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경호원
ㄱ 핏치핏치
세엣
"도영오빠 저 잠깐 백화점 다녀올게요!"
어제 백화점에 갇힌 바람에 사지 못한 엄마의 생신선물을 사러 지갑을 들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아서, 걸음을 서둘렀다. 주위를 살필 새도 없이 곧바로 4층으로 직행했다. 어제 봤던 그 목걸이가 내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손님~"
고급스럽게 포장된 목걸이를 걷네받자, 기분이 좋아져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사람들로 꽉 찬 엘리베이터 보다는 비교적 널널한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중앙에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각 층의 모습이 다 보이게 트여있었다. 자연스레 밑을 보면서 내려가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정재현?"
어제 본 뒷모습과 겹쳐보이는 걸 보니, 정재현이 맞는 것 같았다. 나갈 때 인사라도 할까, 해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리자 마자 정재현에게 다가갔다. 등을 툭 치자 놀란 기색도 없이 뒤를 돈 정재현이 오히려 나를 보고서 놀란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웃어보인다. 반갑다는 듯이.
"뭐야, 왜 이렇게 놀래?"
"언제왔어? 선물 샀고?"
"당근! 짠."
"목걸이?"
"어떻게 알았어??"
"나 여기서 일한다, 이름아?"
아 맞아. 당연히 모든 샵들을 다 알텐데. 바보같은 모습을 보인게 민망해서 그냥 웃어버렸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 근처에 있던 여자 두 명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물어볼 게 있나보다~ 하고 신경쓰지 않았는데, 여자들의 물음에 돌아본 정재현은 나를 볼 때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였다.
"저기요~"
"네,손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그..여자친구..있으세요?"
음? 이건 생각하지 못한 전개인데. 아 물론 정재현 얼굴에 몸매에 허덕이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렇게 직접 눈 앞에서 볼줄이야. 게다가 혼자 있는 것도 아니였는데 말이다.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건 느껴지지도 않는지 정재현 앞에서 몸을 베베 꼬며 부끄러워한다. 어머어머, 끼부리는 것 좀 봐.
"아, 죄송합니다. 근무 중이라서요."
"에이, 그래도 여자가 먼저 용기있게 물어보는데~"
어머 저 년은 또 뭐야. 옆에 있던 친구까지 가세한다. 정재현의 난감한 표정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여기 정재현 직장인데.. 걱정스럽게 바라보는데, 정재현과 눈이 딱 마주쳤다. 굳어있는 표정이 낯설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곤 얼른 나에게 걸어온다. 이러면 저 여자들이 내가 정재현 여친인 줄 아는..거..아닌가..? 눈을 살짝 돌려 쳐다보니 역시나 나를 죽일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엄마야, 무서워서 살겠나. 얼른 고개를 돌렸다. 다시 바라본 정재현은, 아까의 딱딱한 표정보다는 훨씬 풀어진 표정이다.
"미안."
"어? 아냐아냐. 니가 왜."
"어..지금 잠깐 시간 돼?"
"왜?"
"줄 거 있어."
줄 게 있다는 정재현을 따라간 곳은, 경호실이었다. 망설임 없이 문을 열려는 정재현의 팔목을 급히 붙잡았다. 애가 무슨 거침이 없어..!
"야야! 여기 누구 있는 거 아니야? 나 들어가도 돼?"
"나 밖에 없어. 형들 다 밥먹으러 가서."
"어? 너는?"
"난 아까 일찍 먹고 왔지."
놀래라. 정재현 친구라고 동네방네 얼굴도장 찍는 줄 알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경호실 안으로 들어갔다. 드라마 속에서만 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생각대로 딱딱한 분위기였다. 여기저기 켜져있는 모니터, 무전기, 구급용품까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전자파를 온몸으로 흡수할 것 같은 기분..?
"여기서 쉬는거야?"
"응. 괜찮지."
"엄청 불편해 보이는데..?"
"지내다보면 괜찮아. 이거."
내가 경호실을 둘러볼동안, 냉장고 쪽으로 간 정재현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건넨다. 받아들고 보니, 어제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피치워터였다. 오늘 급 땡겨서 왕창 사가려고 했었는데! 내가 신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자, 그런 나를 보고 웃음을 터트린다.
"그렇게 좋아?"
"오늘 딱! 땡겼거든 이거!"
"선물 받은 유치원생 같아."
"야!"
딱 봐도 나를 놀리는 듯한 말투에, 내가 야! 하고 발끈했는데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그래 웃어라 웃어. 내가 뭘 해도 그칠 것 같지 않아서 반 포기 상태로 피치워터의 뚜껑을 땄다. 한 모금 마시는데, 갑자기 경호실의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거기 밥이 진짜 예ㅅ.. 어.."
"..재현아, 누구냐?"
"아 형. 제 친구에요."
우르르 들어오는 검은 수트차림의 남자들에, 당황한 내가 뚜껑도 못 닫고 굳어있자 정재현이 나를 제 친구라고 소개하며 내 머리를 살짝 헝클인다. 아, 주책맞게 이런 거에 대뜸 설레고 그런다. 그러기도 잠시,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남자들에게 꾸벅 고개숙여 인사했다.
"안,안녕하세요!"
"재현이 친구에요?"
"오.. 여자친구는 처음인데?"
"여자친구가 아니고..친구..에요.."
"아아. 그거그거? 여자.사람.친구."
"진짜? 재현이는 아닌 것 같은데~"
"그만합시다 형님들!"
남자들이 정재현과 나를 음흉한 표정으로 번갈아본다. 그와중에 든 생각인데, 여기 경호원은 진짜 외모 보고 뽑는 겁니까. 하나같이 훈훈하다. 키는 또 왜이렇게 큰지. 아직도 나를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남자들에 자연스레 정재현 뒤쪽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옮겼다. 그런 나를 눈치 챈건지, 정재현이 내 양 어깨에 손을 올리고 경호실을 빠져나온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형들에게 궁금한건 나중에! 하며.
"미안. 나도 형들 올 줄 몰랐다."
"어,아냐. 내가 금방 나왔어야 됐는데."
"나가자. 너 일해야되잖아."
내가 괜찮다고 계속 말해도, 굳이굳이 나를 1층까지 배웅해줬다. 잘가, 하고 손흔들던 정재현이 갑자기 아 맞다. 하며 다시 뛰어온다. 그러더니 작고 네모난 종이를 내민다.
"이거 내 번호."
"명함도 있어?"
"연락 안하면 안된다?"
"음..생각해볼게."
"그럼 그거 다시 줘. 나 마시게."
"아 알았어 ㅋㅋㅋㅋ 나 이제 갈게."
"응. 조심해서 가."
명함을 꼭 쥐고 있는 손에 벌써 땀이 맺혔다.
진짜 떨려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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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료 없는날이라서 얼른 업데이트 했어요!!
추천이 .. 11분이나.. ㅇㅁㅇ..!
덕분에 댓글보다 추천 수가 더 많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든 감사할 뿐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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