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헤어진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가 없이는 못살것 같앗던 내 생활은 어느새 다 아물어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었다.
이젠 가끔 그가 생각나도 그래도 울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고 피식 웃고 넘어갈 수 있을만큼 그와의 이별은 익숙해졌다.
그래도 가끔 보고싶다고 그리워질때면 나는 아직 그와의 이별이 익숙해진게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동안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연애도 해봤지만 그 사람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가끔은…. 가끔은 그리웠다.
1. 김주영
방학이라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었더니 답답해 밤거리나 산책해볼까 하고 집을 무작정 나왔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근처 작은 찻집에 들어갔다. 따뜻한 허브티를 시켜 후룩 마시고 있는데
"아메리카노로 주세요."
어디선가 들리는 익숙한 소리.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한 사람.
그 사람이다. 내가 그리워 하던 그 사람이다. 두근두근뛰는 가슴. 그리고 그는 머쓱하게 커피를 받아 내 옆테이블에 앉는다.
"흠흠."
그냥 긴장되는 마음에 나온 헛기침. 우리는 아무말 없이 차만 들이켰다.
"잘…지냈어?"
먼저 꺼낸 어색한 그의 한마디.
"…응 잘 지냈어. 오빠는?"
"나도 뭐…그냥 잘 지냈지."
사실은 가끔 그가 나온 뉴스를 보거나 경기를 보거나 아니면 그의 트위터를 들어가서 근황을 보긴 했었다.
잘 지내는것 같아 가끔 나만 힘들어 했나 싶은 기분에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지만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 눈앞에 그가 나오고 나서는 여태 내가 잊으려고 가라앉혔던 마음이 뒤죽박죽. 마치 그가 마구마구 휘저은것 같았다.
"살 많이 빠진것 같다. 더 예뻐졌네."
"고마워. 오빠도 더 멋있네."
형식적인 질문들만 가득가득 어색한 이 공기속에 흘러다니다가 그가 내 테이블 앞에 앉았다.
"너 번호 바꿨더라."
그리고는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전화번호를 눌러 자기에게 걸고는.
"또 한번 더 보고 싶다. 연락 꼭 해줘.기다릴게"
하고 나가는 김주영.
2. 기성용
오랜만에 나온 홍대. 그리고 클럽. 시끌시끌. 가끔 오곤 했는데 역시나 적응이 안돼.
너무 답답해서 나가려는데 누군가 내 손목을 끌고 밖에 나온다. 놀란 마음에 얼굴을 쳐다보니 기성용.
…니가 왜 하필 지금. 사실은 오늘따라 그가 너무 보고싶었다. 그래서 잊을겸 나왔던건데…. 근데 왜 니가 여기에 있는거야.
"오랜만이다?"
"…응"
"너 요즘 이런데도 다니냐?"
"…"
"치마 짧은거 봐라. 벗고다니지 왜 입냐."
"…무슨 상관이야."
"…"
내가 예전에 짧은 치마를 입고나왔을 때도 그랬다. 지금은 남이잖아. 모른턱 지나가면 되잖아.
하필 이럴때 만나는건데 왜. 너무 혼란스러웠다. 헤어졌던 그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어디가서 얘기좀 하자."
"…"
그리고는 내 손목을 끌고 자기 차로 가는 그.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하는데 여전히 멋있는 그.
그리고 어색한 차안의 분위기.
"…보고 싶었다. 많이"
"…"
"나 너랑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어. 보고싶었어. 니네 집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적도 있어."
"…"
"넌?"
보고싶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묻는 그. 난? 나도 많이 그리웠어. 보고싶었어. 그래서 오늘도 이런데 간거 아냐.
너도 알잖아 나 이런데 잘 안들어 가는거. 너도 알잖아. 너도…. 너도 알잖아.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입을 여는 순간 목이 턱 막히면서 코끝이 찡해졌다.
그리고 그 앞에서 펑펑 울었다. 그는 묵묵히 내가 우는걸 듣고 있었다. 내가 좀 진정이 되자 나를 쳐다보는 그.
"살은 왜이렇게 빠졌냐. 잘 지내는거 보여주지."
"…"
"나 1년 내내 여자 많이 만났어."
"…"
"근데 너만큼 내 앞에서 진심으로 웃어주는 사람 없더라."
"…"
"이제 그만 힘들어하고 다시 와라."
3. 이범영
밤 늦은 시간. 출출해서 근처에서 아무거나 포장해 와야겠다 싶어 길을 나섰다.
대략 골라서 음식을 포장해서 가려는데 내 어깨를 잡는 큰 손.
뒤를 돌아보니 그였다. …여전히 멋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대는 그가 나를 자리에 앉혔다.
"야 이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랬지."
"…"
"옷은 그게 뭐야 너무 얇잖아. 이 날씨에 그러고 다니지 말랬지."
그는 예전에 사귀던때에 내게 귀에 딱지가 앉을정도로 말하던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취기에 꼬부라진 혀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가 그리웠지만 말 못했다. 그는 아직도 날 그리워했다.
풀린눈으로 주정을 부리며 우리가 사귈때 내게 말했던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다 주정일 뿐이겠지. 내일 아침이면 잊혀질 텐데….
"술 조금만 마셔. 나 갈게."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안그러면 그에게 안길것 같았다. 너무 힘들었다 그를 보는 내내.
나는 아직도 그에게서 벗어난게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데 내 어깨를 돌려 나를 안아버리는 그.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우리의 행복했던 순간들. 그리고 내 어깨를 적시는 그의 눈물.
"다시 와주면 안돼? 나 너무 힘들어."
"…놔"
"다시 와준다고 해줘 제발."
"…놓으라고"
"다시 와줘…. 다시…"
그리고는 내 앞에 픽 쓰러지는 그. 후우- 못살아 술이 떡이되도록 마시니.
결국 그를 끌고 내 집으로 왔다. 조금 지나자 술이 깬 그가 나를 보고 조금 당황하더니 내게 고맙다고 간다고하고 나간다.
쾅쾅쾅쾅
다시 문을 두드리는 그. 문을 열어주자 나를 꽉 끌어안으며
" 다시 와달라는 말. 진심이야.대답 해줘. 다시 와줄꺼지?"
나는 용기를 내야겠다 생각했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 못만날것 같은 불안감에. 나는 대답했다.
"…응."
어어응응이ㅡㅇㅇ어ㅓㅇ응ㅇㄴ라닝릉나ㅣ;ㅇ른ㄴㅇ믜ㅡ;ㅣ 수위 쓰다가 망해서 재회로 썼는데 오늘 필력은 최악이네요..
어제가 최고였나 봅니다. 어쩐지 어제 글이 슉슉 잘나오더라구용..ㅎㅎㅎㅎㅎ
암호닉 신청해주신 포프리님, 꿀물님, 지몽님, 쿠글님, 오싹니, 소유물님, abc님, 하늬님 늘 좋은 반응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