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덕후가 너 쫓아다니는 썰 2
아, 덥다.
가만히 있어도 푹푹 찌는 날씨에 하필 학교 에어컨이
고장 이라며 전교생이 불쾌지수가 +999999 됐음
물론 선생님 들도 마찬가지 여서 최대한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 하고 있었음
'아, 진짜 너무 더운 거 아니냐...'
손으로 몇 번 파닥파닥 해 봤자 시원하긴 개뿔,
손을 움직이는 것도 더워서 관뒀음.
한숨을 푹 쉬면서 고개를 숙였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 이람? 갑자기 바람이 살랑살랑 불더니 나름
시원해지는 거임. 에어컨이 고쳐져서 작동 되는건가?
싶어 천장을 봤지만 전원은 꺼져있었음
선풍기는 한참 전 부터 도움도 되지 않았고..
그럼 대체..?
파닥파닥
파닥파닥
파닥파닥
파닥파닥
파닥파닥
?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
수업에 집중 안되게?
싶어서 돌아보니 내 뒤에 앉은 권순영이
알 수 없는 캐릭터가 그려진 부채를 들고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 뒷목에 열심히
부채질을 해 주고 있는 거였음;;
아니 너도 더우면서.. 너나 하지......
괜히 미안한 마음에 그만 해도 된다고 권순영의
캐릭터 부채를 잡으며 말했음
"나 괜찮으니까 그만 해"
"으응..? 너 덥지 않냐능.."
"괜찮다니까, 너도 땀 흘리고 있잖아"
"다메요. 니가 더운게 난 더..."
라고 말하는 동시에 뒷자리에 앉은 남자애들이
날 보고 키득 거리는 걸 봤음.
평소에 권순영이 오타쿠 라서 무시 하는 애들 이었음.
"아 그만하라고! 그만 하라는데 왜 자꾸 지랄이야!!!"
정적
"김너봉 일어나. 복도로 나가."
"권순영도 같이 나가. 손 들고 있어."
복도로 나오는 잠깐 사이에 수 많은 생각이 들었음.
나 진짜 인성 쓰레기 인가, 나 더워 보인다고
부채질 해 주는 애 한테 소리 질렀어.. 아.. 욕도 했어........
왜 그랬지 왜 그랬을까 나 미쳤나 봐.........아.........
"...고멘.."
자책 하고 있는데 권순영이
눈도 못 마주치고 건넨 말 이였음.
"뭐가?"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니냐능.."
"..아.. 괜찮아 나도 미안해 욕해서. 나도 모르게.."
"다이죠브!!"
"......응...괜찮다면 다행이고....."
대체 저런 말투는 어디서 배운걸까..?
에어컨이 고장 나서 오늘 보충야자는 없었음.
신나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김없이 뒤에서
권순영이 따라오고 있었음. 덥지도 않나......
쟤는 자기가 따라오는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 함.
그래서 1년 동안 모른 척 해 주긴 하는데 어떻게
내가 모를거라고 생각 하는지 모르겠음;
뒤 에서 알 수 없는 일본 만화 주제가 부르면서
오는데 어떻게 모르냐고 ;; .....
집 앞에 거의 다 오니까 권순영은 다시 뒤 돌아서
걸어갔음. 쟤 집이 어딘진 모르지만 이 귀찮은 짓을
1년 내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고 있는거임.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바보같다고 해야할지.
에어컨을 틀고 씻고 침대에 누워서 생각 해 봄.
아까 내가 왜 그렇게 예민 하게 반응 한 건지.
생각 해 보니 난 그냥.. 그 남자 애들 한테
놀림 받기 싫었던 것 같음. 같이 놀림 받을까 봐...
나 정말 비겁하네.
내 자신이 한심 해 졌음ㅋ 그래도 나 좋다는 애가
부끄러워서 함부로 하는 꼴 이라니 ㅋㅋ ㅋㅋㅋㅋㅋ
진짜 인성에 곰팡이 폈니 너봉아?..??...
앞으론 권순영 에게 좀 더 너그럽게 대하자고
다짐 하면서 잠들었음. 아 물론 내일은 학교 에어컨이
고쳐져있길 바라면서..ㅁ7ㅁ8
다음 날 교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교실이 엄청
시끄러운 거임 또 무슨 일 인가 싶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오 이게 무슨 일 이람?
"아, 새끼 진짜 골 때리네" , "뭐냐? 변태 아냐, 이거"
"하지 말라능. 달라능."
"싫다능~ 주기 싫다능~"
교실 안에 들어와 보니 평소에 권순영을 무시하던
애들이 권순영 가방을 뒤지고 있었음. 가방에서
캐릭터 있는 노트랑 필통 같은 게 나왔음
눈쌀이 절로 찌푸려지더라.
지들이 뭔데 남의 가방을 함부로 뒤져? 한심한 새끼들
쯧쯧, 하면서 내 자리로 가서 앉으려고 하는데
권순영을 괴롭히던 애들 중 한명이 날 부르는 거임.
"김너봉 왔네"
"왜"
"야 권순영 노트 볼래?"
"내가 남의 노트를 왜 봐"
"왜 보긴. 너 스토커 짓 했으니까 봐야지"
하면서 실실 웃는 게 아니겠음?
내가 노트를 받아 들었는데 지금 껏 담담하던
권순영이 표정이 확 굳더라
내가 노트를 볼까 봐 불안해 하는 것 같았음.
진짜 골치 아프네.
노트를 뺏어서 권순영 한테 노트를 돌려줬음.
그러니까 어리둥절+당황. 딱 이 표정 으로 보더라
반 애들도 괴롭히던 애들도 다 그런 표정 이었음
노트 돌려주고 난 다음에 나도 내 자리에 앉았음
"야 김너봉 너 뭐냐? 너도 저 오타쿠 좋아하냐?"
미친새끼. 아직도 초딩 인 것 같음;
그냥 무시 하려고 했는데 나도 점점 짜증 나는 거.
그래서 한마디 했음.
"너 지금 하는 짓 존나 유치해. 불쌍한 애 같아서
그냥 무시 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존나 시끄럽게 구네, 진짜.
좀 닥치면 안돼?"
말 끝내니까 그 새끼 얼굴 빨개져선 나한테 달려들려고 함.
그 때 선생님 들어오시고 반장이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걔네 다 학생부 감 ㅋㅋ 개이득 ㅋ
솔직히 나 맞을까 봐 좀 쫄았음ㅎ................
야자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오늘도 역시나
권순영이 따라 옴. 가게 쇼윈도로 슬쩍 보니까
어깨가 축 처진 게 오늘따라 기분이 안좋아보임.
심지어 오늘은 만화 주제가도 안부르고 있음.......
1년 동안 이런 적은 처음임..
아까 학교 일 때문에 속상한건가...
그렇게 걸어서 우리 집 앞 까지 옴.
평소랑 다른 권순영이 좀 신경 쓰였지만 그런 걸
신경 써 줄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닌데 뭘,
이라고 생각 함. 집이나 가야지!
"너봉아&"nbsp;
??!???!?!? 나 ㄹㅇ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음
분명 내 뒤에 권순영 밖에 없는 건 알았지만
한번도 집 갈 때 나한테 말 건 적 없는 애가 날 부른 거.
그래서 돌아봤는데 나랑 눈도 못 마주치고 바닥 보고 있더라.
"..어..??어어?.. 왜..??"
"아까 학교에서, 노트 봤어?"
"아니? 안봤는..데.. 진짜야"
"아까 걔네가 나보고 스토커 라고 했잖아."
"어어.. 그랬지"
"너도 그렇게 생각 해?"
"어? 아, 음, 보통 막 집 가는 길에 따라오고 그러면, 음,
스토커 라고 하긴 하지...?? 않나...?"
내가 이렇게 말 했는데 권순영 표정이 진짜
개어두워 지는 거 ;;;;
"근데 니가 스토커 라는 건 아니야!!"
"....."
"스토커는 막 상대방 한테 피해를 주고!
해코지 하는 사람들이 스토커지!! 넌 나한테 안그러잖아!"
"..나 갈게. 학교에서 봐.."
"아, 아니! 야!!"
권순영은 그렇게 진짜 가버림. 오 ㅅㅂ..
아주 애를 두번 죽이는구나 김너봉^^...ㅋ
내일 학교 가면 스토커 같지 않다고 확실하게
말해줘야겠다.. 하고 난 잠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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