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가 미영을 한국까지 데려온 이유가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하나가 유리를 바로잡기 위해서 였던 것도 있었다. 영어에 능숙한 미영과 함께라면 영어야 유창하게는 아니더라도 단어정도는 익힐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영어도 익히게 하고, 같은 또래인 미영과 지내다 보면 망나니같은 지금 생활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종대는 생각했었다. 자신의 사업을 피드백 해주는 건설회장의 딸인 미영과는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종대라 미영만 좋다면 자신의 아들과 혼인까지 시키고 싶은 생각이였다. 조신하고 얌전한 미영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딸인 유리가 떠올라 미영의 0.1%만이라도 닮으라는 뜻에서 힘들게 데리고 왔더니 오히려 유리에겐 화를 부른건지 미영을 볼 때마다 탐탁지 않은 시선을 비추곤 했다.
“....Water?”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젓가락을 입에 물고 미간을 찌푸린채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유리에게 마시던 물잔을 건내며 말했다. 유리는 미영의 손에 들린 물잔을 한번 슥 쳐다보고는 무시하고 다시 밥을 먹었다. 유리가 컵을 받아들지 않자 어깨를 으쓱이고서 물컵을 내려놓고 다시 밥을 먹으려 했다.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떠서 입에 넣고는 반찬을 집으려는데 또다시 사나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유리와 눈이 마주쳤다. 저건 쳐다본거를 넘어서 째려보는 정도이다. 이쯤되니 미영도 거슬리긴 마찬가지이다. 자신은 밥을 먹으려는 것 뿐인데 이게 그렇게도 잘못된 일인가? 눈에 힘을 빡 주고 유리를 노려보는데 유리의 눈빛은 새끼 강아지인 자신에 비하면 하이에나 수준이라 오래 쳐다보지도 못하고 깨갱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잘먹었습니다”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난 유리는 재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다. 밥그릇을 보아하니 세젓가락은 먹었나 모르겠다. 그 것을 보고 둘째인 유권이 유리를 급하게 불러 세워보았으나 유리는 배 안고파. 라는 말만 하고서 방으로 들어갔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유리가 어떤 아이이고, 또 어떤 성격이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까지 들었다. 다 듣고나서 간략하게 ‘질 나쁜 아이.’ 라고 정한탓에 이정도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 집안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마치고,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냈다. 청소하는 것도 도와주려고 청소기를 찾아 돌아다니니 괜찮다며 올라가보라고 2층으로 밀어내셨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시차적응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졸음이 쏟아져 반쯤감긴 눈으로 침대로 향하는데 누가 방문을 부실듯 쿵쿵 두드려대었다. “Not polite...” [예의없게...] 터덜터덜 거리는 발걸음으로 방문 앞까지 걸어가 습관적으로 체인이 있을법한 위치에 손을 올려놓았다가 밋밋함에 스윽 내리고 손잡이를 잡고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건 오른손 주먹을 들고있는 유리였다. “무슨일이예요.” “할 얘기 있어” “......들어와요” 졸리다고 저녁에 오라고 하려다가 그때가 되면 집안에 없을게 뻔하니 방을 가리고 있던 몸을 돌리고 유리를 맞이했다. 유리가 방에 완전히 들어오자 미영은 자신의 방 문을 닫았다. “무슨 얘기 인데요?” 미영은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 평소대로라면 지금 한참 잠들 시간이라서 피곤이 한계치에 달했기 때문이였다. “나가” “....네?” “나가라고. 이 집에서”
이건 또 무슨 억지인지. 미영은 한숨만 나올 뿐이였다.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뭘 그런눈으로 쳐다보냐고 한다. 뭐 이런 여자가 다있어? “아버님께 뭐 들은 얘기 없어요?” “아버님?” “그쪽 아버님이요” 잠시 허공을 쳐다보는게 생각하고 있는 듯 싶다. 하지만 얼마 되지도 않아서 금새 고개를 가로 젓는다. “누가 온다는것 빼고는 못들었는데” “누가 온다고 그러셨는데요” “뭐... 중요한 사람이라고만 했...” “말 다했네요” 미영은 유리의 말을 끊어먹고, 멍하게 서 있는 유리를 쳐다보며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나 중요한 사람이예요. 아버님께도, 유성씨와 유권씨한테도” “......” “그리고 그쪽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구요, 나는.” “뭐....” “그니까 나가요.” “......” “내 방에서” 미간이 구겨졌다. 미영도 구겨졌고, 유리도 잔뜩 구겨져버렸다. 미영은 점점 피곤이 몰려와 당장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마음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유리는 미영에게 잔뜩 화가나서 씩씩거리기만 했다. “너 존나 재수없어” “알고 있으니까 이제 그만 나가는게 어때요?” “내가 나가길 원해?” “네. 밤에 다시 얘기하던가 해요.” “내가 왜 너랑 이야기를 또 해.” “하아.....” 미영은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 애같은 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은 우선 잠들고 싶은데 굉장히 걸리적 거린다. 짧은 한숨을 내쉰 미영은 고개를 다시 들고서 유리를 쳐다보았다. “ If you go in the room right now, I'll smash you. OK?” [지금 당장 이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당신을 부숴버릴거야. 알겠어?] “아. 뭐래, 시발” “ Three counts. One.” [셋 센다. 하나] “.....” “Two” “아, 어쩌라고!!” “Three. Oh, my god!! Please give me sleep on me!!” [셋. 오, 주여!! 제발 날 자게 해줘!!] “한국말로 해야 알아듣든, 말든 할거 아니야!!!” “졸리니까 나가라고!!” “씨발!!!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든가!!!” 씩씩거리며 방문을 향해 쿵쿵 걸어가던 유리는 문을 열고 나가서 쾅 하고 방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미영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침대위에 쓰러져버렸고, 그냥 다시 LA로 돌아가 버릴까 생각을 했었다. 저런 망나니랑은 두번다시 마주치고 싶지도 않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 싸우는게 좋더라구요.흐흐흫.. 고마워요, 독자님들. 날 반겨줄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