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성규 번외 |
너는 나에게 봄이다. - 벚꽃이 필 무렵의 봄이었다, 너와 만난 때가. 혼자 다니는 걸 즐기는 나는 그 날도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며 벚꽃망울이 한가득 자리한 나무들이 나란히 줄지어있는 거리를 걷고있었다. 아직 4월 초라 꽤 쌀쌀한 날씨에 옷을 얇게 입고 나온것을 후회하며 가디건 소매를 끌어내려 그 안에 손을 숨겼다. 괜히 얇은 티에 가디건 하나만 걸치고 나왔다고 후회를 하며 걷는데 맞은편에서 교복을 입은 남자무리가 걸어오고있었다. 나는 우연히도 개교기념일이라 쉬는 날이었지만 다른 학교는 정상수업하는 날이라 그 교복무리에 꽤나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교복을 보니 다른 동네 학교였고 우리 동네에는 잠깐 마실을 나온 듯 보였다. 5명 정도가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걸어오고 있어서 비켜갈 요량으로 인도 끝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왜인지 관심이 가서 음악을 들으며 그 교복무리를 천천히 살폈다. 3명은 시끄럽게 떠들고 장난치며 걸어가는 데 뒤쪽에 걸어오는 두명은 무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둘이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걷고있었다. 얼핏 보면 같은 일행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간간히 앞에 가는 3명이 뒤쪽 2명에게 장난을 걸지 않았으면 나도 일행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렇게 그들에게 정신을 팔고 걷다 앞에 보도블럭하나가 푹 꺼져서 들어가 있는 걸 보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로 내 발은 그 블럭에 걸렸고 넘어지려 앞쪽으로 몸이 기울기에 넘어져 무릎이 까질 각오를 하고 눈을 꼭 감았을 때, 내 팔을 잡아오는 손길이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팔에서 느껴지는 조금은 거친 손길에 놀라서 위를 쳐다보니 너가 날 잡은 채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당황한 나에게 너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냐? 하고 물었고 나는 허겁지겁 한껏 굽혀있던 허리와 무릎을 폈다. 똑바로 서서 본 너는 강아지상의 귀염성있을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너의 그 특유의 무심함이 그것들을 모두 가려버린듯했다. 그것에 더 눈길이 갔다. 너는 귀찮다는 눈빛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내가 몸을 똑바로 일으킬때까지 지켜봤다. 너의 친구들이 너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대도. 나를 슥-하고 한번 훑어보더니 다친곳이 없는 듯하자 너는 재빨리 내 팔에서 손을 떼고 너의 주머니 속 손수건으로 네 손을 닦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 모습에 상처받았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네가 싫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손을 닦고 다시 친구들에게로 가면서 나를 흘깃보던 너의 그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절반의 귀찮음과 절반의 걱정이 적절하게 섞여있던 너의 눈이 내 머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버렸다. 네가 내 시야를 벗어난 후에도 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혹시라도 움직이면 아직 내 눈에 아련하게 보이는 너의 잔상이 사라질까봐. 정말 말도 안되게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서있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때문에 감기가 걸려 고생할 정도로. 그 후 너의 교복을 통해 학교를 알아냈고 전학가기로 마음 먹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최대한 자유를 누리도록 배려해주시는 분들이라 나의 뜻을 따라주셨다. 너무 감사하게도. 학교 친구들에게는 사실 미련이 없었다. 나란 사람 자체가 교우관계를 소중하다고 느끼지 않고 있어서 그랬기도 했고 실제로 학교에 친구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미련없이 학교를 떠나 너의 학교로 전학가기로 결심했는 지도 모른다. 전학 가기전 너의 학교에 혹시라도 아는 애가 있을 까싶어 연락처들을 뒤졌다. 그 때 나온것이 이성열이었다. 중학교때 같은 학원을 다니며 성열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느정도 친분도 있는 사이었다. 이런데서 의외의 인맥을 발견하고 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성열에게 전화를 하니 역시나 너의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너와는 10년지기라고 했다. 정말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세상을 다가진 기분이었다. 성열에게 너에 대한 나의 감정들을 낱낱이 털어놓았고 성열은 흔쾌히 나를 도와주겠다고했다. 전학 가기 전날 나는 긴장과 설렘으로 점철된 마음을 부여잡고 있어야했다. 이제 나는 너의 손길과 눈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정신적인 쾌감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다 너에게 목말라있던 탓이다. 다음날이면 직접 너와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릴 적 수학여행 전날의 설렘과는 또 다른 설렘으로 알람이 울릴때까지 제대로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교실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역시 너였다. 여전히 너는 귀찮음과 무심함이 가득 채워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해 몰려오는 피로따위는 너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 기쁨에 대적할 수도 없었다. 성열은 긴밀한 나의 부탁에 의해 나에게 간단한 눈인사만을 해왔고 나 역시 눈인사로 그에게 화답했다. 성열은 네가 변하기를 바라고있었고 나는 그저 네가 나의 것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최고의 동업자였다. 성열과 나 사이는. 내가 너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너는 책상 사이의 간격을 조금 떨어뜨렸다. 그런 것에 상처받기에는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이 꽤나 컸기에 개의치 않고 너에게 이름을 물었다. 나의 물음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내 입술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너에게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아직도 남이 자신을 만지거나 닿는 것을 싫어하는지. 그래서 일부러 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는 그것에 정신이 번뜩 돌아온듯 나의 눈을 보며 뭐라고? 하는 눈빛을 했을 뿐 너의 어깨를 털거나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나는 기뻤다. 너는 나에게 어느 정도 희망이 있을거라는 기대를 품게했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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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업데이트가 늦어지네요ㅜㅜ
큰 일 하나를 끝내고 나니 작은 일들이 눈덩이처럼..
그래도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기쁜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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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했듯이 소소한 일들이 여러개가 겹쳐서
사랑에의 충실 메일링이 조금, 아주 조금 늦어집니다
항상 기다리게해서 죄송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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