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유부녀
w.희익
3일 전
"언니, 돌아갈 방법 찾아보는게 좋을거 같아."
"...그게 무슨말이야?"
언니의 의문 어린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민윤기씨의 고백이 떠올랐다. 잔잔하지만 수줍던 그의 미소가 아른거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언니는 날 이해 안간다는 듯, 또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 시선을 애써 피하고 말했다.
"우린 처음부터 찾아봤어야 했는데. 애초에 정반대인 우리 둘이 바꿔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잖아."
"왜 말이 안돼? 여태까지 그 말도 안되는 생활 해왔잖아. 행복하다며, 우리 둘다 이제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어제 민윤기씨가 나보고 좋아한대. 시간이 많으니까, 앞으로 많이 노력하겠대."
"그럼 너한테 좋은거 아니야? 근데 왜 그래?"
내 말에 언니는 격양되었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 언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행복한 지금 순간이 깨지고, 좋지 않았던 생활로 돌아오는게 싫은가보다. 애써 침착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우린 많이 불안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잖아."
"...여태까지 안바뀌었잖아."
"이렇게 된것도 불시에 그런건데, 돌아오는건 어떻겠어."
"..."
"민윤기씨 고백을 듣고 정신이 들어. 난 여태 허황된 꿈을 꾼거야. 최여주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생활들, 그리고 민윤기씨와 서로 사랑을 하는것도 전부 오주연껀데. 내 생활은 바로 여긴데."
"...난 싫어. 내가 돌아간다면 다시 예전 생활들이 되풀이될거야. 너니까 가능한거라고."
언니의 몸이 덜덜 떨렸다. 언니가 이해 안되는건 아니였다. 충분히 이해됐다. 그래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음에 언니를 보며 애써 웃어보였다. 언니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나를 이해 안된다는듯 바라보며 허,하는 허탈한 소리를 낸다. 진정되지 않아보이는 언니에 달래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니, 진정해. 언니도 많이 바뀌었고, 내가 또 바꿔놨으니까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
"..."
"바뀔 수 있을지 확실한 것도 아니니까, 네? 그냥 알아만 봐요, 원인이 뭔지."
언니는 그럼에도 진정되지 않는듯 눈물을 글썽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나는 태형이 없이 못살거같아."
"언니..."
"...찾는다 쳐.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이제와서 그게 걱정되면, 왜 민윤기가 널 좋아하게 만든거야?"
"..."
"그럼 왜 민윤기를 좋아한건데?"
울컥한듯 눈물을 한방울 툭,떨군 언니는 나에게 따졌다. 언니의 말에 나는 할말이 없어졌다. 언니 말도 다 맞아. 결국 이렇게 될거면, 애초에 나는 왜 민윤기씨와 친해지려고 했을까. 왜 굳이 친해져야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민윤기씨를 흔들어놓고, 나는 민윤기씨를 좋아하게 된걸까.
기구하고도 어이없는 내 처지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목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 침을 한번 삼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게 다 모두를 위해서야,하는 합리화를 하며.
"그럼, 언니처럼 걱정없이 살다가 원래 몸으로 돌아가면?"
"..."
"그 사람은 최여주가 아니라 오주연을 좋아한건데, 민윤기씨 입장은 어떡해? 갑자기 생전 모르는 여자가 나타나서 내가 사실 여태 당신이랑 생활했다, 그러면 그렇구나 믿어줄거 같아?"
"..."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짓이야."
"...그렇게 치면 태형이는? 태형이는 믿어줬잖아."
"언니, 태형씨랑 윤기씨는 달라, 억지 좀 그만 부려!"
"너..."
"...미안해."
나도 모르게 화가나 선을 넘어버렸다. 언니가 놀라는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사과했다. 언니와 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아 원목으로 되어있는 탁자를 바라봤다. 요즘들어 신경이 예민해졌다. 생리 예정일은 아직 멀었는데, 잠도 제대로 못들고 몸이 허약해졌다. 무릎위에 놓여진 왼쪽 손목에 차여진 아대를 매만지며 다시 입을 떼었다.
"...요즘 몸이 안좋아. 신경도 예민하고. 그래서 더 그랬나봐, 미안해."
"...아냐, 이해해. 나야말로 미안."
"근데 언니, 언니랑 태형씨는 지금 서로만 바라보며 살고 있고, 민윤기씨도 생활이 안정되니 나를 신경써줄 수 있는거지만 난 아니야."
"..."
"민윤기씨를 좋아하면서도, 계속 이런 생활 하고 싶으면서도 가끔씩 최여주의 생활이 떠올라. "
"..."
"그래서 민윤기씨가 나한테 고백했을 때, 좋으면서도 싫었다?"
이제는 부잣집 사모님 행세도 적응 되어 갔다. 들을때마다 소름이 끼치던 사모님 소리도 아무렇지 않았다. 어떤 기업이 있는지, 거물급 인사들 목록도 대강 알게 됐다. 심지어는 정치계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주변 눈치보고 몸을 사릴줄 알았다. 행동거지도 어느정도의 품위를 갖출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눈치보며 비위를 맞춰줬다. 사실 이런 생활들이 신기하고 재미난건 사실이지만 평범했던 최여주 시절이 많이 그리웠다. 주변 눈치 안보고 친구들과 시내를 돌아다니며 쇼핑하는것도, 한강에서 치맥 한잔씩 하는것도, 과 동기들과 호프집에서 진탕 술마시며 재수없는 선배 험담하는 것도, 호화스럽진 않지만 맛있는 집밥도,
엄마의 잔소리도.
그때가 그립다.
"후회없어."
어쩌다 유부녀 |
안녕하쉐요 희익입니다. 뭔가 안우울하네여. 쓸땐 겁나 우울한 기분으로 썼는데... 네 사실은 조금 기분이 좋은 상태예여. 오늘 음식쇼핑 좀 했거든요. 헤헤헤 혹시나 이해안되실것을 대비해서요! 주연 시점 > 여주 시점> 주연 시점 이렇게 진행되는거예여! 그러고 보니 오늘 민사장 안나오셨네요. 뭐 이름 많이 나왔으니까 봐주세욤 찡긋☆ 그리고 오늘 독자님들조차 모르게 했던 여주의 속마음이 나왔어요! 까아암짝 놀라셨죠!? 아니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인데 주인공 속마음을 모르다니! 네 주인공도 믿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 소설입니다 (아닙니다) 근데 우리 독자님들 뒷이야기 궁금해하시고 막 기대해주시고 막 막 그러시는데 막 그러시면 저 막 뿌듯해서 혼자 실실 웃슴니다 좋아여 더 많이 궁금해 해주세요 꺄르륵 막 신나서 흥을 주체하지 못해요 아 참. 아이 제가 할말이 넘 많네여 근데 이건 중요해요 암호닉 관련... 제가 암호닉에서 누락시킨 내 사랑 나의 사랑 독자님들이 계셨어요... 있으면 안될 일인데... 깜짝 놀래서 암호닉 신청 다시 다 확인해봤어요ㅠㅠ 변명은 구차하지만 비회원 댓글 말고는 댓글 쪽지가 안오더라구요ㅠㅠ 그래서 이전 화에 달렸던 분들중에도 암호닉 신청하셨는데 제가 못보고 그냥 무시했더라구요 다시는 이런일 없게 할게요 미안해요 내사랑들ㅠㅠ많이 놀라셨죠? 미안해요 사랑해요 뽀뽀쪽 |
낭만독자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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