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야, 들었어? "
" ? 뭘. "
" 아까 김태형이 지나가면서 전정국한테 한 말 들었냐고. "
" 그걸 내가 왜 들어. "
" … 말하는 꼬라지 봐라. 말해주고 싶은 마음 뚝 떨어지게. "
" 그럼 닥치고 꺼져. "
" 야! "
#2
" 근데 김태형이 뭐라고 했는지 진짜 안 궁금해? "
" 별로. "
" 저기 머리 묶은 애 예쁘지. "
" 누구? "
" 아니, 나 말고. 아까 김태형이 한 말. "
" 그게 뭐. "
" 뭐긴. 완전 네 얘기잖아. "
"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장르는 판타지냐? "
" 야, 그때 매점 앞에서 머리 묶은 여자애가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
" 매점 아줌마도 계셨거든. "
" ……. "
" 뭐. 왜.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
" 너 눈치 더럽게 없다. "
" 고마워. "
#3
" 오늘부터 공부 하시겠다던 분 어디 가시고 웬 슬라임 하나가 책상에 붙어있냐. "
" … 누나 피곤하다. 건들지 마. "
" 애들이 이번에 새로 나온 영화 같이 보러 가재. "
" 보면 되지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
" 같이 갈래? 너 영화보는 거 좋아하잖아. "
" 안 돼. 그 날 바빠. "
" 언제 가는지 아직 말 안 했는데. "
" ……. "
"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그래서 언제 가는데? "
" 토요일에. "
" 그 날 바ㅃ "
" 어차피 이미 애들한테 너 간다고 말해놨어. "
" 애초에 네 맘대로 정할 거면서 왜 물어봤냐. "
" 어… 심심해서? "
" ……. "
#4
" 누구누구 가는데? "
" 너랑 나, 김남준, 그리고 박지민. "
" ……. "
" 아, 김태형도 간다. "
" 그렇구나. "
" 그렇지. "
" (아무 생각이 없다)(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5
" 여기, 여기야! 일찍 왔ㄴ,"
" 어? "
" 어? "
(회색 니트)(청바지)
(회색 목폴라)(청바지)
" 커플룩이다. 우리 뭔가 통했나봐! "
" … 그러게. 다른 애들은 아직 안 왔어? "
" 응. 아직. "
" 그렇구나. "
" 그렇지. "
" (아무 생각이 없다)(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6
- 친구 다쳤대서 병원 가야할 것 같다. 미안. 너네끼리라도 잘 놀아라.
- 가족 약속 깜빡했다… 미안해 ㅠㅠ 다음엔 꼭 같이 보자!
- 감기 걸렸는지 열도 나고 기침도 계속 나옴요 T^T 호서기는 오늘 쉽니다! 빠이여!
" ……. "
" … 오늘 우리 데이트네. "
#7
" 우리 팝콘 살까? "
" 응, 응… 아침 안 먹어서 배고프다. "
" 아, 그럼 콤보로 시킬까? "
" 응. "
" 팝콘 치즈맛 괜찮아? "
" 응. "
" 음료는 뭐, 콜라? "
" 응. "
" 우리 사귈래? "
" 응. "
" ……. "
" … 어? 뭐라고? "
" 사귀자고. "
" 아, 아니, 그게,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아. 장난이야, 장난. "
#8
" 정호석! "
" 어어, 잘됐다. 마침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 "
" 야, 장난하냐? 한겨울에 반팔 입고 자는 놈이, 뭐? 감기? 호석이는 쉽니다?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구라를, "
" (무시) 아까 쉬는 시간에 말이야. "
" ……. "
" 내가 수학책을 빌리러 옆 반에 갔었거든? 근데 마침 김태형이 보이더라고. "
" ……. "
" 그래서 한번 떠 봤지. "
" 뭘. "
" 너 좋아하냐고. "
" 미쳤어! 그걸 왜 물어봐! "
" 일단 들어봐. 그랬더니 걔가 뭐라는 줄 알아? "
' 좋지. 귀엽잖아. '
#9
" 아무래도 너 진로 찾은 것 같아. 판타지 소설 작가. 딱이네. "
" 네 남자친구로 김태형 딱이네. "
" 너 이마 딱밤 맞는 소리 존나 딱이네. 진짜 딱소리 나게 쳐맞고 싶냐? "
" 아, 진짜라고! 내 귀로 똑똑히 들었다니까? "
" 허언증이라도 있나보지. "
" 설마. 빈말으로도 나한테 잘생겼다고 안 하던 놈인데. "
" ……. "
" ……. "
" 눈물 날 것 같으니까 그만해. "
" 응. "
#10
" 어? "
" ? "
" 머리 묶었네. "
" 어, 어… 공부하는데 거슬려서. "
" 잘 어울린다. "
" ……. "
" … 예뻐. "
#11
" 김태형 진짜 너 좋아하나봐. "
" 소설 쓴다, 또. 넌 왜 이과로 왔냐? 상상력도 풍부한 게 소설도 잘 쓰는게 존나 문과 같은데. "
" 그야 너 보려고 왔지. "
" ……. "
" 닥칠게. "
" 응. "
#12
" 그럼 김태형은 그렇다고치고, "
" 그 놈의 김태형, 김태형! 지겹지도 않냐? "
" 들어봐. 이건 걔 문제가 아니야. "
" 당연하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호석 너니까. "
" 너 김태형 좋아하지. "
" ……. "
#13
" … 개소리 가려요. "
"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솔직히 너 걔 좋아하잖아. "
" 개소리 알레르기 있어요. "
" 옆반 놀러갈 때 은근히 눈으로 김태형 찾는 거 티나. "
" ……. "
" 복도에서 걔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나랑 하던 대화도 까먹잖아. "
" … 얘가 또 소설을,"
" 너 일주일째 머리 포니테일인 건 알아? "
" ……. "
" 어디 또 소설 쓴다고 해봐. "
#14
" 정호석. "
" … 뭐야. 왜 이렇게 비장한 얼굴로 불러, 사람 불안하게. "
" 그… 있잖아, "
" 아! 저번에 내 자몽타르트 먹은 거 너지! 그거 고백하려고 그러는 거지! "
" ……. "
" 표정 보니까 맞네. 왜, 갑자기 집 나간 양심이 돌아오기라도 했냐? "
" 그런 거 아니야, 병신아. "
" 그럼 뭔데. "
" 많이 티나냐…? "
" 뭐가. "
" 그… 내가 김태형 좋아하는 거. "
" ? "
" ? "
#15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 웃지 마.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아, 다시는 너한테 말 안 해. "
" 야! 어디 가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6
" 내 생각엔 김태형도 대충 눈치 챘을 듯. "
" ……. "
" 너 숨기는 거 못하잖아. 거짓말 할 때도 맨날 죄없는 입술이나 괴롭히고. "
" ……. "
" 난 다시 태어나도 니 입으로는 안 태어날 거야. "
" 야, 그건 나도 싫어. "
" 아무튼 난 김태형도 알고 있다에 한 표. "
" … 좆됐네. "
#17
" 있잖아, "
" 나 선생님 심부름 해야해서! 미안! "
#18
" 저기, "
" 같이 매점 갈 사람! 오늘은 내가 쏜다! 가자! "
#19
" 나랑 얘기 좀 해. "
" 저기, 나 학원이 있어서 바로 가봐야…. "
" 학원 안 다니잖아. "
" 지난주부터 다니기 시작했어. "
" 거짓말. "
" 진짜. 저번 모의고사 망해서 엄마가, "
" 너 거짓말 할 때 입술 깨무는 거 다 아는데. "
" ……. "
#20
" 내가 뭐 잘못했어? 그래서 피하는 거야? "
" 아냐, 그런 거. 네가 잘못했으면 뭘 잘못했다고. "
" 그런데 왜 나 피해, 속상하게. "
" 그냥… "
" 그냥? "
" 그냥 조금 이상한 말을 들어서 그랬어.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마. "
" 정말 그래도 돼? "
" 응, 앞으로는 피하지도 않고, 보면 인사도 꼭 할게. 약속. 새끼 손가락도 걸게. "
#21
" 도장 찍었다. 됐지? "
" 아니. "
" ……? "
" 싸인도 해.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래. 싸인도 하자. "
" … 복사도. "
" 알겠어. 복사에 코팅까지 하자. "
#22
" 그런데, 무슨 말? "
" ? "
" 이상한 말 들어서 나 피한 거라며. "
" 말하기는 좀 곤란한데, "
" 혹시 정호석이 말한 거야? "
" 어? 어… 호석이가 말해주기는 했는데, "
" 대미친. 설마 설마 했는데. "
" ? "
" 그래서, 그래서 걔가 너한테 다 말했어? "
" ……. "
" 내가 너 좋아하는 거? "
" ? "
" ? "
#23
"뭐야, 이거 아니야? "
" (끄덕) 아닌데… "
" ……. "
" ……. "
" 아씨… 망했다……. "
#23
" 그럼 걔가 뭐라고 했는데? "
" 내가 너 좋아하는 거 티난다고…. "
" 미친, 진짜 아니었네. 아, 괜히 나대서 김태형… 어? 방금 뭐라고 했어? "
" ……. "
" 너도, 너도 나 좋아해? "
" (끄덕끄덕) "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빨개진 거 봐. 진짜 귀엽다. "
#24
" … 다행이다. "
" ? "
" 나만 좋아한 게 아니라서. "
" 나도. "
" 나중에 더 멋지게 말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알게 된 이상 그냥 말할게. "
" 좋아해. 사귀자. 잘해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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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벌쓰데이 기념 짧은 조각글입니다! 근데 중간에 이런저런 말 넣느라 분량 조절 대실패... TT 좋은 날이니만큼 오늘 하루 이 글의 구독료는 없습니다. 많은 자몽들이 오늘 많이 봤음 좋게따...
사실 저 누구 생일에 맞춰서 글 올린 거 처음임여. 기분 조타. 헤헤.
참, 하숙집 메일링이여...
ㅋ... 내년에 만나여 우리...
정말 죄송해요... 이제 다시 까먹고 이써여... 아무 날에 갈 겁니다... 꼭 갈 거에여...
*
태어나줘서, 우리가 되어줘서 고마워. 생일 축하해, 태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