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02 |
누운 채 하늘을 보다 깜빡 잠이 들었고 누가 번쩍하고 불을 켠듯 깼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내리 4시간 정도를 자버린 것인데 아무도 자는 나를 깨우지 않은 것에 의아해졌다. 성열은 원래 날 잘 깨우는 편이 아닌지라 넘어갔지만 오늘 새로 전학 온 김 성규도 그럴 줄은 몰랐다. 아, 돌이켜보면 그 녀석은 내 이름만 묻고 다시 자기 할 일을 했으니 어쩌면 나만큼 무심한 놈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깨우지 않을 가능성도 꽤 있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점심시간에 잠에서 깬 걸 납득해버렸다. "남 우현, 빵 먹어." 아직은 몽롱한 기운이 남아있어 멍하니 앉아있으려니 닫혀있던 뒷문이 열리고 성열과 동우가 들어왔다. 내가 자는 걸 보고 자기들끼리 매점에 다녀온 모양이다. 성열의 한쪽 손에는 내가 즐겨먹는 빵이 들려있었다. 역시 친구는 친구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며 빵을 받아 봉지를 뜯어 한입씩 먹기 시작했다. 내 앞과 옆에 앉아 내가 먹는 걸 보며 왜인지 흐뭇한 미소를 지은 둘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더니 둘만의 수신호인건지 뭔지 고개를 끄덕인다. 날 사이에 두고 뭐하는 짓인지, 원. "우현아, 너 전학생 어때?"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말일까. 전학생이 어떠냐니, 그저 그런데. 왜? 하고 대답하니 동우가 실실 웃으며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그러고보니 전학생이 없다. 하긴, 점심시간이니 어디서 밥이라도 먹고있겠지. 그런데 그 녀석 친구는 있는 건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가는 생각들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생각의 고리를 끊었다. 남우현답지않은 생각의 연속들이었다. 나는 나답지 않은 생각들을 한것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내 앞과 옆에서 분명 뭔가 꿍궁이가 있는 듯한 미소를 짓고있는 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네 둘이 나한테 숨기는 거 있냐?" 나의 말에 둘은 허둥지둥대며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그럴수록 더욱 의심받는 다는 걸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녀석들다운 순진한 행동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이번 한번만 속아주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사실 지금까지 둘이 작당하고 날 속이려했던 적은 꽤 있었다. 그때마다 녀석들의 티 나는 행동들때문에 모두 눈치채버렸었지만,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왠지 이번만은 속아줘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아니라 내 몸이 그렇게 말하고있었다. 날 감싼 녀석들의 행복한 기운이 나에게 그렇게 알려왔다. 드르륵-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들어온것은 김성규였다.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온건지 한손에는 칫솔이 들려있었고 입 주위는 수분기로 가득했다. 녀석딴에는 물기를 닦는 다고 닦았겠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물기는 아침보다 그녀석을 한층 더 생기있게 만들어주고있었다. 아침에는 늦가을에 곱게 물든 바스락거리는 단풍과 같았다면 지금은 맑은 날 밤 조용히 내린 이슬에 젖은 나뭇잎같았다. 녀석은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서 지낸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물함에 칫솔을 넣고 내 옆으로 걸어왔다. 아침과 같이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않고. 성규의 자리에 앉아서 성열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동우는 성규가 소리도 없이 와서 제 옆에 서자 깜짝 놀라 일어나며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게 그렇게 미안한 일인가, 애가 참 바보인건지 뭔지. 그렇게 성규에게 몇번이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 동우는 괜찮다고 짤막하게 답하는 성규를 보고 몸을 돌려 성열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이성열 나중에보자. 아, 남우현 너도! 하고 방정맞게 인사를 건네더니 그대로 반에서 나갔다. 성열과 함께 나의 10년지기 중 하나인 동우는 애석하게도 다른 반이었기에 다음 교시 준비를 위해 나가야했다. "밥은 먹었어?" 장동우의 방정맞은 행태를 보던 김성규는 동우가 나가자마자 나에게 물어왔다. 정말 자연스레 물어와서 하마터면 아, 대충 빵으로 떼웠어. 하고 친근하게 대답할 뻔했다. 멈칫한 입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다시 벌렸다. 어. 이 한마디면 될걸.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침과는 달리 해가 하늘 높이 떠서 제대로 하늘을 보기 어려웠다. 이래서 내가 낮을 싫어한다니까. 하늘이 가진 다양한 색을 낮에는 볼 수가 없다. 다양함과 색다름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꽤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교시는 보건실에 가서 잘 생각으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학교에 와서 자리에 앉은 뒤로 처음 일어나는 거라 몸이 찌뿌둥했다. 기지개를 한번 켜고 교실을 나가려 걸음을 떼니 김성규가 내 옷깃을 잡아온다. 어디가? 녀석의 말보다 녀석의 손이 내 옷깃을 잡고있다는 게 짜증이나 손을 쳐냈다. 니가 알아서 뭐하게. 알게 모르게 내 속에서 호감으로 보이려던 김성규가 한순간 비호감으로 전락했다. 녀석의 나의 싸늘한 말에 놀란 듯 멍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볼 뿐이었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교실에서 나왔다. 교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언뜻 본 교실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한숨을 쉬는 듯한 김성규와 그런 김성규를 위로하는 듯 뭐라 말을 건네며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는 성열이었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 아니면 오늘 친해진건가?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금방 지워버리곤 걸음을 재촉했다. 여전히 몸이 피곤하다. 엎드려 오전 내내 잤음에도 불편한 자세때문에 피곤함이 가시지를 않는다. 보건실에 들어가 일지에 이름을 적고 바로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보건실에 가끔 와서 쉬다 가는것도 나쁘지않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편에 속한다. 침대에 몸을 맡기니 묘하게 안정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져 평소 잘 짓지도 않는 미소를 옅게 짓고 주머니에 넣어온 mp3를 꺼냈다. 잘때 주변 소음에 민감한 편이라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 나오는 노래는 후바스탱크의 The reason. 평소 즐겨듣는 노래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자장가로 삼고 피곤함을 이유로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 옆에서 자는 걸 지켜보는 것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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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의 시각만으로 어떤 사건을 바라본다는게 어려운 일이네요
역시 전 1인칭 체질이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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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알신과 암호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음편에서는 신청하신 암호닉 확인차 암호닉 목록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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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만드실 분 안계세요? 으허헝
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는 주기적이지 않다는 걸 기억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