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는 사람을 잘 믿고 정이 많다. 그래서 곧잘 사기도 당하고, 사람 관계에서 크게 데인 경험이 종종 있다. 착한 성격이 호구로 보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는 웃으며 마음을 쉽게 주고 만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 윤기가 보다못해 탄소에게 한마디를 하고 만다.
"넌 착한게 장점인데, 너무 착한게 단점이야. 사람을 너무 믿어."
"너가 너무 사람을 못 믿는거야. 다같이 사는 세상에서 믿고 사는거지."
"시끄러 임마. 좀 조심할 필요가 있어. 특히 남자 말이야. 저번에 사귄 그 쓰레기 꼴 안나려면."
윤기의 말에 결국 탄소는 수긍한다. 얼마전 탄소의 마음과 사랑과 돈을 모조리 가져가버린 전 남자친구로 인해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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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 말은 탄소를 위한 말이다. 정확히 3일만에 탄소는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누가 탄소의 마음을 흔들었냐, 묻는다면 바로 학교의 연예인 김태형이 되시겠다. 친화력이 짱짱하고 성격도 좋은 그는 얼굴까지 잘생겨 전교 여학생들도 모자라 옆학교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까지 모조리 훔쳐버린 대단한 (호칭도 긴) 아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거의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지 않던 탄소는 한가지 사건ㅡ화자의 시선으로 보기엔 매우 사소한 사건이었다ㅡ으로 인해 그에게 반해버린다.
때는 바야흐로 일주일 전.그러니까 윤기에게 다짐을 하고부터 3일 뒤, 탄소는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서류파일을 들고 복도를 지나가게 된다. 복도에서 족구를 하는 남자애들에 의해 길이 막혀 주춤거리고 있던 그때, 공을 갖고있던 태형이 탄소를 발견하고 잠시 멈춘다. 여담이지만 복도에서 족구하면 민폐에다가 선생님께 혼나니까 절대 하지 마세요.
"지나가."
다정한 음성에 탄소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후다닥 지나간다. 스스로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며 신나게 교무실로 향하니 뒤에서 공 튕기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곧 소란스러워지더니 탄소의 뒷통수에 단단하면서도 물컹한 공이 차진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리고,
"미친, 김태형 어떡할거야!"
"헐 아프겠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들고 있던 서류파일은 저만치 날아가버리고 탄소는 주변의 수근거림에 차마 일어서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코끝을 간질이는 시원한 향기와 얼얼한 뒷통수에 느껴지는 커다란 손길에 탄소가 고개를 들자 인기남 태형이 가까이서 탄소를 어색한 미소와 함께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탄소는 멍하니 태형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주변이 하얗게 변하고 태형의 행동이 느릿하게만 보였다. 태형은 탄소의 뒷통수를 문질러주며 자신도 모르게 탄소의 소녀감성도 함께 문지르고 말았다.
"괜찮아?"
"어.어어. 괜찮아."
"미안해, 일어설 수 있겠어?"
애써 웃으며 대답한 탄소는 차마 시선은 못 마주치고, 힐끔거리며 태형의 얼굴만 훔쳐보며 부축을 받고 자리에 일어섰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탄소는 귓바퀴가 뜨거워짐을 느끼고, 꿍꿍거리는 심장박동이 머릿속을 가득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기 시작한다.
탄소는 결국 윤기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지고 만것이다.
**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탄소는 옆에서 자신의 폰으로 게임만 하는 윤기의 눈치를 보며 속으로 앓고 있다. 분명 자기 자신과도 약속했고, 윤기앞에서도 굳은 다짐을 했건만.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고 이렇게 우르르 무너지다니. 물론 그래, 상쾌한 향과 잘생긴 얼굴도 한몫한건 인정한다. 나도 결국 외모지상주의였다니, 탄소는 자괴감에 빠졌다. 이럼 안되는데, 안되는데…
되는데.
어느새 안된다는 중얼거림은 변질되어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태형이 창을 통해 보이자 시선을 떼지못하는 탄소는 태형의 존재만으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괜시리 홀로 부끄러움에 윤기의 게임에 훼방을 놓았고, 영문도 모른채 진 윤기가 탄소에게 따가운 눈빛을 보낸건 당연지사다.
탄소는 점점 커져가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까, 근심이 가득하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사그라들겠지하고 가볍게 넘긴것은 안일한 생각이라는걸 깨달은건 일주일째다. 결국 탄소는 꾀를 부리기로 결정한다. 옆반에 있는 친구를 보러간척 태형을 훔쳐보는 그런 잔꾀 말이다. 윤기가 알면 한심한 눈빛과 함께 육두문자를 날릴게 뻔하지만 타소에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사병으로 끙끙 앓아누울것 같았다.
끝내 참고 참던 탄소는 옆반에 있는 친구에게 향한다. 친하지만 잘 만나지 않았기에 친구는 탄소를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속으로 뜨끔한 지미는 애써 모른척 친구를 껴안았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눈동자를 굴려 태형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냥 심심해서 왔어. 윤기는 게임만 해서 재미없어."
"..."
"...티나?"
친구의 뒤로 제 친구들과 놀고있는 태형을 힐끔 보는 탄소에 눈치빠른 친구는 고개를 돌려 태형의 무리를 바라본다. 탄소는 체념하고는 친구에게 묻자 친구는 고개를 끄덕인다. 탄소는 결국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털어놓는다. 거짓말 못하는 탄소는 역시 무언갈 숨기면 안된다. 이쯤되면 윤기가 속아주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지만 윤기가 속아줄리 없기에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다행히 친구는 얌전하고 입이 무거워 믿을만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남자친구인 정국이에게는 말할수도 있으니 탄소는 신신당부했다. 태형은 정국의 친구이니까 절대,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말하면 안된다.
"이거 말하면 안된다? 정국이한테도?"
"안말해."
"응...괜한 걱정이지?"
친구의 반에 갔다 다시 제 반으로 왔을때 윤기는 탄소를 이상하다는듯 바라본다. 제 손엔 배터리가 방전된 휴대폰을 든채. 탄소는 죽어있는 휴대폰을 허망하게 받아들고는 윤기에게 뭐라고 변명할까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어차피 무슨말을 해도 탄소는 다 티가 나긴 하겠지만.
"어디갔다 왔냐. 돌아다니는건 죽어도 귀찮아하는게."
"응, 탄소 만나고 왔어. 그 사이에 너가 이렇게 배터리를 다쓸줄이야."
"김탄소면 3반이잖아."
윤기의 말은 마치 거기 김태형반이잖아,라고 말하는 듯해 탄소는 어색하게 눈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굴 좋아하는건 죄가 아니지만 특히나 태형을 꽤 마음에 안들어하는 윤기이기에 더욱 말하기 껄끄러운것이다. 떨떠름하지만 다행히 꼬리 물지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에 탄소는 한시름 놓인다. 이제 마음놓고 친구 반에 놀러가서 태형이를 볼 수 있겠구나. 휴대폰에 보조배터리를 끼운 탄소는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돌리다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태형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방금 보고 왔는데 또 보다니, 이런 행운이. 정국이랑 장난치는 태형이를 흐뭇하게 웃으며 구경하고 있는데 태형이 휙,하고 탄소를 바라본다.
어, 하고 당황하는 탄소는 벌렁이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한다. 어떻게 반응해야하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지. 이런 고민조차도 기분이 붕뜨고 행복했다. 옆에서 '왜 기분나쁘게 웃으면서 쳐다보고 난리야'하는 윤기의 중얼거림도 들리지 않는 탄소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태형에 탄소는 뜨뜻한 얼굴을 부여잡고 앓는 소리를 내며 책상에 엎드린다. 자신의 표정이 윤기에게 보이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고달프고, 눈치보이고, 애타고, 설레고, 보고싶고, 두근거리는게 사랑인가하는 생각이 든 탄소는 히죽,하고 웃는다.
이런게 사랑이라면 매일 할거야.
사춘기 단편선 ① : 사랑에 빠졌을 때 |
(똑똑) (눈치를 본다) 안녕하세요 대역죄인 희익입니다. 어쩌다 유부녀는 어딨냐구요? ㅎㅎ...잠깐 쉬어가는 타임~ 네...어...변명을 하자면...내용 갈무리가 필요했어여...뭔가...아무리봐도 좀...이건 아닌것 같아서... 죄인입니다...죄인이에요.... 어.유로 심각했던 마음 이걸보고 해피해지시라는 뜻에서 드림니다... 사춘기 언냐들 신곡이 넘 좋아서...기념으루 춘기언냐들 노래로 적어봤어욤....그럼 안늉.... 빨리 갖고 오도록 하겠슴니다..! |
사랑해요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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