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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 Moon 01
w. 2젠5
많이 아픈 날이었다. 너와 헤어진 날. 너와 나는 첫째라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게 힘들었다. 아니, 그냥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헤어진 건 너와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그냥 서로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아프게 헤어지지는 않았지만, 넌 내게 아픈 말을 왜 그리 많이 했는지, 그리고, 난 널 왜 울리고 말았는지. 그곳에서의 우리는 제 상처를 가리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냈다. 태양의 신 아폴론, 너는 그보다 눈부시게 빛났다. 네가 웃을 때면 햇살이 내리쬐는 것만 같았는데.
"학교에서 봐도 인사할거야 나"
초승달이었다. 마지막으로 날 집 앞까지 바래다주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던 너를 기억한다. 우린 이제 남남인데, 학교에서 봐도 인사하겠다는 네 말에 난 코웃음 쳤다. 너다운 마지막 인사라서, 서로를 피해다닐게 분명하면서, 알겠다고 대답하는 내가 웃겨서. 구름이 달을 가린다. 들어가, 고개를 찬찬히 드는 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캄캄한 너의 마지막 모습.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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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건 아니지?"
현관문을 닫고 무너지는 내게 네가 다가온다. 난 이렇게 슬픈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대는 너가 싫다. 마지막은 예쁘게 끝내고 싶었어. 얼굴을 무릎을 묻는다. 야 지금 우는거야? 나 이틀만에 왔는데? 이민형이 제 찬 손으로 내 볼을 붙잡는다. 제 눈을 보라는거겠지만 난 차마 네 눈을 볼 수가 없다. 네 까맣고 깊은 눈은 이동혁과 닮아서, 지금 널 보면 엉엉 울 것 같아서. 씨, 내가 이동혁 대신에 너 옆에 있어야겠다. 지박령 되야겠다 나. 이민형이 내 옆에 걸터 앉아 머리를 긁적인다. 달의 신 아르테미스, 너는 그보다 빛난다. 어두운 거리를 걸을때면 내 뒤를 늘 따라오며 하늘을 밝히는 달 같아 너.
"라면 끓여줄까?"
이민형이 내 침대 주위를 뱅뱅 돈다. 이틀 만에 온 자기와 놀아달라는거겠지, 그렇지만 난 오늘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잘 자] 못된 버릇을 못 버린건지 이동혁이 자정에 맞추어 문자를 보냈다. 저도 보내고 놀랐을거다. 난 뭐라고 답장해야할까, 너도, 라고? 아니면, 어느새 내 옆에 걸터앉은 이민형이 미간을 찌푸린다. 오우, 얘 미친거 아니야? 라며. 그러게, 아무래도 이동혁 미친 것 같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겠다는 말이, 이렇게 무서운 말일 줄이야.
"라면 말고, 그냥 삭동안 뭐했는지 얘기 해줘."
이민형은 달 같은 애다. 달이 뜨면 나타나서 달이 지면 사라져버린다. 그게 저승의 규칙이랬나, 이걸 얘기해놓고 부끄러워서 사라져버렸던 이민형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아직 못 찾았어. 이민형한테 동물 처럼 귀가 비죽, 튀어나와있다면 그 귀가 축 쳐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민형은 나를 만난 이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자기도 살아있을 때 기억 없으면서. 어딘가에 누워서 혼수상태로 있는게 분명해! 잠시 눈에 띄지 않게 변하는 삭 동안 이민형은 투명해진 제 몸을 무기로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 틀림없었다. 서울대 병원을 이틀 동안이나 뒤졌는데, 없더라. 이민형이라는 이름도, 이민형이 어느새 이불을 목 까지 덮었다. 이틀 동안 못 잔 잠 여기서 잘래. 거짓말. 귀신은 잠 안 잔다고 첫날 나한테 그랬으면서. 이민형이 내 배게에 제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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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동혁이다. 제발 나를 발견 못하게 해줘. 그렇게 바라면서 사물함을 열었는데, 이동혁은 굳이 내 어깨를 톡톡 치며 인사해왔다. 이동혁의 옆을 걷던 황인준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동혁이 코너를 돌자, 황인준이 내게 쪼르르 달려왔다. 괜찮은거 맞지 너? 황인준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동혁은 안 괜찮아. 그 다음 순간 황인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날 너무 아프게 할 거란걸 알기 때문이었을까. 문자 할게. 황인준이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주곤 급히 이동혁이 사라진 곳으로 사라졌다. 사물함을 쾅, 하고 닫았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오늘은 다행히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었다.
작가의 주저리 |
후 결국 저질러 버렸습니다.. 껄껄 sun & moon 들으니까 자꾸 뽐뿌가 와서. '내 달이 떠오를 때 라는 구절을 생각하면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속에서도 드러났지만 동혁이는 "태양" 민형이는 "달" 로 대변되는 존재입니다. 이 지점에서 생각하면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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