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고 했어. 그리고 쟨 먹는거 아니야.”
그는 압생트를 즐겼다. 그 오묘한 녹색의 빛깔과 쓴 맛이 그의 본능을 교묘히 눌러주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든 그 술은 제가 원하는 것과는 정 반대였지만, 일부러 본능을 억제하는 것도 그에겐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쓴게 뭐가 좋다고 그렇게 마시냐.”
반면 윤기는 달콤한 맛의 레드와인을 좋아했다. 여느 뱀파이어와 다르지 않은 취향이었다. 그는 남준처럼 남아있는 본능을 억제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당히,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제 정체성을 잘 알았다. 뱀파이어, 피를 탐하는 종족. 그게 우리야. 왜 고집을 부리지? 윤기가 제 잔에 담긴 와인을 한모금 들이켰다. 맛이 달았다. 그러고 보니, “그 인간 여자는 왜 데려온거야.” 먹는 것도 아니다, 건들지도 말라. 뭐 크리스마스 초콜릿이라도 되냐. 윤기가 인간이었을 적, 아주 오래전에 아버지께서 사오신 크리스마스 초콜릿을 떠올렸다. 산타모양의 초콜릿은 은박지에 싸여 거실의 탁자를 장식했다. 그 인형이 초콜릿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건들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장식품으로서의 초콜릿이라, 먹는게 아니라고 하셨다. 어렸던 윤기는 아버지의 말씀에도 그 초콜릿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입맛을 다시며 은박지를 조금 까보았던게 생각났다. 속은 초콜릿, 달달한 향이 콧가에 맴돌았다. 아이는 산타의 발 작은 귀퉁이를 베어물었다. 달았다. 그리곤 다시 은박지로 감싸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산타가 기울어졌다. 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회상에서 벗어났다. 와인이 독한가? 생생한 기억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의 아이들은 아직 어렸다. 달콤한 초콜릿을 보고도 지나칠 나이가 아니었다.
“그 애들이 참을 수 있을까?”
윤기가 물었다. 윤기의 기억 속 초콜릿은 온전치 못했다. 발이 사라져 기울어진 산타는 얼마 되지 않아 탁자위에서 치워졌다. 장식품의 역할마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에게 이득일 리 없었다. 윤기는 자제하지 못했고, 장식품은 제 자리를 잃었다. 그 뒤론 그 초콜릿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참을 수 있는게 아니라, 참아야만 하지,”
비워진 압생트 잔 대신 시가렛을 문 남준이 대답했다. 교육의 일부라고 하자. 다 자라려면 멀었잖아, 그 애들은. 아, 그리고 크리스마스 초콜릿은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빌려온 금잔 정도? 우리 것은 아니고, 잠깐 맡아주고 있는거라서. 남준이 살풋 웃었다. 크리스마스 초콜릿이라...뭐, 그럴지도 모르겠네. 달긴 하잖아. 그는 본능을 정복하는 이성을 찬양했다. 제 본능을 숨기고 인간의 음식을 즐기며, 인간의 춤과 노래를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인간의 지식을 탐미하고, 인간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것을 즐겼다. 인간사이로 숨어들어 그들인 척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저택에서 가장 오래 된 뱀파이어로서, 본능을 숨기는 것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그는 마음에 맞는 인간을 사귀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지성인이라는 귀족가문 내외는 남준에게 인간 세계의 지식을 알려주곤 하였다. 남준은 그들을 신뢰하였다. 그들은 자기네들이 가진 지식의 무게처럼 입 또한 무거웠기 때문이다. 남준은 격 주 금요일마다 그 집 저녁식사에 초대되었다. 인간의 격식을 차려 식사하면서 세상의 지식에 대해 토론하였다. 남준에게 그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인간 세상은 언제나 흥미로운 것이 넘쳤기 때문이다. 금요일,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그 집에 들렸다. 그러나 그 날의 분위기는 전과 달랐다. 무엇인가 가라앉고, 그들의 얼굴표정도 어두웠다. 흥미로웠다. 그들을 따라 짐짓 어두운 표정으로 남준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부인이 눈물을 쏟았다. 남편이 부인을 달래며 말했다. “욕심많은 늙은 돼지가 내 딸을 잡아가려 해 그런다오.” 부인이 더욱 흐느꼈다. 남편의 이야기는 이랬다. 나라의 늙은 왕이 색욕만을 위한 후궁을 뽑으려 하는데, 어린 처녀만을 잡아간다고, 그 중에서도 귀족의 처녀는 더욱 귀하게 쳐주는데, 자기네는 지식인의 집안이지만 정계에서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후궁 후보에서 자기들을 빼 줄 뒷배도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이야기를 하며 분개했다. 그리고는 곧 슬퍼했다. “그 애가 살아있는 한 보내지 않을 방법이 없어.” 담담히 듣던 남준이 말했다. “그럼, 그애가 살아있지 않다면요?” 남편이 그를 보았다. 그리곤 잠시 생각하다가, 딸애를 죽이라는 말인가? 하고 놀라 물었다. 남준은 고개를 살살 저으며 웃었다. “아니, 죽은 척만 하면 어떨까요. 모두들 그 애가 죽었다 믿도록. 아,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답니다. 그 애를 제게 맡기고, 이 세상에서 그녈 지우세요. 그리고 모두들 그녀를 잊고 살 때 쯤, 다시 돌려 드리겠어요. 안전하게. ” 부부는 남준의 말에 놀라면서도 감동하는 듯 했다. “글쎄, 자네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우리는 그대에게 큰 빚을 질 걸세. 그렇게 해 주겠는가?” 남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기꺼이.”
그 날 밤 귀족 내외의 여식이 살던 별채에 화재가 났다. 그 불길은 날이 밝을 때 까지 잡히지 않아 모든것이 전소되었다. 그 집안과 마을은 슬픔에 잠겼다. 그 소식은 궁궐까지 퍼져 귀족 내외와 죽은여식의 오라비를 위로하는 술잔이 전해졌다. 귀족 내외는 제 아들에게도 딸의 진실된 행방을 알리지 않았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비밀을 아는 자가 늘어날 수록 위험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아들은 몇주간 제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어느새 웃음을 잃어버렸다.
누이를 잃은 오라비의 죄책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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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찌의 등장 |
왜 뱀파이어 저택에 석진이가 없었는지 의아하셨져? 사실 석찌는 여러분의 오빠였어요 인간이죠! ㅎㅎㅎ 그리고 이번 편에 남쥬니가 여러분을 왜 데려왔는지 넣어보려고 했는데ㅜㅎㅎ 제 손이 잘 풀어놓았나 모르겠어여...ㅎㅎ 궁금한점이 있다면 댓글로 물어봐쥬세여 언제나 환영함돠❤️ㅎㅎ 아 그리고 이제는 정말 다음편이 바닥났다고 합니다...써놓은게 1도 없어여...심지어 주말에는 김장핮니당...ㅎㅎㄴㅋㅋㅋㅋㅋㅋㅋ김치 만들고 올께여 여러뷴...그때까지 앙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