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03 |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어젯밤의 피로는 어느 정도 풀린 듯 오전보다 머리의 지끈거림은 조금 사라져있었다. 그것보다 문제는 눈을 떠서 가장 처음 본 사람이 김성규라는 것. 그것도 침대 옆에 앉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김성규를. 뭐하냐? 하고 잠긴 목소리로 묻자 녀석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양호실에 왔다길래 걱정이 되서. 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양호실로 오기 전 녀석에게 했던 행동들에 대해 죄책감이 들만큼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냐.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더니 녀석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이제 좀 괜찮아? 하고 물었다. 뭘 이렇게 물어오는 건지 귀찮았지만 녀석에게 좀 거칠게 대했던 것이 생각나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녀석의 행동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그렇게 대했음에도 이렇게 다가오는 이유가 궁금해서.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벗어두었던 마이를 다시 입었다. 양호실 안은 꽤 따뜻하지만 나가는 순간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눈길이 가는 대로 시선을 두다보니 녀석에게도 시선이 갔다. 내 시야에 들어온 김성규는 조끼에 얇은 가디건만 입은 채였다. 아직 학교에서 히터를 틀어주지 않아 교실안이 꽤 싸늘해서 저렇게 입다가는 감기 걸리기 쉽상이다. 감기에 걸리면 내가 귀찮아질까 걱정되어 입었던 마이를 다시 벗어 녀석의 어깨에 슬몃 걸쳤다. 나의 행동에 녀석은 놀란듯 그 작은 눈이 두배는 커져서 나를 보았고 나는 그 모습이 웃겨 풋,하고 웃음을 흘렸다. 내 웃음에 녀석이 더 놀란 것은 뻔한 사실. 나는 왠지 민망해져 헛기침을 하며 돌아서 양호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안 가냐?" 나의 말에 녀석이 허둥지둥 나에게로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그 모습이 왠지 주인을 잘 따르는 애완견같아 귀엽게 느껴졌다. 양호실 문을 열자마자 내 온몸을 감싸며 스쳐가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한껏 움츠린채 교실로 어기적거리며 걸어가고싶었지만 그 놈의 자존심이 뭔지 마이까지 벗어주는 바람에 추운 걸 티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움츠려드려는 몸을 억지로 꼿꼿이 세워 걷기 시작했다. 내 옆에서 걷는 김성규는 내가 걱정되는 듯 마이를 다시 돌려주려했지만 내 말에 녀석은 다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벗으면 너랑 말 안한다." - 교실에서도 나는 녀석에게 마이를 받지않았다. 돌려주라고 말하면 째째하게 보일 것 같기도 했고 오들오들 떠는 녀석을 보는 것보다 내가 떠는게 더 나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누가 떨고있는 걸 방치할 만큼 내가 나쁜 놈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잡생각을 하다보니 하교시간이 다가왔고 야자 신청따위 하지않은 나는 자연스럽게 가방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왔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고 한걸음 떼려하자 누군가 뒤에서 내 가방을 잡아왔다. 뭔가싶어 슬쩍 뒤를 보니 김성규가 급하게 나온듯 헉헉대며 나를 보고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묘하게 느껴져 나는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려다 이 녀석이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 잡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 돌아가려던 고개를 다시 원위치 시켰다. 처음부터 느꼈지만 저 얇고 오물조물하는 입술은 언제봐도 한번 만지고싶게 생겼다. 그래봤자 본건 이것까지 세번이지만. 남자치고는 발갛게 물들어 있는 입술이 사람 관심을 끌게 생겼다. 또 헛된 생각을 하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녀석을 보았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했는데 내 머리는 저 녀석 입술만 보면 자동적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졌나보다. "왜." 내 말에 녀석은 슬며시 마이를 내밀었고 나는 아, 맞다. 하고 바보스러운 말을 내뱉고 마이를 받아들었다. 받으며 본 녀석은 여전히 얇은 가디건 차림이었다. 저 녀석이 뭐라고 이렇게 신경쓰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얇게 입은 녀석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내가 언제부터 김성규랑 친했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내 자시는 자책하며 머릿속에 떠다니는 그 생각들을 모조리 지운채 녀석에게서 등을 돌려 발걸음을 뗐다. 집에 가서 한숨 자면 이 쓸데없는 생각들이 지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인지 뭔지 김성규는 우리 아파트에 살았고 같은 동에 바로 옆집이었다. 나는 왜 옆집이 이사가는지, 오는 지도 몰랐을까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선천적으로 타고난 무심함의 문제이니 넘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그러는 바람에 우리는 같이 온것도 아니고 따로 온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되버렸다. 녀석도 내가 신경쓰이는지 계속 흘끔거리는 데 그게 더 신경쓰여 내가 걸음을 맞게 걷고 있는 건지도 헷갈릴 정도였다. 원래는 등,하교 때 음악을 듣지만 오늘은 그것마저 깜빡했다. 집에 도착해서야 생각난 그것에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루도 음악을 듣지 않은 적이 없는데 오늘은 그 시간들이 다른 날보다 확연히 줄었고 그 이유는 분명 김성규였다. 집에 오면서 그 녀석이 신경쓰여 주머니 안쪽에 자리잡고있는 mp3는 존재조차 느껴지지않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이 내 생활에 끼어들어 생활패턴이 어긋나고 있다는 건 나에게 정말 큰 일이다. 그것이 오래 알던 친구들도 아닌 오늘 처음 본 전학생이라니. 나는 결심했다. 김성규와 멀어져야겠다고. 지금도 가깝지 않은 사이지만 내 생활패턴이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 김성규와 멀리 떨어져야겠다고. 그런 나의 생각이 가져온 후폭풍은 굉장히 컸다. 짜증날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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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는데 짧은 분량..죄송합니다ㅜㅜ
요즘 한가하지만 바쁜 모순된 생활 중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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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링도 조금 늦어질것같아요. 20분 조금 넘는 분들이 신청해주셨는데
빨라야 이번 주말이 아닐까. 하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