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젝스키스 - 사랑하는 너에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앞날을 대충이라도 짐작하는 자,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옆에서 말하는 대로 휘둘리는 자.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되는대로 흔들려주는 자.
세상을 살아갈 때는 어떤 사람인 게 가장 마음 편할까.
나름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는 걸 보면 나도 아직 어리긴 어린 모양이었다.
유명 아이돌은 연애를 할까?
05
w. 복숭아 향기
"최기영?"
"응. 부탁할게."
"뭐하는 사람인데?"
"연예부 기자."
"끝?"
최정연 오빠일 수도 있는 사람.
이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김남준 뒤에서 저렇게 서슬퍼렇게 눈을 뜨고 지켜보는 민윤기 앞에서는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일로 이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김남준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 염색했다던 금발머리가 부스스하게 흔들렸다.
그에 비해 민윤기는 검은색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온 몸으로 불만을 표출해내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민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혀를 낼름 내밀었다.
"메롱."
"뒤질래?"
"별 거 아니라니까."
"별 거 아니라면서 준이 막 부려먹는다 이거지?"
"네가 할 말은 아닐텐데."
그에 민윤기는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키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있으면 너와 스텝들이 들어올 시간이었다.
민윤기는 자신의 짐을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의 녹음을 봐주는 사람은 민윤기가 아니라 김남준이었다.
리얼리티라는 프로그램 특성 상 작업실에서의 모습까지 촬영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냥 해도 괜찮은데. 라고 말을 하며 말려보기도 했지만 민윤기의 뜻은 확고했다.
민윤기는 방송 매스컴에 얼굴이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아했다.
왜 그러는 건지 너는 알아?
김남준에게 물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남준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마 지난번의 나와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나도 민윤기에게, 김남준에게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대답을 하고싶지 않아서 하지 않는 것이고 대답을 할 수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말을 해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나 간다."
"어디 있을 거에요?"
"잘 거야."
"전기장판 잘 틀어놓고 자요."
"틀지 말라해도 틀 거야."
녹음실 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쇼파 위에 주저앉았다.
언제든지 기다릴 수는 있었다. 다만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는 게 단점이었다.
너도 이렇게 느끼려나.
아무래도 일을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기다리고 있을 너에게 뭔가 제대로 털어놓으려면 말이다.
-
"노랠 불러줘요. 이 부분 한 번 더 갈게."
"날 위해 노랠 불러줘요. 이렇게?"
"위해 할 때 가성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
민윤기도 그렇지만 김남준의 스타일 역시 꽤나 꼼꼼한 편이었다.
나는 옆에 놔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노래 스타일과 버릇을 알고 있는 사람과 작업을 한다는 것은 참 운좋은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알아들을 것이고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편하게 부를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니까.
너는 쇼파 위에 앉아서 내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 때 같다. 지난번에 내가 이 녹음실 빌려쓸 때 너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놀러왔던 날.
딱 그 날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나는 내 파트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었고 녹음을 해주는 사람은 김남준이라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헤드셋을 고쳐끼며 혀로 입술을 훔쳐냈다.
이번 앨범은 나에게 조금 남달랐다.
나 혼자 내는 앨범도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너와 같이 내는 앨범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냈던 앨범에 비해 이번 앨범에 관심을 가질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녹음실 부스 밖에 있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도 작게 웃어보였다. 별다른 응원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괜찮았다.
아니. 충분했다.
너는 알고 있는지 몰라도 나를 향해 웃어주는 네 얼굴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곤 했다.
-
"많이 늘었네."
"만날 연습실에 있는데 안늘면 그게 사람이야?"
"안느는 사람들도 있지."
"슬럼프는 늘 잘되는 사람한테만 오는 거야."
"..."
"난 슬럼프 오기에는 아직 멀었는 걸."
내 말에 너는 그저 작게 웃어보이며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려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녹음실 부스 안으로 들어가 방금 전까지 내가 하고 있던 헤드셋을 머리 위에 썼다.
나는 쇼파 위에 앉으며 그런 네 모습을 바라보았다.
네가 녹음하는 모습은 처음보는 거 같았다.
그래서그런지 기분이 조금 남달랐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네가 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매우 잦았는데
나는 그 과정들을 보는 게 꽤나 즐거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네 모습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네가 만날 녹음실 놀러온다고 했던 건가?
괜시리 웃음이 새어나왔다.
"두 사람 꽤 마음 잘맞나봐요."
"우리요?"
"녹음하면서 계속 서로 보고있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거처럼."
"아..."
"친하다고 했을 때는 되게 의외였는데 이런 면에서 통해서 친해졌나보네."
"그렇다고 봐야죠."
"보기 좋아요."
작가 언니가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나는 머쩍은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작게 헛기침을 하였다.
리얼리티 찍는다고 요즘 좀 허술해졌었나보다. 계속 빤히 보고 있던 걸 눈치챌 정도면.
아니면 작가 언니가 그만큼 눈치가 빠른 거 일수도 있었고.
내가 보기에는 둘 다인 거 같지만.
디지털 싱글이 아니라 앨범을 준비하는 거여서 그런지 타이틀 곡 말고도 수록곡을 3곡 더 준비를 해야했다.
덕분에 너는 가사를 쓰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한다고 들었다.
김석진이 그랬지.
새벽에 몰래 미역국에 있는 소고기 먹으러 나가면 만날 네 방 불이 켜져있어서 다시 들어갔다고.
그정도로 너는 열심이었다.
참 고마울 정도로. 그리고 내가 미안할 정도로.
"어때요?"
"네?"
"친구의 프로다운 모습을 실제로 보는 기분."
"글쎄요. 녹음실에서의 모습은 처음이라서 새롭긴 하네요."
"호석씨은 녹음실에서의 이름씨 모습이 가장 멋있어보인대요."
"그랬어요?"
"무대가 아니라요? 하니까 무대에서 모습보다 녹음실에서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보여서 좋다네요."
나 녹음할 때 이렇게 인터뷰 했었나보다.
나는 푸스스 웃으며 너를 돌아보았다.
너는 두 눈을 감은 채로 녹음에 열중하고 있었다.
확실히 무대에서의 모습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워보이긴 했다.
"이름씨는 호석씨의 어느 모습이 가장 멋있어보였어요?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저도 지금이요."
"지금이요?"
"지금 저렇게 열중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조금 낯설긴 하지만."
"이건 또 다르네요."
"그래요?"
"호석씨는 이름씨가 녹음실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가장 익숙하대요."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녹음실에 자주 있기는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지금 녹음실 밖에서는 수많은 팬분들이 앨범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런 팬분들에게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 수많은 팬들 중에 딱 기억에 남는 팬이 따로 있었나요?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이 떠올랐다.
하나는 너와 민윤기였다.
늘 누군가의 뒤에 가려져서 내 몫을 챙기지 못했던 나를 알아보고 내 목소리를 들어줬던 사람.
그리고 이제는 내 몫을 챙길 수 있도록 옆에서 늘 도와줬던 사람.
남은 한 대답은
"언젠가 한 선배님이 이렇게 대답하신 걸 봤어요."
이 대답이었다.
"기억에 남는 팬들은 많지만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저는 알아요."
"..."
"음... 지금은 그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사실이기도 하고 그 대답에 좀 감동을 받았어서."
"예쁜 말이네요."
"그렇죠?"
연예계라는 곳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 곳이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힘을 얻기도 하는 나였다.
아마 너도 그러겠지.
아. 빨리 무대 위에서 너와 같이 노래하고 싶어졌다.
-
"몰랐어?"
"네."
"너는 네 남친한테 관심도 없냐?"
"없겠어요?"
"근데 홉이가 작사하는 걸 왜 몰라."
"알긴 알았는데 그렇게 열중인지는 몰랐달까."
"호석이도 참 대단하다. 너같은 애랑 연애도 하고."
하긴. 민윤기랑 연애하는 김남준도 있는데.
최종보스는 옆에 있었네.
지금 그거 무슨 뜻이에요?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김석진을 바라보았다.
너는 작사를 한다고 작업실에 들어가있었고 제작진들도 그런 너를 따라 작업실에 들어가있었다.
나는 지금 녹음하는 거 구경한답시고 놀러온 김석진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는 중이었다.
너는 요즘들어 자주 봤지만 김석진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았다.
같았다 가 아니라 만나는 것이었다 라고 표현을 해야 맞는 건가?
어쨌든.
오랜만에 만나는 김석진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얼마 전에 정글도 갔다왔다더니 더 시끄러워진 것 같았다.
한참동안 까륵까륵 웃으며 말을 하던 김석진은 이내 표정을 굳히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쇼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괜찮아졌나보네."
"뭐가요?"
"너 얼마 전까지만해도 무슨 일 있는 애같아보였거든."
"..."
"홉이 자주 만나서 그런 건가."
"그런 건가봐요."
"나도 연애나 할까?"
"생각 없으면서 괜히 그렇게 말하지 말고."
"들켰네."
김석진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나는 그런 김석진을 바라보며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안그런 거 같아 보여도 김석진은 이렇게 이상한 곳에서 예민할 때가 있었다.
선천적인 걸까, 후천적인 걸까.
그게 뭐가 되었든 내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적당히 치고 빠질 줄 아는 것. 그게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라는 걸 그는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알면 더 고맙고.
[♪]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민윤기였다.
자고 있을거라 했으면서 갑자기 왜 전화를 했대.
김남준 이것저것 챙겨주라고 전화한 건가. 하여간 커퀴라니까.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왜."
(옆에 정호석있냐?)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딱히 없어."
(걔 핸드폰 뺏어.)
"뭐?"
(걔 인터넷 못하게 하라고.)
"뭔 개소리야."
(닥치고 네이버 들어가봐.)
무슨 말이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터넷 창을 켰다.
실시간 검색어에 네 이름이 올라와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정호석.
네 이름 아래로는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조회수가 많은 기사. 첫번째 기사에는 이렇게 타이틀이 쓰여있었다.
[방탄소년단 정호석. 알고보니 작곡팀 슈가 곡 표절.]
기사를 쓴 사람의 이름은 최기영이었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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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은 어디에든 뿌려져있어요.
암호닉은 6화가 올라오기 전 까지만 받겠습니다.
신청은 여기서 해주세요.
중간에 나온 선배의 인터뷰라는 건 타그룹의 한 멤버분이 했던 인터뷰랍니다.
실제로 저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었어요.
독자분들도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일이 터져버렸네요.
죄송합니다...
bgm은 호석이가 여주에게 여주가 호석이에게 불러주는 노래라고 생각해주세요.
다음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예상이 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