은 후회할 각오로 저지르기도 하고. 그만큼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재수없게 신 열매가 걸려도 뱉어버리면 그만이지. 한동안은 혀가 아려도 영원히 그 떫은 맛이 남아있기야 하겠어. 대신 그 뒤의 언젠가의 단 열매가 또 얼마나 더 달겠어. 속 편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앞으로 수 많은 더 시고 단 열매들을 만나게 될 우리의 열일할 혀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치얼스. 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안녕하세요. 후회의 아이콘 무미입니닼ㅋㅋㅋㅋㅋㅋㄱㅋ아나진짜 미쳤나봐옄ㅋㅋㄱㄱ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ㅋㅋㅋㅋㅋ아침에 인티들어오고 할말을 잃음ㅋㅋㅋㄱㅋㅋㅋㅋㄱㄱㄱ꿈인줄ㅋㅋㅋㅋㅋㅋㅋㅋ삼개월만의 알콜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여러분 집에오는 버스에서 공지를 띄우고는 집에오자마자 씻고 몰래 자빠져 잤답니다 하하 근데 그와중에도 독자님들 왜케 스윗해여 진짜 내가 쪽팔린데 또 독자님들 때문에 글도 못지우고있어욬ㅋㅋㅋㅋㅋㄱㅋㅋ 아진짜 저 오늘 온다고해서 진짜 꼭 시간딱 맞춰 오려고했는데 엉엉 진짜 할 일 엄청 일찍 끝내고 왔는데 아빠가 오랜만에 쉬셔서 저녁먹고 들어오기도 했고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자꾸 맘에안들고 막 이거쓰는데 석지니 기록을 넘었어옄ㅋㅋㅋㅋㅋ최소 여섯시간은 걸림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ㄱ컹엉엉 네 그렇습니다. 마음은 진짜 열한시부터 똥줄이타서 에이 설마 여기서 한시간이나 걸리겠어 이랬는데 58분, 59분엔 아 그냥 일단 올릴까 하다가 아니면 미리 써놓은 번외라도 일단 올릴까 하다가 마지막엔 아.. 그래도 오랜만이데 너무 엉망인 글은 올릴 수 없어.... 이러면서 네, 그렇습니다. 엉엉 한대때려여.힣 대신 구독료 반값인데 오늘 하핳 네 미안해여 아 이렇게 일단 본편으로는 누구꺼야 시리즈가 끝났네요. 와후 정말 큰생각없이 지은 제목이 이렇게 발목잡을 줄이야..! 씽크빅을 좀더 열심히 할껄 그랬네요. 처음엔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었는데. 이렇게 점점 애착이가고 또 과분한 애정과 관심을 받으면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더 의미가 생겨버린 것같아요! 어제 말한 것 처럼...ㅋㅋㄱ네 그렇습니다! 저는 질척의 아이콘입니다! 앞으로도 끈질기게 글잡에 나타날 겁니다! 신알신을 울릴꺼예여! 메일링도 할꺼라구요!! 어쨋든 아쉬워마세요 우리에갠 애들을 한번 더 볼수 있는 번외가 있으니까요. 진도를 위해! 사실 마냥 기다리게 하기 그래서 한 두세편정도는 글잡에 올리게 될 것 같구요! 그리고 나머지와 본편포함 텍파로 메일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아아! 사실 멀었어여 하핳. 메일링 생각보다 고칠것도 많고 하핳! 좀 까먹었다 싶으실때쯤 아마 띵동하고 보내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아 그리고 차기작...이라고 말하면 되게 거창하고 막 나 진짜 무슨 작품쓰는 사람도 아니고 좀 이상하지만 어쨋든 다음 시리즈 사실 제가 단편 매니아라서 계속 이런 단편을 놓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꼭 시리즈가 아니더라도요. 그리고 사실 다음대사 너무 고민됩니다 ㅋㅋㅋㅋㅋㅋㄱㅋ 일곱색깔로 만드는거 이렇게 디테일을 넣다보니 쉬운게아니얔ㅋㅋㅋㅋㄱㅎ으헝ㅋㅋㅋ독자님들의 이야기들도 많은 도움이 되는거 아시죠? 사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장편이 있긴합니다 하핳 ㄱ근데 연재텀이 길 것같기도 하고 시리즈물들이 뭔가 조금이라도 현실 연애설렘이 지향점이었다면 장편은 제가 평소 좋아하는 미드랄지 영화같은 그런 게 될 것 같아서 여주가 막 다 그냥 막 그냥 해버리는ㅋㅋㅋㅋㄱㅋ복수느와르까지는 아니지만 쨋든 유쾌상쾌통쾌하고 독자님들의 뇌를 마음껏 추리하게 해드릴 그런 글을 쓰고싶어요! 핳.남주가 누구인지도 열심히 추리하게 되실거예요 핳 이래놓고 머릿속엔 영화가 상영되는데 똥손은 동화책그리고 있는건 아니겠죠ㅋㅋㅋㅋㄱㅋ 어쨋든 그래서 단편사이사이에 올리게 될 지 아니면 일단 쌓아놓고 나중에 푸는게 보시는 분들도 좋을지 조금 고민중이예요. 입이 가벼운 무미는 모라도 빨리 말하고싶고 막 그렇습니다! 어쨋든 오랜만에 이렇게 글로 인사드리게 되어서 매우 신납니다. 사실 무미의 소리를 쓰는 시간이 그 여섯시간이 싹 마무리되는 느낌이랄까요 하핳. 항상 애정으로 만나주시는 독자님들 제가 애정하는 거 아시죠? 응원 너무너무 감사히 받아서 서툰 글이지만 쏟아넣고 있어요! 앞으로도 일상속의 오분 연애 십분 즐거움으로 심심한 위로와 응원의 매세지를 보내고 있겠습니다아!! 곧 암호닉 공지를 띄워야하는 날이 오는군요! 신난다! 그리고 잘 가..감당할 수 있겠죠?핳 추워집니다.단풍도 들고 시간 진짜 빠르네요! 감기걸리지 말고 예쁘게 물든 주위 구경도 하면서 짧은 가을 즐기셨으며 좋겠습니다! 걷기 딱 좋더라구요! 언제나처럼 우리는 댓글과 다음 글에서 또 만납시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 일어나서 텍파 정리할겸 다시 읽어보니 너무 아쉬워서 윽 시간생각하느라 그런지. 그게 눈에 보이네요 핳.. 결국 다시 손대버렸....근데 별로 많은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독자님들도 같은 아쉬움을 느끼시는 것 같아서...!! 더 자세한 꽁냥꽁냥은 우리 번외에서 만나도록해요오 총총 ❤❤❤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